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5,332자) · 나여울

소절을 하나 더 배운다

마법을 다 빼앗겨야 졸업하는 학교 · 반서후

— 이 이듬해 봄

전교가 부르기 시작한 것은 삼월이다⁠.

이백오십둘이 하나씩 맡았다⁠.

맡는 법은 이렇다⁠.

내가 위층 복도에서 하나를 듣는다⁠.

듣고 소리로 낸다⁠.

맡는 아이가 세 번 따라 한다⁠.

세 번이면 입에 붙는다⁠.

붙은 것을 날마다 한 번씩 부른다⁠.

부르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 저녁 먹고 나서다⁠.

이백오십둘이 동시에 부른다⁠.

학교가 시끄러워졌다⁠.

처음에는 다들 싫어했다⁠.

한 달 지나니 익숙해졌다⁠.

두 달 지나니 저녁에 조용하면 이상했다⁠.

부르는 것이 자리를 잡고 나서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거두는 아이가 줄었다⁠.

봄에 예순둘이었는데 가을에 쉰넷이 됐다⁠.

여덟이 안 거두게 됐다⁠.

나는 이 여덟을 따로 봤다⁠.

여덟이 다 저녁에 부르는 데 열심인 아이들이었다⁠.

나는 이것이 우연인지 보려고 한 달을 세었다⁠.

세어 보니 우연이 아니었다⁠.

저녁에 부르는 아이는 거두는 것이 줄었다⁠.

나는 이것을 하린한테 말했다⁠.

하린이 물었다⁠.

“⁠…부르면 왜 줄겠느냐⁠?⁠”

나는 말했다⁠.

“⁠모르겠어요⁠.⁠”

하린이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루아야⁠.⁠”

“⁠예⁠.⁠”

“⁠거두는 것이 무엇이냐⁠?⁠”

나는 말했다⁠.

“⁠남한테서 받는 거요⁠.⁠”

하린이 말했다⁠.

“⁠왜 받겠느냐⁠?⁠”

나는 이 물음에 멈췄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린이 말했다⁠.

“⁠빈 데가 있으면 채워진다⁠.⁠”

“⁠…⁠”

“⁠채우려고 받는 것이다⁠.⁠”

나는 물었다⁠.

“⁠…그럼 부르면 채워져요⁠?⁠”

하린이 말했다⁠.

“⁠노래를 받았지 않느냐⁠?⁠”

나는 이 자리에 섰다⁠.

하린이 말했다⁠.

“⁠남의 노래를 하나 맡아서 날마다 부르면⁠, 그것이 제 것이 아닌 채로 안에 있다⁠.⁠”

“⁠…⁠”

“⁠안에 무엇이 있으면 덜 받는다⁠.⁠”

나는 물었다⁠.

“⁠…그럼 그 애들은 남의 것으로 채우고 있는 거예요⁠?⁠”

하린이 말했다⁠.

“⁠그렇다⁠.⁠”

나는 말했다⁠.

“⁠…그건 좋은 거예요⁠, 나쁜 거예요⁠?⁠”

하린이 말했다⁠.

“⁠모르겠다⁠.⁠”

“⁠…⁠”

“⁠다만 그 애들은 그 노래를 돌려줘야 한다는 걸 안다⁠.⁠”

“⁠…⁠”

“⁠돌려줄 것을 가지고 있는 것하고 빼앗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다르다⁠.⁠”

나는 이 말을 오래 들었다⁠.

하린이 말했다⁠.

“⁠나는 삼십 년 동안 돌려줄 생각을 안 했다⁠.⁠”

“⁠…⁠”

“⁠그게 나하고 저 애들 사이의 전부다⁠.⁠”

같은 해 여름에 도시에서 사람이 왔다⁠.

학교에 와서 물었다⁠.

“⁠…저녁마다 여기서 노래를 한다면서요⁠.⁠”

교장이 말했다⁠.

“⁠합니다⁠.⁠”

이 사람이 말했다⁠.

“⁠우리 집이 학교 아래요⁠. 매일 듣소⁠.⁠”

“⁠…시끄러우십니까⁠?⁠”

이 사람이 말했다⁠.

“⁠아니오⁠.⁠”

“⁠…그럼요⁠?⁠”

이 사람이 말했다⁠.

“⁠그중에 하나가 우리 어머니 노래요⁠.⁠”

교장이 이 자리에 섰다⁠.

