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5,458자) · 아홉
여섯이 한 벌
벨라른 · 문가온
아홉을 모아 놓고 나는 첫날에 아무것도 안 시켰다.
지하에 데려가서 앉혀만 놨다.
한 시간 앉아 있다가 물었다.
“무슨 소리 들려?”
아홉이 다 다르게 말했다.
하나는 노래라고 했다.
하나는 웃음소리라고 했다.
하나는 숫자를 센다고 했다.
하나는 울음소리라고 했다.
나머지 다섯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그 다섯한테 물었다.
“모르겠는데 들리긴 해?”
다섯이 다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다섯을 따로 봤다.
다섯이 다 3학년 아래였다.
어린 아이는 들리는데 못 알아듣는다.
나이가 들면 알아듣는다.
나는 그것을 알고 다섯을 그냥 앉혀 놨다.
앉혀 놓기만 했다.
여섯 달 뒤에 다섯 가운데 셋이 알아듣기 시작했다.
알아듣는 것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해 겨울에 아홉이 지하 삼백을 나눠 맡았다.
한 사람에 서른셋씩이다.
여섯이 한 조로 앉는 것이 제일 낫다고 나는 알아냈다.
아홉이면 조가 하나 반이다.
그래서 여섯이 앉고 셋이 쉬고, 다음 밤에 바꿨다.
한 밤에 열다섯이 벗겨졌다.
삼백이 스무 밤에 끝났다.
스무 밤이다.
혼자 하면 삼백 밤이고 아홉이 하니 스무 밤이다.
열다섯 배다.
아홉 사람에 열다섯 배다.
나는 그 셈이 이상해서 다시 봤다.
사람이 아홉인데 열다섯 배가 나온다.
여섯이 한 조로 앉으면 한 밤에 여섯이 벗겨지는 것이 아니라 열다섯이 벗겨진다.
여섯 사람이 열다섯 개를 한다.
하나가 둘 반씩 한다.
혼자 하면 한 밤에 하나다.
같이 하면 하나가 둘 반이다.
나는 그것을 하린한테 말했다.
하린이 물었다.
“…왜 그렇겠느냐?”
나는 말했다.
“모르겠어요.”
하린이 말했다.
“나는 알겠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하린이 말했다.
“혼자 들으면 하나만 듣는다.”
“…”
“여섯이 들으면 여섯이 듣고, 서로 낸 소리도 듣는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하린이 말했다.
“여섯이면 듣는 것이 여섯이 아니라 서른여섯이다.”
나는 셈을 했다.
여섯이 서로를 들으면 서른여섯이다.
그런데 열다섯이다.
서른여섯이 아니다.
나는 말했다.
“…아주머니, 서른여섯이 아니라 열다섯이에요.”
하린이 물었다.
“…열다섯이 무엇이냐?”
나는 셈을 했다.
여섯 가운데 둘씩 짝을 지으면 열다섯이다.
나는 말했다.
“짝이 열다섯이에요.”
하린이 그 말을 오래 들었다.
“…그러면 일곱이면 몇이냐?”
나는 셌다.
“…스물하나입니다.”
“여덟이면.”
“스물여덟이요.”
하린이 물었다.
“그럼 여덟이 나은데 왜 여섯이 낫다고 했느냐?”
나는 그 자리에 섰다.
전에 나는 여섯까지는 하나 늘면 하나 늘고 일곱부터는 덜 는다고 했다.
그것이 틀렸다.
나는 다시 세어 봤다.
여덟이 앉았을 때 한 밤에 여섯이 벗겨졌다.
스물여덟 짝인데 여섯이다.
여섯이 앉았을 때 열다섯 짝에 열다섯이다.
짝수만큼 벗겨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날 밤을 새워 세었다.
세어 보니 이렇다.
셋이면 짝이 셋이고 벗겨지는 것이 둘이다.
넷이면 짝이 여섯이고 셋이다.
다섯이면 짝이 열이고 넷이다.
여섯이면 짝이 열다섯이고 열다섯이다.
일곱이면 짝이 스물하나인데 여섯이다.
나는 여섯에서만 짝수가 그대로 나오는 것을 봤다.
여섯이 뭔가 다르다.
나는 그것을 세리안 선생한테 말했다.
선생이 오래 듣고 물었다.
“…여섯이 무엇이 다르냐?”
나는 말했다.
“모르겠어요.”
선생이 말했다.
“학년이 여섯이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선생이 말했다.
“거두는 것이 여섯 해 치라고 했다.”
“…”
“여섯이 한 벌인 모양이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셈을 다시 했다.
