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5,467자) · 아홉

여섯이 한 벌

마법을 다 빼앗겨야 졸업하는 학교 · 반서후

아홉을 모아 놓고 나는 첫날에 아무것도 안 시켰다⁠.

지하에 데려가서 앉혀만 놨다⁠.

한 시간 앉아 있다가 물었다⁠.

“⁠무슨 소리 들려⁠?⁠”

아홉이 다 다르게 말했다⁠.

하나는 노래라고 했다⁠.

하나는 웃음소리라고 했다⁠.

하나는 숫자를 센다고 했다⁠.

하나는 울음소리라고 했다⁠.

나머지 다섯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이 다섯한테 물었다⁠.

“⁠모르겠는데 들리긴 해⁠?⁠”

다섯이 다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 다섯을 따로 봤다⁠.

다섯이 다 3학년 아래였다⁠.

어린 아이는 들리는데 못 알아듣는다⁠.

나이가 들면 알아듣는다⁠.

나는 이것을 알고 다섯을 그냥 앉혀 놨다⁠.

앉혀 놓기만 했다⁠.

여섯 달 뒤에 다섯 가운데 셋이 알아듣기 시작했다⁠.

알아듣는 것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었다⁠.

같은 해 겨울에 아홉이 지하 삼백을 나눠 맡았다⁠.

한 사람에 서른셋씩이다⁠.

여섯이 한 조로 앉는 것이 제일 낫다고 나는 알아냈다⁠.

아홉이면 조가 하나 반이다⁠.

그래서 여섯이 앉고 셋이 쉬고⁠, 다음 밤에 바꿨다⁠.

한 밤에 열다섯이 벗겨졌다⁠.

삼백이 스무 밤에 끝났다⁠.

스무 밤이다⁠.

혼자 하면 삼백 밤이고 아홉이 하니 스무 밤이다⁠.

열다섯 배다⁠.

아홉 사람에 열다섯 배다⁠.

나는 이 셈이 이상해서 다시 봤다⁠.

사람이 아홉인데 열다섯 배가 나온다⁠.

여섯이 한 조로 앉으면 한 밤에 여섯이 벗겨지는 것이 아니라 열다섯이 벗겨진다⁠.

여섯 사람이 열다섯 개를 한다⁠.

하나가 둘 반씩 한다⁠.

혼자 하면 한 밤에 하나다⁠.

같이 하면 하나가 둘 반이다⁠.

나는 이것을 하린한테 말했다⁠.

하린이 물었다⁠.

“⁠…왜 그렇겠느냐⁠?⁠”

나는 말했다⁠.

“⁠모르겠어요⁠.⁠”

하린이 말했다⁠.

“⁠나는 알겠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하린이 말했다⁠.

“⁠혼자 들으면 하나만 듣는다⁠.⁠”

“⁠…⁠”

“⁠여섯이 들으면 여섯이 듣고⁠, 서로 낸 소리도 듣는다⁠.⁠”

나는 이 자리에 섰다⁠.

하린이 말했다⁠.

“⁠여섯이면 듣는 것이 여섯이 아니라 서른여섯이다⁠.⁠”

나는 셈을 했다⁠.

여섯이 서로를 들으면 서른여섯이다⁠.

그런데 열다섯이다⁠.

서른여섯이 아니다⁠.

나는 말했다⁠.

“⁠…아주머니⁠, 서른여섯이 아니라 열다섯이에요⁠.⁠”

하린이 물었다⁠.

“⁠…열다섯이 무엇이냐⁠?⁠”

나는 셈을 했다⁠.

여섯 가운데 둘씩 짝을 지으면 열다섯이다⁠.

나는 말했다⁠.

“⁠짝이 열다섯이에요⁠.⁠”

하린이 이 말을 오래 들었다⁠.

“⁠…그러면 일곱이면 몇이냐⁠?⁠”

나는 셌다⁠.

“⁠…스물하나입니다⁠.⁠”

“⁠여덟이면⁠.⁠”

“⁠스물여덟이요⁠.⁠”

하린이 물었다⁠.

“⁠그럼 여덟이 나은데 왜 여섯이 낫다고 했느냐⁠?⁠”

나는 이 자리에 섰다⁠.

전에 나는 여섯까지는 하나 늘면 하나 늘고 일곱부터는 덜 는다고 했다⁠.

이것이 틀렸다⁠.

나는 다시 세어 봤다⁠.

