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6,294자)
매파 목에 칼 두 자루
무림 결혼정보회사 · 여무겸
무림력 오백 년 삼월 초엿새 한낮, 낙양 남시 골목의 이층 객잔 월하원에서 엽소화는 거지 신랑감의 재산을 듣고 있었다.
“동냥 그릇이 둘입니다. 하나는 이가 빠졌고, 하나는 성합니다.”
허리에 헝겊 주머니 일곱 개를 찬 사내가 무릎을 꿇은 채 손가락을 꼽았다. 주머니 수로 서열을 매기는 거지 문파 개방에서 일곱 개면 낙양 분타의 우두머리 다음 자리였다. 사내는 이번 상담에 오려고 머리를 감았는지 정수리에서 물이 떨어졌다.
“지팡이 하나, 거느린 거지 아홉, 남시 다리 밑 자리 둘. 다리 밑 자리는 비가 와도 안 샙니다.”
“거느린 아홉은 식구로 칩니까, 재산으로 칩니까?”
“식구지요. 밥을 같이 빌어먹으니까.”
소화는 부채를 접어 탁자를 두 번 두드렸다. 뒤에 서 있던 견습 매파 곽춘매가 붓을 들고 외쳤다.
“월하원 상담 아홉 절차 가운데 세 번째, 바라는 배필! 신랑감께서는 어떤 분을 바라십니까?”
“나보다 힘센 사람.”
춘매가 붓을 멈췄다. “개방 칠대 제자보다 힘센 신부요?”
“밤에 다리 밑에서 자다 보면 패거리가 덤빕니다. 업고 뛸 사람이 있어야지요.”
소화는 웃음을 부채 뒤로 감췄다. 창가 쪽 탁자에 앉아 기다리던 신붓감이 손을 번쩍 들었다. 낙양 순풍표국의 여자 표사로, 마흔 근짜리 철퇴를 짐수레 지키듯 무릎에 올려놓고 있었다. 표국은 돈을 받고 남의 짐을 지켜 실어 나르는 집이다.
“저 업을 수 있어요. 소 한 마리도 업어 봤어요.”
“소는 왜 업으셨어요?” 소화가 물었다.
“다리가 무너져서요.”
신랑감이 처음으로 신붓감을 정면으로 보았다. 정수리의 물이 이마를 타고 내려왔고, 신랑감은 닦지도 않았다. 소화는 두 사람 사이에서 붉은 실패를 굴렸다. 손가락 한 마디만 한 나무 실패에 붉은 실이 두껍게 감겨 있었다. 삼백 쌍을 묶고도 아직 반이 남은 실이었다.
“다음 절차는 맞선입니다. 이레 뒤, 이 방에서. 철퇴는 아래층에 맡기고 오세요.”
“왜요?”
“맞선 자리에서 상다리가 부러지면 수리비는 따로 받습니다.”
*
신랑감과 신붓감이 계단을 내려가자 춘매가 벽에 걸린 구리 거울을 닦으며 투덜거렸다.
“아가씨, 이번 달 사례금이 은자 열두 냥이에요. 만통전장 빚은 이천 냥이고요. 이대로면 사월 그믐에 객잔 문짝까지 떼어 가요.”
“문짝은 안 떼어 가. 전장 주인 마누라를 내가 시집보냈거든.”
“그 마누라가 제일 먼저 떼러 온다고 했대요.”
소화는 거울 앞으로 갔다. 서른넷의 날씬한 몸, 높이 틀어 올린 검은 머리에 붉은 매듭 장식 하나, 웃는 눈매. 다홍 비단 장포는 소매 끝이 조금 해졌고, 오른손에는 부채, 왼손에는 붉은 실패가 있었다. 소화는 머리의 붉은 매듭을 손끝으로 한 번 고쳐 꽂았다. 열두 해째 아침마다 하는 일이었다.
창밖 골목 어귀 담벼락에 관아 방이 새로 붙어 있었다. 「성안에서 칼을 뽑는 자는 강호 사람이라도 곤장 팔십」. 하남부 관아가 휴전 소식을 듣고 붙인 방이었다. 방 아래에서 국숫집 노인이 혀를 찼다.
“칼을 뽑는 놈이 곤장을 맞고 서 있을 줄 아나?”