여섯 해 치를 여섯 해에 걸쳐 뺀다.
한 해에 한 벌씩이다.
그러면 한 사람 안에 벌이 여섯 있다.
여섯이 모여야 한 사람이다.
나는 등을 여섯씩 묶어 봤다.
받침 숫자로 여섯씩 묶으니 아무 일도 안 났다.
소리가 같은 것끼리 묶어 봤다.
그것도 아니었다.
사흘째에 미아가 말했다.
“언니, 같은 사람 것끼리 묶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나는 그 자리에 섰다.
같은 사람 것이 여섯이다.
여섯 해 동안 여섯 번 빼냈으니 등이 여섯 개여야 한다.
그런데 등은 한 사람에 하나로 알고 있었다.
나는 그날 밤에 사백열둘을 다시 들었다.
목소리가 같은 것끼리 묶었다.
묶는 데 아흐레가 걸렸다. 목소리는 자란다. 여덟 살 목소리와 열두 살 목소리가 같은 사람 것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일이 제일 어려웠다.
가리는 법을 나는 나중에 찾았다.
숨 쉬는 자리다.
사람마다 한 줄을 부르다가 숨을 쉬는 자리가 있다. 그 자리는 안 변한다. 여덟 살에 거기서 쉬면 열두 살에도 거기서 쉰다.
나는 숨자리로 묶었다.
묶으니 묶음이 예순여덟이 나왔다.
한 묶음이 여섯인 것이 마흔하나.
다섯인 것이 열둘.
넷 이하인 것이 열다섯.
나는 그 셈을 하고 앉았다.
한 사람에 여섯이면 사백열둘은 예순여덟 사람이다.
백 년 동안 이 학교를 거쳐 간 아이가 이만이 넘는다.
그 가운데 예순여덟 사람 것만 남았다.
나는 그것을 세리안 선생한테 말했다.
선생이 말했다.
“…나머지는.”
나는 말했다.
“모르겠어요.”
선생이 말했다.
“절반이 안 왔다고 했지.”
“…예.”
선생이 말했다.
“절반의 절반의 절반이 안 왔으면, 남는 것이 예순여덟이겠구나.”
나는 그 밤에 예순여덟 묶음을 하나씩 다시 들었다.
여섯이 다 있는 마흔하나는 소리가 이어졌다.
여덟 살에서 열두 살까지, 목소리가 자라는 것이 한 줄로 들렸다.
다섯뿐인 열둘은 가운데가 비어 있었다.
아홉 살이 없거나 열 살이 없다.
없는 자리에서 소리가 한 번 끊겼다가 다시 났다.
나는 그 끊긴 자리를 오래 들었다.
그 한 해에 이 아이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그 한 해가 어디 있다는 것은 안다.
빼내던 선생 손에 있다.
삼백을 다 벗기고 나서 우리는 도시로 나갔다.
이번에는 광장이 아니라 골목을 돌았다.
골목에서 부르면 창이 열린다.
한 달 돌았다.
삼백 가운데 백구십칠이 나갔다.
남은 것이 백셋이다.
백셋을 나는 위층 복도에 걸었다.
먼저 남은 열셋과 합쳐 백열여섯이다.
교장이 그것을 보고 물었다.
“이건 어찌하겠느냐?”
나는 말했다.
“…모르겠어요.”
교장이 말했다.
“주인이 없는 것이다.”
나는 말했다.
“있었겠지요.”
교장이 말했다.
“죽었겠지.”
나는 말했다.
“죽어도 아이가 있잖아요.”
교장이 물었다.
“백셋 가운데 아이가 없는 사람이 몇이겠느냐?”
나는 대답을 못 했다.
그해 가을에 우리는 다른 도시로 갔다.
벨라른에 도시가 넷이다.
아홉 가운데 여섯이 갔다. 셋은 남아서 학교를 봤다.
둘째 도시에서 백열여섯을 불렀다.
스물아홉이 나갔다.
셋째 도시에서 열아홉이 나갔다.
넷째 도시에서 열둘이 나갔다.
남은 것이 쉰여섯이다.
우리는 그 쉰여섯을 들고 학교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데 닷새가 걸렸다.
닷새 동안 우리는 쉰여섯을 돌아가며 불렀다.
안 잊으려고 부른 것인데 부르다 보니 다른 것이 됐다.
여섯이 부르면 한 사람이 한 줄씩 맡게 된다.
맡으면 그 줄이 제 것처럼 된다.
나는 그것이 걱정됐다.
하린 아주머니의 가락이 밴 것과 같은 일이 나는 것 아닌가.
