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5,177자) · 수로 옆 광장

앞소절만 아는 노래

벨라른 · 문가온

도시에서 부르는 것은 가을에 시작했다.

교장이 허락했다. 허락하면서 조건을 걸었다.

“학교 이름을 대지 마라.”

“…왜요?”

교장이 말했다.

“대면 사람들이 몰려온다.”

“…오면 안 돼요?”

교장이 말했다.

“오면 등을 달라고 한다.”

“…”

“등은 못 준다.”

나는 물었다.

“왜 못 줘요?”

교장이 말했다.

“유리가 깨지면 안에 든 것이 흩어진다.”

나는 그 말을 그때 흘려들었다.

나중에 그것이 중요해진다.

지하에 꺾인 데가 있다.

복도가 곧게 가다가 끝에서 왼쪽으로 꺾인다.

꺾인 뒤는 짧다. 열 걸음쯤 가면 벽이다.

그 열 걸음에 받침이 스물셋 있다.

받침만 있다.

유리가 없다.

나는 그것을 그해 봄에 처음 봤다.

처음 봤다는 말이 이상하다. 복도를 백 번은 다녔다.

다녔는데 꺾인 데로 안 들어갔다.

들어갈 까닭이 없었다. 등이 없으니 소리가 안 난다.

소리가 안 나는 데는 안 가게 된다.

그날은 미아가 거기서 나왔다.

“언니, 저쪽에 빈 게 있어요.”

나는 갔다.

가서 봤다.

놋쇠 받침이 벽에 박혀 있는데 등이 없다.

받침에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나는 그것을 세었다.

스물셋이다.

숫자가 이어지지 않았다. 열일곱, 서른둘, 마흔하나, 이렇게 띄엄띄엄이다.

나는 그 숫자를 다 적었다. 적는 것은 셀이 했다. 셋 가운데 셀만 글을 쓴다.

적어서 세리안 선생한테 가져갔다.

선생이 그것을 보고 아무 말도 안 했다.

한참 있다가 물었다.

“…어디 있더냐?”

나는 말했다.

“꺾인 데요.”

선생이 말했다.

“…나는 거기를 안 간다.”

나는 물었다.

“왜요?”

선생이 말했다.

“소리가 안 나니까.”

나는 그 말이 내 생각과 같아서 웃었다.

웃다가 그쳤다.

선생이 안 웃었기 때문이다.

선생이 장부를 폈다.

폈다가 덮었다.

“…이 숫자들이 장부에 없다.”

나는 물었다.

“…없어요?”

선생이 말했다.

“장부에 사백열둘이 다 있다. 받침 숫자 순서대로 있다.”

“…”

“그런데 이 스물셋은 없다.”

나는 물었다.

“그럼 사백열둘이 아니라 사백서른다섯이에요?”

선생이 말했다.

“받침은 사백서른다섯이다.”

“…등은요?”

선생이 말했다.

“사백열둘이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선생이 말했다.

“스물셋이 없어졌다.”

우리는 수로 옆 광장에서 불렀다.

셋이 섰다. 나와 3학년 둘이다.

첫날에 스물을 불렀다.

아무도 안 멈췄다.

둘째 날에 마흔을 불렀다.

한 사람이 멈췄다.

쉰쯤 된 남자였다.

“…그 노래 어디서 들었소?”

나는 말했다.

“…들었어요.”

남자가 물었다.

“한 번 더 해 보시오.”

나는 했다.

「비가 오면 돌아오고」

「눈이 오면 안 오고」

남자가 그 자리에 앉았다.

“…우리 어머니 노래요.”

나는 물었다.

“어머니가 어디 계세요?”

남자가 말했다.

“돌아가셨소.”

“…”

“삼십 년 전에.”

나는 물었다.

“이 노래를 아세요?”

남자가 말했다.

“앞 두 줄만 아오.”

나는 셋째 줄을 불렀다.

「먼 산에 해가 지고」

남자가 울었다.

우는데 소리를 안 냈다.

한참 있다가 말했다.

“…나는 이걸 삼십 년 동안 못 불렀소.”

나는 물었다.

“왜 못 부르셨어요?”

남자가 말했다.

