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6,464자)
깨진 기와 값은 따로
무림 고수들에게 수리비 받기 · 권무한
찻집 지붕의 용마루는 아침 햇살을 받아 아직 미지근했다. 진바우는 이 위에 쭈그려 앉아 손바닥으로 기와 등을 하나씩 쓸어 나갔다. 금이 간 기와는 손끝에 걸리는 소리부터 달랐고, 밑에서 받치는 서까래가 썩었으면 기와를 누를 때 손바닥 아래가 반 푼쯤 꺼졌다. 어제 고수 하나가 이 지붕을 밟고 뛰어 지나가면서 남긴 발자국이 기와 서른 장을 깨 놓았고, 서까래 두 개를 부러뜨렸다.
마당에서는 견습 마석공이 찻집 주인과 마주 서 있었다.
“기와 서른 장에 서까래 둘, 흙 두 짐, 품삯 하루. 그리고 깨진 기와 값은 따로요.”
“깨진 기와 값이 기와 값이지, 그게 왜 따로야?”
“깨진 걸 치우는 값이죠. 깨진 기와는 혼자 안 내려와요. 누가 들고 내려와야 돼요. 그게 저고요.”
찻집 주인이 지붕을 올려다보았다. 바우는 용마루에서 고개만 내밀었다.
“깨진 기와 값은 빼세요. 치우는 건 원래 품삯에 들어 있어요.”
“형님!”
마석공이 두 팔을 벌렸다. 스물한 살짜리 견습은 이름이 석공인데 목수 집에서 일했다. 이름 때문에 석공 집에서 쫓겨났다는 말을 하루에 한 번은 했고, 망치질은 아직 서툴렀지만 값을 부르는 입만큼은 소요진 나루 생선 장수들도 혀를 내둘렀다.
“그럼 이 돈은 누가 내우? 어제 지붕 밟은 그 칼잡이는 벌써 남창으로 갔다던데.”
“어제 저녁에 나루까지 쫓아가서 받아 왔어요.”
바우가 허리춤의 주머니를 들어 보였다. 동전 꿰미가 짤랑거렸다. 찻집 주인이 입을 벌렸다가 닫았다. 소요진 객잔 거리에는 오래된 말이 하나 있었다. 부순 손이 문다. 칼을 휘두르고 발을 구른 사람이 집값을 낸다는 말인데, 이 말대로 값을 받아 내는 사람은 거리에 바우 하나뿐이었다.
이때 두 집 건너에서 무언가 우지끈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는 나무마다 다르다. 소나무는 찢어지듯 길게 울고, 삼나무는 툭 끊긴다. 지금 난 소리는 낮고 둔했다. 오래 마른 느릅나무 대들보가 가운데서 꺾일 때 나는 소리였다. 바우는 이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지붕 처마로 미끄러져 내려와 사다리를 건너뛰고 땅에 발을 디뎠다.
버들객잔 이층이 마당 쪽으로 반쯤 주저앉아 있었다. 먼지가 햇살 속에 뿌옇게 떠올랐고, 이 아래로 깨진 술독에서 흘러나온 황주가 흙바닥을 검게 적셨다. 기와가 아직도 하나씩 미끄러져 떨어졌다.
마당 한가운데에 사내 둘이 서 있었다. 하나는 왼쪽 소매가 빈 채로 펄럭이는 서른 중반의 검객이었고, 오른손에 쥔 칼끝이 흙을 향해 있었다. 다른 하나는 어깨가 문짝만 한 사내였는데, 손에 든 도끼날에 대들보 나뭇조각이 박혀 있었다. 도끼 쓰는 사내는 바우와 눈이 마주치자 혀를 차고 뒷담을 넘어 사라졌다.
외팔 검객이 칼을 칼집에 넣었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대문 쪽으로 걸었다.
바우가 앞을 막았다.
“수리비 내고 가셔야죠.”
“도끼가 먼저 쳤소.”
“대들보는 칼이 먼저 쳤어요.”
바우가 주저앉은 이층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부러진 대들보 단면은 두 갈래였다. 한쪽은 짓눌려 터진 결이었고, 다른 쪽은 손가락을 대면 베일 만큼 매끈했다. 바우는 걸어가서 매끈한 쪽을 엄지로 쓸었다. 칼날이 나무를 먼저 반쯤 갈랐고, 도끼가 이 자리를 마저 찍었다. 칼이 지나간 나무는 결을 따라 차갑게 갈라진다.