이 사람이 말했다⁠.

“⁠석 달 들었소⁠. 석 달 만에 알았소⁠.⁠”

“⁠…⁠”

“⁠처음에는 몰랐는데 자꾸 들으니 알겠소⁠.⁠”

나는 이 말을 듣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서 세었다⁠.

봄에 백열여섯이었다⁠.

지금 여든둘이다⁠.

서른넷이 나갔다⁠.

우리가 도시에 안 나갔는데 나갔다⁠.

부르기만 했는데 나갔다⁠.

나는 이것을 하린한테 말했다⁠.

하린이 말했다⁠.

“⁠…들으면 가는구나⁠.⁠”

나는 말했다⁠.

“⁠네⁠.⁠”

하린이 물었다⁠.

“⁠그럼 도시에 안 나가도 되겠구나⁠.⁠”

나는 말했다⁠.

“⁠나가야 해요⁠.⁠”

“⁠…왜⁠?⁠”

나는 말했다⁠.

“⁠여기 소리가 도시 반까지밖에 안 가요⁠.⁠”

하린이 웃었다⁠.

“⁠…그럼 더 크게 부르면 되지 않느냐⁠?⁠”

나는 이 말을 이때 농담으로 들었다⁠.

같은 해 가을에 우리는 더 크게 불렀다⁠.

학교 지붕에 올라가서 불렀다⁠.

지붕에서 부르니 도시 전체에 갔다⁠.

한 달에 마흔이 나갔다⁠.

겨울에 여든둘이 열넷이 됐다⁠.

열넷은 아무도 안 알아들었다⁠.

열넷 말고 꺾인 데가 있다⁠.

나는 이 스물셋을 아직 못 놓았다⁠.

조각 백열둘 가운데 이어진 것이 네 줄이다⁠.

아흔여덟 조각이 남았다⁠.

나는 이 아흔여덟을 천에 싸서 지하에 두었다⁠.

버리지 않았다⁠.

미아가 물었다⁠.

“⁠언니⁠, 그건 어떻게 해요⁠?⁠”

나는 말했다⁠.

“⁠…모르겠다⁠.⁠”

미아가 물었다⁠.

“⁠못 돌려주는 거예요⁠?⁠”

나는 말했다⁠.

“⁠지금은 못 돌려줘⁠.⁠”

미아가 물었다⁠.

“⁠그럼 언제요⁠?⁠”

나는 이 물음에 대답을 못 했다⁠.

셀이 옆에서 말했다⁠.

“⁠언니⁠, 그거 받침에 도로 걸면 안 돼요⁠?⁠”

나는 물었다⁠.

“⁠…유리가 없는데⁠?⁠”

셀이 말했다⁠.

“⁠조각을 받침에 놓으면 되잖아요⁠.⁠”

나는 이 자리에 섰다⁠.

이날 우리는 아흔여덟 조각을 스물세 받침에 나눠 놓았다⁠.

한 받침에 넷씩이다⁠.

놓고 나서 나는 꺾인 데에 서 봤다⁠.

소리가 났다⁠.

아주 작았다⁠.

스물셋이 한꺼번에 났다⁠.

말이 안 되는 소리 스물셋이다⁠.

나는 이것을 들으면서 서 있었다⁠.

이어지지 않아도 소리는 난다⁠.

나는 이날부터 저녁에 부르는 것에 이 스물셋을 넣었다⁠.

말이 안 되는 소리를 이백오십둘이 불렀다⁠.

무슨 뜻인지 아무도 모른다⁠.

모르는 채로 불렀다⁠.

한 달쯤 지나서 1학년 아이 하나가 나한테 왔다⁠.

“⁠선생님⁠.⁠”

“⁠…왜⁠?⁠”

“⁠그 이상한 거요⁠.⁠”

“⁠응⁠.⁠”

아이가 말했다⁠.

“⁠그거 부르면 슬퍼요⁠.⁠”

나는 물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데⁠?⁠”

아이가 말했다⁠.

“⁠몰라도 슬퍼요⁠.⁠”

나는 이 자리에 앉았다⁠.

아이가 물었다⁠.

“⁠그거 누구 거예요⁠?⁠”

나는 말했다⁠.

“⁠…모르겠다⁠.⁠”

아이가 말했다⁠.

