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5,150자) · 교장실
백 년 만에 들리는 아이
벨라른 · 문가온
정월 초하루에 나는 또 영이었다.
열 번째다.
선생 셋이 나를 교장실로 불렀다.
교장은 예순쯤 된 여자다. 이름을 안 부르고 교장이라고만 한다.
“루아.”
“예.”
“열 번 영이다.”
“…예.”
교장이 말했다.
“이런 아이가 백 년에 넷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넷이요?”
교장이 말했다.
“그렇다.”
나는 물었다.
“그 넷은 어떻게 됐어요?”
교장이 대답을 안 했다.
대신 다른 것을 물었다.
“너 지하에 내려가느냐?”
나는 대답을 못 했다.
세리안 선생이 옆에서 말했다.
“제가 데려갔습니다.”
교장이 세리안 선생을 봤다.
“…왜 데려갔소?”
선생이 말했다.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요.”
교장이 그 자리에 섰다.
“…들린다고?”
선생이 말했다.
“들립니다.”
교장이 나를 봤다.
“…무슨 소리가 들리느냐?”
나는 말했다.
“노래요.”
교장이 앉았다.
앉는 데 시간이 걸렸다.
“…백 년 만이다.”
나는 물었다.
“…뭐가요?”
교장이 말했다.
“들리는 아이가.”
교장이 서랍에서 가죽 표지를 꺼냈다.
낡은 것이다.
나는 그 표지를 봤다.
세리안 선생이 보여 준 것과 같은 것인데 더 낡았다.
“교장 선생님, 그거 장부예요?”
교장이 말했다.
“장부다.”
“…칸이 둘이에요?”
교장이 손을 멈췄다.
“…어떻게 아느냐?”
나는 말했다.
“세리안 선생님이 보여 주셨어요.”
교장이 세리안 선생을 봤다.
선생이 아무 말도 안 했다.
교장이 표지를 무릎에 놓았다.
“…보았느냐.”
나는 말했다.
“봤어요.”
“…무엇을 보았느냐?”
나는 말했다.
“오른쪽이 왼쪽 반이에요.”
교장이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나머지 반이 어디 갔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교장이 말했다.
“원래 그렇다.”
나는 말했다.
“원래 그런 건 없어요.”
교장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그 말을 하고 나서 무서워졌다.
열두 살이 교장한테 할 말이 아니다.
교장이 표지를 폈다.
폈다가 도로 덮었다.
“…루아야.”
“예.”
“나는 스물여섯 해 이 자리에 있었다.”
“…”
“스물여섯 해 동안 그 칸을 봤다.”
교장이 표지를 서랍에 넣었다.
“열두 해쯤 전에 한 번 세어 봤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교장이 말했다.
“백 년 치를 다 더해 봤다.”
“…”
“더하고 나서 나는 그것을 아무한테도 말 안 했다.”
나는 물었다.
“…왜요?”
교장이 말했다.
“말하면 이 학교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다시 정해야 한다.”
“…”
“나는 그것을 할 자신이 없었다.”
“이 학교가 왜 생겼는지 아느냐?”
“…몰라요.”
교장이 말했다.
“백 년 전에 이 도시에 아이가 셋 있었다.”
“…”
“그 셋이 거두는 아이였다.”
나는 물었다.
“거둔다는 게 뭐예요?”
교장이 말했다.
“남한테서 받는다는 뜻이다.”
“…”
“옆에 있는 사람한테서 저절로 받는다. 받으면 그 사람이 잃는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교장이 말했다.
“셋이 있는 마을에서 사람들이 하나씩 잃었다. 노래를 잃고 손재주를 잃고 이름을 잃었다.”
“…”
“그래서 학교를 세웠다.”
나는 물었다.
“가둬 두려고요?”
교장이 말했다.
“아니다.”
“…”
“빼내려고 세웠다.”
교장이 표지를 폈다.
“받는 아이한테서 받은 것을 빼내면 된다. 빼서 등에 담는다.”
나는 물었다.
“…그럼 징수가 그거예요?”
교장이 말했다.
“그렇다.”
나는 물었다.
“그럼 저희 다 받는 아이예요?”
