1화(5,658자)

의장석 밑에서 울음이 네 번

국회 고양이 국밥이 · 소예찬

국밥은 나무 단 밑 좁은 틈에 배를 붙이고 누워⁠, 막 나온 네 번째 새끼를 혀로 뒤집었다⁠. 젖은 털 뭉치가 앞발 사이에서 꿈틀거리더니 가늘게 울었다⁠. 먼저 나온 셋이 같은 소리로 따라 울었고⁠, 국밥은 넷을 하나씩 코로 밀어 배 밑으로 모았다⁠.

굴은 따뜻했다⁠. 바닥 어딘가에서 더운 바람이 올라왔고⁠, 위는 두꺼운 나무가 덮고 있었다⁠. 나무에서는 왁스 냄새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났다⁠. 밤에 쇠 냄새 나는 문이 반쯤 열려 있었고⁠, 국밥은 바퀴 달린 상자를 미는 사람들 다리 사이로 들어와 계단을 올랐다⁠. 계단 끝에 넓고 조용한 데가 있었다⁠. 의자가 끝도 없이 늘어서 있고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의자마다 사람 냄새가 배어 있었지만 다 식은 냄새였다⁠.

새끼들이 젖을 찾았다⁠. 하나는 배 위를 헛짚고 다니다 엉뚱한 데를 빨았고⁠, 회색 줄무늬 하나는 처음부터 제자리를 찾아 쭉쭉 소리를 냈다⁠. 삼색 둘은 서로 머리를 밀었다⁠. 검은 털에 흰 얼룩이 진 막내는 가장 작았고 가장 크게 울었다⁠. 국밥은 막내의 목덜미를 물어 젖 앞에 내려놓았다⁠. 울음이 그쳤다⁠.

멀리서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발소리 둘⁠, 바퀴 소리 하나⁠. 국밥은 귀를 돌렸다⁠. 왁스 냄새가 굴 입구까지 밀려왔다⁠. 국밥은 새끼들 위로 몸을 둥글게 말고 노란 눈을 떴다⁠.

*

진바다는 2027년 12월 2일 목요일 오전 여섯 시 사십 분⁠, 의원회관 뒤 급식소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급식소라야 비 가림 지붕을 얹은 나무 상자 하나였다⁠. 어제 저녁에 부어 둔 사료가 그릇 위로 소복했고⁠, 사료 알마다 서리가 하얗게 앉아 있었다⁠.

“⁠국밥아⁠.⁠”

대답이 없었다⁠. 바다는 분홍색 사료 봉지를 흔들었다⁠. 봉지 안에서 사료 알이 차르르 쏟아지는 소리가 나면 국밥은 어디서든 나왔다⁠. 후생관 식당 뒷문에서 순대국밥 고기를 얻어먹고 다녀서 국밥이었다⁠. 몸집이 뚝배기만 하다고 식당 아주머니가 붙인 이름이라는 말도 있었다⁠. 어느 말이 맞든 국밥은 사료 봉지 소리에 늦은 적이 없었다⁠.

바다는 일어나 무릎의 서리를 털었다⁠. 어깨에 닿는 검은 단발이 바람에 뺨을 때렸다⁠. 회색 정장 재킷 앞섶에서 국회 출입증이 달랑거렸고⁠, 출입증 사진 속 바다는 이 년 전 첫 출근 날의 동그란 얼굴로 웃고 있었다⁠. 사진만 웃고 있었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의원실 단톡방이었다⁠.

「⁠탁원구 의원⁠: 오늘 본회의 두 시⁠. 넥타이 땡땡이 어때⁠」

「⁠수행비서⁠: 의원님 땡땡이는 표결 날 불길합니다⁠. 지난번 땡땡이 매신 날 발언하시다 마이크 꺼졌습니다⁠」

「⁠탁원구 의원⁠: ㅇㅋ 남색⁠」

「⁠탁원구 의원⁠: 진바다 보좌관 오늘은 고양이 밥 주지 말고 일찍 와요⁠. 본회의 날이야⁠」

바다는 「⁠확인했습니다⁠」를 치다가 지웠다⁠. 국밥은 지난주부터 배가 땅에 끌렸다⁠. 산달이었다⁠. 바다는 사무처에 알리지 않았다⁠. 알리는 순간 시설과가 그물채를 들고 나올 것이었다⁠. 의원회관 지하 창고 구석에 담요 깐 종이 상자까지 마련해 두었는데⁠, 국밥은 상자 냄새만 맡고 고개를 돌렸다⁠.

