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5,049자) · 위층 복도

가락이 밴다

마법을 다 빼앗겨야 졸업하는 학교 · 반서후

빼낸 것을 어디에 담느냐가 문제였다⁠.

등에 담으면 도로 거둬진다⁠. 하린이 지하에 있으니 열 발 안이다⁠.

교장이 말했다⁠.

“⁠위층에 담자⁠.⁠”

세리안 선생이 말했다⁠.

“⁠위층에 받침이 없습니다⁠.⁠”

교장이 말했다⁠.

“⁠만들면 되지⁠.⁠”

놋쇠 받침을 만드는 데 두 달이 걸렸다⁠.

도시 대장간에 맡겼다⁠.

백을 만들었다⁠.

유리는 학교에 있는 것을 썼다⁠. 빈 등이 있었다⁠. 내가 돌려준 것들이다⁠.

같은 해 가을에 위층 복도에 등이 백 걸렸다⁠.

지하와 달리 유리가 깨끗하다⁠. 새것이라 그을음이 없다⁠.

그을음이 없으니 소리가 또렷하다⁠.

나는 이 복도에 서서 들었다⁠.

백 개가 한꺼번에 났다⁠.

시끄러울 줄 알았는데 안 시끄러웠다⁠.

노래가 겹치는데 서로 안 부딪쳤다⁠.

나는 이것이 이상해서 하나씩 들어 봤다⁠.

들어 보니 알았다⁠.

가락이 다 같다⁠.

노래가 다른데 가락이 같다⁠.

나는 이것을 하린한테 말했다⁠.

하린이 이때 걸을 수 있었다⁠.

지하에서 나와 위층까지 올라왔다⁠. 삼십 년 만에 계단을 올랐다⁠.

올라와서 들었다⁠.

“⁠…나는 안 들린다⁠.⁠”

나는 말했다⁠.

“⁠가락이 다 같아요⁠.⁠”

하린이 물었다⁠.

“⁠…어떻게 같으냐⁠?⁠”

나는 이 가락을 소리로 냈다⁠.

하린이 이것을 듣고 이 자리에 섰다⁠.

“⁠…그건 내 가락이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하린이 말했다⁠.

“⁠내가 삼십 년 동안 혼자 부르던 가락이다⁠.⁠”

“⁠…⁠”

“⁠노래가 아니라 그냥 가락이다⁠. 말이 없다⁠.⁠”

나는 물었다⁠.

“⁠…아주머니한테서 나온 건데 왜 아주머니 가락이에요⁠?⁠”

하린이 말했다⁠.

“⁠삼십 년 동안 내 안에 있었으니까⁠.⁠”

“⁠…⁠”

“⁠내 안에 오래 있으면 내 가락이 밴다⁠.⁠”

나는 이 자리에 섰다⁠.

하린이 말했다⁠.

“⁠그러면 돌려줘도 그 사람 것이 아니겠구나⁠.⁠”

나는 물었다⁠.

“⁠…그럼 어떡해요⁠?⁠”

하린이 말했다⁠.

“⁠모른다⁠.⁠”

세리안 선생이 이때 말했다⁠.

“⁠…해 보면 안다⁠.⁠”

우리는 이 가을에 위층 등 백 개를 도시로 가져갔다⁠.

가져간 것이 아니라 소리로 외워서 갔다⁠.

광장에서 불렀다⁠.

셋이 아니라 다섯이 섰다⁠. 3학년 둘에 4학년 하나가 붙었다⁠.

백을 부르는 데 사흘이 걸렸다⁠.

사흘 동안 멈춘 사람이 서른둘이었다⁠.

서른둘 가운데 스물아홉이 알아들었다⁠.

셋은 알아들었다가 고개를 저었다⁠.

“⁠…비슷한데 아니오⁠.⁠”

나는 물었다⁠.

“⁠어디가 달라요⁠?⁠”

한 사람이 말했다⁠.

“⁠…가락이 다르오⁠.⁠”

나는 이 자리에 섰다⁠.

이 사람이 말했다⁠.