정월 그믐에 정파와 마교가 석 달 휴전을 맺었다. 백 년을 싸운 두 집안이 석 달 동안 칼을 넣어 두기로 했고, 낙양 사람들은 석 달 뒤를 손꼽았다. 골목 상인들은 모이기만 하면 싸움이 다시 붙으면 문을 닫고 시골로 내려가겠다고 했다.
계단이 울렸다. 발소리가 고르고 무거웠다. 춘매가 거울을 내려놓았다.
*
올라온 사람은 회색 장포에 머리를 단정히 빗어 넘긴 쉰 살 남짓한 여인이었다. 허리에 무림맹 총관의 동패를 찼고, 한 손에 은자 꾸러미, 다른 손에 봉한 공문을 들었다. 사천 당문의 독 장갑을 벗지 않은 손이 공문 봉인을 눌렀다.
“무림맹 총관 당설희요. 엽 매파를 찾소.”
“제가 엽소화입니다. 앉으세요. 춘매야, 첫 번째 절차.”
춘매가 차를 따랐다. 월하원 상담 아홉 절차의 첫 번째는 차 한 잔이었다. 손님이 차를 어떻게 마시는지 보면 성미가 반은 보였다. 당설희는 찻잔을 들어 냄새를 맡고,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채 내려놓았다.
“독을 쓰는 집안 사람은 남이 준 차를 안 마시지요.” 소화가 말했다.
“매파가 독을 알아보오?”
“혼사를 삼백 번 하면 신랑 어머니가 신부 찻잔에 뭘 타는지도 알아봅니다.”
당설희는 웃지 않았다. 공문을 탁자에 펴고 은자 꾸러미를 공문 위에 올렸다.
“남궁세가 소가주 남궁진, 스물일곱. 마교 성녀 혁련가린, 스물다섯. 두 사람을 혼인시켜 주시오.”
춘매가 들고 있던 찻주전자를 떨어뜨릴 뻔했다. 소화는 부채를 폈다 접었다. 두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낙양에 없었다. 남궁진의 아버지 남궁세가 가주는 열두 해 전 망산 아래 싸움에서 마교 칼에 죽었다. 혁련가린은 마교가 받드는 성녀로, 마교 땅 서쪽 끝 천산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는 여인이었다.
“백 년 원수 집안끼리요?”
“그래서 매파를 찾았소. 휴전은 사월 그믐에 끝나오. 그 전에 혼례를 올리면 맹은 휴전을 화친으로 바꾸오. 두 집안이 사돈이 되면 싸울 명분이 없어지지.”
“두 집안 생각은요?”
“남궁세가는 아버지를 마교에 잃은 소가주가 원수 집안과 혼인할 수 없다 하오. 마교 장로회는 성녀를 정파에 보내면 마교가 무릎 꿇는 꼴이라 하오.”
“그러니까 신랑 집도 싫고 신부 집도 싫고.”
“맹이 좋소.”
소화는 공문을 끌어당겨 읽었다. 무림맹 맹주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이번 혼사는 맹이 주관한다. 혼사를 깬 가문은 휴전을 깬 가문으로 본다」
“이 한 줄로 두 집안을 맞선 자리에 앉히시겠다는 거군요.”
“앉히는 데까지는 맹이 하오. 앉은 다음부터는 매파 일이오.”
“사례는요?”
당설희가 꾸러미를 밀었다. “선금 은자 오백. 혼례를 올리면 만통전장 빚 이천 냥을 맹이 갚고 천 냥을 더 얹소.”
춘매가 숨을 들이켰다. 소화는 꾸러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월하원 사례는 정해진 데가 있습니다. 세가 혼사는 기본 오백. 원수 집안이면 곱절. 백 년 원수면 또 곱절. 신랑이나 신부가 칼을 차고 오면 한 사람에 백 냥씩 얹습니다.”
“칼은 안 차고 올 거요.”
“차고 옵니다. 다 차고 와요.”
당설희가 처음으로 입꼬리를 조금 움직였다. “실패하면?”
“실패하면 정파는 마교 편 든 매파라고 하고, 마교는 정파 개라고 하겠지요. 양쪽 원한을 다 사고, 빚은 그대로고.”
“그걸 알면서 받겠소?”
