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5,085자) · 열 발 안
5학년 하린
벨라른 · 문가온
여자 이름은 하린이다.
5학년 때 벽을 쌓았다고 했다. 그러니까 열둘에 들어왔다.
지금 마흔둘이다.
삼십 년이다.
세리안 선생이 내려와서 하린을 봤다.
둘이 아무 말도 안 했다.
한참 있다가 세리안 선생이 말했다.
“…하린아.”
하린이 말했다.
“…세리안이냐.”
“나다.”
하린이 웃었다.
“…목소리가 늙었다.”
세리안 선생이 그 자리에 앉았다.
“…삼십 년 동안 여기 있었느냐?”
하린이 말했다.
“있었다.”
“…밥은.”
하린이 벽 아래를 가리켰다.
작은 구멍이 있었다.
“…누가 넣어 준다.”
세리안 선생이 물었다.
“누구냐?”
하린이 말했다.
“모른다.”
“…삼십 년 동안 모르느냐?”
하린이 말했다.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나는 그 구멍 앞에 앉았다.
앉아서 안을 봤다.
구멍이 벽 두 겹을 뚫고 있었다. 저쪽에 복도가 보였다.
“…아주머니, 밥이 언제 와요?”
하린이 말했다.
“아침에 한 번 온다.”
“…몇 시에요?”
하린이 말했다.
“모른다. 여기는 해가 없다.”
“…”
“다만 온 다음에 등이 달라진다.”
나는 물었다.
“…어떻게 달라져요?”
하린이 말했다.
“나는 안 들린다. 그런데 무게가 달라진다.”
“…”
“아침에 거둬지는 것이 제일 많다.”
나는 그 말을 세리안 선생한테 옮겼다.
선생이 그 말을 듣고 물었다.
“…아침에 무엇을 하느냐?”
나는 셈을 했다.
아침에 학교가 하는 일은 하나다.
초하루면 징수를 한다. 초하루가 아니면 수업이다.
그런데 지하는 아침에 아무도 안 온다.
나는 말했다.
“…아무것도 안 해요.”
선생이 말했다.
“밥 넣는 사람이 오지 않느냐.”
나는 그 자리에 섰다.
선생이 말했다.
“사람이 오면 거둬진다.”
“…”
“하린은 삼십 년 동안 밥 주는 사람한테서도 거둬 왔다.”
나는 물었다.
“…그 사람은 뭘 잃었어요?”
선생이 말했다.
“삼십 년 치다.”
나는 그날 밤에 지하 문 앞에서 기다렸다.
새벽에 문이 열렸다.
문지기였다.
쟁반을 들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을 봤다.
예순이 넘어 보였다.
말을 안 하는 사람이다.
나는 물었다.
“…아저씨.”
그 사람이 나를 봤다.
“삼십 년 동안 밥을 넣으셨어요?”
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물었다.
“…말을 못 하세요?”
그 사람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물었다.
“…그럼 왜 안 하세요?”
그 사람이 입을 열었다.
소리가 안 났다.
목이 움직이는데 소리가 안 났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그 사람이 제 목을 짚었다.
그러고 벽 쪽을 가리켰다.
하린이 있는 쪽이다.
나는 그 구멍을 봤다.
손이 겨우 들어가는 크기다.
세리안 선생이 물었다.
“하린아, 네가 등한테서 거둔다고 했다지.”
하린이 말했다.
“거둔다.”
“…왜 거두느냐?”
하린이 말했다.
“안 거두려고 해도 거둬진다.”
“…”
“옆에 있으면 거둬진다.”
세리안 선생이 물었다.
“여기 벽을 쌓았는데 왜 등이 가벼워지느냐?”
하린이 말했다.
“벽이 얇다.”
나는 그 말에 벽을 만졌다.
벽돌 두 겹이다.
하린이 말했다.
“열 발 안이면 거둬진다.”
세리안 선생이 물었다.
“…그럼 여기 있으면 안 되지 않느냐?”
하린이 말했다.
“안 된다.”
“…”
“그런데 나갈 데가 없다.”
나는 물었다.