“⁠우리 어머니는 그렇게 안 부르셨소⁠.⁠”

“⁠…⁠”

“⁠말은 맞는데 가락이 아니오⁠.⁠”

나는 하린한테 이 말을 옮겼다⁠.

하린이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말했다⁠.

“⁠…내 가락이 배서 그렇다⁠.⁠”

나는 물었다⁠.

“⁠벗겨낼 수 있어요⁠?⁠”

이날 밤에 나는 유리 조각 백열둘을 꺼냈다⁠.

천에 싸서 방에 두었던 것이다⁠.

하나씩 귀에 댔다⁠.

백열둘이 다 한 마디씩이다⁠.

말이 되는 것이 없다⁠.

나는 이것을 방바닥에 늘어놓았다⁠.

늘어놓고 하나씩 소리를 내 봤다⁠.

내다 보니 두 조각이 이어졌다⁠.

「⁠먼⁠」과 「⁠데⁠」다⁠.

나는 이 둘을 붙여 놨다⁠.

또 하나가 이어졌다⁠.

「⁠먼⁠」 「⁠데⁠」 「⁠서⁠」다⁠.

세 조각이다⁠.

나는 이날 밤을 새워서 붙였다⁠.

새벽에 여섯 조각이 이어졌다⁠.

「⁠먼 데서 오는 사람을⁠」

나는 이 자리에 섰다⁠.

세리안 선생 노래 세 번째 줄이다⁠.

나는 선생한테 뛰어갔다⁠.

선생이 이 소리를 듣고 아무 말도 안 했다⁠.

한참 있다가 물었다⁠.

“⁠…어디서 났느냐⁠?⁠”

나는 말했다⁠.

“⁠깨진 조각이요⁠.⁠”

선생이 물었다⁠.

“⁠…내 노래가 왜 깨진 조각에 있느냐⁠?⁠”

나는 대답을 못 했다⁠.

선생 등은 안 깨졌다⁠. 받침 이백사십일에 걸려 있다⁠.

그런데 같은 줄이 깨진 조각에서 났다⁠.

나는 사흘 생각했다⁠.

사흘째에 하나를 알았다⁠.

같은 노래를 부른 사람이 둘이었던 것이다⁠.

세리안 선생 어머니가 부르던 노래다⁠.

어머니가 여러 아이한테 불러 줬으면 여러 아이가 이 노래를 가졌다⁠.

나는 이것을 선생한테 말했다⁠.

선생이 이 자리에 앉았다⁠.

“⁠…나한테 언니가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선생이 말했다⁠.

“⁠나보다 네 살 위였다⁠.⁠”

“⁠…⁠”

“⁠이 학교에 들어왔다가 못 나갔다⁠.⁠”

하린이 말했다⁠.

“⁠모른다⁠.⁠”

나는 이날 위층 복도에 앉아서 백 개를 다시 들었다⁠.

가락이 같다⁠.

그런데 자세히 들으니 가락 밑에 다른 것이 있었다⁠.

아주 얇게 있었다⁠.

나는 이것을 들으려고 밤새 앉아 있었다⁠.

새벽에 하나가 들렸다⁠.

밑에 있는 가락이 달랐다⁠.

나는 이것을 소리로 냈다⁠.

내고 나서 이 등을 들었다⁠.

가벼워져 있었다⁠.

빠져나간 것이다⁠.

나는 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락을 벗기는 법이 있다⁠.

밑에 있는 것을 내가 소리로 내면 벗겨진다⁠.

한 개에 밤새가 걸린다⁠.

백이면 백 밤이다⁠.

백 밤을 혼자 할 수는 없다⁠.

나는 이것을 3학년 둘한테 가르쳤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앉았다⁠.

셋이 한 등 앞에 앉아서 밤새 들었다⁠.

둘은 안 들린다⁠.

그런데 내가 가락을 소리로 내면 둘이 따라 한다⁠.

따라 하면 벗겨지는 것이 빨라졌다⁠.

셋이 하니 한 밤에 둘이 됐다⁠.

