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5,084자) · 열 발 안

5학년 하린

마법을 다 빼앗겨야 졸업하는 학교 · 반서후

여자 이름은 하린이다⁠.

5학년 때 벽을 쌓았다고 했다⁠. 그러니까 열둘에 들어왔다⁠.

지금 마흔둘이다⁠.

삼십 년이다⁠.

세리안 선생이 내려와서 하린을 봤다⁠.

둘이 아무 말도 안 했다⁠.

한참 있다가 세리안 선생이 말했다⁠.

“⁠…하린아⁠.⁠”

하린이 말했다⁠.

“⁠…세리안이냐⁠?⁠”

“⁠나다⁠.⁠”

하린이 웃었다⁠.

“⁠…목소리가 늙었다⁠.⁠”

세리안 선생이 이 자리에 앉았다⁠.

“⁠…삼십 년 동안 여기 있었느냐⁠?⁠”

하린이 말했다⁠.

“⁠있었다⁠.⁠”

“⁠…밥은⁠.⁠”

하린이 벽 아래를 가리켰다⁠.

작은 구멍이 있었다⁠.

“⁠…누가 넣어 준다⁠.⁠”

세리안 선생이 물었다⁠.

“⁠누구냐⁠?⁠”

하린이 말했다⁠.

“⁠모른다⁠.⁠”

“⁠…삼십 년 동안 모르느냐⁠?⁠”

하린이 말했다⁠.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나는 이 구멍 앞에 앉았다⁠.

앉아서 안을 봤다⁠.

구멍이 벽 두 겹을 뚫고 있었다⁠. 저쪽에 복도가 보였다⁠.

“⁠…아주머니⁠, 밥이 언제 와요⁠?⁠”

하린이 말했다⁠.

“⁠아침에 한 번 온다⁠.⁠”

“⁠…몇 시에요⁠?⁠”

하린이 말했다⁠.

“⁠모른다⁠. 여기는 해가 없다⁠.⁠”

“⁠…⁠”

“⁠다만 온 다음에 등이 달라진다⁠.⁠”

나는 물었다⁠.

“⁠…어떻게 달라져요⁠?⁠”

하린이 말했다⁠.

“⁠나는 안 들린다⁠. 그런데 무게가 달라진다⁠.⁠”

“⁠…⁠”

“⁠아침에 거둬지는 것이 제일 많다⁠.⁠”

나는 이 말을 세리안 선생한테 옮겼다⁠.

선생이 이 말을 듣고 물었다⁠.

“⁠…아침에 무엇을 하느냐⁠?⁠”

나는 셈을 했다⁠.

아침에 학교가 하는 일은 하나다⁠.

초하루면 징수를 한다⁠. 초하루가 아니면 수업이다⁠.

그런데 지하는 아침에 아무도 안 온다⁠.

나는 말했다⁠.

“⁠…아무것도 안 해요⁠.⁠”

선생이 말했다⁠.

“⁠밥 넣는 사람이 오지 않느냐⁠?⁠”

나는 이 자리에 섰다⁠.

선생이 말했다⁠.

“⁠사람이 오면 거둬진다⁠.⁠”

“⁠…⁠”

“⁠하린은 삼십 년 동안 밥 주는 사람한테서도 거둬 왔다⁠.⁠”

나는 물었다⁠.

“⁠…그 사람은 뭘 잃었어요⁠?⁠”

선생이 말했다⁠.

“⁠삼십 년 치다⁠.⁠”

나는 이날 밤에 지하 문 앞에서 기다렸다⁠.

새벽에 문이 열렸다⁠.

문지기였다⁠.

쟁반을 들고 있었다⁠.

나는 이 사람을 봤다⁠.

예순이 넘어 보였다⁠.

말을 안 하는 사람이다⁠.

나는 물었다⁠.

“⁠…아저씨⁠.⁠”

이 사람이 나를 봤다⁠.

“⁠삼십 년 동안 밥을 넣으셨어요⁠?⁠”

이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물었다⁠.

“⁠…말을 못 하세요⁠?⁠”

이 사람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물었다⁠.

“⁠…그럼 왜 안 하세요⁠?⁠”

이 사람이 입을 열었다⁠.

소리가 안 났다⁠.

목이 움직이는데 소리가 안 났다⁠.

나는 이 자리에 섰다⁠.

이 사람이 제 목을 짚었다⁠.

그러고 벽 쪽을 가리켰다⁠.

