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5,045자) · 위층 복도

가락이 밴다

벨라른 · 문가온

빼낸 것을 어디에 담느냐가 문제였다.

등에 담으면 도로 거둬진다. 하린이 지하에 있으니 열 발 안이다.

교장이 말했다.

“위층에 담자.”

세리안 선생이 말했다.

“위층에 받침이 없습니다.”

교장이 말했다.

“만들면 되지.”

놋쇠 받침을 만드는 데 두 달이 걸렸다.

도시 대장간에 맡겼다.

백을 만들었다.

유리는 학교에 있는 것을 썼다. 빈 등이 있었다. 내가 돌려준 것들이다.

그해 가을에 위층 복도에 등이 백 걸렸다.

지하와 달리 유리가 깨끗하다. 새것이라 그을음이 없다.

그을음이 없으니 소리가 또렷하다.

나는 그 복도에 서서 들었다.

백 개가 한꺼번에 났다.

시끄러울 줄 알았는데 안 시끄러웠다.

노래가 겹치는데 서로 안 부딪쳤다.

나는 그것이 이상해서 하나씩 들어 봤다.

들어 보니 알았다.

가락이 다 같다.

노래가 다른데 가락이 같다.

나는 그것을 하린한테 말했다.

하린이 그때 걸을 수 있었다.

지하에서 나와 위층까지 올라왔다. 삼십 년 만에 계단을 올랐다.

올라와서 들었다.

“…나는 안 들린다.”

나는 말했다.

“가락이 다 같아요.”

하린이 물었다.

“…어떻게 같으냐?”

나는 그 가락을 소리로 냈다.

하린이 그것을 듣고 그 자리에 섰다.

“…그건 내 가락이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하린이 말했다.

“내가 삼십 년 동안 혼자 부르던 가락이다.”

“…”

“노래가 아니라 그냥 가락이다. 말이 없다.”

나는 물었다.

“…아주머니한테서 나온 건데 왜 아주머니 가락이에요?”

하린이 말했다.

“삼십 년 동안 내 안에 있었으니까.”

“…”

“내 안에 오래 있으면 내 가락이 밴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하린이 말했다.

“그러면 돌려줘도 그 사람 것이 아니겠구나.”

나는 물었다.

“…그럼 어떡해요?”

하린이 말했다.

“모른다.”

세리안 선생이 그때 말했다.

“…해 보면 안다.”

우리는 그 가을에 위층 등 백 개를 도시로 가져갔다.

가져간 것이 아니라 소리로 외워서 갔다.

광장에서 불렀다.

셋이 아니라 다섯이 섰다. 3학년 둘에 4학년 하나가 붙었다.

백을 부르는 데 사흘이 걸렸다.

사흘 동안 멈춘 사람이 서른둘이었다.

서른둘 가운데 스물아홉이 알아들었다.

셋은 알아들었다가 고개를 저었다.

“…비슷한데 아니오.”

나는 물었다.

“어디가 달라요?”

한 사람이 말했다.

“…가락이 다르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그 사람이 말했다.

“우리 어머니는 그렇게 안 부르셨소.”

“…”

“말은 맞는데 가락이 아니오.”

나는 하린한테 그 말을 옮겼다.

하린이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말했다.

“…내 가락이 배서 그렇다.”

나는 물었다.

“벗겨낼 수 있어요?”

그날 밤에 나는 유리 조각 백열둘을 꺼냈다.

천에 싸서 방에 두었던 것이다.

하나씩 귀에 댔다.

백열둘이 다 한 마디씩이다.

말이 되는 것이 없다.

나는 그것을 방바닥에 늘어놓았다.

늘어놓고 하나씩 소리를 내 봤다.

내다 보니 두 조각이 이어졌다.

「먼」과 「데」다.

나는 그 둘을 붙여 놨다.

또 하나가 이어졌다.

「먼」 「데」 「서」다.

세 조각이다.

나는 그날 밤을 새워서 붙였다.

새벽에 여섯 조각이 이어졌다.

「먼 데서 오는 사람을」

나는 그 자리에 섰다.

세리안 선생 노래 셋째 줄이다.

나는 선생한테 뛰어갔다.