여덟이 앉았을 때 한 밤에 여섯이 벗겨졌다⁠.

스물여덟 짝인데 여섯이다⁠.

여섯이 앉았을 때 열다섯 짝에 열다섯이다⁠.

짝수만큼 벗겨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날 밤을 새워 세었다⁠.

세어 보니 이렇다⁠.

셋이면 짝이 셋이고 벗겨지는 것이 둘이다⁠.

넷이면 짝이 여섯이고 셋이다⁠.

다섯이면 짝이 열이고 넷이다⁠.

여섯이면 짝이 열다섯이고 열다섯이다⁠.

일곱이면 짝이 스물하나인데 여섯이다⁠.

나는 여섯에서만 짝수가 그대로 나오는 것을 봤다⁠.

여섯이 뭔가 다르다⁠.

나는 이것을 세리안 선생한테 말했다⁠.

선생이 오래 듣고 물었다⁠.

“⁠…여섯이 무엇이 다르냐⁠?⁠”

나는 말했다⁠.

“⁠모르겠어요⁠.⁠”

선생이 말했다⁠.

“⁠학년이 여섯이다⁠.⁠”

나는 이 자리에 섰다⁠.

선생이 말했다⁠.

“⁠거두는 것이 여섯 해 치라고 했다⁠.⁠”

“⁠…⁠”

“⁠여섯이 한 벌인 모양이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셈을 다시 했다⁠.

여섯 해 치를 여섯 해에 걸쳐 뺀다⁠.

한 해에 한 벌씩이다⁠.

그러면 한 사람 안에 벌이 여섯 있다⁠.

여섯이 모여야 한 사람이다⁠.

나는 등을 여섯씩 묶어 봤다⁠.

받침 숫자로 여섯씩 묶으니 아무 일도 안 났다⁠.

소리가 같은 것끼리 묶어 봤다⁠.

이것도 아니었다⁠.

사흘째에 미아가 말했다⁠.

“⁠언니⁠, 같은 사람 것끼리 묶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나는 이 자리에 섰다⁠.

같은 사람 것이 여섯이다⁠.

여섯 해 동안 여섯 번 빼냈으니 등이 여섯 개여야 한다⁠.

그런데 등은 한 사람에 하나로 알고 있었다⁠.

나는 이날 밤에 사백열둘을 다시 들었다⁠.

목소리가 같은 것끼리 묶었다⁠.

묶는 데 아흐레가 걸렸다⁠. 목소리는 자란다⁠. 여덟 살 목소리와 열두 살 목소리가 같은 사람 것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일이 제일 어려웠다⁠.

가리는 법을 나는 나중에 찾았다⁠.

숨 쉬는 자리다⁠.

사람마다 한 줄을 부르다가 숨을 쉬는 자리가 있다⁠. 이 자리는 안 변한다⁠. 여덟 살에 거기서 쉬면 열두 살에도 거기서 쉰다⁠.

나는 숨자리로 묶었다⁠.

묶으니 묶음이 예순여덟이 나왔다⁠.

한 묶음이 여섯인 것이 마흔하나⁠.

다섯인 것이 열둘⁠.

넷 이하인 것이 열다섯⁠.

나는 이 셈을 하고 앉았다⁠.

한 사람에 여섯이면 사백열둘은 예순여덟 사람이다⁠.

백 년 동안 이 학교를 거쳐 간 아이가 이만이 넘는다⁠.

이 가운데 예순여덟 사람 것만 남았다⁠.

나는 이것을 세리안 선생한테 말했다⁠.

선생이 말했다⁠.

“⁠…나머지는⁠.⁠”

나는 말했다⁠.

“⁠모르겠어요⁠.⁠”

선생이 말했다⁠.

“⁠절반이 안 왔다고 했지⁠.⁠”

“⁠…예⁠.⁠”

선생이 말했다⁠.

“⁠절반의 절반의 절반이 안 왔으면⁠, 남는 것이 예순여덟이겠구나⁠.⁠”

나는 이 밤에 예순여덟 묶음을 하나씩 다시 들었다⁠.

여섯이 다 있는 마흔하나는 소리가 이어졌다⁠.

여덟 살에서 열두 살까지⁠, 목소리가 자라는 것이 한 줄로 들렸다⁠.

다섯뿐인 열둘은 가운데가 비어 있었다⁠.

아홉 살이 없거나 열 살이 없다⁠.

없는 자리에서 소리가 한 번 끊겼다가 다시 났다⁠.