“⁠그럼 제가 맡을게요⁠.⁠”

나는 이 열넷을 지하에 도로 걸었다⁠.

걸면서 하나씩 들었다⁠.

열넷 가운데 여섯이 노래고 넷이 웃음소리고 셋이 말이고 하나가 숫자다⁠.

숫자 세는 것은 첫째 등이다⁠.

「⁠나⁠, 는⁠」

백 년 된 것이다⁠.

나는 이 앞에 앉아서 겨울을 났다⁠.

봄이 될 때까지 앉아 있었다⁠.

봄에 하나를 더 들었다⁠.

「⁠나⁠, 는⁠, 여⁠」

세 마디다⁠.

나는 이것을 학교에 가져갔다⁠.

이백오십둘이 이것을 외웠다⁠.

저녁마다 불렀다⁠.

「⁠나⁠, 는⁠, 여⁠」

무슨 말인지 아무도 모른다⁠.

한 해를 불렀다⁠.

이듬해 봄에 도시에서 노인이 하나 왔다⁠.

여든이 넘었다⁠.

“⁠…저 소리가 뭐요⁠?⁠”

나는 말했다⁠.

“⁠모릅니다⁠.⁠”

노인이 말했다⁠.

“⁠…우리 할머니가 그 소리를 하셨소⁠.⁠”

나는 이 자리에 섰다⁠.

노인이 말했다⁠.

“⁠할머니가 열두 살에 이 학교에 들어왔다가 안 나오셨다 하오⁠.⁠”

“⁠…⁠”

“⁠이름이 나여울이오⁠.⁠”

나는 첫째 등을 들고 왔다⁠.

들고 와서 노인 앞에서 소리를 냈다⁠.

「⁠나⁠, 는⁠, 여⁠」

노인이 이 자리에 앉았다⁠.

“⁠…나여울⁠.⁠”

등이 울렸다⁠.

나는 이 소리를 처음 들었다⁠.

등이 우는 소리다⁠.

그러고 네 번째 마디가 났다⁠.

「⁠울⁠」

나여울이다⁠.

노인이 이것을 따라 불렀다⁠.

세 번 불렀다⁠.

등이 가벼워졌다⁠.

나는 이것을 들어 봤다⁠.

비었다⁠.

백 년 된 것이 비었다⁠.

노인이 물었다⁠.

“⁠…이게 뭐요⁠?⁠”

나는 말했다⁠.

“⁠할머님 이름입니다⁠.⁠”

노인이 물었다⁠.

“⁠…이름이 왜 여기 있소⁠?⁠”

나는 말했다⁠.

“⁠백 년 전에 여기서 빼냈습니다⁠.⁠”

노인이 아무 말도 안 했다⁠.

한참 있다가 말했다⁠.

“⁠…우리 할머니는 평생 제 이름을 안 쓰셨소⁠.⁠”

나는 이 말을 듣고 물었다⁠.

“⁠…이름을 안 쓰시면 어떻게 사셨어요⁠?⁠”

노인이 말했다⁠.

“⁠댁⁠, 댁 하고 불렸소⁠.⁠”

“⁠…⁠”

“⁠시집가서는 누구 어미로 불렸고⁠.⁠”

노인이 제 손을 봤다⁠.

“⁠나는 우리 할머니 이름을 오늘 처음 들었소⁠.⁠”

나는 이 자리에 섰다⁠.

노인이 말했다⁠.

“⁠여든이 넘도록 몰랐소⁠.⁠”

“⁠…⁠”

“⁠집에 족보가 있는데 거기도 안 적혀 있소⁠. 며느리는 이름을 안 적소⁠.⁠”

나는 물었다⁠.

“⁠…그럼 어디에도 없어요⁠?⁠”

노인이 말했다⁠.

“⁠없소⁠.⁠”

나는 등을 봤다⁠.

비어 있다⁠.

방금 전까지 백 년 동안 이 이름이 여기 있었다⁠.

이 등이 아니었으면 이 이름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이 생각을 하고 무서워졌다⁠.

빼앗은 것이 지켜 준 것이 된다⁠.

나는 이것을 노인한테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이 학교가 잘한 것이 되어 버린다⁠.

잘한 것이 아니다⁠.

백 년 동안 안 돌려준 것이 잘한 것일 수는 없다⁠.

다만 없어지지는 않았다⁠.

이것뿐이다⁠.