엄마에게서도 문자가 와 있었다⁠. 「⁠엄마⁠: 바다야 오늘 예산 통과되냐 센터장님이 물어본다 방학 급식 단가 오른다던데⁠」⁠. 엄마는 인천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 저녁을 지었다⁠. 바다는 엄지만 하나 보내고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본청 뒤 화물 출입구 앞에서 방호원 하나가 손을 비비고 있었다⁠.

“⁠고양이요⁠? 삼색이요⁠?⁠” 방호원이 하품을 반쯤 삼켰다⁠. “⁠새벽 세 시쯤 하나 들어갔어요⁠. 시설과에서 본회의장 난방 점검한다고 문을 받쳐 놨거든요⁠. 배가 이만한 게 뒤뚱뒤뚱⁠.⁠”

“⁠어디로요⁠?⁠”

“⁠위로요⁠.⁠” 방호원이 엄지로 천장을 가리켰다⁠. “⁠본회의장 가는 계단으로⁠.⁠”

*

여덟 시 이십 분⁠, 진바다는 청소 수레 뒤에 바짝 붙어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천장 조명이 환하게 켜진 본회의장은 텅 비어 있었다⁠. 반원으로 늘어선 의원석 삼백 자리가 의장석 하나를 보고 있었다⁠. 의장석 뒤 벽에 금빛 국회 휘장이 붙어 있었고⁠, 옆에서 태극기가 늘어져 있었다⁠. 의장석 앞에서는 남색 조끼를 입은 사람 셋이 마이크를 하나씩 두드렸다⁠.

“⁠아⁠, 아⁠. 의장석 일 번⁠.⁠”

“⁠일 번 들어옵니다⁠.⁠”

“⁠의장석 이 번⁠.⁠”

이 번 마이크로 사람 목소리 대신 다른 소리가 들어왔다⁠. 가늘고 높은 울음이었다⁠. 냐⁠, 하고 끊겼다가 냐아⁠, 하고 이어졌다⁠. 본회의장 천장의 스피커들이 울음을 의원석 맨 뒷줄까지 실어 날랐다⁠.

마이크를 두드리던 젊은 직원이 손을 뗐다⁠. “⁠과장님⁠. 의장석에서 고양이가 웁니다⁠.⁠”

“⁠의장석에서 고양이가 울 리가 있나⁠.⁠”

남색 모자를 쓴 남자가 의장석 단 아래에 무릎을 꿇었다⁠. 동그란 안경이 코끝으로 미끄러졌다⁠. 남자는 안경을 밀어 올리고 손전등을 비췄다⁠. 의장석을 받친 나무 단과 바닥 사이⁠, 손바닥 두 개 높이의 틈이었다⁠. 손전등 불빛 속에서 노란 눈 두 개가 떴다⁠.

“⁠금동하 씨⁠.⁠” 남자가 일어나지도 않고 말했다⁠. “⁠그물채⁠.⁠”

바다는 청소 수레 뒤에서 뛰어나왔다⁠.

“⁠잠깐만요⁠!⁠”

남자 셋이 동시에 돌아보았다⁠. 바다는 의장석 앞 카펫에 무릎부터 떨어졌고⁠, 미끄러지듯 틈 앞까지 가서 두 팔을 활짝 벌렸다⁠. 등 뒤에서 냐아⁠, 하는 소리가 났다⁠. 하나가 아니었다⁠. 넷이었다⁠.

“⁠새끼 낳았어요⁠. 방금 낳았어요⁠. 건드리시면 안 돼요⁠.⁠”

남색 모자의 남자가 천천히 일어났다⁠. 바다보다 한 뼘 컸고⁠, 남색 조끼 가슴에 「⁠국회사무처 시설과⁠」가 수놓여 있었다⁠. 조끼 주머니마다 드라이버와 케이블 타이가 삐죽 나와 있었다⁠. 금동하라는 젊은 직원이 은빛 손잡이의 그물채를 건네자⁠, 남자는 그물채를 받아 지팡이처럼 짚었다⁠.