나는 이 끊긴 자리를 오래 들었다⁠.

이 한 해에 이 아이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이 한 해가 어디 있다는 것은 안다⁠.

빼내던 선생 손에 있다⁠.

삼백을 다 벗기고 나서 우리는 도시로 나갔다⁠.

이번에는 광장이 아니라 골목을 돌았다⁠.

골목에서 부르면 창이 열린다⁠.

한 달 돌았다⁠.

삼백 가운데 백구십칠이 나갔다⁠.

남은 것이 백셋이다⁠.

백셋을 나는 위층 복도에 걸었다⁠.

먼저 남은 열셋과 합쳐 백열여섯이다⁠.

교장이 이것을 보고 물었다⁠.

“⁠이건 어찌하겠느냐⁠?⁠”

나는 말했다⁠.

“⁠…모르겠어요⁠.⁠”

교장이 말했다⁠.

“⁠주인이 없는 것이다⁠.⁠”

나는 말했다⁠.

“⁠있었겠지요⁠.⁠”

교장이 말했다⁠.

“⁠죽었겠지⁠.⁠”

나는 말했다⁠.

“⁠죽어도 아이가 있잖아요⁠.⁠”

교장이 물었다⁠.

“⁠백셋 가운데 아이가 없는 사람이 몇이겠느냐⁠?⁠”

나는 대답을 못 했다⁠.

같은 해 가을에 우리는 다른 도시로 갔다⁠.

벨라른에 도시가 넷이다⁠.

아홉 가운데 여섯이 갔다⁠. 셋은 남아서 학교를 봤다⁠.

두 번째 도시에서 백열여섯을 불렀다⁠.

스물아홉이 나갔다⁠.

세 번째 도시에서 열아홉이 나갔다⁠.

네 번째 도시에서 열둘이 나갔다⁠.

남은 것이 쉰여섯이다⁠.

우리는 이 쉰여섯을 들고 학교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데 닷새가 걸렸다⁠.

닷새 동안 우리는 쉰여섯을 돌아가며 불렀다⁠.

안 잊으려고 부른 것인데 부르다 보니 다른 것이 됐다⁠.

여섯이 부르면 한 사람이 한 줄씩 맡게 된다⁠.

맡으면 이 줄이 제 것처럼 된다⁠.

나는 이것이 걱정됐다⁠.

하린 아주머니의 가락이 밴 것과 같은 일이 나는 것 아닌가⁠.

나는 이것을 확인하려고 한 등을 골랐다⁠.

받침 숫자 삼백일곱이다⁠.

닷새 동안 아무도 안 부른 것이다⁠.

학교에 돌아와서 이 등을 들어 봤다⁠.

소리가 그대로였다⁠.

다음에 닷새 동안 여섯이 부른 등을 들었다⁠.

소리에 가락이 얇게 얹혀 있었다⁠.

나는 이것을 벗겼다⁠.

벗기는 데 한 밤이 걸렸다⁠.

나는 이날 밤에 정했다⁠.

부를 때는 부르기만 하고⁠, 외울 때는 소리 내지 않고 외운다⁠.

소리를 내면 밴다⁠.

소리를 안 내면 안 밴다⁠.

미아가 물었다⁠.

“⁠언니⁠, 소리 안 내고 어떻게 외워요⁠?⁠”

나는 말했다⁠.

“⁠속으로 하면 돼⁠.⁠”

미아가 해 봤다⁠.

사흘 뒤에 미아가 말했다⁠.

“⁠…속으로 하니까 더 잘 외워져요⁠.⁠”

나는 물었다⁠.

“⁠…왜⁠?⁠”

미아가 말했다⁠.

“⁠소리 내면 제 목소리가 들려요⁠. 속으로 하면 그 사람 목소리가 들려요⁠.⁠”

나는 이 말을 듣고 한참 서 있었다⁠.

열 살짜리가 한 말이다⁠.

나는 이것을 두 해 동안 몰랐다⁠.

돌아오는 길에 아홉 가운데 제일 어린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

나는 열여섯이 됐다⁠. 선생님 소리를 아직 어색해한다⁠.

“⁠…왜⁠?⁠”

“⁠이 쉰여섯은 언제 나가요⁠?⁠”

나는 말했다⁠.

“⁠모르겠다⁠.⁠”

아이가 물었다⁠.

“⁠그럼 계속 들고 다녀요⁠?⁠”

나는 말했다⁠.