“칼자국이 도끼 자국 밑에 있어요. 반은 손님 값이고, 반은 도끼 값이에요.”
검객이 바우를 내려다보았다. 대답 대신 바우를 비켜 걸었고, 바우는 손을 뻗어 검객의 왼쪽 소매를 잡았다. 소매는 텅 비어 있었다. 손에 쥔 천이 힘없이 딸려 오다가 쑥 빠져나갔다.
“아.”
바우가 빈 천 자락을 든 채 서 있는 사이, 검객은 대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마석공이 뒤에서 혀를 찼다.
“형님, 빈 소매를 잡으면 어떡해요?”
“잡을 데가 거기밖에 없었어.”
*
여주인 하소란은 깨진 술독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서른셋의 물려받은 객잔 마당에서 독 조각을 하나씩 집어 크기대로 늘어놓고 있었다. 성한 독이 일곱, 깨진 독이 열하나였다. 바우가 다가가자 고개도 안 들고 말했다.
“대회 손님 받으려고 이층 방 여섯 개에 새 이불 넣었어요. 어제.”
“대들보 하나만 갈면 돼요. 기둥은 멀쩡해요.”
“바우 씨가 멀쩡하다면 멀쩡하겠죠. 근데 그걸 무슨 돈으로 갈아요?”
대답할 사람이 대문으로 들어왔다.
흰 장포를 입은 사내가 쇠로 된 부채를 접어 쥐고 마당에 섰다. 걸음이 느렸고, 깨진 독 조각 사이로 발을 골라 디뎠다. 뒤에 붙은 사내는 마흔쯤 되었는데, 목소리가 사내보다 먼저 마당에 들어왔다.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오. 하 사장, 다친 데는 없소?”
철혈방 거간 오길이었다. 집을 사고파는 데 끼어 값을 붙여 주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앞에 선 흰 장포는 합비 성 안 운하 짐꾼과 싸움꾼을 거느린 철혈방의 방주 설백천이었다. 거리 사람들은 이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르지 않았다. 지난 한 달 사이 거리 아래쪽에서 비무가 벌어진 집 여섯 채가 차례로 철혈방에 팔렸다.
설백천은 주저앉은 이층을 한참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소란에게 고개를 숙였다.
“대회 대목에 이런 일을 당하셨으니 딱하오.”
“딱하시면 대들보 하나 내주시든가요.”
“그보다 나은 걸 드리려 하오.”
오길이 앞으로 나와 손가락을 접었다.
“대들보 새로 깎고 이층 다시 올리고 기와 덮고 방 여섯 개 다시 짜려면 한 달이오. 한 달이면 대회 끝나요. 손님 다 떠나고 하 사장한테는 빚만 남지. 그래서 방주님이 서른 냥에 이 터를 사 주시겠다는 거요. 서른 냥이면 성 안에 방 한 칸 얻고도 남아요.”
소란의 손에서 독 조각이 떨어졌다.
“이 터가 서른 냥이에요?”
“무너진 터니까 서른 냥이지. 서 있으면 삼백 냥이고.”
설백천이 부채로 이층을 가리켰다. 이 말에는 거짓이 없었다. 바우는 이게 더 싫었다. 소란 옆으로 가서 섰다.
“하룻밤이면 됩니다.”
마당이 조용해졌다. 설백천이 바우를 처음 제대로 보았다. 땀에 전 수건을 이마에 동이고 허리에 끌과 먹통을 찬 목수였다.
“하룻밤에 대들보를?”
“깎고, 올리고, 물리고. 기와는 내일 낮에 덮어도 손님은 받아요.”
“목수 양반, 대들보 감은 어디서 나오오? 합비 목재 시장에 그만한 느릅나무는 없소.”
“있어요.”
설백천이 부채를 펼쳤다가 접었다. 쇠 살이 맞물리는 소리가 마당에 찰칵 울렸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내일 첫 햇살이 이 마당에 들 때 이층이 서 있으면, 나는 이 집 일에서 손을 떼겠소. 서 있지 않으면 하 사장은 이 터를 스무 냥에 파시오.”
“스무 냥이요?”