나는 그것을 확인하려고 한 등을 골랐다.
받침 숫자 삼백일곱이다.
닷새 동안 아무도 안 부른 것이다.
학교에 돌아와서 그 등을 들어 봤다.
소리가 그대로였다.
그다음에 닷새 동안 여섯이 부른 등을 들었다.
소리에 가락이 얇게 얹혀 있었다.
나는 그것을 벗겼다.
벗기는 데 한 밤이 걸렸다.
나는 그날 밤에 정했다.
부를 때는 부르기만 하고, 외울 때는 소리 내지 않고 외운다.
소리를 내면 밴다.
소리를 안 내면 안 밴다.
미아가 물었다.
“언니, 소리 안 내고 어떻게 외워요?”
나는 말했다.
“속으로 하면 돼.”
미아가 해 봤다.
사흘 뒤에 미아가 말했다.
“…속으로 하니까 더 잘 외워져요.”
나는 물었다.
“…왜?”
미아가 말했다.
“소리 내면 제 목소리가 들려요. 속으로 하면 그 사람 목소리가 들려요.”
나는 그 말을 듣고 한참 서 있었다.
열 살짜리가 한 말이다.
나는 그것을 두 해 동안 몰랐다.
돌아오는 길에 아홉 가운데 제일 어린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
나는 열여섯이 됐다. 선생님 소리를 아직 어색해한다.
“…왜?”
“이 쉰여섯은 언제 나가요?”
나는 말했다.
“모르겠다.”
아이가 물었다.
“그럼 계속 들고 다녀요?”
나는 말했다.
“그래야지.”
아이가 말했다.
“무거워요.”
나는 웃었다.
“…등이 가벼운데.”
아이가 말했다.
“등은 가벼운데 외우는 게 무거워요.”
나는 그 자리에 섰다.
아이가 말했다.
“쉰여섯을 다 외우고 있어야 하잖아요.”
나는 말했다.
“…그렇지.”
아이가 물었다.
“평생요?”
나는 그 물음에 대답을 못 했다.
돌아와서 나는 하린한테 그것을 물었다.
하린이 말했다.
“…적어 두면 되지 않느냐?”
나는 말했다.
“노래는 적을 수가 없어요.”
“…”
“말은 적을 수 있는데 가락은 못 적어요.”
하린이 물었다.
“그럼 어찌하느냐?”
나는 말했다.
“외워야 해요.”
하린이 말했다.
“외우면 잊는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하린이 말했다.
“나는 삼십 년 동안 하나를 외웠다.”
“…”
“앞 두 줄만 외웠다. 뒤는 잊었다.”
나는 물었다.
“…어떻게 안 잊어요?”
하린이 말했다.
“날마다 부르면 된다.”
“…”
“쉰여섯을 날마다 부르면 안 잊는다.”
나는 셈을 했다.
쉰여섯을 부르는 데 한 시간이 든다.
날마다 한 시간이다.
아홉이 나눠 하면 한 사람에 여섯씩이다.
여섯이면 칠 분이다.
나는 말했다.
“아홉이 나눠 하면 돼요.”
하린이 물었다.
“아홉 가운데 하나가 잊으면.”
나는 말했다.
“…여섯이 없어져요.”
하린이 물었다.
“여섯이 왜 없어지느냐?”
나는 말했다.
“한 사람이 여섯씩 맡으니까요.”
하린이 말했다.
“그럼 하나가 넷씩 맡고 둘이 겹치게 해라.”
나는 셈을 했다.
쉰여섯을 아홉이 넷씩 맡으면 서른여섯이다. 모자란다.
여섯씩 맡으면 쉰넷이다. 둘이 남는다.
일곱씩 맡으면 예순셋이다. 일곱이 남는다.
남는 일곱을 둘씩 겹치게 하면 된다.
나는 말했다.
“일곱씩 맡을게요.”
하린이 말했다.
“무겁겠다.”
나는 말했다.
“괜찮아요.”
하린이 말했다.
“…루아야.”
“예.”
“나는 하나를 삼십 년 맡았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하린이 말했다.
“앞 두 줄짜리 하나다. 그것도 뒤를 잊었다.”
“…”
“너는 일곱을 맡는다고 한다.”
나는 말했다.
“아홉이 나눠 하니까요.”
하린이 말했다.
“그래도 일곱이다.”
하린이 제 무릎을 짚었다.
“무거운 것은 나눠도 무겁다.”
“…”
“다만 나눠 들면 안 놓친다.”
하린이 말했다.
“그러면 서로 물어야지.”
나는 물었다.
“…언제요?”
하린이 말했다.
“초하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