“…도시로 가시면요?”
하린이 말했다.
“도시에 사람이 있다.”
“…”
“사람이 있으면 사람한테서 거둔다.”
나는 물었다.
“…산으로 가시면요?”
하린이 말했다.
“열두 살에 그 생각을 했다.”
“…”
“산에도 사람이 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았다.
하린이 말했다.
“그래서 여기가 제일 낫다.”
“…”
“여기는 등뿐이다. 등은 사람이 아니다.”
세리안 선생이 물었다.
“등에 든 것은 사람 것 아니냐.”
하린이 대답을 안 했다.
한참 있다가 말했다.
“…그렇다.”
“…”
“그러니 나는 삼십 년 동안 도둑질을 한 것이다.”
나는 물었다.
“…돌려줄 수 있어요?”
하린이 말했다.
“빼내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세리안 선생이 말했다.
“학교에 빼내는 선생이 열둘 있다.”
하린이 말했다.
“열둘이 와야 한다.”
“…”
“나한테 있는 것이 삼십 년 치다. 하나로는 안 된다.”
세리안 선생이 일어섰다.
“열둘을 데려오겠다.”
하린이 말했다.
“…세리안아.”
“왜?”
하린이 말했다.
“열둘이 여기 오면 열둘이 잃는다.”
세리안 선생이 걸음을 멈췄다.
하린이 말했다.
“열 발 안이다.”
세리안 선생이 물었다.
“…빼내는 동안 거둬지느냐?”
하린이 말했다.
“거둬진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빼내면서 거둬진다.
빼낸 만큼 거둬지면 셈이 그대로다.
나는 물었다.
“아주머니.”
“…왜?”
“빼내는 것하고 거두는 것하고 어느 쪽이 빨라요?”
하린이 나를 봤다.
“…빼내는 쪽이 빠르다.”
나는 물었다.
“얼마나요?”
하린이 말했다.
“빼내는 것은 스무 셈에 하나다.”
“…”
“거두는 것은 한나절에 하나다.”
나는 셈을 했다.
한나절이면 빼내는 것이 백은 된다.
나는 말했다.
“그럼 돼요.”
하린이 말했다.
“…된다.”
“…”
“그런데 열둘이 한나절씩 잃는다.”
세리안 선생이 말했다.
“한나절이면 하나다.”
“…”
“열둘이 하나씩이면 열둘이다.”
하린이 말했다.
“내가 삼십 년 치를 내놓고 열둘이 하나씩 잃는다.”
세리안 선생이 말했다.
“그러면 남는 장사다.”
하린이 웃었다.
삼십 년 만에 웃는 웃음이라고 했다.
“…너는 셈을 하는구나.”
세리안 선생이 말했다.
“선생이 되면 셈을 한다.”
열둘을 데려오는 데 이레가 걸렸다.
교장이 막았다.
막은 까닭은 하나다.
“열둘이 한나절씩 잃으면 초하루 징수를 못 한다.”
세리안 선생이 말했다.
“한 달만 쉬면 됩니다.”
교장이 말했다.
“한 달 쉬면 아이들이 찬다.”
나는 물었다.
“교장 선생님, 차면 어떻게 돼요?”
교장이 말했다.
“배가 부르면 넘치지 않느냐.”
“…”
“넘치면 옆으로 간다.”
나는 물었다.
“…그럼 다 차 있는 애들은요?”
교장이 말했다.
“초하루마다 비운다. 그래서 안 넘친다.”
나는 말했다.
“그럼 초하루가 막는 거네요.”
교장이 말했다.
“그렇다.”
나는 물었다.
“…그럼 이 학교는 빼앗는 데가 아니라 막는 데예요?”
교장이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둘 다다.”
“…”
“차면 옆 아이한테서 거둔다.”
세리안 선생이 물었다.
“백 년 동안 한 번도 안 쉬었습니까?”
교장이 말했다.
“안 쉬었다.”
“…”
“쉰 적이 한 번 있다.”
세리안 선생이 물었다.
“언제입니까?”
교장이 말했다.
“삼십 년 전이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교장이 말했다.