하린이 있는 쪽이다⁠.

나는 이 구멍을 봤다⁠.

손이 겨우 들어가는 크기다⁠.

세리안 선생이 물었다⁠.

“⁠하린아⁠, 네가 등한테서 거둔다고 했다지⁠.⁠”

하린이 말했다⁠.

“⁠거둔다⁠.⁠”

“⁠…왜 거두느냐⁠?⁠”

하린이 말했다⁠.

“⁠안 거두려고 해도 거둬진다⁠.⁠”

“⁠…⁠”

“⁠옆에 있으면 거둬진다⁠.⁠”

세리안 선생이 물었다⁠.

“⁠여기 벽을 쌓았는데 왜 등이 가벼워지느냐⁠?⁠”

하린이 말했다⁠.

“⁠벽이 얇다⁠.⁠”

나는 이 말에 벽을 만졌다⁠.

벽돌 두 겹이다⁠.

하린이 말했다⁠.

“⁠열 발 안이면 거둬진다⁠.⁠”

세리안 선생이 물었다⁠.

“⁠…그럼 여기 있으면 안 되지 않느냐⁠?⁠”

하린이 말했다⁠.

“⁠안 된다⁠.⁠”

“⁠…⁠”

“⁠그런데 나갈 데가 없다⁠.⁠”

나는 물었다⁠.

“⁠…도시로 가시면요⁠?⁠”

하린이 말했다⁠.

“⁠도시에 사람이 있다⁠.⁠”

“⁠…⁠”

“⁠사람이 있으면 사람한테서 거둔다⁠.⁠”

나는 물었다⁠.

“⁠…산으로 가시면요⁠?⁠”

하린이 말했다⁠.

“⁠열두 살에 그 생각을 했다⁠.⁠”

“⁠…⁠”

“⁠산에도 사람이 있다⁠.⁠”

나는 이 자리에 앉았다⁠.

하린이 말했다⁠.

“⁠그래서 여기가 제일 낫다⁠.⁠”

“⁠…⁠”

“⁠여기는 등뿐이다⁠. 등은 사람이 아니다⁠.⁠”

세리안 선생이 물었다⁠.

“⁠등에 든 것은 사람 것 아니냐⁠?⁠”

하린이 대답을 안 했다⁠.

한참 있다가 말했다⁠.

“⁠…그렇다⁠.⁠”

“⁠…⁠”

“⁠그러니 나는 삼십 년 동안 도둑질을 한 것이다⁠.⁠”

나는 물었다⁠.

“⁠…돌려줄 수 있어요⁠?⁠”

하린이 말했다⁠.

“⁠빼내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세리안 선생이 말했다⁠.

“⁠학교에 빼내는 선생이 열둘 있다⁠.⁠”

하린이 말했다⁠.

“⁠열둘이 와야 한다⁠.⁠”

“⁠…⁠”

“⁠나한테 있는 것이 삼십 년 치다⁠. 하나로는 안 된다⁠.⁠”

세리안 선생이 일어섰다⁠.

“⁠열둘을 데려오겠다⁠.⁠”

하린이 말했다⁠.

“⁠…세리안아⁠.⁠”

“⁠왜⁠?⁠”

하린이 말했다⁠.

“⁠열둘이 여기 오면 열둘이 잃는다⁠.⁠”

세리안 선생이 걸음을 멈췄다⁠.

하린이 말했다⁠.

“⁠열 발 안이다⁠.⁠”

세리안 선생이 물었다⁠.

“⁠…빼내는 동안 거둬지느냐⁠?⁠”

하린이 말했다⁠.

“⁠거둬진다⁠.⁠”

나는 이 자리에 섰다⁠.

빼내면서 거둬진다⁠.

빼낸 만큼 거둬지면 셈이 그대로다⁠.

나는 물었다⁠.

“⁠아주머니⁠.⁠”

“⁠…왜⁠?⁠”

“⁠빼내는 것하고 거두는 것하고 어느 쪽이 빨라요⁠?⁠”

하린이 나를 봤다⁠.

“⁠…빼내는 쪽이 빠르다⁠.⁠”

나는 물었다⁠.

“⁠얼마나요⁠?⁠”

하린이 말했다⁠.

“⁠빼내는 것은 스무 셈에 하나다⁠.⁠”

“⁠…⁠”

“⁠거두는 것은 한나절에 하나다⁠.⁠”

나는 셈을 했다⁠.

한나절이면 빼내는 것이 백은 된다⁠.