교장이 말했다.
“아니다.”
“…”
“처음에는 셋이었다. 지금은 다 거둔다.”
나는 물었다.
“왜 늘었어요?”
교장이 말했다.
“모른다.”
“…”
“백 년 동안 늘었다.”
나는 그날 밤에 물었다.
“교장 선생님, 저는 왜 영이에요?”
교장이 말했다.
“모른다.”
나는 말했다.
“한 해 동안 열 번을 물었는데 다들 모른다고 하세요.”
교장이 나를 봤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면 좋겠느냐?”
나는 말했다.
“…아니요.”
교장이 말했다.
“나는 스물여섯 해 동안 아는 척을 했다.”
“…”
“오늘 처음 모른다고 했다.”
나는 물었다.
“교장 선생님, 그 백 년 전 셋은 이름이 있어요?”
교장이 말했다.
“없다.”
“…없어요?”
교장이 말했다.
“안 적었다.”
나는 물었다.
“왜 안 적었어요?”
교장이 말했다.
“무서웠겠지.”
“…”
“무서운 것은 이름을 안 적는다. 적으면 부르게 되니까.”
나는 그 말을 들었다.
교장이 말했다.
“그 셋이 우리 학교 첫 학생이다.”
“…”
“첫 학생 이름이 기록에 없다.”
나는 물었다.
“그럼 첫째 등이 그 셋 가운데 하나예요?”
교장이 말했다.
“그럴 것이다.”
나는 말했다.
“그 등에서 「나, 는」이 나와요.”
교장이 그 자리에 섰다.
“…이름이냐?”
나는 말했다.
“세리안 선생님이 이름 같다고 하셨어요.”
교장이 서랍을 다시 열었다.
열어서 제일 아래에 있는 표지를 꺼냈다.
가장자리가 삭아 있었다.
“…첫 해 장부다.”
교장이 폈다.
첫 줄에 숫자가 셋 있었다.
이름은 없다.
교장이 그것을 오래 봤다.
“…백 년 동안 이 첫 줄을 아무도 안 채웠구나.”
나는 물었다.
“그럼 저희가 받은 게 다 남의 거예요?”
교장이 말했다.
“그렇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았다.
여섯 해 동안 거두면 없어진다고 배웠다.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돌려주는 것이었다.
다만 주인한테 안 돌려준다. 등에 담는다.
나는 물었다.
“교장 선생님.”
“말해라.”
“등에 담긴 건 언제 돌려줘요?”
교장이 대답을 안 했다.
나는 다시 물었다.
“백 년 동안 한 번도 안 돌려줬어요?”
교장이 말했다.
“돌려줄 데를 모른다.”
“…”
“누구한테서 온 것인지 안 적어 뒀다.”
나는 물었다.
“왜 안 적었어요?”
교장이 말했다.
“적을 수가 없다.”
“…”
“아이도 모르고 우리도 모른다.”
나는 말했다.
“저는 알아요.”
교장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말했다.
“소리를 들으면 알아요. 노래를 부르던 사람 목소리가 납니다.”
교장이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어서다가 앉았다.
“…루아야.”
“예.”
“사백열둘을 다 들을 수 있느냐?”
나는 말했다.
“닦으면요.”
교장이 물었다.
“얼마나 걸리느냐?”
나는 셈을 했다.
“…이 년이요.”
그날부터 나는 수업을 안 갔다.
교장이 그러라고 했다.
낮에는 자고 밤에 닦았다.
닦는 데 손이 필요해서 3학년 아이 둘이 붙었다.
둘은 소리를 못 듣는다. 닦기만 한다.
닦는 것은 셋이 하고 듣는 것은 나 혼자 한다.
3학년 둘은 이름이 미아와 셀이다.
미아는 손이 빠르고 셀은 손이 느리다.
느린 대신 셀이 닦은 등은 더 잘 들린다.
나는 그것이 이상해서 둘을 바꿔 가며 시켜 봤다.
같은 등을 미아가 한 시간 닦은 것과 셀이 한 시간 닦은 것을 견줬다.
셀 쪽이 한 줄 더 났다.
나는 셀한테 물었다.