소화는 머리의 붉은 매듭을 만지려다 손을 내렸다. 열두 해 전 사월, 망산 아래 흙냄새가 문득 콧속으로 올라왔다. 소화는 꾸러미를 끌어왔다.
“받겠습니다. 맞선은 사흘 뒤 초아흐레, 이 방에서요. 두 분께 그렇게 전해 주세요.”
“전하는 것도 매파 일 아니오?”
“전하다가 목이 날아가면 장례비는 맹에서 내시는 거죠?”
당설희는 대답 대신 공문을 접어 두고 일어났다. 계단을 내려가다 말고 한 번 돌아보았다.
“엽 매파. 남궁진은 오늘 아침에 소식을 들었소. 성미가 급한 사람이오.”
*
남궁진은 해가 지기도 전에 왔다.
아래층에서 국수 그릇 엎어지는 소리, 의자 넘어지는 소리, 춘매의 비명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계단을 세 칸씩 밟는 소리가 나더니 문짝이 벽에 부딪혔다. 흰 장포에 긴 검은 머리를 반쯤 묶어 올린 젊은 사내가 문턱에 서 있었다. 눈썹이 짙고 턱이 단단했으며, 칼집에서 반쯤 뽑힌 검이 저녁 햇빛을 받아 하얗게 번쩍였다.
“네가 엽 매파냐?”
“네. 차 한 잔 드릴까요?”
남궁진은 대답 대신 세 걸음 만에 탁자를 돌아와 검을 끝까지 뽑았다. 서늘한 쇠가 소화의 목 옆에 닿았다. 춘매가 문 뒤에서 국자를 들고 떨었다.
“아버지를 벤 집안의 계집과 나를 엮겠다고 했느냐?”
“맹이 엮겠다고 했고, 저는 묶는 일만 합니다.”
“묶는 혀를 자르러 왔다.”
소화는 칼날을 내려다보지 않고 남궁진의 손을 보았다. 엄지 안쪽에 굳은살이 두껍게 박혀 있었다. 칼끝은 흔들리지 않았는데 숨이 거칠었다. 계단을 뛰어 올라온 숨이 아니었다.
“소가주님, 키가 어떻게 되세요?”
“뭐?”
“키요. 맞선 상대한테 알려 드려야 해서요. 다섯 자 여덟 치쯤 되시나요?”
“여섯 자다.”
“좋아하는 음식은요?”
“지금 그게…….”
“싫어하는 음식은요?”
“마교 놈들이 먹는 건 다 싫다!”
“마교 사람들은 양고기를 많이 먹는다던데, 양고기는 싫어하시는군요. 춘매야, 적어. 양고기 싫어함.”
춘매가 문 뒤에서 국자 대신 붓을 쥐었다. 남궁진의 칼끝이 손가락 한 마디만큼 내려갔다. 소화는 틈을 놓치지 않고 부채를 펴서 칼날을 가렸다.
“소가주님. 여기서 저를 베시면 이 혼사를 깬 사람은 소가주님이 됩니다. 맹 공문에 그렇게 적혀 있어요. 남궁세가가 휴전을 깬 집안이 되고, 소가주님 어머님이 맹 대청에 불려 가세요.”
“협박이냐?”
“상담입니다.”
남궁진이 이를 악물었다. 칼은 거두지 않았다. 소화는 남궁진의 왼손을 보았다. 왼손 새끼손가락이 칼자루 밑에서 빠져나와 있었다. 소화는 실패에서 실을 한 자 뽑아 새끼손가락에 고리를 걸었다. 남궁진은 칼날만 보고 있어서 알아채지 못했다.
창이 덜컥 열렸다.
*
창틀에 여인이 쪼그려 앉아 있었다. 검붉은 비단옷이 저녁 바람에 부풀었고, 이마에 붉은 불꽃 문양이 그려져 있었으며, 틀어 올린 머리에 금관 장식이 반짝였다. 손에는 가늘고 긴 칼이 들려 있었다. 여인은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더니 남궁진에게서 눈을 멈췄다.
“내 신랑감을 골랐다는 매파가 이 여자냐?”
“네가 혁련가린이냐?”
“네가 남궁진이냐?”
