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5,101자) · 이백

불이 여섯이면 여섯만큼만

이름을 먹는 드래곤 · 백해원

도성이 유월 초에 들판으로 다시 갔다.

이번에는 마흔이 아니라 이백이었다.

이백 가운데 들판 출신을 다 뺐다.

빼는 데 이레가 걸렸다. 도성 병사 삼백 가운데 백이 들판 출신이었다.

문서관이 그 이레 동안 남쪽으로 갔다.

병사 이백을 따라간 것이 아니라 혼자 갔다.

가서 비워지는 마을을 봤다.

돌아와서 아셀한테 말했다.

“…스물여섯을 데려오더라.”

“…예.”

“데려오면서 호적을 줬다.”

아셀이 물었다.

“…그게 나쁩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호적을 주는 것은 좋다.”

“…”

“주면서 마을을 지우는 것이 나쁘다.”

아셀이 물었다.

“둘을 따로 할 수 있습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있다.”

“…”

“마을을 지도에 올리고 거기 사는 사람한테 호적을 주면 된다.”

아셀이 물었다.

“그러면 어찌 됩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땅이 그 마을 것이 된다.”

“…”

“도성이 그것을 싫어한다.”

아셀이 물었다.

“…땅 때문입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땅 때문이다.”

문서관이 창을 봤다.

“남쪽 들판이 로한 땅 넓이의 셋에 하나다.”

“…”

“그 셋에 하나가 원래 마을이었다.”

아셀이 그 자리에 섰다.

문서관이 말했다.

“나라가 넓어진 까닭이 사람을 먹였기 때문이다.”

“…”

“열여섯 해 동안 나는 그것을 몰랐다.”

아셀이 물었다.

“…아시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세겠다.”

“…”

“세는 것밖에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백을 빼고 이백을 보냈다.

첫째 마을 어귀에 눈먼 사람 넷이 섰다.

이름을 불렀다.

이백 가운데 아무도 안 멈췄다.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못 부른다.

그날 첫째 마을이 비워졌다.

비웠다는 말은 사람을 도성으로 데려갔다는 뜻이다.

스물여섯이 갔다.

가면서 호적을 받았다.

호적을 받으면 이름이 도성 것이 된다.

이름이 도성 것이 되면 그 사람이 돋아 있던 마을은 지도에서 다시 사라진다.

첫째 마을이 그날 저녁에 사라졌다.

아셀이 성벽에서 그것을 봤다.

불빛이 열둘에서 열하나가 됐다.

이튿날 열이 됐다.

사흘째에 여덟이 됐다.

닷새째에 넷이 됐다.

이레째에 하나가 남았다.

남은 하나가 눈먼 노인의 마을이었다.

아셀이 그리로 갔다.

가니 마을에 사람이 여섯 남아 있었다.

여섯이 다 눈먼 사람이었다.

노인이 어귀에 앉아 있었다.

“…왔소.”

“왔습니다.”

“여섯이오.”

아셀이 물었다.

“나머지는 어찌 됩니까?”

노인이 말했다.

“갔소.”

“…”

“호적을 받으러 갔소.”

아셀이 물었다.

“어르신은 왜 안 가십니까?”

노인이 말했다.

“가면 형 이름이 없어지오.”

아셀이 그 자리에 앉았다.

노인이 말했다.

“나는 형을 불러서 이 마을을 돋게 했소.”

“…”

“내가 호적을 받으면 나는 도성 사람이 되고, 이 마을은 지도에서 없어지오.”

“…”

“없어지면 형이 도로 들어가오.”

아셀이 물었다.

“…미르 배 속에요?”

노인이 말했다.

“그렇소.”

아셀이 그날 밤에 마을에 남았다.

여섯이 불을 켜 놓고 있었다.

집이 스물 몇인데 여섯이 켠다. 나머지는 어둡다.

노인이 말했다.

“불이 여섯이면 여섯만큼만 돋아 있소.”

“…줄어듭니까?”

“줄어드오.”

아셀이 마을을 봤다.

