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5,496자) · 열셋에 선생
돌려줬다는 증서
벨라른 · 문가온
봄에 우리는 도시에서 다시 불렀다.
백 개를 다시 불렀다.
이번에는 알아듣는 사람이 예순여덟이었다.
지난가을에 서른둘이었다.
가락을 벗기니 곱절이 됐다.
예순여덟이 다 가져갔다.
가져간다는 말은 이렇다.
내가 노래를 부르고 그 사람이 따라 부른다.
세 번 따라 부르면 그 사람 안에 들어간다.
들어가면 등이 빈다.
예순여덟이 그렇게 가져갔다.
남은 서른둘은 아무도 안 알아들었다.
세리안 선생이 물었다.
“이 서른둘은 어찌하겠느냐?”
나는 말했다.
“…주인이 죽었을 거예요.”
선생이 물었다.
“죽었으면 어찌하느냐?”
나는 대답을 못 했다.
교장이 그때 말했다.
“자식한테 주면 된다.”
우리는 그 서른둘을 광장에서 다시 불렀다.
부르면서 한마디를 붙였다.
“어머니가 부르시던 노래일 수도 있습니다.”
“아버지가 부르시던 노래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부르니 사람이 더 섰다.
서른둘 가운데 열아홉이 나갔다.
열아홉 가운데 열둘이 「우리 어머니 것」이라고 했고 일곱이 「모르겠는데 눈물이 난다」고 했다.
나는 그 일곱한테도 줬다.
교장이 그것을 보고 물었다.
“모르는 사람한테 줘도 되느냐?”
나는 말했다.
“우는 사람은 아는 거예요.”
교장이 더 안 물었다.
남은 것이 열셋이다.
열셋 말고 또 있었다.
깨진 스물셋이다.
조각 백열둘 가운데 여섯이 이어져 한 줄이 됐다. 그것이 세리안 선생 언니 것이었다.
나머지 백여섯은 안 이어졌다.
나는 그것을 반년 동안 붙였다.
붙이는 법은 하나다. 두 조각을 나란히 놓고 소리를 내 본다. 이어지면 말이 되고 안 이어지면 안 된다.
백여섯을 둘씩 다 해 보면 몇 번인가.
셀이 세어 봤다.
오천오백예순다섯이다.
나는 그것을 반년에 걸쳐 다 했다.
밤마다 방바닥에 조각을 늘어놓고 둘씩 짚었다. 손끝이 베여서 나중에는 헝겊을 감고 했다. 헝겊에 피가 배면 갈았다. 반년 동안 헝겊을 열아홉 번 갈았다.
다 하고 나서 이어진 것이 셋이었다.
세 줄이 나왔다.
한 줄은 「비가 그치면」이다.
한 줄은 「아홉 하고 열」이다.
한 줄은 「엄마」다.
「엄마」는 한 마디인데 조각이 둘이었다. 「엄」과 「마」가 따로 깨져 있었다.
나는 그 둘을 붙여 놓고 한참 앉아 있었다.
한 아이가 「엄마」를 부른 것이 백 년 전이다.
그 소리가 유리 속에 들어갔고, 유리가 깨졌고, 깨진 자리가 둘로 갈렸고, 갈린 채로 삼십 년이 지났다.
「엄」만 있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마」만 있어도 아무것도 아니다.
붙이니 사람이 됐다.
나머지 아흔여덟 조각은 하나도 안 이어졌다.
나는 그것을 세리안 선생한테 말했다.
선생이 물었다.
“…왜 안 이어지겠느냐?”
나는 말했다.
“없어진 조각이 사이에 있어서요.”
“…”
“가운데가 없으면 앞뒤가 안 붙어요.”
선생이 말했다.
“쓸어서 버렸다고 했지.”
나는 말했다.
“버린 걸 찾을 수 있을까요?”
선생이 말했다.
“삼십 년 전이다.”
나는 그 말에 아무 대답도 못 했다.
선생이 말했다.
“루아야.”
“예.”
“스물셋은 못 돌려준다.”
“…”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나는 이십팔 년이 걸렸다.”
나는 물었다.
“…선생님은 아셨어요?”
선생이 말했다.
“몰랐다.”
“…”
“그런데 이 학교에는 못 돌려주는 것이 있다는 건 알았다.”
열셋은 세 해 동안 안 나갔다.
나는 그 열셋을 위층 복도에 그대로 뒀다.
그해 여름에 나는 졸업했다.
6학년이 되지 않았는데 졸업이라고 했다.
교장이 졸업장을 줬다.
받고 나서 물었다.