“앞 두 줄에서 막혔소.”

“…”

“막혀서 안 부르게 됐소.”

나는 그날 그 남자한테 그 노래를 다 가르쳤다.

다섯 줄이었다.

가르치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가르치고 나서 나는 지하로 내려가 그 등을 봤다.

받침 숫자가 백구십칠이다.

들어 봤다.

소리가 안 났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빈 것이다.

돌려줬더니 비었다.

나는 그 빈 등을 받침에 도로 걸었다.

걸고 나서 생각했다.

빈 등과 유리 없는 받침은 다르다.

빈 등은 돌려준 것이다.

유리 없는 받침은 깨진 것이다.

깨진 것은 안에 든 것이 흩어졌다.

흩어진 것은 못 돌려준다.

나는 그것을 확인하려고 꺾인 데로 갔다.

가서 받침 하나 앞에 섰다.

귀를 댔다.

아무 소리도 안 났다.

나는 바닥을 봤다.

돌바닥이다.

유리가 깨졌으면 조각이 있어야 한다.

조각이 없다.

누가 치웠다.

나는 무릎을 꿇고 바닥을 손으로 훑었다.

벽과 바닥이 만나는 자리에 홈이 있었다.

홈 안에 뭐가 있었다.

손톱으로 긁어냈다.

유리 조각이다. 손톱만 하다.

나는 그것을 들고 귀에 댔다.

소리가 났다.

아주 작았다.

한 마디였다.

말이 안 됐다.

나는 그것을 세리안 선생한테 가져갔다.

선생이 그 조각을 보고 손이 떨렸다.

“…소리가 나느냐?”

나는 말했다.

“들려요.”

선생이 물었다.

“…뭐라고 하더냐?”

나는 말했다.

“한 마디예요. 말이 안 돼요.”

선생이 말했다.

“…흩어져도 없어지는 것은 아니구나.”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선생이 말했다.

“조각마다 한 마디씩 들어 있으면.”

“…”

“조각을 다 모으면 한 사람이 되겠구나.”

나는 그 자리에 섰다.

선생이 물었다.

“…그 홈에 얼마나 있겠느냐?”

나는 말했다.

“모르겠어요.”

선생이 말했다.

“가서 세어 봐라.”

나는 그날 밤에 그 홈을 다 훑었다.

열 걸음 벽 아래를 손으로 훑는 데 네 시간이 걸렸다.

나온 조각이 백열둘이다.

스물세 등이 깨졌는데 조각이 백열둘이다.

한 등에 다섯쯤이다.

유리 하나가 깨지면 다섯 조각이 되지 않는다. 훨씬 많이 깨진다.

그러면 나머지는 어디 갔는가.

나는 그것을 세리안 선생한테 말했다.

선생이 말했다.

“쓸었겠지.”

“…쓸면 어디로 가요?”

선생이 말했다.

“버렸겠지.”

나는 그 말을 오래 들었다.

나는 그것을 세리안 선생한테 가져갔다.

선생이 그 등을 들었다.

“…가볍다.”

나는 말했다.

“비었어요.”

선생이 물었다.

“어떻게 비웠느냐?”

나는 말했다.

“불러 줬어요.”

선생이 오래 그 등을 봤다.

그리고 물었다.

“…루아야.”

“예.”

“새 등이 왜 가벼운지 알겠느냐?”

나는 그 자리에 섰다.

선생이 말했다.

“이미 돌려줬기 때문이다.”

나는 물었다.

“…누가요?”

선생이 말했다.

“모른다.”

“…”

“그런데 최근 삼십 년 등이 다 가볍다.”

나는 셈을 했다.

삼십 년 전이면 세리안 선생이 학생일 때다.

나는 물었다.

“선생님, 선생님 학생 때 지하에 내려가는 사람이 있었어요?”

선생이 말했다.

“있었다.”

“…누구요?”

선생이 말했다.

“내 동기다.”

나는 물었다.

“그 사람도 들렸어요?”

선생이 말했다.

“들렸다.”

“…지금 어디 있어요?”

선생이 대답을 안 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선생님.”

선생이 말했다.

“졸업하고 안 나왔다.”