어두운 집 가운데 몇이 흐려져 있었다.

담이 반쯤 없었다.

우물이 흐렸다.

아셀이 물었다.

“…며칠 갑니까?”

노인이 말했다.

“여섯이면 며칠 못 가오.”

새벽에 아셀이 도성으로 돌아갔다.

돌아가서 회의방 환기구에 붙었다.

셋이 앉아 있었다.

첫째가 말했다.

“열하나를 치웠소.”

둘째가 말했다.

“하나 남았소.”

셋째가 말했다.

“그건 저절로 꺼지오.”

첫째가 말했다.

“그럼 비웁시다.”

둘째가 물었다.

“어떻게 비우오?”

셋째가 말했다.

“부르면 되오.”

방이 조용해졌다.

첫째가 말했다.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소.”

셋째가 말했다.

“하나 있소.”

아셀이 그 말에 숨을 멈췄다.

첫째가 물었다.

“누구요?”

셋째가 말했다.

“봄에 안 먹힌 아이요.”

첫째가 말했다.

“…그 아이가 이름을 아오?”

셋째가 말했다.

“지하에서 서판을 하나 들고 나갔소.”

둘째가 말했다.

“…봤소?”

셋째가 말했다.

“봤소.”

첫째가 물었다.

“그 아이가 부르면 뱉소?”

셋째가 말했다.

“뱉었소. 지난달에 하나 뱉었소.”

둘째가 말했다.

“그럼 그 아이를 시키면 되겠소.”

셋째가 말했다.

“시킬 것 없소.”

“…”

“그 아이는 제 어미를 찾고 있소.”

첫째가 말했다.

“…그럼 알아서 부르겠구려.”

셋째가 말했다.

“부르게 두면 되오.”

“…”

“부를 때마다 하나씩 비오. 비면 우리가 마을째 넣소.”

아셀이 환기구에서 내려왔다.

아셀이 내려와서 문서관한테 그 말을 옮겼다.

문서관이 듣고 한참 앉아 있었다.

“…네가 부르면 하나가 나오고 어디선가 하나가 들어간다고.”

아셀이 말했다.

“그렇게 말했습니다.”

문서관이 물었다.

“그 말이 맞느냐?”

아셀이 말했다.

“모릅니다.”

문서관이 붓을 들었다.

“세어 보자.”

아셀이 물었다.

“…무엇을 세십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네가 부른 것이 몇이냐?”

아셀이 셈을 했다.

“…하나입니다.”

“언제냐?”

“지난달입니다.”

문서관이 적었다.

“그 뒤에 도성 호적에서 빠진 사람이 몇이냐?”

아셀이 말했다.

“모릅니다.”

문서관이 말했다.

“내가 안다.”

“…”

“지난달에 넷이 빠졌다.”

아셀이 그 자리에 섰다.

문서관이 말했다.

“네가 하나를 불렀는데 넷이 빠졌다.”

“…”

“하나에 하나가 아니다.”

아셀이 물었다.

“…그럼 무엇입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그 넷이 네가 부른 것 때문인지 아닌지를 모른다.”

“…”

“그게 셈의 어려운 데다.”

아셀이 물었다.

“어떻게 압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네가 안 부른 달을 보면 된다.”

문서관이 명부를 넘겼다.

“네가 안 부른 달에도 넷이 빠졌다.”

“…”

“다섯 달 다 넷씩이다.”

아셀이 그 자리에 앉았다.

문서관이 말했다.

“네가 부르든 안 부르든 한 달에 넷이 빠진다.”

“…”

“네 탓이 아니다.”

아셀이 물었다.

“…그럼 누구 탓입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짐승이 못 참는 것이다.”

“…”

“그리고 그것을 안 고치는 것이 도성 탓이다.”

아셀이 물었다.

“그럼 제가 불러도 됩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불러라.”

“…”

“다만 부른 것을 적어라.”

아셀이 물었다.

“…적어서 무엇 합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적어야 셈이 된다.”

“…”

“셈이 되어야 네 탓이 아닌 것을 네 탓이라고 못 한다.”

