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5,131자) · 마지막 불

가까운 쪽을 골랐다

드래곤이 처음으로 먹지 않은 아이 · 황보겸

칠월에 마지막 마을이 꺼졌다⁠.

여섯 가운데 셋이 병이 나서 도성으로 갔다⁠. 남은 셋으로는 불이 모자랐다⁠.

꺼지던 밤에 아셀이 거기 있었다⁠.

아셀이 이 밤에 마을에 앉아서 세비를 생각했다⁠.

세비가 누나를 두 번 부른 날이 있었다⁠.

생일이라고 했다⁠.

두 번 부르면 어떻게 되는지 아셀은 이때 몰랐다⁠.

지금은 짐작한다⁠.

한 번 부르면 냄새가 나온다⁠. 배가 열린다⁠.

두 번 부르면 두 번 열린다⁠.

열린 자리로 못 참는 것이 나온다⁠.

세비가 이날 밤에 먹힌 것이 아니다⁠. 이후로 석 달 더 살았다⁠.

석 달 동안 세비는 날마다 한 번씩 불렀다⁠.

한 번씩 여는 것이 석 달이면 아흔 번이다⁠.

아셀이 이 셈을 하고 앉아 있었다⁠.

세비가 저를 조금씩 열어 놓은 것이다⁠.

알고 했는지 모르고 했는지 아셀은 모른다⁠.

아마 몰랐을 것이다⁠.

알았으면 안 불렀을까⁠.

아셀이 이것도 생각했다⁠.

세비는 알아도 불렀을 것 같았다⁠.

「⁠안 부르면 잊어버려⁠.⁠」

이 말을 하던 얼굴을 아셀은 기억한다⁠.

기억한다는 것이 이상했다⁠.

세비는 먹혔는데 아셀은 이 얼굴을 안 잊었다⁠.

미르가 안 먹은 사람은 미르가 지우지도 못한다⁠.

그래서 아셀 안에만 세비가 남아 있다⁠.

아셀이 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어서서 두 이름을 불렀다⁠.

“⁠세비⁠.⁠”

“⁠세하⁠.⁠”

들판에서 이 소리가 멀리 갔다⁠.

돌아오지 않았다⁠.

노인이 어귀에 앉아 있었다⁠.

“⁠…꺼지오⁠.⁠”

아셀이 물었다⁠.

“⁠어르신은 어찌 되십니까⁠?⁠”

노인이 말했다⁠.

“⁠나는 여기 사람이 아니오⁠.⁠”

아셀이 고개를 들었다⁠.

“⁠…예⁠?⁠”

노인이 말했다⁠.

“⁠나는 도성 사람이오⁠. 호적이 있소⁠.⁠”

“⁠…⁠”

“⁠이 마을은 형 것이오⁠.⁠”

아셀이 물었다⁠.

“⁠그럼 꺼지면 어르신은 남습니까⁠?⁠”

노인이 말했다⁠.

“⁠남소⁠.⁠”

“⁠…형님은요⁠.⁠”

노인이 말했다⁠.

“⁠들어가오⁠.⁠”

아셀이 이 자리에 앉았다⁠.

노인이 말했다⁠.

“⁠열두 해 동안 나는 여기 살았소⁠. 호적은 도성에 두고⁠.⁠”

“⁠…⁠”

“⁠그래서 이 마을이 열두 해 갔소⁠.⁠”

아셀이 물었다⁠.

“⁠어떻게 열두 해 갔습니까⁠?⁠”

노인이 말했다⁠.

“⁠내가 날마다 불렀소⁠.⁠”

“⁠…⁠”

“⁠하루에 한 번씩 형 이름을 불렀소⁠.⁠”

아셀이 물었다⁠.

“⁠열두 해를요⁠.⁠”

노인이 말했다⁠.

“⁠사천삼백여든 번쯤 되오⁠.⁠”

아셀이 이 수를 들었다⁠.

노인이 말했다⁠.

“⁠오늘은 못 부르오⁠.⁠”

“⁠…왜요⁠?⁠”

노인이 제 목을 짚었다⁠.

“⁠…소리가 안 나오⁠.⁠”

아셀이 이 자리에 섰다⁠.

노인이 말했다⁠.

“⁠댁이 불러 주겠소⁠.⁠”

아셀이 물었다⁠.

“⁠…제가요⁠?⁠”

노인이 말했다⁠.

“⁠이름을 알려 주겠소⁠.⁠”

아셀이 고개를 저었다⁠.