“이거 다 빼냈다는 증서예요?”
교장이 말했다.
“아니다.”
“…그럼요?”
교장이 말했다.
“네 것은 안 뺐다.”
“…”
“뺄 것이 없었다.”
나는 물었다.
“그럼 이건 뭐예요?”
교장이 말했다.
“다 돌려줬다는 증서다.”
나는 그것을 받았다.
받고 나서 물었다.
“교장 선생님.”
“말해라.”
“지하에 아직 삼백 개가 있어요.”
교장이 말했다.
“있다.”
“…그건요?”
교장이 말했다.
“네가 하겠느냐?”
나는 말했다.
“하고 싶어요.”
“…”
“그런데 저는 졸업했어요.”
교장이 말했다.
“선생이 되면 된다.”
나는 열셋에 선생이 됐다.
벨라른 학교에서 제일 어린 선생이다.
맡은 것은 지하다.
세리안 선생이 지하를 나한테 넘기고 3학년을 맡았다.
넘기면서 말했다.
“…루아야.”
“예.”
“지하에 삼백이 있다.”
“압니다.”
“하나에 밤새다.”
“여섯이 앉으면 하나에 밤 하나입니다.”
선생이 말했다.
“삼백 밤이면 열 달이다.”
“…예.”
선생이 물었다.
“열 달 동안 초하루 징수는 어찌하느냐?”
나는 그 자리에 섰다.
내가 각 반을 돌아야 아이들이 서로 안 거둔다.
돌면서 지하를 못 한다.
선생이 말했다.
“하나를 골라야 한다.”
나는 물었다.
“…둘 다 하면 안 돼요?”
선생이 말했다.
“해 봐라.”
나는 해 봤다.
낮에 열여덟 반을 돌고 밤에 여섯이 앉아 지하를 했다.
넉 달 했다.
넉 달째에 내가 앓았다.
앓아서 보름을 누웠다.
누운 보름 동안 2학년에서 아이 둘이 서로 거뒀다.
나는 그것을 듣고 일어났다.
일어나서 교장한테 갔다.
“교장 선생님.”
“…누워 있어야지.”
나는 말했다.
“저 하나로는 안 돼요.”
교장이 말했다.
“안다.”
나는 말했다.
“저 같은 아이를 찾아야 해요.”
교장이 물었다.
“백 년에 넷이었다.”
나는 말했다.
“찾은 것이 넷이에요.”
교장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말했다.
“안 찾아서 못 찾은 거예요.”
찾는 법을 우리는 몰랐다.
백 년 동안 이 학교는 넷을 찾았는데 넷 다 우연히 알았다.
하나는 열 번 영이라서 알았고 하나는 벽을 쌓아 달라고 해서 알았다.
나머지 둘은 기록에 없다.
나는 찾는 법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만든 법은 하나다.
지하에 데려간다.
지하에 데려가서 등 앞에 세운다.
들리면 있는 것이고 안 들리면 없는 것이다.
간단하다.
간단한데 백 년 동안 아무도 안 했다.
안 한 까닭을 교장이 말했다.
“지하에 학생을 들이지 않는다.”
“…왜요?”
교장이 말했다.
“학생이 등을 보면 무서워한다.”
나는 말했다.
“저는 안 무서웠어요.”
교장이 말했다.
“너는 들렸으니까.”
나는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들리는 아이는 안 무서워하고 안 들리는 아이는 무서워한다.
그러면 내려보내면 갈린다.
나는 그해 가을에 1학년 마흔둘을 지하에 내려보냈다.
한 번에 넷씩 보냈다.
복도에 세우고 물었다.
“들리니?”
마흔둘 가운데 서른아홉이 고개를 저었다.
셋이 고개를 끄덕였다.
셋이다.
한 학년에 셋이다.
나는 그것을 교장한테 말했다.
교장이 그 자리에 앉았다.
“…셋이라고?”
나는 말했다.
“셋이에요.”
교장이 물었다.
“2학년도 해 보겠느냐?”
나는 2학년 서른아홉을 내려보냈다.
둘이었다.
3학년은 넷이었다.
4학년은 하나였다.
5학년은 셋이었다.
6학년은 없었다.
다 해서 열셋이다.
나는 그 셈을 하고 오래 앉아 있었다.
백 년에 넷이 아니었다.
지금 이 학교에 열셋이 있다.
교장이 물었다.
“…6학년에 왜 없느냐?”
나는 말했다.
“…모르겠어요.”
교장이 말했다.
“6학년은 다 뺀 아이들이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교장이 말했다.