나는 말했다⁠.

“⁠그럼 돼요⁠.⁠”

하린이 말했다⁠.

“⁠…된다⁠.⁠”

“⁠…⁠”

“⁠그런데 열둘이 한나절씩 잃는다⁠.⁠”

세리안 선생이 말했다⁠.

“⁠한나절이면 하나다⁠.⁠”

“⁠…⁠”

“⁠열둘이 하나씩이면 열둘이다⁠.⁠”

하린이 말했다⁠.

“⁠내가 삼십 년 치를 내놓고 열둘이 하나씩 잃는다⁠.⁠”

세리안 선생이 말했다⁠.

“⁠그러면 남는 장사다⁠.⁠”

하린이 웃었다⁠.

삼십 년 만에 웃는 웃음이라고 했다⁠.

“⁠…너는 셈을 하는구나⁠.⁠”

세리안 선생이 말했다⁠.

“⁠선생이 되면 셈을 한다⁠.⁠”

열둘을 데려오는 데 이레가 걸렸다⁠.

교장이 막았다⁠.

막은 까닭은 하나다⁠.

“⁠열둘이 한나절씩 잃으면 초하루 징수를 못 한다⁠.⁠”

세리안 선생이 말했다⁠.

“⁠한 달만 쉬면 됩니다⁠.⁠”

교장이 말했다⁠.

“⁠한 달 쉬면 아이들이 찬다⁠.⁠”

나는 물었다⁠.

“⁠교장 선생님⁠, 차면 어떻게 돼요⁠?⁠”

교장이 말했다⁠.

“⁠배가 부르면 넘치지 않느냐⁠?⁠”

“⁠…⁠”

“⁠넘치면 옆으로 간다⁠.⁠”

나는 물었다⁠.

“⁠…그럼 다 차 있는 애들은요⁠?⁠”

교장이 말했다⁠.

“⁠초하루마다 비운다⁠. 그래서 안 넘친다⁠.⁠”

나는 말했다⁠.

“⁠그럼 초하루가 막는 거네요⁠.⁠”

교장이 말했다⁠.

“⁠그렇다⁠.⁠”

나는 물었다⁠.

“⁠…그럼 이 학교는 빼앗는 데가 아니라 막는 데예요⁠?⁠”

교장이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둘 다다⁠.⁠”

“⁠…⁠”

“⁠차면 옆 아이한테서 거둔다⁠.⁠”

세리안 선생이 물었다⁠.

“⁠백 년 동안 한 번도 안 쉬었습니까⁠?⁠”

교장이 말했다⁠.

“⁠안 쉬었다⁠.⁠”

“⁠…⁠”

“⁠쉰 적이 한 번 있다⁠.⁠”

세리안 선생이 물었다⁠.

“⁠언제입니까⁠?⁠”

교장이 말했다⁠.

“⁠삼십 년 전이다⁠.⁠”

나는 이 자리에 섰다⁠.

교장이 말했다⁠.

“⁠하린이 벽을 쌓던 달에 한 달 쉬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교장이 말했다⁠.

“⁠그달에 학생 넷이 서로 거뒀다⁠.⁠”

“⁠…⁠”

“⁠넷이 서로한테서 거두니 학교가 통째로 흔들렸다⁠.⁠”

나는 물었다⁠.

“⁠…넷은 어떻게 됐어요⁠?⁠”

교장이 대답을 안 했다⁠.

세리안 선생이 대신 말했다⁠.

“⁠내 동기 넷이다⁠.⁠”

나는 물었다⁠.

“⁠선생님⁠, 그 넷 이름을 아세요⁠?⁠”

세리안 선생이 말했다⁠.

“⁠안다⁠.⁠”

“⁠…⁠”

“⁠하린⁠, 무레⁠, 아엔⁠, 그리고 테오다⁠.⁠”

교장이 이 이름들에 고개를 들었다⁠.

“⁠…너는 그것을 다 외우고 있느냐⁠?⁠”

선생이 말했다⁠.

“⁠동기가 마흔이었습니다⁠. 마흔을 다 외웁니다⁠.⁠”

나는 물었다⁠.

“⁠그 셋은 어디 갔어요⁠?⁠”

선생이 말했다⁠.

“⁠나갔다⁠.⁠”

“⁠…나가서요⁠?⁠”

선생이 대답을 안 했다⁠.

교장이 대신 말했다⁠.