“⁠시설과장 오만식입니다⁠. 누구시죠⁠?⁠”

“⁠탁원구 의원실 진바다입니다⁠.⁠”

“⁠진바다 씨⁠. 여기는 본회의장이고⁠, 본회의장은 제 관리 구역입니다⁠. 보좌진은 본회의 중에도 이 바닥에 못 내려옵니다⁠.⁠” 오만식이 그물채 끝으로 카펫을 톡 쳤다⁠. “⁠지금 서 계신⁠, 아니 꿇고 계신 자리가 의장님 방망이 칠 때 사무총장이 서는 자리예요⁠.⁠”

“⁠고양이가 먼저 왔어요⁠.⁠”

“⁠고양이가 먼저 와도 의자는 의원님 겁니다⁠.⁠”

금동하가 휴대전화를 꺼내 틈을 찍으려 했다⁠. 오만식이 손바닥으로 화면을 덮었다⁠.

“⁠찍지 마⁠. 사진 나가면 우리 과 전부 시말서야⁠.⁠”

바다 등 뒤에서 국밥이 낮게 하악⁠, 소리를 냈다⁠. 오만식이 반걸음 물러났다가 도로 반걸음 나왔다⁠.

“⁠진바다 씨⁠. 오늘 두 시에 본회의가 있습니다⁠. 내년 나라 살림을 정하는 날이에요⁠. 의원님 삼백 분이 들어오셔서 고함을 치시고⁠, 의장님이 의사봉을 세 번 내려치십니다⁠. 바로 이 위에서요⁠.⁠” 오만식이 그물채로 의장석 위 나무 의사봉을 가리켰다⁠. “⁠갓 난 고양이한테는 공사장입니다⁠. 지금 꺼내서 따뜻한 데로 옮기는 게 고양이를 위한 거예요⁠.⁠”

“⁠새끼 옮기면 어미가 버려요⁠. 사람 냄새 묻으면 안 키운대요⁠.⁠”

“⁠누가 그래요⁠?⁠”

“⁠다들 그래요⁠.⁠”

“⁠다들이 누군데요⁠?⁠”

“⁠…⁠…캣맘 모임이요⁠.⁠”

“⁠국회 캣맘 모임⁠.⁠” 오만식이 그물채를 고쳐 쥐었다⁠. “⁠급식소 그릇 치워 달라고 제가 협조 공문 세 번 보낸 그 모임⁠.⁠”

“⁠네 번이요⁠. 한 번은 회신 안 하셨잖아요⁠.⁠”

금동하가 웃음을 참다가 콧구멍으로 내보냈다⁠. 오만식이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금동하 씨⁠, 의장석 삼 번 마이크⁠.⁠”

“⁠네⁠, 과장님⁠.⁠”

바다는 팔을 내리지 않았다⁠. 어깨가 저려 왔다⁠. 등 뒤의 틈에서 젖 빠는 소리가 쪽쪽 이어졌고⁠, 이따금 국밥의 꼬리가 바다의 종아리를 스쳤다⁠. 따뜻하고 묵직한 꼬리였다⁠.

오만식이 다시 무릎을 굽혀 손전등을 비췄다⁠. 국밥이 노란 눈으로 불빛을 똑바로 받았다⁠. 불빛이 국밥의 왼쪽 귀에서 멈췄다⁠. 귀 끝이 손톱만큼 잘려 나가 일자로 반듯했다⁠. 오만식의 손전등이 거기서 잠깐 떨렸다가 꺼졌다⁠.

“⁠과장님⁠?⁠”

“⁠배터리⁠.⁠” 오만식이 손전등을 조끼 주머니에 꽂았다⁠. 바다는 손전등이 꺼지기 직전 버튼 누르는 소리를 들었다⁠.

오만식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오만식은 몸을 돌려 받았지만 텅 빈 본회의장은 소리를 다 돌려주었다⁠.

“⁠네⁠, 총장님⁠. 네⁠. 고양이입니다⁠. 네⁠, 새끼요⁠. 네 마리요⁠.⁠” 잠깐 말이 끊겼다⁠. “⁠출산은 제가 막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네⁠. 두 시까지요⁠.⁠”

오만식이 전화를 끊고 바다를 보았다⁠.

“⁠사무총장님 지시입니다⁠. 두 시 전에 비웁니다⁠. 그때까지 진바다 씨가 여기 계시든 말든⁠, 저는 한 시 반에 그물채 들고 다시 옵니다⁠.⁠”

*

열한 시⁠, 의원회관 6층 탁원구 의원실은 넥타이 두 개를 놓고 회의 중이었다⁠.

