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5,152자) · 교장실

백 년 만에 들리는 아이

마법을 다 빼앗겨야 졸업하는 학교 · 반서후

정월 초하루에 나는 또 영이었다⁠.

열 번째다⁠.

선생 셋이 나를 교장실로 불렀다⁠.

교장은 예순쯤 된 여자다⁠. 이름을 안 부르고 교장이라고만 한다⁠.

“⁠루아⁠.⁠”

“⁠예⁠.⁠”

“⁠열 번 영이다⁠.⁠”

“⁠…예⁠.⁠”

교장이 말했다⁠.

“⁠이런 아이가 백 년에 넷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넷이요⁠?⁠”

교장이 말했다⁠.

“⁠그렇다⁠.⁠”

나는 물었다⁠.

“⁠그 넷은 어떻게 됐어요⁠?⁠”

교장이 대답을 안 했다⁠.

대신 다른 것을 물었다⁠.

“⁠너 지하에 내려가느냐⁠?⁠”

나는 대답을 못 했다⁠.

세리안 선생이 옆에서 말했다⁠.

“⁠제가 데려갔습니다⁠.⁠”

교장이 세리안 선생을 봤다⁠.

“⁠…왜 데려갔소⁠?⁠”

선생이 말했다⁠.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요⁠.⁠”

교장이 이 자리에 섰다⁠.

“⁠…들린다고⁠?⁠”

선생이 말했다⁠.

“⁠들립니다⁠.⁠”

교장이 나를 봤다⁠.

“⁠…무슨 소리가 들리느냐⁠?⁠”

나는 말했다⁠.

“⁠노래요⁠.⁠”

교장이 앉았다⁠.

앉는 데 시간이 걸렸다⁠.

“⁠…백 년 만이다⁠.⁠”

나는 물었다⁠.

“⁠…뭐가요⁠?⁠”

교장이 말했다⁠.

“⁠들리는 아이가⁠.⁠”

교장이 서랍에서 가죽 표지를 꺼냈다⁠.

낡은 것이다⁠.

나는 이 표지를 봤다⁠.

세리안 선생이 보여 준 것과 같은 것인데 더 낡았다⁠.

“⁠교장 선생님⁠, 그거 장부예요⁠?⁠”

교장이 말했다⁠.

“⁠장부다⁠.⁠”

“⁠…칸이 둘이에요⁠?⁠”

교장이 손을 멈췄다⁠.

“⁠…어떻게 아느냐⁠?⁠”

나는 말했다⁠.

“⁠세리안 선생님이 보여 주셨어요⁠.⁠”

교장이 세리안 선생을 봤다⁠.

선생이 아무 말도 안 했다⁠.

교장이 표지를 무릎에 놓았다⁠.

“⁠…보았느냐⁠?⁠”

나는 말했다⁠.

“⁠봤어요⁠.⁠”

“⁠…무엇을 보았느냐⁠?⁠”

나는 말했다⁠.

“⁠오른쪽이 왼쪽 반이에요⁠.⁠”

교장이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나머지 반이 어디 갔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교장이 말했다⁠.

“⁠원래 그렇다⁠.⁠”

나는 말했다⁠.

“⁠원래 그런 건 없어요⁠.⁠”

교장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이 말을 하고 나서 무서워졌다⁠.

열두 살이 교장한테 할 말이 아니다⁠.

교장이 표지를 폈다⁠.

폈다가 도로 덮었다⁠.

“⁠…루아야⁠.⁠”

“⁠예⁠.⁠”

“⁠나는 스물여섯 해 이 자리에 있었다⁠.⁠”

“⁠…⁠”

“⁠스물여섯 해 동안 그 칸을 봤다⁠.⁠”

교장이 표지를 서랍에 넣었다⁠.

“⁠열두 해쯤 전에 한 번 세어 봤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교장이 말했다⁠.

“⁠백 년 치를 다 더해 봤다⁠.⁠”

“⁠…⁠”

“⁠더하고 나서 나는 그것을 아무한테도 말 안 했다⁠.⁠”

나는 물었다⁠.

“⁠…왜요⁠?⁠”

교장이 말했다⁠.