“⁠어르신⁠, 제가 부르면 미르가 뱉습니다⁠.⁠”

“⁠…⁠”

“⁠뱉으면 배가 빕니다⁠. 비면 도성이 마을째 넣습니다⁠.⁠”

노인이 말했다⁠.

“⁠아오⁠.⁠”

아셀이 물었다⁠.

“⁠아시는데 부르라고 하십니까⁠?⁠”

노인이 말했다⁠.

“⁠댁이 안 부르면 오늘 밤에 형이 들어가오⁠.⁠”

“⁠…⁠”

“⁠들어가면 다시 못 나오오⁠.⁠”

아셀이 오래 앉아 있었다⁠.

노인이 말했다⁠.

“⁠댁 어머니도 그렇소⁠.⁠”

아셀이 고개를 들었다⁠.

노인이 말했다⁠.

“⁠댁이 부르면 나오고⁠, 안 부르면 안 나오오⁠.⁠”

“⁠…⁠”

“⁠그리고 부르면 어디선가 하나가 들어가오⁠?⁠”

노인이 아셀을 봤다⁠. 눈이 안 보이는데 봤다⁠.

“⁠그게 이 셈이오⁠.⁠”

아셀이 이날 밤에 마을에 남아 노인 옆에 앉아 있었다⁠.

노인이 물었다⁠.

“⁠…댁은 왜 안 부르오⁠?⁠”

아셀이 말했다⁠.

“⁠부르면 하나가 들어갑니다⁠.⁠”

노인이 말했다⁠.

“⁠그건 나도 아오⁠.⁠”

“⁠…⁠”

“⁠그런데 댁은 그것 말고도 안 부르는 까닭이 있소⁠.⁠”

아셀이 아무 말도 안 했다⁠.

노인이 말했다⁠.

“⁠무섭소⁠?⁠”

아셀이 말했다⁠.

“⁠…무섭습니다⁠.⁠”

노인이 물었다⁠.

“⁠무엇이 무섭소⁠?⁠”

아셀이 말했다⁠.

“⁠제 옆에 있던 아이가 먹혔습니다⁠.⁠”

“⁠…⁠”

“⁠그 아이가 날마다 제 누나를 불렀습니다⁠.⁠”

노인이 이 말에 고개를 들었다⁠.

아셀이 말했다⁠.

“⁠부르는 사람이 먹힙니다⁠.⁠”

노인이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말했다⁠.

“⁠…나는 열두 해 불렀소⁠.⁠”

아셀이 고개를 들었다⁠.

노인이 말했다⁠.

“⁠사천삼백여든 번 불렀는데 안 먹혔소⁠.⁠”

아셀이 물었다⁠.

“⁠…왜 안 먹히셨습니까⁠?⁠”

노인이 제 눈을 가리켰다⁠.

“⁠눈이 안 보이오⁠.⁠”

“⁠…⁠”

“⁠짐승은 눈에서 지우오⁠. 지울 눈이 없으면 못 먹소⁠.⁠”

아셀이 이 자리에 섰다⁠.

노인이 말했다⁠.

“⁠그러니 부르는 사람은 눈먼 사람이라야 하오⁠.⁠”

“⁠…⁠”

“⁠성한 사람이 부르면 먹히오⁠.⁠”

아셀이 물었다⁠.

“⁠…그럼 마을마다 눈먼 사람이 많은 까닭이⁠.⁠”

노인이 말했다⁠.

“⁠부르다가 먼 것이 아니라⁠, 먼 사람이 불렀소⁠.⁠”

“⁠…⁠”

“⁠먼 사람만 살아남아서 부르고 있소⁠.⁠”

아셀이 이 말을 오래 들었다⁠.

노인이 말했다⁠.

“⁠성한 사람이 부른 것이 훨씬 많소⁠.⁠”

“⁠…⁠”

“⁠그 사람들은 다 배 속에 있소⁠.⁠”

아셀이 이 말을 듣고 물었다⁠.

“⁠…어르신⁠, 그럼 저는 왜 안 먹힙니까⁠?⁠”

노인이 말했다⁠.

“⁠댁은 눈이 성하오⁠.⁠”

“⁠…⁠”

“⁠성한데 안 먹혔소⁠.⁠”

아셀이 말했다⁠.

“⁠짐승이 제 냄새를 안 맡습니다⁠.⁠”

노인이 고개를 들었다⁠.