“다 빼면 안 들리는 모양이다.”
나는 그 말이 맞는지 보려고 6학년을 다시 내려보냈다.
이번에는 한 사람씩 보냈다.
서른여섯이었다.
서른여섯 가운데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려요.”
나는 그 둘을 따로 봤다.
둘 다 초하루에 나오는 것이 적었다.
장부를 봤다.
여섯 해 동안 다른 아이의 절반쯤 나왔다.
나는 교장한테 말했다.
“교장 선생님, 6학년에 둘 있어요.”
교장이 물었다.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나는 말했다.
“넷씩 보냈을 때는 없었어요.”
“…”
“한 사람씩 보내니 둘이 나왔어요.”
교장이 물었다.
“왜 다르냐?”
나는 말했다.
“넷이 같이 가면 옆을 봐요.”
“…”
“옆 애가 고개를 저으면 같이 저어요.”
교장이 그 말을 오래 들었다.
“…그러면 앞에 한 것도 다시 해야겠구나.”
나는 1학년부터 다시 했다.
한 사람씩 보냈다.
이백오십둘을 다 보내는 데 한 달이 걸렸다.
다 하고 세어 보니 스물하나였다.
전에 열셋이었다.
여덟이 늘었다.
늘어난 여덟은 다 옆에서 고개를 젓는 것을 보고 같이 저었던 아이들이다.
나는 그 여덟을 한 사람씩 불러서 물었다.
“…왜 아니라고 했어?”
여섯이 같은 말을 했다.
“…저만 들리면 이상하잖아요.”
나는 그 말에 아무 대답도 못 했다.
두 해 전에 나도 그랬다.
처음 복도에 섰을 때 나는 세리안 선생한테 들린다고 말했다.
말할 수 있었던 까닭은 하나다.
그때 복도에 나 말고 선생 하나뿐이었다.
옆에 같은 나이 아이가 셋 있었으면 나도 고개를 저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알고 한참 앉아 있었다.
이 학교에 백 년 동안 그런 아이가 몇이었을까.
넷씩 내려보냈으면 넷 가운데 하나만 말해도 되는데, 아무도 안 말했을 것이다.
말하는 것이 무서운 아이한테 우리는 백 년 동안 무섭게 물어 왔다.
나는 물었다.
“…그럼 들리는 것도 거둔 거예요?”
교장이 대답을 안 했다.
나는 그 물음을 하린한테 가져갔다.
하린이 말했다.
“나도 들렸다.”
“…”
“그런데 나는 거두는 아이였다.”
나는 물었다.
“…들리는 게 거두는 거예요?”
하린이 말했다.
“다르다.”
“…”
“나는 거둬서 들렸고 너는 비어서 들린다.”
나는 물었다.
“아주머니.”
“…왜?”
“그럼 세리안 선생님은 왜 안 들려요?”
하린이 그 물음에 한참 아무 말도 안 했다.
“…세리안은 여섯 해 다 거뒀다.”
“…”
“다 거둬져서 비었을 텐데.”
나는 말했다.
“비었으면 들려야 하잖아요.”
하린이 말했다.
“그렇지.”
“…”
“그런데 안 들린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하린이 말했다.
“루아야. 비었는데 안 들리면 그것은 뭐냐?”
나는 말했다.
“…다시 찼다는 거예요.”
하린이 말했다.
“그렇다.”
“…”
“졸업하고 이십팔 년 동안 무엇인가로 다시 찼다.”
나는 물었다.
“…뭐로요?”
하린이 말했다.
“그걸 네가 알아내야지.”
나는 그날 밤에 지하 복도 가운데 서서 눈을 감았다.
사백 개가 한꺼번에 났다.
그 소리 속에 세리안 선생 것이 하나 있다. 받침 이백사십일이다.
나는 그 소리를 찾아냈다.
찾아내고 나서 선생을 떠올렸다.
선생은 그 소리를 못 듣는다.
이십팔 년 동안 제 노래 옆에서 일하면서 한 번도 못 들었다.
나는 그것이 그날 밤에 제일 아팠다.
나는 물었다.
“열셋은 어느 쪽이에요?”
하린이 말했다.
“해 봐야 안다.”
나는 그 열셋을 한 사람씩 봤다.
보는 법은 이렇다.
옆에 앉혀 놓고 한나절 있는다.
한나절 뒤에 내가 무엇을 잃었는지 본다.
잃으면 거두는 아이고 안 잃으면 빈 아이다.
열셋 가운데 넷이 거두는 아이였다.
아홉이 빈 아이였다.
나는 아홉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