선생이 그 소리를 듣고 아무 말도 안 했다.

한참 있다가 물었다.

“…어디서 났느냐?”

나는 말했다.

“깨진 조각이요.”

선생이 물었다.

“…내 노래가 왜 깨진 조각에 있느냐?”

나는 대답을 못 했다.

선생 등은 안 깨졌다. 받침 이백사십일에 걸려 있다.

그런데 같은 줄이 깨진 조각에서 났다.

나는 사흘 생각했다.

사흘째에 하나를 알았다.

같은 노래를 부른 사람이 둘이었던 것이다.

세리안 선생 어머니가 부르던 노래다.

어머니가 여러 아이한테 불러 줬으면 여러 아이가 그 노래를 가졌다.

나는 그것을 선생한테 말했다.

선생이 그 자리에 앉았다.

“…나한테 언니가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선생이 말했다.

“나보다 네 살 위였다.”

“…”

“이 학교에 들어왔다가 못 나갔다.”

하린이 말했다.

“모른다.”

나는 그날 위층 복도에 앉아서 백 개를 다시 들었다.

가락이 같다.

그런데 자세히 들으니 가락 밑에 다른 것이 있었다.

아주 얇게 있었다.

나는 그것을 들으려고 밤새 앉아 있었다.

새벽에 하나가 들렸다.

밑에 있는 가락이 달랐다.

나는 그것을 소리로 냈다.

내고 나서 그 등을 들었다.

가벼워져 있었다.

빠져나간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락을 벗기는 법이 있다.

밑에 있는 것을 내가 소리로 내면 벗겨진다.

한 개에 밤새가 걸린다.

백이면 백 밤이다.

백 밤을 혼자 할 수는 없다.

나는 그것을 3학년 둘한테 가르쳤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앉았다.

셋이 한 등 앞에 앉아서 밤새 들었다.

둘은 안 들린다.

그런데 내가 가락을 소리로 내면 둘이 따라 한다.

따라 하면 벗겨지는 것이 빨라졌다.

셋이 하니 한 밤에 둘이 됐다.

넷이 앉으니 한 밤에 셋이 됐다.

겨울에 여덟이 앉았다.

여덟이 앉으니 한 밤에 여섯이다.

나는 그 셈을 적어 두었다.

적는 것은 셀이 했다.

하나면 하나.

둘이면 하나.

셋이면 둘.

넷이면 셋.

다섯이면 넷.

여섯이면 열다섯.

일곱이면 여섯.

여덟이면 여섯.

셀이 그것을 적다가 물었다.

“언니, 여섯이 이상해요.”

나는 말했다.

“…나도 안다.”

셀이 말했다.

“다섯이 넷이고 일곱이 여섯인데 여섯만 열다섯이에요.”

나는 그 자리에 섰다.

다섯에서 여섯으로 갈 때 넷이 열다섯이 된다.

여섯에서 일곱으로 갈 때 열다섯이 여섯이 된다.

올랐다가 떨어진다.

나는 그것을 열 번 다시 해 봤다.

열 번 다 같았다.

여섯에서만 솟는다.

미아가 물었다.

“언니, 그럼 여섯 명씩만 하면 되잖아요.”

나는 말했다.

“…그러면 되지.”

셀이 물었다.

“그런데 왜 그런지는 모르는 거잖아요.”

나는 말했다.

“몰라.”

셀이 말했다.

“모르면 나중에 안 될 수도 있잖아요.”

나는 그 말이 무서웠다.

까닭을 모르고 하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교장이 장부를 덮고 스물여섯 해 앉아 있던 것과 같다.

나는 그날부터 까닭을 찾기 시작했다.

백이 열이레에 끝났다.

나는 그 셈을 하고 이상해서 다시 봤다.

한 사람이 하면 백 밤이고 여덟이 하면 열이레다.

여덟 배면 열두 밤이어야 한다.

열이레면 여덟 배가 안 된다.

그런데 처음에는 한 밤에 하나였다가 여덟이 되니 한 밤에 여섯이다.

여섯 배다.

여덟 사람에 여섯 배면 손해다.

나는 그것을 세리안 선생한테 말했다.

선생이 물었다.