소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설백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기에는 값이 붙어야 하오. 목수 양반 말이 맞으면 하 사장은 삼백 냥짜리 집을 지키고, 틀리면 열 냥을 잃소. 나쁜 내기가 아니오.”
소란이 바우를 보았다. 바우는 대답 대신 부러진 대들보 아래로 들어가 기둥 머리를 손으로 짚었다. 기둥 끝이 대들보를 받던 자리에 홈이 패어 있었다. 홈의 깊이와 너비를 손가락 마디로 쟀다. 그러고는 나와서 소란 앞에 섰다.
“하세요.”
소란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설백천을 보았다.
“하겠네.”
오길이 손뼉을 쳤다.
“좋소, 좋소! 아, 목수 양반 솜씨야 우리가 알지. 작년 가을 대장간 거리 다섯 채, 방주님 땅에 아주 반듯하게 지어 주셨잖소. 그때도 하루에 한 채씩 올렸지, 아마?”
바우의 손이 허리춤의 끌에서 멈췄다.
작년 가을 대장간 거리에서 싸움이 연달아 났다. 집 다섯 채가 무너졌고, 집주인들은 터를 팔고 떠났다. 새 주인이 바우를 불러 집을 짓게 했다. 품삯은 넉넉했고 날짜도 정확히 맞춰 나왔다. 이 돈으로 바우는 목공방 지붕을 새로 이었다. 새 주인의 얼굴은 한 번도 못 봤다. 늘 거간이 와서 값을 치렀다.
이 거간의 목소리가 지금 마당에서 웃고 있었다.
설백천은 오길을 한 번 쳐다보았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깨진 독 조각 사이로 발을 골라 디디며 대문을 나갔다.
*
목공방 뒤편 처마 밑에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껍질을 벗은 채 누워 있었다.
아버지가 장가들던 해에 베어 온 나무였다. 아들을 보면 이 아들 장가갈 때 집 대들보로 쓰라고 서른 해를 그늘에서 말렸다. 바우는 해마다 이 나무를 한 번씩 굴려 갈라진 데가 없는지 손바닥으로 훑었다. 서른 해 마른 느티는 손을 대면 따뜻했고, 결이 촘촘해서 손톱으로 눌러도 자국이 안 났다.
“형님, 설마요.”
마석공이 나무 앞을 두 팔로 막았다.
“형님 장가갈 집 대들보잖아요. 형님 장가 못 가요. 형수님 될 사람이 이층 없는 집에서 살아요?”
“장가갈 데도 없어.”
“그러니까 집이라도 있어야죠!”
바우는 마석공을 옆으로 밀고 나무 끝에 밧줄을 걸었다. 소란이 객잔 수레를 끌고 왔다. 셋이 나무를 수레에 올리는 데 반 시진이 걸렸다.
해가 졌다. 바우는 버들객잔 마당에 나무를 눕히고 먹통을 꺼냈다. 먹줄을 나무 양 끝에 대고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튕기자, 검은 줄이 나뭇결 위에 곧게 박혔다. 자귀를 들어 줄 바깥을 쳐 내기 시작했다. 자귀날이 들어갈 때마다 나무가 손바닥으로 울림을 돌려보냈다. 결을 거스르면 울림이 짧게 튀었고, 결을 따르면 길게 퍼졌다. 바우는 이 울림으로 자귀 각도를 고쳤다.
소란이 등불을 세 개 내걸었다. 마석공은 나뭇조각을 쓸어 담으며 쉬지 않고 떠들었다.
“이 대들보가 몇 냥짜리냐면요, 서른 해 말린 값이 해마다 한 냥, 그럼 서른 냥, 아버님이 베어 오신 품삯, 수레 값, 형님 장가 못 가는 값—”
“그건 안 받아.”
“제가 받을게요.”
자정 무렵 거친 깎기가 끝났다. 바우는 대패를 꺼냈다. 대팻날이 나무 위를 미끄러지자 얇은 대팻밥이 둥글게 말려 나왔다. 손에 쥐면 따뜻했고, 느티 특유의 쌉쌀한 냄새가 마당에 퍼졌다. 바우는 대패질을 한 번 할 때마다 왼손바닥으로 깎인 면을 쓸었다. 눈으로는 안 보이는 높낮이가 살갗에는 걸렸다. 걸리는 데가 없어질 때까지 같은 자리를 밀었다.