“⁠무레는 도시에서 살다가 오 년 뒤에 죽었다⁠.⁠”

“⁠…⁠”

“⁠아엔은 서쪽으로 갔다⁠. 소식이 없다⁠.⁠”

“⁠…테오는요⁠?⁠”

교장이 말했다⁠.

“⁠테오는 여기 있다⁠.⁠”

나는 이 자리에 섰다⁠.

교장이 말했다⁠.

“⁠지하 문을 지킨다⁠.⁠”

나는 새벽에 본 얼굴을 떠올렸다⁠.

예순이 넘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세리안 선생과 동기면 마흔둘이다⁠.

나는 물었다⁠.

“⁠…왜 그렇게 늙어 보여요⁠?⁠”

교장이 말했다⁠.

“⁠삼십 년 동안 하린 옆에 있었다⁠.⁠”

나는 물었다⁠.

“⁠…거둬지면 늙어요⁠?⁠”

교장이 말했다⁠.

“⁠모른다⁠.⁠”

“⁠…⁠”

“⁠다만 테오는 그해에 목소리를 잃었다⁠.⁠”

나는 물었다⁠.

“⁠…하린 아주머니가 거둬 갔어요⁠?⁠”

교장이 말했다⁠.

“⁠그럴 것이다⁠.⁠”

“⁠…⁠”

“⁠그런데 테오가 자원해서 문을 지켰다⁠.⁠”

나는 이 말을 오래 들었다⁠.

제 목소리를 가져간 사람한테 삼십 년 동안 밥을 넣은 것이다⁠.

“⁠…⁠”

“⁠셋이 나갔고 하나가 남았다⁠.⁠”

나는 물었다⁠.

“⁠남은 게 하린 아주머니예요⁠?⁠”

세리안 선생이 말했다⁠.

“⁠그렇다⁠.⁠”

교장이 말했다⁠.

“⁠그러니 쉴 수 없다⁠.⁠”

나는 이 자리에 서 있다가 말했다⁠.

“⁠교장 선생님⁠.⁠”

“⁠…말해라⁠.⁠”

나는 말했다⁠.

“⁠제가 있으면 돼요⁠.⁠”

교장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말했다⁠.

“⁠저는 안 거둬요⁠.⁠”

“⁠…⁠”

“⁠아이들 옆에 제가 있으면 아이들이 저한테 안 거둬져요⁠.⁠”

교장이 물었다⁠.

“⁠…네가 어떻게 아느냐⁠?⁠”

나는 말했다⁠.

“⁠두 해 동안 제 옆에 있던 아이들이 안 늘었어요⁠.⁠”

교장이 이 말에 서랍을 열었다⁠.

가죽 표지를 꺼냈다⁠.

“⁠…징수 셈을 보자⁠.⁠”

셋이 이것을 봤다⁠.

내가 5학년이 된 뒤로 우리 반 아이들 징수량이 줄어 있었다⁠.

다른 반은 그대로다⁠.

우리 반만 줄었다⁠.

교장이 이것을 오래 봤다⁠.

“⁠…줄었구나⁠.⁠”

나는 물었다⁠.

“⁠그게 나쁜 거예요⁠?⁠”

교장이 말했다⁠.

“⁠아니다⁠.⁠”

“⁠…⁠”

“⁠거둔 것이 적다는 뜻이다⁠.⁠”

나는 말했다⁠.

“⁠그럼 좋은 거예요⁠.⁠”

교장이 말했다⁠.

“⁠좋다⁠.⁠”

교장이 표지를 덮었다⁠.

“⁠한 달 쉬겠다⁠.⁠”

“⁠…⁠”

“⁠대신 루아가 매일 각 반을 돈다⁠.⁠”

나는 물었다⁠.

“⁠몇 반이에요⁠?⁠”

교장이 말했다⁠.

“⁠열여덟이다⁠.⁠”

“⁠…하루에 열여덟이요⁠?⁠”

교장이 말했다⁠.

“⁠한 반에 반 시간이면 아홉 시간이다⁠.⁠”

나는 이것을 한 달 했다⁠.

한 달 동안 학교에 거두는 일이 안 났다⁠.

열둘이 지하에서 하린을 빼냈다⁠.

한 달에 다 못 뺐다⁠.

삼십 년 치가 한 달로 안 된다⁠.

교장이 다음 달도 쉬었다⁠.

넉 달을 쉬었다⁠.

넉 달째에 하린이 처음으로 일어섰다⁠.

5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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