“…”

“학교에 남았다.”

나는 물었다.

“어디에요?”

선생이 지하 쪽을 봤다.

“…아래.”

나는 그 말을 못 알아들었다.

선생이 말했다.

“지하 복도 끝에 문이 하나 더 있다.”

“…없는데요.”

선생이 말했다.

“벽으로 되어 있다.”

“…”

“내가 학생 때는 문이었다.”

벽을 뚫는 데 사흘이 걸렸다.

교장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밤에 했다.

3학년 둘이 붙었다.

벽돌 두 겹이었다.

뚫으니 방이었다.

방에 사람이 있었다.

앉아 있었다.

쉰쯤 된 여자였다.

살아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누구냐?”

나는 말했다.

“…루아예요.”

여자가 물었다.

“들리느냐?”

나는 말했다.

“들려요.”

여자가 웃었다.

“…그럼 됐다.”

여자가 일어서려다 못 일어섰다.

“…삼십 년 앉아 있었다.”

나는 물었다.

“…왜 여기 계세요?”

여자가 말했다.

“내가 들어왔다.”

“…”

“들어와서 벽을 쌓아 달라고 했다.”

나는 물었다.

“왜요?”

여자가 말했다.

“내가 거두는 아이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벽 쪽을 봤다.

벽 너머가 꺾인 데다.

“…아주머니.”

“…왜?”

“저 벽 너머에 빈 받침이 스물셋 있어요.”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빈 받침?”

나는 말했다.

“유리가 없어요.”

여자가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내가 들어올 때 있었다.”

“…”

“그때도 비어 있었다.”

나는 물었다.

“삼십 년 전에요?”

여자가 말했다.

“삼십 년 전에.”

나는 물었다.

“누가 깼는지 아세요?”

여자가 말했다.

“모른다.”

“…”

“다만 하나는 안다.”

여자가 벽을 봤다.

“그 스물셋은 내가 못 거뒀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여자가 말했다.

“나는 열 발 안이면 다 거둔다. 삼십 년 동안 사백을 거뒀다.”

“…”

“그런데 그 스물셋 자리에서는 아무것도 안 왔다.”

나는 물었다.

“…비어서요?”

여자가 말했다.

“빈 것이 아니라 없는 것이다.”

“…”

“빈 것은 거둘 것이 없어도 자리가 있다. 없는 것은 자리도 없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여자가 말했다.

“나는 빼내도 도로 찼다.”

“…”

“여섯 해를 거뒀는데 졸업이 안 됐다.”

나는 물었다.

“몇 해 거두셨어요?”

여자가 말했다.

“열두 해다.”

“…”

“열두 해 거두고도 안 비었다.”

나는 물었다.

“…그래서요?”

여자가 말했다.

“내가 옆에 있으면 남이 잃는다.”

“…”

“그래서 아무도 없는 데로 들어왔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았다.

여자가 말했다.

“여기서 삼십 년 있었다.”

나는 물었다.

“…혼자요?”

여자가 말했다.

“혼자다.”

“…”

“그런데 벽 너머에 등이 사백 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여자가 말했다.

“나는 등한테서 거뒀다.”

“…”

“삼십 년 동안 등이 가벼워진 것은 내가 거둬서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여자가 말했다.

“돌려준 것이 아니라 내가 가져갔다.”

나는 물었다.

“…그럼 지금 아주머니 안에 있어요?”

여자가 말했다.

“있다.”

“…얼마나요?”

여자가 말했다.

“모른다.”

“…”

“삼십 년 치다.”

나는 물었다.

“…빼내면 돼요?”

여자가 말했다.

“빼내는 사람이 있어야지.”

나는 말했다.

“제가 할게요.”

여자가 나를 봤다.

“…너는 빼내는 아이가 아니다.”

“…”

“너는 안 거두는 아이다.”

나는 물었다.

“다른 거예요?”

여자가 말했다.

“다르다.”

“…”

“나는 남한테서 거두고, 너는 아무한테서도 안 거둔다.”

여자가 말했다.

“그래서 너한테는 들린다.”

나는 물었다.

“…왜요?”

여자가 말했다.

“빈 데는 소리가 울린다.”

4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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