노인이 가고 나서 나는 이 빈 등을 받침에 도로 걸었다⁠.

걸고 나서 한참 봤다⁠.

유리가 깨끗했다⁠. 내가 두 해 전에 닦은 것이다⁠.

이때 나는 이 안에 누가 있는지 몰랐다⁠.

몰라도 닦았다⁠.

닦는 일은 아는 것보다 먼저 온다⁠.

“⁠…⁠”

“⁠남들이 부르면 대답을 안 하셨소⁠.⁠”

노인이 일어섰다⁠.

“⁠…이제 아시겠소⁠?⁠”

나는 말했다⁠.

“⁠…모르셨던 거예요⁠.⁠”

노인이 갔다⁠.

가면서 이 이름을 불렀다⁠.

「⁠나여울⁠」

학교 마당에서 이 소리가 났다⁠.

이백오십둘이 이것을 들었다⁠.

이날 저녁에 이백오십둘이 이 이름을 불렀다⁠.

부르라고 한 사람이 없다⁠.

그냥 불렀다⁠.

나는 이것을 마당에서 들었다⁠.

지하에 열셋이 남았다⁠.

열셋이 남았다는 말이 틀렸다⁠.

열셋과 스물셋이다⁠.

열셋은 주인을 못 찾은 것이고 스물셋은 조각이다⁠.

그리고 하나가 더 있다⁠.

세리안 선생 언니 것이다⁠.

이 등은 안 깨졌다⁠. 받침 이백사십일 옆에 있다⁠.

나는 이것을 선생한테 돌려주려고 했다⁠.

선생이 안 받았다⁠.

“⁠…내 것이 아니다⁠.⁠”

나는 말했다⁠.

“⁠언니 것이잖아요⁠.⁠”

선생이 말했다⁠.

“⁠언니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요⁠?⁠”

선생이 말했다⁠.

“⁠그냥 둬라⁠.⁠”

“⁠…⁠”

“⁠날마다 저녁에 부르지 않느냐⁠?⁠”

나는 말했다⁠.

“⁠불러요⁠.⁠”

선생이 말했다⁠.

“⁠그러면 됐다⁠.⁠”

“⁠…⁠”

“⁠나는 그 노래를 이십팔 년 동안 못 들었다⁠. 지금은 날마다 듣는다⁠.⁠”

선생이 창을 봤다⁠.

저녁이었다⁠. 이백오십둘이 부르고 있었다⁠.

선생이 말했다⁠.

“⁠돌려받는 것이 꼭 제 안에 넣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 말을 오래 들었다⁠.

선생이 말했다⁠.

“⁠루아야⁠.⁠”

“⁠예⁠.⁠”

“⁠나는 이제 들린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선생이 말했다⁠.

“⁠하린한테 다녀온 뒤로 들린다⁠.⁠”

“⁠…⁠”

“⁠이십팔 년 만이다⁠.⁠”

나는 물었다⁠.

“⁠…어떠세요⁠?⁠”

선생이 대답을 안 했다⁠.

한참 있다가 말했다⁠.

“⁠…시끄럽다⁠.⁠”

선생이 웃었다⁠.

“⁠사백 개가 한꺼번에 나는데 시끄럽지가 않다⁠. 그게 이상하다⁠.⁠”

나는 말했다⁠.

“⁠저도 그게 제일 이상했어요⁠.⁠”

선생이 물었다⁠.

“⁠…너는 왜 안 시끄럽다고 생각했느냐⁠?⁠”

나는 이 물음에 두 해 동안 답을 못 했다⁠.

이날 답이 나왔다⁠.

나는 말했다⁠.

“⁠다들 다른 노래를 부르는데 아무도 남 부르는 걸 안 막아서요⁠.⁠”

내일 하나를 더 들을 것이다⁠.

들으면 한 소절이 는다⁠.

한 소절이 늘면 이것을 이백오십둘이 외운다⁠.

외우면 저녁에 부른다⁠.

그러면 도시 어딘가에서 누가 창을 연다⁠.

나는 이것을 알고 지하로 내려갔다⁠.

돌계단 마흔두 단이다⁠.

내려가서 열셋 가운데 하나 앞에 앉았다⁠.

앉아서 귀를 댔다⁠.

소절이 하나 더 났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작가를 구독하면 다음 화가 올라올 때 알려 드립니다.

10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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