넷이 앉으니 한 밤에 셋이 됐다⁠.

겨울에 여덟이 앉았다⁠.

여덟이 앉으니 한 밤에 여섯이다⁠.

나는 이 셈을 적어 두었다⁠.

적는 것은 셀이 했다⁠.

하나면 하나⁠.

둘이면 하나⁠.

셋이면 둘⁠.

넷이면 셋⁠.

다섯이면 넷⁠.

여섯이면 열다섯⁠.

일곱이면 여섯⁠.

여덟이면 여섯⁠.

셀이 이것을 적다가 물었다⁠.

“⁠언니⁠, 여섯이 이상해요⁠.⁠”

나는 말했다⁠.

“⁠…나도 안다⁠.⁠”

셀이 말했다⁠.

“⁠다섯이 넷이고 일곱이 여섯인데 여섯만 열다섯이에요⁠.⁠”

나는 이 자리에 섰다⁠.

다섯에서 여섯으로 갈 때 넷이 열다섯이 된다⁠.

여섯에서 일곱으로 갈 때 열다섯이 여섯이 된다⁠.

올랐다가 떨어진다⁠.

나는 이것을 열 번 다시 해 봤다⁠.

열 번 다 같았다⁠.

여섯에서만 솟는다⁠.

미아가 물었다⁠.

“⁠언니⁠, 그럼 여섯 명씩만 하면 되잖아요⁠.⁠”

나는 말했다⁠.

“⁠…그러면 되지⁠.⁠”

셀이 물었다⁠.

“⁠그런데 왜 그런지는 모르는 거잖아요⁠.⁠”

나는 말했다⁠.

“⁠몰라⁠.⁠”

셀이 말했다⁠.

“⁠모르면 나중에 안 될 수도 있잖아요⁠.⁠”

나는 이 말이 무서웠다⁠.

까닭을 모르고 하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교장이 장부를 덮고 스물여섯 해 앉아 있던 것과 같다⁠.

나는 이날부터 까닭을 찾기 시작했다⁠.

백이 열이레에 끝났다⁠.

나는 이 셈을 하고 이상해서 다시 봤다⁠.

한 사람이 하면 백 밤이고 여덟이 하면 열이레다⁠.

여덟 배면 열두 밤이어야 한다⁠.

열이레면 여덟 배가 안 된다⁠.

그런데 처음에는 한 밤에 하나였다가 여덟이 되니 한 밤에 여섯이다⁠.

여섯 배다⁠.

여덟 사람에 여섯 배면 손해다⁠.

나는 이것을 세리안 선생한테 말했다⁠.

선생이 물었다⁠.

“⁠그럼 몇이 제일 나으냐⁠?⁠”

나는 세어 봤다⁠.

하나면 하루에 하나⁠.

셋이면 하루에 둘⁠.

넷이면 셋⁠.

다섯이면 넷⁠.

여섯이면 다섯⁠.

여덟이면 여섯⁠.

나는 말했다⁠.

“⁠…여섯이 제일 나아요⁠.⁠”

선생이 물었다⁠.

“⁠왜 여섯이냐⁠?⁠”

나는 말했다⁠.

“⁠여섯까지는 하나 늘면 하나 늡니다⁠. 일곱부터는 덜 늘어요⁠.⁠”

선생이 물었다⁠.

“⁠왜 그렇겠느냐⁠?⁠”

나는 말했다⁠.

“⁠…소리가 겹쳐서요⁠.⁠”

“⁠…⁠”

“⁠여섯까지는 서로 다른 소리가 나는데 일곱부터는 겹쳐요⁠.⁠”

선생이 이 말을 오래 들었다⁠.

“⁠…루아야⁠.⁠”

“⁠예⁠.⁠”

“⁠대전 같은 데서 여든이 같이 외우면 어찌 되겠느냐⁠?⁠”

나는 말했다⁠.

“⁠…무슨 대전이요⁠?⁠”

선생이 웃었다⁠.

