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5,183자) · 수로 옆 광장

앞소절만 아는 노래

마법을 다 빼앗겨야 졸업하는 학교 · 반서후

도시에서 부르는 것은 가을에 시작했다⁠.

교장이 허락했다⁠. 허락하면서 조건을 걸었다⁠.

“⁠학교 이름을 대지 마라⁠.⁠”

“⁠…왜요⁠?⁠”

교장이 말했다⁠.

“⁠대면 사람들이 몰려온다⁠.⁠”

“⁠…오면 안 돼요⁠?⁠”

교장이 말했다⁠.

“⁠오면 등을 달라고 한다⁠.⁠”

“⁠…⁠”

“⁠등은 못 준다⁠.⁠”

나는 물었다⁠.

“⁠왜 못 줘요⁠?⁠”

교장이 말했다⁠.

“⁠유리가 깨지면 안에 든 것이 흩어진다⁠.⁠”

나는 이 말을 이때 흘려들었다⁠.

나중에 이것이 중요해진다⁠.

지하에 꺾인 데가 있다⁠.

복도가 곧게 가다가 끝에서 왼쪽으로 꺾인다⁠.

꺾인 뒤는 짧다⁠. 열 걸음쯤 가면 벽이다⁠.

이 열 걸음에 받침이 스물셋 있다⁠.

받침만 있다⁠.

유리가 없다⁠.

나는 이것을 같은 해 봄에 처음 봤다⁠.

처음 봤다는 말이 이상하다⁠. 복도를 백 번은 다녔다⁠.

다녔는데 꺾인 데로 안 들어갔다⁠.

들어갈 까닭이 없었다⁠. 등이 없으니 소리가 안 난다⁠.

소리가 안 나는 데는 안 가게 된다⁠.

이날은 미아가 거기서 나왔다⁠.

“⁠언니⁠, 저쪽에 빈 게 있어요⁠.⁠”

나는 갔다⁠.

가서 봤다⁠.

놋쇠 받침이 벽에 박혀 있는데 등이 없다⁠.

받침에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나는 이것을 세었다⁠.

스물셋이다⁠.

숫자가 이어지지 않았다⁠. 열일곱⁠, 서른둘⁠, 마흔하나⁠, 이렇게 띄엄띄엄이다⁠.

나는 이 숫자를 다 적었다⁠. 적는 것은 셀이 했다⁠. 셋 가운데 셀만 글을 쓴다⁠.

적어서 세리안 선생한테 가져갔다⁠.

선생이 이것을 보고 아무 말도 안 했다⁠.

한참 있다가 물었다⁠.

“⁠…어디 있더냐⁠?⁠”

나는 말했다⁠.

“⁠꺾인 데요⁠.⁠”

선생이 말했다⁠.

“⁠…나는 거기를 안 간다⁠.⁠”

나는 물었다⁠.

“⁠왜요⁠?⁠”

선생이 말했다⁠.

“⁠소리가 안 나니까⁠.⁠”

나는 이 말이 내 생각과 같아서 웃었다⁠.

웃다가 그쳤다⁠.

선생이 안 웃었기 때문이다⁠.

선생이 장부를 폈다⁠.

폈다가 덮었다⁠.

“⁠…이 숫자들이 장부에 없다⁠.⁠”

나는 물었다⁠.

“⁠…없어요⁠?⁠”

선생이 말했다⁠.

“⁠장부에 사백열둘이 다 있다⁠. 받침 숫자 순서대로 있다⁠.⁠”

“⁠…⁠”

“⁠그런데 이 스물셋은 없다⁠.⁠”

나는 물었다⁠.

“⁠그럼 사백열둘이 아니라 사백서른다섯이에요⁠?⁠”

선생이 말했다⁠.

“⁠받침은 사백서른다섯이다⁠.⁠”

“⁠…등은요⁠?⁠”

선생이 말했다⁠.

“⁠사백열둘이다⁠.⁠”

나는 이 자리에 섰다⁠.

선생이 말했다⁠.

“⁠스물셋이 없어졌다⁠.⁠”

우리는 수로 옆 광장에서 불렀다⁠.

셋이 섰다⁠. 나와 3학년 둘이다⁠.

첫날에 스물을 불렀다⁠.

아무도 안 멈췄다⁠.

두 번째 날에 마흔을 불렀다⁠.

한 사람이 멈췄다⁠.

쉰쯤 된 남자였다⁠.

“⁠…그 노래 어디서 들었소⁠?⁠”

나는 말했다⁠.