“⁠말하면 이 학교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다시 정해야 한다⁠.⁠”

“⁠…⁠”

“⁠나는 그것을 할 자신이 없었다⁠.⁠”

“⁠이 학교가 왜 생겼는지 아느냐⁠?⁠”

“⁠…몰라요⁠.⁠”

교장이 말했다⁠.

“⁠백 년 전에 이 도시에 아이가 셋 있었다⁠.⁠”

“⁠…⁠”

“⁠그 셋이 거두는 아이였다⁠.⁠”

나는 물었다⁠.

“⁠거둔다는 게 뭐예요⁠?⁠”

교장이 말했다⁠.

“⁠남한테서 받는다는 뜻이다⁠.⁠”

“⁠…⁠”

“⁠옆에 있는 사람한테서 저절로 받는다⁠. 받으면 그 사람이 잃는다⁠.⁠”

나는 이 자리에 섰다⁠.

교장이 말했다⁠.

“⁠셋이 있는 마을에서 사람들이 하나씩 잃었다⁠. 노래를 잃고 손재주를 잃고 이름을 잃었다⁠.⁠”

“⁠…⁠”

“⁠그래서 학교를 세웠다⁠.⁠”

나는 물었다⁠.

“⁠가둬 두려고요⁠?⁠”

교장이 말했다⁠.

“⁠아니다⁠.⁠”

“⁠…⁠”

“⁠빼내려고 세웠다⁠.⁠”

교장이 표지를 폈다⁠.

“⁠받는 아이한테서 받은 것을 빼내면 된다⁠. 빼서 등에 담는다⁠.⁠”

나는 물었다⁠.

“⁠…그럼 징수가 그거예요⁠?⁠”

교장이 말했다⁠.

“⁠그렇다⁠.⁠”

나는 물었다⁠.

“⁠그럼 저희 다 받는 아이예요⁠?⁠”

교장이 말했다⁠.

“⁠아니다⁠.⁠”

“⁠…⁠”

“⁠처음에는 셋이었다⁠. 지금은 다 거둔다⁠.⁠”

나는 물었다⁠.

“⁠왜 늘었어요⁠?⁠”

교장이 말했다⁠.

“⁠모른다⁠.⁠”

“⁠…⁠”

“⁠백 년 동안 늘었다⁠.⁠”

나는 이날 밤에 물었다⁠.

“⁠교장 선생님⁠, 저는 왜 영이에요⁠?⁠”

교장이 말했다⁠.

“⁠모른다⁠.⁠”

나는 말했다⁠.

“⁠한 해 동안 열 번을 물었는데 다들 모른다고 하세요⁠.⁠”

교장이 나를 봤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면 좋겠느냐⁠?⁠”

나는 말했다⁠.

“⁠…아니요⁠.⁠”

교장이 말했다⁠.

“⁠나는 스물여섯 해 동안 아는 척을 했다⁠.⁠”

“⁠…⁠”

“⁠오늘 처음 모른다고 했다⁠.⁠”

나는 물었다⁠.

“⁠교장 선생님⁠, 그 백 년 전 셋은 이름이 있어요⁠?⁠”

교장이 말했다⁠.

“⁠없다⁠.⁠”

“⁠…없어요⁠?⁠”

교장이 말했다⁠.

“⁠안 적었다⁠.⁠”

나는 물었다⁠.

“⁠왜 안 적었어요⁠?⁠”

교장이 말했다⁠.

“⁠무서웠겠지⁠.⁠”

“⁠…⁠”

“⁠무서운 것은 이름을 안 적는다⁠. 적으면 부르게 되니까⁠.⁠”

나는 이 말을 들었다⁠.

교장이 말했다⁠.

“⁠그 셋이 우리 학교 첫 학생이다⁠.⁠”

“⁠…⁠”

“⁠첫 학생 이름이 기록에 없다⁠.⁠”

나는 물었다⁠.

“⁠그럼 첫째 등이 그 셋 가운데 하나예요⁠?⁠”

교장이 말했다⁠.

“⁠그럴 것이다⁠.⁠”

나는 말했다⁠.

“⁠그 등에서 「⁠나⁠, 는⁠」이 나와요⁠.⁠”

교장이 이 자리에 섰다⁠.

“⁠…이름이냐⁠?⁠”

나는 말했다⁠.

“⁠세리안 선생님이 이름 같다고 하셨어요⁠.⁠”

교장이 서랍을 다시 열었다⁠.