“⁠아니다⁠. 내가 딴 데 얘기를 했다⁠.⁠”

나는 이 겨울에 여섯씩 앉았다⁠.

여섯이 한 조가 되고 조가 셋이 됐다⁠.

열여덟이 밤마다 앉았다⁠.

한 밤에 열다섯이 벗겨졌다⁠.

백이 이레에 끝났다⁠.

이레째 밤에 마지막 등을 벗겼다⁠.

벗기고 나서 나는 이 등을 들었다⁠.

가벼웠다⁠.

백이 다 비었다⁠.

나는 이것을 들고 지하로 내려갔다⁠.

하린이 지하에 있었다⁠.

위층에 안 올라간다⁠. 등이 백 개 있으면 또 거둬지니까⁠.

이제 백이 비었으니 올라가도 된다⁠.

나는 말했다⁠.

“⁠아주머니⁠, 다 벗겼어요⁠.⁠”

하린이 물었다⁠.

“⁠…다 내 가락이 벗겨졌느냐⁠?⁠”

나는 말했다⁠.

“⁠벗겨졌어요⁠.⁠”

하린이 이 자리에 앉았다⁠.

한참 있다가 말했다⁠.

“⁠…그럼 나는 뭐가 남았느냐⁠?⁠”

나는 이 말을 못 알아들었다⁠.

하린이 말했다⁠.

“⁠삼십 년 동안 내 안에 있던 것이 다 나갔다⁠.⁠”

“⁠…⁠”

“⁠내 가락도 벗겨졌다⁠.⁠”

하린이 제 손을 봤다⁠.

“⁠…나는 이제 뭐냐⁠?⁠”

나는 이 물음을 이날 밤에 혼자 생각했다⁠.

하린 아주머니한테 있던 것이 다 나갔다⁠.

그러면 아주머니는 빈 사람이다⁠.

빈 사람은 나다⁠.

나는 두 해째 영이다⁠. 나온 것이 없다⁠.

그러면 나하고 아주머니가 같아진 것인가⁠.

나는 이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아주머니는 비워진 것이고 나는 처음부터 비어 있었다⁠.

비워진 사람은 전에 있던 것을 기억한다⁠.

처음부터 빈 사람은 기억할 것이 없다⁠.

나는 이것이 더 나쁜지 덜 나쁜지 몰랐다⁠.

지금도 모른다⁠.

다만 이날 밤에 하나를 정했다⁠.

아주머니한테 이 말을 안 하기로 했다⁠.

빈 것이 같다고 하면 위로가 될 것 같았는데⁠, 같지 않은 것을 같다고 하는 것은 위로가 아니다⁠.

이것은 그냥 틀린 말이다⁠.

나는 대답을 못 했다⁠.

세리안 선생이 옆에서 말했다⁠.

“⁠하린아⁠.⁠”

“⁠…왜⁠?⁠”

세리안 선생이 말했다⁠.

“⁠네 가락은 안 벗겨졌다⁠.⁠”

하린이 고개를 들었다⁠.

선생이 말했다⁠.

“⁠남한테 밴 것이 벗겨진 것이지 네 것이 없어진 게 아니다⁠.⁠”

“⁠…⁠”

“⁠네 가락은 네 안에 있다⁠.⁠”

나는 이날 밤에 위층 복도에 오래 앉아 있었다⁠.

백 개가 다 비었다⁠.

빈 등은 소리가 안 난다⁠.

두 해 동안 소리 속에 살다가 조용한 복도에 앉으니 귀가 이상했다⁠.

나는 이때 처음으로 조용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조용한 것은 아무 소리도 없는 것이 아니다⁠.

있던 소리가 갈 데로 간 것이다⁠.

하린이 물었다⁠.

“⁠…어떻게 아느냐⁠?⁠”

세리안 선생이 말했다⁠.

“⁠지금 네가 말하는 가락이 그것이다⁠.⁠”

나는 이 말을 하린한테 옮기지 않았다⁠.

옮기면 위로가 되는데⁠, 위로는 옮기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 아니다⁠.

선생이 직접 하게 두었다⁠.

6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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