“⁠…들었어요⁠.⁠”

남자가 물었다⁠.

“⁠한 번 더 해 보시오⁠.⁠”

나는 했다⁠.

「⁠비가 오면 돌아오고⁠」

「⁠눈이 오면 안 오고⁠」

남자가 이 자리에 앉았다⁠.

“⁠…우리 어머니 노래요⁠.⁠”

나는 물었다⁠.

“⁠어머니가 어디 계세요⁠?⁠”

남자가 말했다⁠.

“⁠돌아가셨소⁠.⁠”

“⁠…⁠”

“⁠삼십 년 전에⁠.⁠”

나는 물었다⁠.

“⁠이 노래를 아세요⁠?⁠”

남자가 말했다⁠.

“⁠앞 두 줄만 아오⁠.⁠”

나는 세 번째 줄을 불렀다⁠.

「⁠먼 산에 해가 지고⁠」

남자가 울었다⁠.

우는데 소리를 안 냈다⁠.

한참 있다가 말했다⁠.

“⁠…나는 이걸 삼십 년 동안 못 불렀소⁠.⁠”

나는 물었다⁠.

“⁠왜 못 부르셨어요⁠?⁠”

남자가 말했다⁠.

“⁠앞 두 줄에서 막혔소⁠.⁠”

“⁠…⁠”

“⁠막혀서 안 부르게 됐소⁠.⁠”

나는 이날 이 남자한테 이 노래를 다 가르쳤다⁠.

다섯 줄이었다⁠.

가르치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가르치고 나서 나는 지하로 내려가 이 등을 봤다⁠.

받침 숫자가 백구십칠이다⁠.

들어 봤다⁠.

소리가 안 났다⁠.

나는 이 자리에 섰다⁠.

빈 것이다⁠.

돌려줬더니 비었다⁠.

나는 이 빈 등을 받침에 도로 걸었다⁠.

걸고 나서 생각했다⁠.

빈 등과 유리 없는 받침은 다르다⁠.

빈 등은 돌려준 것이다⁠.

유리 없는 받침은 깨진 것이다⁠.

깨진 것은 안에 든 것이 흩어졌다⁠.

흩어진 것은 못 돌려준다⁠.

나는 이것을 확인하려고 꺾인 데로 갔다⁠.

가서 받침 하나 앞에 섰다⁠.

귀를 댔다⁠.

아무 소리도 안 났다⁠.

나는 바닥을 봤다⁠.

돌바닥이다⁠.

유리가 깨졌으면 조각이 있어야 한다⁠.

조각이 없다⁠.

누가 치웠다⁠.

나는 무릎을 꿇고 바닥을 손으로 훑었다⁠.

벽과 바닥이 만나는 자리에 홈이 있었다⁠.

홈 안에 뭐가 있었다⁠.

손톱으로 긁어냈다⁠.

유리 조각이다⁠. 손톱만 하다⁠.

나는 이것을 들고 귀에 댔다⁠.

소리가 났다⁠.

아주 작았다⁠.

한 마디였다⁠.

말이 안 됐다⁠.

나는 이것을 세리안 선생한테 가져갔다⁠.

선생이 이 조각을 보고 손이 떨렸다⁠.

“⁠…소리가 나느냐⁠?⁠”

나는 말했다⁠.

“⁠들려요⁠.⁠”

선생이 물었다⁠.

“⁠…뭐라고 하더냐⁠?⁠”

나는 말했다⁠.

“⁠한 마디예요⁠. 말이 안 돼요⁠.⁠”

선생이 말했다⁠.

“⁠…흩어져도 없어지는 것은 아니구나⁠.⁠”

나는 이 말을 들었다⁠.

선생이 말했다⁠.

“⁠조각마다 한 마디씩 들어 있으면⁠.⁠”

“⁠…⁠”

“⁠조각을 다 모으면 한 사람이 되겠구나⁠.⁠”

나는 이 자리에 섰다⁠.

선생이 물었다⁠.

“⁠…그 홈에 얼마나 있겠느냐⁠?⁠”

나는 말했다⁠.

“⁠모르겠어요⁠.⁠”

선생이 말했다⁠.

“⁠가서 세어 봐라⁠.⁠”

나는 이날 밤에 이 홈을 다 훑었다⁠.

열 걸음 벽 아래를 손으로 훑는 데 네 시간이 걸렸다⁠.

나온 조각이 백열둘이다⁠.

스물세 등이 깨졌는데 조각이 백열둘이다⁠.