“⁠남색이 낫지⁠?⁠” 탁원구가 거울 앞에서 남색과 연두를 번갈아 목에 댔다⁠. “⁠연두는 너무 상큼한가⁠. 예산안 날 상큼하면 안 되잖아⁠.⁠”

“⁠의원님⁠, 본회의장 의장석 밑에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응⁠, 남색⁠.⁠” 탁원구가 넥타이를 매다 멈췄다⁠. “⁠뭐⁠?⁠”

바다가 휴대전화 사진을 내밀었다⁠. 손전등 빛 속 노란 눈 두 개와 털 뭉치 넷⁠. 탁원구는 사진을 들여다보다 손가락으로 확대했다가⁠, 다시 줄였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바다 씨⁠. 본회의 날 아침에 고양이 얘기를 하면 내가 뭐라고 해야 돼⁠?⁠”

벽걸이 텔레비전에서 속보 음악이 울렸다⁠. 여당 원내대표 맹준표가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연단에 서 있었다⁠.

“⁠국민 여러분⁠. 오늘 아침 본회의장에서 예기치 못한 생명의 탄생이 있었습니다⁠. 본회의장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표결을 강행할 수는 없습니다⁠. 안전 확보는 사무처와 야당의 책임입니다⁠.⁠”

화면이 바뀌었다⁠. 야당 원내대표 하정필이 복도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하정필은 기자들 마이크가 턱에 닿아도 서두르지 않았다⁠.

“⁠막 태어난 생명 넷을 쫓아내고 여는 본회의에 우리 당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넷이에요⁠. 넷⁠.⁠”

바다는 화면을 보다가 탁원구를 보았다⁠. 이틀 전까지 여야는 정부 대표 사업 3조 원을 두고 마주 앉았다가 판을 엎은 참이었다⁠. 예결위는 11월 30일까지 심사를 못 끝냈고⁠, 정부안은 12월 1일 본회의에 저절로 올라와 있었다⁠. 헌법은 국회가 새해 살림을 회계연도 시작 30일 전까지⁠, 12월 2일까지 정하라고 적어 두었다⁠. 오늘이 바로 12월 2일이었다⁠. 오늘 밤 열두 시가 지나면 국회는 또 기한을 어긴 국회가 된다⁠. 어긴 까닭을 서로 상대에게 미룰 거리가 없던 참에⁠, 고양이가 왔다⁠.

탁원구가 넥타이 매듭을 끝까지 올렸다⁠.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바다 씨⁠. 고양이 절대 못 옮기게 해⁠. 원내대표님 지시야⁠.⁠”

“⁠아직 지시 안 하셨잖아요⁠.⁠”

“⁠곧 하실 거야⁠. 내가 아는 원내대표님이면 십 분 안에 하셔⁠.⁠”

칠 분 뒤에 원내대표실 단톡방에 공지가 떴다⁠. 「⁠원내대표 지시⁠: 본회의장 고양이 이동 절대 불가⁠. 생명 존중⁠. 관련 보좌진은 현장 대기⁠」⁠. 탁원구가 휴대전화를 들어 보였다⁠. 칠 분이었다⁠.

열두 시 오십팔 분⁠, 바다는 본회의장 출입문 앞 복도 의자에 앉아 사료 봉지를 무릎에 얹고 있었다⁠. 의원실 사람들의 휴대전화가 한꺼번에 울렸다⁠. 「⁠속보⁠: 여야⁠, 본회의장 고양이 출산에 예산안 표결 연기⁠」⁠. 몇 초 뒤 외국 통신사 속보도 번역되어 올라왔다⁠. 「⁠한국 국회⁠, 고양이 출산으로 예산 표결 미뤄⁠」⁠. 엄마의 문자가 이어서 왔다⁠. 「⁠엄마⁠: 고양이가 왜 예산을 미뤄⁠」

한 시 반⁠, 복도 끝에서 그물채 끝이 먼저 나타났다⁠. 오만식이 바다 앞에 멈췄다⁠. 그물채는 등 뒤로 돌려 쥐고 있었다⁠.

“⁠두 시 본회의는 없어졌습니다⁠. 축하드려요⁠.⁠” 오만식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총장님 지시가 새로 내려왔어요⁠. 오늘 밤 열두 시 전에 꺼냅니다⁠.⁠”

“⁠왜 열두 시예요⁠?⁠”

“⁠헌법이 정한 기한이 오늘 밤 열두 시거든요⁠.⁠” 오만식이 안경을 밀어 올렸다⁠. “⁠기한 넘긴 까닭이 고양이로 남으면⁠, 그 고양이를 못 치운 건 사무처로 남습니다⁠. 저는 그건 못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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