두 사람은 대답하지 않고 동시에 칼을 들었다. 가린이 창틀에서 뛰어내리며 칼을 뻗었고, 남궁진의 검이 마중 나갔다. 두 칼끝이 소화의 머리 위에서 딱 마주쳐 멈췄다. 쇳소리가 방 안을 한 바퀴 돌았다. 소화는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조금 숙였다. 머리의 붉은 매듭이 칼날 두 개 사이에서 흔들렸다.
“두 분.”
소화는 부채를 활짝 폈다. 가린의 왼손 새끼손가락이 칼자루 옆에 떠 있었다. 소화는 남궁진의 손가락에서 늘어진 실 끝을 가린의 새끼손가락에 감아 매듭을 지었다. 한 번, 두 번. 삼백 번 해 본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맞선은 사흘 뒤입니다. 오늘은 얼굴만 보신 걸로 하지요.”
두 사람이 동시에 제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붉은 실 한 자가 두 칼 아래로 축 늘어져 두 사람을 잇고 있었다.
“이게 뭐냐?” 가린이 물었다.
“월하원 맞선 실입니다. 먼저 끊는 사람이 혼사를 깬 사람이 돼요.”
“끊으면 그만이지.”
“끊으세요. 끊는 순간 마교가 휴전을 깬 집안이 됩니다.”
가린의 칼끝이 멈췄다. 남궁진이 코웃음을 쳤다. “끊어라. 어서.”
“네가 끊어.”
“내가 왜?”
“네가 먼저 칼을 뽑았잖아.”
“네가 먼저 창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은 칼을 겨눈 채 서로의 손가락만 노려보았다. 실은 한 자도 안 되는 거리에서 팽팽해졌다 늘어졌다를 되풀이했다. 소화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차가 다 식어 있었다.
“사흘 뒤 초아흐레 한낮입니다. 칼은 아래층에 맡기고 오세요. 안 맡기면 한 자루에 백 냥씩 더 받습니다.”
가린이 먼저 칼을 거두었다. 거두면서 소화를 오래 내려다보았다. 이마의 불꽃 문양 아래 눈이 가늘어졌다.
“매파. 장로회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장로회 어르신들 혼처도 봐 드릴 수 있어요.”
가린은 대답 없이 창밖으로 몸을 날렸다. 실이 당겨졌고, 남궁진의 손이 창 쪽으로 끌려갔다. 남궁진이 버텼고, 가린이 창밖 처마에 매달린 채 버텼다. 실은 끊어지지 않았다. 두 사람 다 끊지 않으려고 손가락 힘을 빼고 있었다. 결국 가린이 창틀로 도로 올라와 이로 실 매듭을 풀었다. 끊지 않고 풀었다.
“푸는 건 끊는 게 아니지?” 가린이 물었다.
“푸는 건 괜찮습니다. 손이 참 고우시네요.”
가린이 사라졌다. 남궁진은 칼을 칼집에 꽂고 남은 실을 손가락에서 벗겨 바닥에 던졌다. 던지다 말고 주워 소매에 넣었다.
“사흘 뒤에 온다. 너를 베러.”
“양고기는 안 내겠습니다.”
남궁진이 계단을 내려갔다. 춘매가 국자를 놓고 주저앉았다.
“아가씨, 칼 두 자루면 이백 냥이에요.”
“적어 둬.”
*
밤이 되어 소화가 아래층 문을 닫으러 내려갔을 때, 문짝 한가운데에 비수 하나가 꽂혀 있었다. 손잡이에 검은 술이 달렸고, 칼날이 서신 한 장을 문짝에 박아 두고 있었다. 소화는 등잔을 들어 글씨를 읽었다.
「혼담을 꺼낸 혀를 자르러 간다. 마교 장로회 대장로 사마철」
골목은 조용했다. 관아 방이 바람에 한 귀퉁이를 펄럭였다. 소화는 비수를 뽑아 손바닥에 올려 보았다. 손잡이 술은 하서 숙주 장터에서 파는 검은 야크 털이었다. 열두 해 동안 잊은 적 없는 털 냄새였다. 소화는 비수를 앞치마 대신 장포 소매에 넣고, 서신은 접어 실패 사이에 끼웠다.
머리의 붉은 매듭을 빼어 손바닥에 쥐었다가, 다시 꽂았다. 등잔 심지가 한 번 튀었다. 소화는 문짝에 남은 칼자국을 엄지로 쓸고, 빗장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