한 등에 다섯쯤이다⁠.

유리 하나가 깨지면 다섯 조각이 되지 않는다⁠. 훨씬 많이 깨진다⁠.

그러면 나머지는 어디 갔는가⁠.

나는 이것을 세리안 선생한테 말했다⁠.

선생이 말했다⁠.

“⁠쓸었겠지⁠.⁠”

“⁠…쓸면 어디로 가요⁠?⁠”

선생이 말했다⁠.

“⁠버렸겠지⁠.⁠”

나는 이 말을 오래 들었다⁠.

나는 이것을 세리안 선생한테 가져갔다⁠.

선생이 이 등을 들었다⁠.

“⁠…가볍다⁠.⁠”

나는 말했다⁠.

“⁠비었어요⁠.⁠”

선생이 물었다⁠.

“⁠어떻게 비웠느냐⁠?⁠”

나는 말했다⁠.

“⁠불러 줬어요⁠.⁠”

선생이 오래 이 등을 봤다⁠.

그리고 물었다⁠.

“⁠…루아야⁠.⁠”

“⁠예⁠.⁠”

“⁠새 등이 왜 가벼운지 알겠느냐⁠?⁠”

나는 이 자리에 섰다⁠.

선생이 말했다⁠.

“⁠이미 돌려줬기 때문이다⁠.⁠”

나는 물었다⁠.

“⁠…누가요⁠?⁠”

선생이 말했다⁠.

“⁠모른다⁠.⁠”

“⁠…⁠”

“⁠그런데 최근 삼십 년 등이 다 가볍다⁠.⁠”

나는 셈을 했다⁠.

삼십 년 전이면 세리안 선생이 학생일 때다⁠.

나는 물었다⁠.

“⁠선생님⁠, 선생님 학생 때 지하에 내려가는 사람이 있었어요⁠?⁠”

선생이 말했다⁠.

“⁠있었다⁠.⁠”

“⁠…누구요⁠?⁠”

선생이 말했다⁠.

“⁠내 동기다⁠.⁠”

나는 물었다⁠.

“⁠그 사람도 들렸어요⁠?⁠”

선생이 말했다⁠.

“⁠들렸다⁠.⁠”

“⁠…지금 어디 있어요⁠?⁠”

선생이 대답을 안 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선생님⁠.⁠”

선생이 말했다⁠.

“⁠졸업하고 안 나왔다⁠.⁠”

“⁠…⁠”

“⁠학교에 남았다⁠.⁠”

나는 물었다⁠.

“⁠어디에요⁠?⁠”

선생이 지하 쪽을 봤다⁠.

“⁠…아래⁠.⁠”

나는 이 말을 못 알아들었다⁠.

선생이 말했다⁠.

“⁠지하 복도 끝에 문이 하나 더 있다⁠.⁠”

“⁠…없는데요⁠.⁠”

선생이 말했다⁠.

“⁠벽으로 되어 있다⁠.⁠”

“⁠…⁠”

“⁠내가 학생 때는 문이었다⁠.⁠”

벽을 뚫는 데 사흘이 걸렸다⁠.

교장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밤에 했다⁠.

3학년 둘이 붙었다⁠.

벽돌 두 겹이었다⁠.

뚫으니 방이었다⁠.

방에 사람이 있었다⁠.

앉아 있었다⁠.

쉰쯤 된 여자였다⁠.

살아 있었다⁠.

나는 이 자리에 섰다⁠.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누구냐⁠?⁠”

나는 말했다⁠.

“⁠…루아예요⁠.⁠”

여자가 물었다⁠.

“⁠들리느냐⁠?⁠”

나는 말했다⁠.

“⁠들려요⁠.⁠”

여자가 웃었다⁠.

“⁠…그럼 됐다⁠.⁠”

여자가 일어서려다 못 일어섰다⁠.

“⁠…삼십 년 앉아 있었다⁠.⁠”

나는 물었다⁠.

“⁠…왜 여기 계세요⁠?⁠”

여자가 말했다⁠.

“⁠내가 들어왔다⁠.⁠”

“⁠…⁠”

“⁠들어와서 벽을 쌓아 달라고 했다⁠.⁠”

나는 물었다⁠.

“⁠왜요⁠?⁠”

여자가 말했다⁠.

“⁠내가 거두는 아이였다⁠.⁠”

나는 이 말을 듣고 벽 쪽을 봤다⁠.

벽 너머가 꺾인 데다⁠.