양 끝에 기둥 홈에 물릴 촉을 따고 나니 축시가 넘었다.
나무는 셋이 들 무게가 아니었다. 바우는 이층 기둥 머리에 도르래를 걸고 밧줄을 내렸다. 바우와 마석공이 밧줄 한쪽에 매달리고 소란이 다른 쪽을 잡았다. 나무 한쪽 끝이 땅에서 한 자쯤 떴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형님, 안 돼요. 이거 사람 열은 있어야—”
밧줄이 갑자기 팽팽해졌다. 바우가 돌아보았다. 마석공 뒤에 누군가 서서 한 팔로 밧줄을 감아쥐고 있었다. 빈 왼쪽 소매가 밤바람에 흔들렸다.
외팔 검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우도 묻지 않았다. 넷이 밧줄을 당겼다. 대들보가 천천히 떠올랐다. 바우는 줄을 놓고 사다리로 뛰어올라 대들보 끝을 손으로 받았고, 촉을 기둥 홈에 맞춰 밀어 넣었다. 나무와 나무가 맞물리면서 손바닥 아래로 낮게 웅 하는 떨림이 지나갔다. 맞게 들어갔다.
바우는 나무못 일곱 개를 차례로 박았다. 못을 쓰지 않고 나무못으로 물린 집은 고수가 발로 차면 조금 휘었다가 돌아온다. 쇠못은 휘지 않고 부러진다. 마지막 동쪽 끝 나무못에는 대팻날 모서리로 작은 표시를 새겼다. 이 나무못 하나를 빼면 이층이 기운다. 고친 사람만 알면 되는 자리였다.
사다리에서 내려왔을 때 외팔 검객은 없었다. 밧줄 끝에 땀이 젖어 있었다.
*
새벽빛이 남비하 물 위로 번지기 시작했다. 바우는 마당 한가운데 서서 이층을 올려다보았다. 기와는 아직 덮지 못했지만 들보와 도리와 서까래가 하늘을 가르며 반듯하게 서 있었다. 소란이 이 옆에 와서 섰다. 한참 아무 말도 안 하다가 바우의 팔을 툭 쳤다.
“품삯은 반나절 값으로 해요. 하룻밤이니까.”
“밤일은 두 배예요.”
“그럼 반나절의 두 배.”
마석공이 사다리 밑에서 코를 골았다.
첫 햇살이 대문 위로 넘어올 무렵 설백천이 들어왔다. 오길이 따라붙었다. 설백천은 이층 밑으로 걸어가 손을 뻗어 대들보 아랫면을 쓸었다. 손바닥이 나무 위에서 오래 머물렀다. 손을 떼며 말했다.
“좋은 나무요.”
설백천은 소매에서 비단 주머니를 꺼내 대들보 위, 사다리를 딛고 올라가야 닿는 자리에 얹었다. 주머니가 무게에 눌려 납작해졌다. 은자 열 냥은 되어 보였다.
“수리비가 아니오. 선금이오. 철혈방 목수가 되시오. 하루에 한 냥, 내가 사는 땅마다 이런 집을 지어 주시오. 작년처럼.”
바우가 사다리를 올라 주머니 앞에 섰다. 비단 아래로 은자의 모서리가 만져졌다. 이 아래 느티나무는 아직 대팻밥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방주님이 땅을 어떻게 사시는지부터 들어야겠습니다.”
“무너진 땅을 사오. 내가 무너뜨리지는 않소.”
이때 거리 아래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연달아 세 번 울렸다. 땅이 발밑에서 흔들렸고, 대들보 위의 주머니가 반 치쯤 미끄러졌다. 사다리 위에서 바우는 거리 끝을 내려다보았다. 기름집과 신발 가게와 이 옆 민가, 지붕 세 개가 먼지 속으로 꺼져 들고 있었다. 칼 부딪는 소리와 고함이 이 먼지 속에서 터져 나왔다.
오길이 벌써 대문 밖으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오길의 허리춤에서 돈 주머니가 출렁였다.
설백천이 마당에서 바우를 올려다보았다.
“목수 양반, 오늘 밤엔 몇 채나 짓겠소?”
바우의 손이 비단 주머니 위에 얹혀 있었다. 주머니를 쥐면 하루에 한 냥이었고, 놓으면 오늘 밤 세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