“너 어떻게 닦아?”
셀이 말했다.
“…그냥 닦는데요.”
“미아랑 달라?”
셀이 말했다.
“…모르겠어요.”
나는 둘이 닦는 것을 앉아서 봤다.
미아는 둥글게 문지른다.
셀은 한 방향으로만 문지른다. 위에서 아래로만 간다.
나는 그것을 따라 해 봤다.
한 방향이 더 잘 닦였다.
둥글게 문지르면 그을음이 옆으로 밀린다. 한 방향이면 밀려서 떨어진다.
나는 미아한테 그것을 말했다.
미아가 바꿨다.
바꾸니 미아가 제일 빨라졌다.
손도 빠르고 방법도 맞으니까.
나는 그날 셋이서 그것을 정했다.
닦는 법은 셋이다.
하나. 재를 묻힌다.
둘. 한 방향으로만 문지른다.
셋. 소리가 커지는 것을 세면서 한다.
셋째가 제일 중요하다.
세면서 하면 언제 그만둘지 안다.
안 세면 다 닦은 것도 계속 닦는다.
셀이 물었다.
“언니, 다 닦았는지 어떻게 알아요?”
나는 말했다.
“백 번 문질러도 안 커지면 다 닦은 거야.”
셀이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우리는 안 들리는데.”
나는 그 자리에 섰다.
둘은 커지는 것을 모른다.
내가 옆에 있어야 안다.
그러면 셋이 따로 닦을 수가 없다.
나는 그 문제를 사흘 생각했다.
사흘째에 미아가 말했다.
“언니, 그냥 백 번씩 세고 넘어가면 안 돼요?”
나는 물었다.
“…그러면 덜 닦인 게 생겨.”
미아가 말했다.
“나중에 언니가 들어 보고 덜 닦인 것만 다시 주면 되잖아요.”
나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날부터 그렇게 했다.
둘이 백 번씩 세고 넘기면 내가 밤에 들어 본다.
덜 닦인 것만 도로 준다.
도로 가는 것이 열에 둘쯤이었다.
셋이 하니 하루에 셋씩 됐다.
이 년이 여덟 달이 됐다.
봄에 백을 넘겼다.
백을 넘기고 나서 나는 그것을 세기 시작했다.
세지 않으려고 했는데 세어졌다.
소리가 난 것이 여든둘.
안 난 것이 열여덟.
안 난 열여덟이 다 새 등이다.
나는 소리가 난 여든둘을 하나씩 기억했다.
기억하는 법은 노래다.
등마다 노래가 다르다.
어떤 것은 노래가 아니라 말이다. 어떤 것은 웃음소리다. 어떤 것은 숫자를 센다.
나는 그것을 밤마다 따라 했다.
따라 하면 안 잊는다.
여든둘을 따라 하는 데 한 시간이 든다.
날마다 한 시간씩 했다.
3학년 아이 둘이 그것을 듣다가 따라 하기 시작했다.
“너희는 안 들린다면서.”
하나가 말했다.
“언니가 하는 건 들려요.”
나는 그 자리에 섰다.
들리는 것은 등에서만 나는 줄 알았다.
내가 내면 남도 듣는다.
나는 그날부터 둘한테 가르쳤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같이 했다.
한 달에 스물씩 셋이 나눠 외웠다.
여름에 셋이 외우는 것이 이백서른이 됐다.
이백서른 가운데 내가 다 외우고 둘은 백씩 외웠다.
나는 그것을 세리안 선생한테 말했다.
선생이 물었다.
“외워서 무엇 하려느냐?”
나는 말했다.
“돌려주려고요.”
선생이 물었다.
“누구한테.”
나는 말했다.
“주인한테요.”
선생이 말했다.
“주인을 모른다고 하지 않았느냐?”
나는 말했다.
“노래를 부르면 알아듣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선생이 그 자리에 앉았다.
나는 말했다.
“선생님이 그러셨잖아요. 앞 두 줄을 아셨어요.”
“…그랬지.”
“들으면 아는 사람이 있어요.”
선생이 물었다.
“어디서 부르려느냐?”
나는 말했다.
“도시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