“⁠…아주머니⁠.⁠”

“⁠…왜⁠?⁠”

“⁠저 벽 너머에 빈 받침이 스물셋 있어요⁠.⁠”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빈 받침⁠?⁠”

나는 말했다⁠.

“⁠유리가 없어요⁠.⁠”

여자가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내가 들어올 때 있었다⁠.⁠”

“⁠…⁠”

“⁠그때도 비어 있었다⁠.⁠”

나는 물었다⁠.

“⁠삼십 년 전에요⁠?⁠”

여자가 말했다⁠.

“⁠삼십 년 전에⁠.⁠”

나는 물었다⁠.

“⁠누가 깼는지 아세요⁠?⁠”

여자가 말했다⁠.

“⁠모른다⁠.⁠”

“⁠…⁠”

“⁠다만 하나는 안다⁠.⁠”

여자가 벽을 봤다⁠.

“⁠그 스물셋은 내가 못 거뒀다⁠.⁠”

나는 이 자리에 섰다⁠.

여자가 말했다⁠.

“⁠나는 열 발 안이면 다 거둔다⁠. 삼십 년 동안 사백을 거뒀다⁠.⁠”

“⁠…⁠”

“⁠그런데 그 스물셋 자리에서는 아무것도 안 왔다⁠.⁠”

나는 물었다⁠.

“⁠…비어서요⁠?⁠”

여자가 말했다⁠.

“⁠빈 것이 아니라 없는 것이다⁠.⁠”

“⁠…⁠”

“⁠빈 것은 거둘 것이 없어도 자리가 있다⁠. 없는 것은 자리도 없다⁠.⁠”

나는 이 말을 들었다⁠.

여자가 말했다⁠.

“⁠나는 빼내도 도로 찼다⁠.⁠”

“⁠…⁠”

“⁠여섯 해를 거뒀는데 졸업이 안 됐다⁠.⁠”

나는 물었다⁠.

“⁠몇 해 거두셨어요⁠?⁠”

여자가 말했다⁠.

“⁠열두 해다⁠.⁠”

“⁠…⁠”

“⁠열두 해 거두고도 안 비었다⁠.⁠”

나는 물었다⁠.

“⁠…그래서요⁠?⁠”

여자가 말했다⁠.

“⁠내가 옆에 있으면 남이 잃는다⁠.⁠”

“⁠…⁠”

“⁠그래서 아무도 없는 데로 들어왔다⁠.⁠”

나는 이 자리에 앉았다⁠.

여자가 말했다⁠.

“⁠여기서 삼십 년 있었다⁠.⁠”

나는 물었다⁠.

“⁠…혼자요⁠?⁠”

여자가 말했다⁠.

“⁠혼자다⁠.⁠”

“⁠…⁠”

“⁠그런데 벽 너머에 등이 사백 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여자가 말했다⁠.

“⁠나는 등한테서 거뒀다⁠.⁠”

“⁠…⁠”

“⁠삼십 년 동안 등이 가벼워진 것은 내가 거둬서다⁠.⁠”

나는 이 자리에 섰다⁠.

여자가 말했다⁠.

“⁠돌려준 것이 아니라 내가 가져갔다⁠.⁠”

나는 물었다⁠.

“⁠…그럼 지금 아주머니 안에 있어요⁠?⁠”

여자가 말했다⁠.

“⁠있다⁠.⁠”

“⁠…얼마나요⁠?⁠”

여자가 말했다⁠.

“⁠모른다⁠.⁠”

“⁠…⁠”

“⁠삼십 년 치다⁠.⁠”

나는 물었다⁠.

“⁠…빼내면 돼요⁠?⁠”

여자가 말했다⁠.

“⁠빼내는 사람이 있어야지⁠.⁠”

나는 말했다⁠.

“⁠제가 할게요⁠.⁠”

여자가 나를 봤다⁠.

“⁠…너는 빼내는 아이가 아니다⁠.⁠”

“⁠…⁠”

“⁠너는 안 거두는 아이다⁠.⁠”

나는 물었다⁠.

“⁠다른 거예요⁠?⁠”

여자가 말했다⁠.

“⁠다르다⁠.⁠”

“⁠…⁠”

“⁠나는 남한테서 거두고⁠, 너는 아무한테서도 안 거둔다⁠.⁠”

여자가 말했다⁠.

“⁠그래서 너한테는 들린다⁠.⁠”

나는 물었다⁠.

“⁠…왜요⁠?⁠”

여자가 말했다⁠.

“⁠빈 데는 소리가 울린다⁠.⁠”

4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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