“그럼 몇이 제일 나으냐?”

나는 세어 봤다.

하나면 하루에 하나.

셋이면 하루에 둘.

넷이면 셋.

다섯이면 넷.

여섯이면 다섯.

여덟이면 여섯.

나는 말했다.

“…여섯이 제일 나아요.”

선생이 물었다.

“왜 여섯이냐?”

나는 말했다.

“여섯까지는 하나 늘면 하나 늡니다. 일곱부터는 덜 늘어요.”

선생이 물었다.

“왜 그렇겠느냐?”

나는 말했다.

“…소리가 겹쳐서요.”

“…”

“여섯까지는 서로 다른 소리가 나는데 일곱부터는 겹쳐요.”

선생이 그 말을 오래 들었다.

“…루아야.”

“예.”

“대전 같은 데서 여든이 같이 외우면 어찌 되겠느냐?”

나는 말했다.

“…무슨 대전이요?”

선생이 웃었다.

“아니다. 내가 딴 데 얘기를 했다.”

나는 그 겨울에 여섯씩 앉았다.

여섯이 한 조가 되고 조가 셋이 됐다.

열여덟이 밤마다 앉았다.

한 밤에 열다섯이 벗겨졌다.

백이 이레에 끝났다.

이레째 밤에 마지막 등을 벗겼다.

벗기고 나서 나는 그 등을 들었다.

가벼웠다.

백이 다 비었다.

나는 그것을 들고 지하로 내려갔다.

하린이 지하에 있었다.

위층에 안 올라간다. 등이 백 개 있으면 또 거둬지니까.

이제 백이 비었으니 올라가도 된다.

나는 말했다.

“아주머니, 다 벗겼어요.”

하린이 물었다.

“…다 내 가락이 벗겨졌느냐?”

나는 말했다.

“벗겨졌어요.”

하린이 그 자리에 앉았다.

한참 있다가 말했다.

“…그럼 나는 뭐가 남았느냐?”

나는 그 말을 못 알아들었다.

하린이 말했다.

“삼십 년 동안 내 안에 있던 것이 다 나갔다.”

“…”

“내 가락도 벗겨졌다.”

하린이 제 손을 봤다.

“…나는 이제 뭐냐?”

나는 그 물음을 그날 밤에 혼자 생각했다.

하린 아주머니한테 있던 것이 다 나갔다.

그러면 아주머니는 빈 사람이다.

빈 사람은 나다.

나는 두 해째 영이다. 나온 것이 없다.

그러면 나하고 아주머니가 같아진 것인가.

나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아주머니는 비워진 것이고 나는 처음부터 비어 있었다.

비워진 사람은 전에 있던 것을 기억한다.

처음부터 빈 사람은 기억할 것이 없다.

나는 그것이 더 나쁜지 덜 나쁜지 몰랐다.

지금도 모른다.

다만 그날 밤에 하나를 정했다.

아주머니한테 그 말을 안 하기로 했다.

빈 것이 같다고 하면 위로가 될 것 같았는데, 같지 않은 것을 같다고 하는 것은 위로가 아니다.

그것은 그냥 틀린 말이다.

나는 대답을 못 했다.

세리안 선생이 옆에서 말했다.

“하린아.”

“…왜?”

세리안 선생이 말했다.

“네 가락은 안 벗겨졌다.”

하린이 고개를 들었다.

선생이 말했다.

“남한테 밴 것이 벗겨진 것이지 네 것이 없어진 게 아니다.”

“…”

“네 가락은 네 안에 있다.”

나는 그날 밤에 위층 복도에 오래 앉아 있었다.

백 개가 다 비었다.

빈 등은 소리가 안 난다.

두 해 동안 소리 속에 살다가 조용한 복도에 앉으니 귀가 이상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조용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조용한 것은 아무 소리도 없는 것이 아니다.

있던 소리가 갈 데로 간 것이다.

하린이 물었다.

“…어떻게 아느냐?”

세리안 선생이 말했다.

“지금 네가 말하는 가락이 그것이다.”

나는 그 말을 하린한테 옮기지 않았다.

옮기면 위로가 되는데, 위로는 옮기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 아니다.

선생이 직접 하게 두었다.

6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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