“⁠…왜 안 맡소⁠?⁠”

아셀이 말했다⁠.

“⁠제 이름이 지은 이름입니다⁠.⁠”

노인이 이 자리에 앉았다⁠.

“⁠…지었소⁠?⁠”

“⁠여덟에 지었습니다⁠.⁠”

노인이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러면 댁은 먹힐 것이 없구려⁠.⁠”

아셀이 말했다⁠.

“⁠없습니다⁠.⁠”

노인이 물었다⁠.

“⁠…그게 좋소⁠?⁠”

아셀이 이 물음에 대답을 못 했다⁠.

노인이 말했다⁠.

“⁠먹힐 것이 없다는 말은 잃을 것이 없다는 말이오⁠.⁠”

“⁠…⁠”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안 지키오⁠.⁠”

아셀이 말했다⁠.

“⁠…지킬 것은 있습니다⁠.⁠”

노인이 물었다⁠.

“⁠무엇이오⁠?⁠”

아셀이 말했다⁠.

“⁠제가 아는 이름 셋입니다⁠.⁠”

노인이 이 밤에 아셀한테 물었다⁠.

“⁠…댁 이름이 무엇이오⁠?⁠”

아셀이 말했다⁠.

“⁠아셀입니다⁠.⁠”

노인이 이것을 두 번 되뇌었다⁠.

“⁠…아셀⁠.⁠”

“⁠…아셀⁠.⁠”

되뇌고 나서 말했다⁠.

“⁠외웠소⁠.⁠”

아셀이 물었다⁠.

“⁠…왜 외우십니까⁠?⁠”

노인이 말했다⁠.

“⁠나는 눈이 안 보이니 안 잊소⁠.⁠”

아셀이 물었다⁠.

“⁠어르신은 열두 해 동안 그 셈을 아셨습니까⁠?⁠”

노인이 말했다⁠.

“⁠알았소⁠.⁠”

“⁠…⁠”

“⁠내가 형을 부르는 동안 어디선가 열둘이 들어갔소⁠.⁠”

아셀이 물었다⁠.

“⁠…아시면서 부르셨습니까⁠?⁠”

노인이 말했다⁠.

“⁠불렀소⁠.⁠”

아셀이 말했다⁠.

“⁠…그건 나쁜 것 아닙니까⁠?⁠”

노인이 말했다⁠.

“⁠나쁘오⁠.⁠”

“⁠…⁠”

“⁠그런데 안 부르면 형이 들어가오⁠.⁠”

노인이 말했다⁠.

“⁠둘 다 나쁘오⁠. 나는 덜 나쁜 쪽을 못 골랐소⁠. 가까운 쪽을 골랐소⁠.⁠”

아셀이 이날 밤에 부르지 않았다⁠.

마을이 꺼졌다⁠.

꺼지는 데 한나절이 걸렸다⁠.

담이 먼저 없어지고 우물이 없어지고 집이 없어졌다⁠.

노인이 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앉아 있는 자리가 들판이 됐다⁠.

아셀이 노인을 도성으로 데려왔다⁠.

데려오는 길에 노인이 말했다⁠.

“⁠…댁이 옳소⁠.⁠”

아셀이 말했다⁠.

“⁠안 옳습니다⁠.⁠”

“⁠…⁠”

“⁠저는 고른 것이 아니라 못 고른 것입니다⁠.⁠”

노인이 말했다⁠.

“⁠그게 다르오⁠?⁠”

아셀이 말했다⁠.

“⁠다릅니다⁠.⁠”

“⁠…⁠”

“⁠고른 사람은 다음에 또 고릅니다⁠. 못 고른 사람은 다음에도 못 고릅니다⁠.⁠”

노인이 아무 말도 안 했다⁠.

도성에 닿은 것은 사흘 뒤였다⁠.

닿으니 남문에 방이 붙어 있었다⁠.

가을 초하루에 열두 번째 문을 연다는 방이었다⁠.

봄에 여는 것이 법도인데 가을에 연다고 했다⁠.

아셀이 이 방을 읽었다⁠.

방 아래에 한 줄이 더 있었다⁠.

「⁠이번에는 하나가 아니다⁠.⁠」

아셀이 이 방을 보고 회의방 환기구로 갔다⁠.

셋이 앉아 있었다⁠.

첫째가 말했다⁠.

“⁠몇을 넣소⁠?⁠”

셋째가 말했다⁠.

“⁠쉰이오⁠.⁠”

둘째가 말했다⁠.