“하린이 벽을 쌓던 달에 한 달 쉬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교장이 말했다.
“그달에 학생 넷이 서로 거뒀다.”
“…”
“넷이 서로한테서 거두니 학교가 통째로 흔들렸다.”
나는 물었다.
“…넷은 어떻게 됐어요?”
교장이 대답을 안 했다.
세리안 선생이 대신 말했다.
“내 동기 넷이다.”
나는 물었다.
“선생님, 그 넷 이름을 아세요?”
세리안 선생이 말했다.
“안다.”
“…”
“하린, 무레, 아엔, 그리고 테오다.”
교장이 그 이름들에 고개를 들었다.
“…너는 그것을 다 외우고 있느냐?”
선생이 말했다.
“동기가 마흔이었습니다. 마흔을 다 외웁니다.”
나는 물었다.
“그 셋은 어디 갔어요?”
선생이 말했다.
“나갔다.”
“…나가서요?”
선생이 대답을 안 했다.
교장이 대신 말했다.
“무레는 도시에서 살다가 오 년 뒤에 죽었다.”
“…”
“아엔은 서쪽으로 갔다. 소식이 없다.”
“…테오는요?”
교장이 말했다.
“테오는 여기 있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교장이 말했다.
“지하 문을 지킨다.”
나는 새벽에 본 얼굴을 떠올렸다.
예순이 넘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세리안 선생과 동기면 마흔둘이다.
나는 물었다.
“…왜 그렇게 늙어 보여요?”
교장이 말했다.
“삼십 년 동안 하린 옆에 있었다.”
나는 물었다.
“…거둬지면 늙어요?”
교장이 말했다.
“모른다.”
“…”
“다만 테오는 그해에 목소리를 잃었다.”
나는 물었다.
“…하린 아주머니가 거둬 갔어요?”
교장이 말했다.
“그럴 것이다.”
“…”
“그런데 테오가 자원해서 문을 지켰다.”
나는 그 말을 오래 들었다.
제 목소리를 가져간 사람한테 삼십 년 동안 밥을 넣은 것이다.
“…”
“셋이 나갔고 하나가 남았다.”
나는 물었다.
“남은 게 하린 아주머니예요?”
세리안 선생이 말했다.
“그렇다.”
교장이 말했다.
“그러니 쉴 수 없다.”
나는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말했다.
“교장 선생님.”
“…말해라.”
나는 말했다.
“제가 있으면 돼요.”
교장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말했다.
“저는 안 거둬요.”
“…”
“아이들 옆에 제가 있으면 아이들이 저한테 안 거둬져요.”
교장이 물었다.
“…네가 어떻게 아느냐?”
나는 말했다.
“두 해 동안 제 옆에 있던 아이들이 안 늘었어요.”
교장이 그 말에 서랍을 열었다.
가죽 표지를 꺼냈다.
“…징수 셈을 보자.”
셋이 그것을 봤다.
내가 5학년이 된 뒤로 우리 반 아이들 징수량이 줄어 있었다.
다른 반은 그대로다.
우리 반만 줄었다.
교장이 그것을 오래 봤다.
“…줄었구나.”
나는 물었다.
“그게 나쁜 거예요?”
교장이 말했다.
“아니다.”
“…”
“거둔 것이 적다는 뜻이다.”
나는 말했다.
“그럼 좋은 거예요.”
교장이 말했다.
“좋다.”
교장이 표지를 덮었다.
“한 달 쉬겠다.”
“…”
“대신 루아가 매일 각 반을 돈다.”
나는 물었다.
“몇 반이에요?”
교장이 말했다.
“열여덟이다.”
“…하루에 열여덟이요?”
교장이 말했다.
“한 반에 반 시간이면 아홉 시간이다.”
나는 그것을 한 달 했다.
한 달 동안 학교에 거두는 일이 안 났다.
열둘이 지하에서 하린을 빼냈다.
한 달에 다 못 뺐다.
삼십 년 치가 한 달로 안 된다.
교장이 그다음 달도 쉬었다.
넉 달을 쉬었다.
넉 달째에 하린이 처음으로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