“⁠그래야지⁠.⁠”

아이가 말했다⁠.

“⁠무거워요⁠.⁠”

나는 웃었다⁠.

“⁠…등이 가벼운데⁠.⁠”

아이가 말했다⁠.

“⁠등은 가벼운데 외우는 게 무거워요⁠.⁠”

나는 이 자리에 섰다⁠.

아이가 말했다⁠.

“⁠쉰여섯을 다 외우고 있어야 하잖아요⁠.⁠”

나는 말했다⁠.

“⁠…그렇지⁠.⁠”

아이가 물었다⁠.

“⁠평생요⁠?⁠”

나는 이 물음에 대답을 못 했다⁠.

돌아와서 나는 하린한테 이것을 물었다⁠.

하린이 말했다⁠.

“⁠…적어 두면 되지 않느냐⁠?⁠”

나는 말했다⁠.

“⁠노래는 적을 수가 없어요⁠.⁠”

“⁠…⁠”

“⁠말은 적을 수 있는데 가락은 못 적어요⁠.⁠”

하린이 물었다⁠.

“⁠그럼 어찌하느냐⁠?⁠”

나는 말했다⁠.

“⁠외워야 해요⁠.⁠”

하린이 말했다⁠.

“⁠외우면 잊는다⁠.⁠”

나는 이 자리에 섰다⁠.

하린이 말했다⁠.

“⁠나는 삼십 년 동안 하나를 외웠다⁠.⁠”

“⁠…⁠”

“⁠앞 두 줄만 외웠다⁠. 뒤는 잊었다⁠.⁠”

나는 물었다⁠.

“⁠…어떻게 안 잊어요⁠?⁠”

하린이 말했다⁠.

“⁠날마다 부르면 된다⁠.⁠”

“⁠…⁠”

“⁠쉰여섯을 날마다 부르면 안 잊는다⁠.⁠”

나는 셈을 했다⁠.

쉰여섯을 부르는 데 한 시간이 든다⁠.

날마다 한 시간이다⁠.

아홉이 나눠 하면 한 사람에 여섯씩이다⁠.

여섯이면 칠 분이다⁠.

나는 말했다⁠.

“⁠아홉이 나눠 하면 돼요⁠.⁠”

하린이 물었다⁠.

“⁠아홉 가운데 하나가 잊으면⁠.⁠”

나는 말했다⁠.

“⁠…여섯이 없어져요⁠.⁠”

하린이 물었다⁠.

“⁠여섯이 왜 없어지느냐⁠?⁠”

나는 말했다⁠.

“⁠한 사람이 여섯씩 맡으니까요⁠.⁠”

하린이 말했다⁠.

“⁠그럼 하나가 넷씩 맡고 둘이 겹치게 해라⁠.⁠”

나는 셈을 했다⁠.

쉰여섯을 아홉이 넷씩 맡으면 서른여섯이다⁠. 모자란다⁠.

여섯씩 맡으면 쉰넷이다⁠. 둘이 남는다⁠.

일곱씩 맡으면 예순셋이다⁠. 일곱이 남는다⁠.

남는 일곱을 둘씩 겹치게 하면 된다⁠.

나는 말했다⁠.

“⁠일곱씩 맡을게요⁠.⁠”

하린이 말했다⁠.

“⁠무겁겠다⁠.⁠”

나는 말했다⁠.

“⁠괜찮아요⁠.⁠”

하린이 말했다⁠.

“⁠…루아야⁠.⁠”

“⁠예⁠.⁠”

“⁠나는 하나를 삼십 년 맡았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하린이 말했다⁠.

“⁠앞 두 줄짜리 하나다⁠. 그것도 뒤를 잊었다⁠.⁠”

“⁠…⁠”

“⁠너는 일곱을 맡는다고 한다⁠.⁠”

나는 말했다⁠.

“⁠아홉이 나눠 하니까요⁠.⁠”

하린이 말했다⁠.

“⁠그래도 일곱이다⁠.⁠”

하린이 제 무릎을 짚었다⁠.

“⁠무거운 것은 나눠도 무겁다⁠.⁠”

“⁠…⁠”

“⁠다만 나눠 들면 안 놓친다⁠.⁠”

하린이 말했다⁠.

“⁠그러면 서로 물어야지⁠.⁠”

나는 물었다⁠.

“⁠…언제요⁠?⁠”

하린이 말했다⁠.

“⁠초하루에⁠.⁠”

8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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