내려와서 계단에 앉았다.

앉아서 셈을 했다.

아셀이 어머니를 부르면 미르가 뱉는다.

뱉으면 배가 빈다.

배가 비면 도성이 마을째 먹인다.

아셀이 안 부르면 어머니는 안 나온다.

아셀이 부르면 어디선가 마을이 하나 없어진다.

아셀은 그 자리에 오래 앉아 있었다.

아셀이 그날 밤에 환기구로 들어갔다.

미르가 목 아래 눈을 떴다.

아셀이 앉았다.

“미르.”

미르가 코를 벌렸다.

“제가 부르면 하나씩 비지요.”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비면 도성이 채웁니다.”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물었다.

“그럼 부르면 안 됩니까?”

미르가 소리를 냈다.

짧게 두 번이었다.

아셀이 물었다.

“…부르라는 뜻입니까?”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말했다.

“부르면 마을이 하나 없어집니다.”

미르가 소리를 냈다.

길게 한 번이었다.

「못 참았다」다.

아셀이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미르가 목을 뻗었다.

뻗어서 아셀 앞에 코를 댔다.

코를 크게 벌렸다.

새벽이 아닌데 벌렸다.

아셀이 그 냄새를 맡았다.

미르 안에서 나오는 냄새다.

이번에는 사람 냄새가 아니었다.

풀 냄새였다.

들판 냄새다.

아셀이 그 자리에 앉았다.

“…풀 냄새가 납니다.”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물었다.

“…이게 고프신 것입니까?”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물었다.

“들판이 고프십니까?”

미르가 소리를 냈다.

짧게 한 번, 길게 한 번이었다.

부르는 가락이다.

아셀이 그때 알았다.

미르가 부르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땅이다.

미르는 삼백 해 동안 지하 방에 있었다.

돌 세 겹 뒤에 있었다.

그동안 먹은 것이 사천이백열아홉이다.

먹은 것은 이름이고 이름 안에 그 사람이 살던 마을이 들어 있다.

마을 안에 들판이 들어 있다.

미르는 들판을 먹어 왔다.

먹어서 배가 부른데 못 나간다.

밖에 나가면 될 것을 못 나간다.

아셀이 물었다.

“…나가고 싶으십니까?”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물었다.

“왜 못 나가십니까?”

미르가 소리를 냈다.

길게 두 번이었다.

아셀이 그것을 알아들었다.

「너무 컸다」가 아니었다.

미르는 작다. 소 두 마리쯤이다.

문이 좁아서가 아니다.

아셀이 환기구를 봤다.

아셀이 드나드는 구멍이다.

미르가 그리로 못 나가는 것이 맞다.

그런데 돌 세 겹은 봄에 열린다.

한 해에 한 번 열린다.

열릴 때 나가면 된다.

삼백 해에 삼백 번 열렸다.

한 번도 안 나갔다.

아셀이 물었다.

“…나가면 어떻게 됩니까?”

미르가 소리를 냈다.

짧게 세 번이었다.

아셀이 그것을 못 알아들었다.

이튿날 눈먼 노인한테 가서 그 소리를 냈다.

노인이 듣고 말했다.

“…그건 세는 소리요.”

아셀이 물었다.

“…셋이요?”

노인이 말했다.

“셋이 아니라 세고 있는 소리요.”

“…”

“무엇이 몇인지 세는 소리요.”

아셀이 돌아가서 물었다.

“미르, 무엇을 세십니까?”

미르가 코를 벌렸다.

아셀이 말했다.

“…배 속에 든 것을 세십니까?”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물었다.

“몇입니까?”

미르가 소리를 냈다.

길게 넷, 짧게 둘, 길게 하나, 짧게 아홉이었다.

아셀이 그것을 셈했다.

사천이백열아홉이다.

아셀이 물었다.

“…다 세고 계십니까?”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물었다.

“삼백 해 동안요.”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미르가 안 나간 까닭을 알았다.

나가면 배 속에 든 사천이백열아홉이 어디로 가는지 미르가 모른다.

6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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