“⁠쉰이면 마을 둘이오⁠.⁠”

셋째가 말했다⁠.

“⁠마을 둘이 아니라 사람 쉰이오⁠.⁠”

첫째가 물었다⁠.

“⁠어디서 쉰을 뽑소⁠?⁠”

셋째가 말했다⁠.

“⁠호적에서 뽑으면 되오⁠.⁠”

“⁠…⁠”

“⁠들판에서 데려온 것이 이백서른이오⁠. 그중에 쉰이면 되오⁠.⁠”

둘째가 말했다⁠.

“⁠데려올 때 호적을 줬소⁠.⁠”

셋째가 말했다⁠.

“⁠줬으니 뺄 수 있소⁠.⁠”

방이 조용해졌다⁠.

첫째가 물었다⁠.

“⁠미르가 쉰을 한 번에 먹소⁠?⁠”

셋째가 말했다⁠.

“⁠배가 비면 먹소⁠.⁠”

“⁠…비었소⁠?⁠”

셋째가 말했다⁠.

“⁠아직이오⁠.⁠”

“⁠…⁠”

“⁠그래서 그 아이를 부르게 해야 하오⁠.⁠”

첫째가 물었다⁠.

“⁠안 부르면요⁠.⁠”

셋째가 말했다⁠.

“⁠부르게 만들면 되오⁠.⁠”

아셀이 이 말을 듣고 내려왔다⁠.

내려와서 지하 첫째 문 앞에 앉았다⁠.

앉아서 셈을 했다⁠.

부르게 만드는 법이 무엇인지 아셀은 안다⁠.

아셀이 부를 이름은 하나다⁠.

어머니다⁠.

어머니를 부르게 만들려면 어머니가 급해야 한다⁠.

배 속에 든 것이 급해지는 일이 있는지 아셀은 몰랐다⁠.

몰랐는데 이튿날 알았다⁠.

이튿날 도성이 남쪽 들판에 불을 놓았다⁠.

들판이 탔다⁠.

사흘 탔다⁠.

탄 자리에는 아무것도 안 돋는다⁠.

들판이 타면 거기 돋을 마을도 못 돋는다⁠.

아셀이 성벽에서 이것을 봤다⁠.

연기가 사흘 동안 남쪽을 덮었다⁠.

사흘째 밤에 아셀이 환기구로 들어갔다⁠.

미르가 떨고 있었다⁠.

새벽이 아닌데 떨었다⁠.

코가 벌어져 있었다⁠.

아셀이 앉았다⁠.

“⁠…미르⁠.⁠”

미르가 소리를 냈다⁠.

길게 여러 번이었다⁠.

아셀이 이 소리를 처음 들었다⁠.

노인이 없어서 물어볼 데가 없었다⁠. 노인은 도성 숙소에서 앓고 있었다⁠.

아셀이 이 소리를 외웠다⁠.

외워서 노인한테 갔다⁠.

노인이 이것을 듣고 일어나 앉았다⁠.

“⁠…그건⁠.⁠”

아셀이 물었다⁠.

“⁠무엇입니까⁠?⁠”

노인이 말했다⁠.

“⁠…우는 소리요⁠.⁠”

아셀이 이 자리에 섰다⁠.

노인이 말했다⁠.

“⁠댁⁠, 들판이 탔소⁠?⁠”

“⁠…탔습니다⁠.⁠”

노인이 말했다⁠.

“⁠그러면 미르 배 속이 탔소⁠.⁠”

아셀이 물었다⁠.

“⁠…배 속이요⁠?⁠”

노인이 말했다⁠.

“⁠배 속에 든 것이 그 들판이오⁠.⁠”

“⁠…⁠”

“⁠땅이 타면 그 땅에 얹혀 있던 것이 다 타오⁠.⁠”

아셀이 물었다⁠.

“⁠…그럼 사천이백열아홉이요⁠?⁠”

노인이 말했다⁠.

“⁠몇이 탔는지는 모르오⁠.⁠”

아셀이 돌아가서 미르한테 물었다⁠.

“⁠…몇입니까⁠?⁠”

미르가 소리를 냈다⁠.

길게 셋⁠, 짧게 여덟⁠, 길게 둘⁠, 짧게 하나였다⁠.

아셀이 셈했다⁠.

삼천팔백이십일이다⁠.

사천이백열아홉에서 삼천팔백이십일을 빼면 삼백구십팔이다⁠.

삼백구십팔이 남았다⁠.

7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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