열어서 제일 아래에 있는 표지를 꺼냈다⁠.

가장자리가 삭아 있었다⁠.

“⁠…첫 해 장부다⁠.⁠”

교장이 폈다⁠.

첫 줄에 숫자가 셋 있었다⁠.

이름은 없다⁠.

교장이 이것을 오래 봤다⁠.

“⁠…백 년 동안 이 첫 줄을 아무도 안 채웠구나⁠.⁠”

나는 물었다⁠.

“⁠그럼 저희가 받은 게 다 남의 거예요⁠?⁠”

교장이 말했다⁠.

“⁠그렇다⁠.⁠”

나는 이 자리에 앉았다⁠.

여섯 해 동안 거두면 없어진다고 배웠다⁠.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돌려주는 것이었다⁠.

다만 주인한테 안 돌려준다⁠. 등에 담는다⁠.

나는 물었다⁠.

“⁠교장 선생님⁠.⁠”

“⁠말해라⁠.⁠”

“⁠등에 담긴 건 언제 돌려줘요⁠?⁠”

교장이 대답을 안 했다⁠.

나는 다시 물었다⁠.

“⁠백 년 동안 한 번도 안 돌려줬어요⁠?⁠”

교장이 말했다⁠.

“⁠돌려줄 데를 모른다⁠.⁠”

“⁠…⁠”

“⁠누구한테서 온 것인지 안 적어 뒀다⁠.⁠”

나는 물었다⁠.

“⁠왜 안 적었어요⁠?⁠”

교장이 말했다⁠.

“⁠적을 수가 없다⁠.⁠”

“⁠…⁠”

“⁠아이도 모르고 우리도 모른다⁠.⁠”

나는 말했다⁠.

“⁠저는 알아요⁠.⁠”

교장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말했다⁠.

“⁠소리를 들으면 알아요⁠. 노래를 부르던 사람 목소리가 납니다⁠.⁠”

교장이 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어서다가 앉았다⁠.

“⁠…루아야⁠.⁠”

“⁠예⁠.⁠”

“⁠사백열둘을 다 들을 수 있느냐⁠?⁠”

나는 말했다⁠.

“⁠닦으면요⁠.⁠”

교장이 물었다⁠.

“⁠얼마나 걸리느냐⁠?⁠”

나는 셈을 했다⁠.

“⁠…이 년이요⁠.⁠”

이날부터 나는 수업을 안 갔다⁠.

교장이 그러라고 했다⁠.

낮에는 자고 밤에 닦았다⁠.

닦는 데 손이 필요해서 3학년 아이 둘이 붙었다⁠.

둘은 소리를 못 듣는다⁠. 닦기만 한다⁠.

닦는 것은 셋이 하고 듣는 것은 나 혼자 한다⁠.

3학년 둘은 이름이 미아와 셀이다⁠.

미아는 손이 빠르고 셀은 손이 느리다⁠.

느린 대신 셀이 닦은 등은 더 잘 들린다⁠.

나는 이것이 이상해서 둘을 바꿔 가며 시켜 봤다⁠.

같은 등을 미아가 한 시간 닦은 것과 셀이 한 시간 닦은 것을 견줬다⁠.

셀 쪽이 한 줄 더 났다⁠.

나는 셀한테 물었다⁠.

“⁠너 어떻게 닦아⁠?⁠”

셀이 말했다⁠.

“⁠…그냥 닦는데요⁠.⁠”

“⁠미아랑 달라⁠?⁠”

셀이 말했다⁠.

“⁠…모르겠어요⁠.⁠”

나는 둘이 닦는 것을 앉아서 봤다⁠.

미아는 둥글게 문지른다⁠.

셀은 한 방향으로만 문지른다⁠. 위에서 아래로만 간다⁠.

나는 이것을 따라 해 봤다⁠.

한 방향이 더 잘 닦였다⁠.

둥글게 문지르면 그을음이 옆으로 밀린다⁠. 한 방향이면 밀려서 떨어진다⁠.

나는 미아한테 이것을 말했다⁠.

미아가 바꿨다⁠.

바꾸니 미아가 제일 빨라졌다⁠.

손도 빠르고 방법도 맞으니까⁠.

나는 이날 셋이서 이것을 정했다⁠.

닦는 법은 셋이다⁠.

하나⁠. 재를 묻힌다⁠.

둘⁠. 한 방향으로만 문지른다⁠.

셋⁠. 소리가 커지는 것을 세면서 한다⁠.

세 번째가 제일 중요하다⁠.

세면서 하면 언제 그만둘지 안다⁠.

안 세면 다 닦은 것도 계속 닦는다⁠.

셀이 물었다⁠.

“⁠언니⁠, 다 닦았는지 어떻게 알아요⁠?⁠”

나는 말했다⁠.

“⁠백 번 문질러도 안 커지면 다 닦은 거야⁠.⁠”

셀이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우리는 안 들리는데⁠.⁠”

나는 이 자리에 섰다⁠.

둘은 커지는 것을 모른다⁠.

내가 옆에 있어야 안다⁠.

그러면 셋이 따로 닦을 수가 없다⁠.

나는 이 문제를 사흘 생각했다⁠.

사흘째에 미아가 말했다⁠.

“⁠언니⁠, 그냥 백 번씩 세고 넘어가면 안 돼요⁠?⁠”

나는 물었다⁠.

“⁠…그러면 덜 닦인 게 생겨⁠.⁠”

미아가 말했다⁠.

“⁠나중에 언니가 들어 보고 덜 닦인 것만 다시 주면 되잖아요⁠.⁠”

나는 이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이날부터 그렇게 했다⁠.

둘이 백 번씩 세고 넘기면 내가 밤에 들어 본다⁠.

덜 닦인 것만 도로 준다⁠.

도로 가는 것이 열에 둘쯤이었다⁠.

셋이 하니 하루에 셋씩 됐다⁠.

이 년이 여덟 달이 됐다⁠.

봄에 백을 넘겼다⁠.

백을 넘기고 나서 나는 이것을 세기 시작했다⁠.

세지 않으려고 했는데 세어졌다⁠.

소리가 난 것이 여든둘⁠.

안 난 것이 열여덟⁠.

안 난 열여덟이 다 새 등이다⁠.

나는 소리가 난 여든둘을 하나씩 기억했다⁠.

기억하는 법은 노래다⁠.

등마다 노래가 다르다⁠.

어떤 것은 노래가 아니라 말이다⁠. 어떤 것은 웃음소리다⁠. 어떤 것은 숫자를 센다⁠.

나는 이것을 밤마다 따라 했다⁠.

따라 하면 안 잊는다⁠.

여든둘을 따라 하는 데 한 시간이 든다⁠.

날마다 한 시간씩 했다⁠.

3학년 아이 둘이 이것을 듣다가 따라 하기 시작했다⁠.

“⁠너희는 안 들린다면서⁠.⁠”

하나가 말했다⁠.

“⁠언니가 하는 건 들려요⁠.⁠”

나는 이 자리에 섰다⁠.

들리는 것은 등에서만 나는 줄 알았다⁠.

내가 내면 남도 듣는다⁠.

나는 이날부터 둘한테 가르쳤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같이 했다⁠.

한 달에 스물씩 셋이 나눠 외웠다⁠.

여름에 셋이 외우는 것이 이백서른이 됐다⁠.

이백서른 가운데 내가 다 외우고 둘은 백씩 외웠다⁠.

나는 이것을 세리안 선생한테 말했다⁠.

선생이 물었다⁠.

“⁠외워서 무엇 하려느냐⁠?⁠”

나는 말했다⁠.

“⁠돌려주려고요⁠.⁠”

선생이 물었다⁠.

“⁠누구한테⁠.⁠”

나는 말했다⁠.

“⁠주인한테요⁠.⁠”

선생이 말했다⁠.

“⁠주인을 모른다고 하지 않았느냐⁠?⁠”

나는 말했다⁠.

“⁠노래를 부르면 알아듣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선생이 이 자리에 앉았다⁠.

나는 말했다⁠.

“⁠선생님이 그러셨잖아요⁠. 앞 두 줄을 아셨어요⁠.⁠”

“⁠…그랬지⁠.⁠”

“⁠들으면 아는 사람이 있어요⁠.⁠”

선생이 물었다⁠.

“⁠어디서 부르려느냐⁠?⁠”

나는 말했다⁠.

“⁠도시에서요⁠.⁠”

3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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