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5,326자) · 나여울

소절을 하나 더 배운다

벨라른 · 문가온

— 그 이듬해 봄

전교가 부르기 시작한 것은 삼월이다.

이백오십둘이 하나씩 맡았다.

맡는 법은 이렇다.

내가 위층 복도에서 하나를 듣는다.

듣고 소리로 낸다.

맡는 아이가 세 번 따라 한다.

세 번이면 입에 붙는다.

붙은 것을 날마다 한 번씩 부른다.

부르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 저녁 먹고 나서다.

이백오십둘이 동시에 부른다.

학교가 시끄러워졌다.

처음에는 다들 싫어했다.

한 달 지나니 익숙해졌다.

두 달 지나니 저녁에 조용하면 이상했다.

부르는 것이 자리를 잡고 나서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거두는 아이가 줄었다.

봄에 예순둘이었는데 가을에 쉰넷이 됐다.

여덟이 안 거두게 됐다.

나는 그 여덟을 따로 봤다.

여덟이 다 저녁에 부르는 데 열심인 아이들이었다.

나는 그것이 우연인지 보려고 한 달을 세었다.

세어 보니 우연이 아니었다.

저녁에 부르는 아이는 거두는 것이 줄었다.

나는 그것을 하린한테 말했다.

하린이 물었다.

“…부르면 왜 줄겠느냐?”

나는 말했다.

“모르겠어요.”

하린이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루아야.”

“예.”

“거두는 것이 무엇이냐?”

나는 말했다.

“남한테서 받는 거요.”

하린이 말했다.

“왜 받겠느냐?”

나는 그 물음에 멈췄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린이 말했다.

“빈 데가 있으면 채워진다.”

“…”

“채우려고 받는 것이다.”

나는 물었다.

“…그럼 부르면 채워져요?”

하린이 말했다.

“노래를 받았지 않느냐.”

나는 그 자리에 섰다.

하린이 말했다.

“남의 노래를 하나 맡아서 날마다 부르면, 그것이 제 것이 아닌 채로 안에 있다.”

“…”

“안에 무엇이 있으면 덜 받는다.”

나는 물었다.

“…그럼 그 애들은 남의 것으로 채우고 있는 거예요?”

하린이 말했다.

“그렇다.”

나는 말했다.

“…그건 좋은 거예요, 나쁜 거예요?”

하린이 말했다.

“모르겠다.”

“…”

“다만 그 애들은 그 노래를 돌려줘야 한다는 걸 안다.”

“…”

“돌려줄 것을 가지고 있는 것하고 빼앗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다르다.”

나는 그 말을 오래 들었다.

하린이 말했다.

“나는 삼십 년 동안 돌려줄 생각을 안 했다.”

“…”

“그게 나하고 저 애들 사이의 전부다.”

그해 여름에 도시에서 사람이 왔다.

학교에 와서 물었다.

“…저녁마다 여기서 노래를 한다면서요.”

교장이 말했다.

“합니다.”

그 사람이 말했다.

“우리 집이 학교 아래요. 매일 듣소.”

“…시끄러우십니까?”

그 사람이 말했다.

“아니오.”

“…그럼요?”

그 사람이 말했다.

“그중에 하나가 우리 어머니 노래요.”

교장이 그 자리에 섰다.

그 사람이 말했다.

“석 달 들었소. 석 달 만에 알았소.”

“…”

“처음에는 몰랐는데 자꾸 들으니 알겠소.”

나는 그 말을 듣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서 세었다.

봄에 백열여섯이었다.

지금 여든둘이다.

서른넷이 나갔다.

우리가 도시에 안 나갔는데 나갔다.

부르기만 했는데 나갔다.

나는 그것을 하린한테 말했다.

하린이 말했다.

“…들으면 가는구나.”

나는 말했다.

“네.”

하린이 물었다.

“그럼 도시에 안 나가도 되겠구나.”

나는 말했다.

“나가야 해요.”

“…왜?”

나는 말했다.

“여기 소리가 도시 반까지밖에 안 가요.”

하린이 웃었다.

“…그럼 더 크게 부르면 되지 않느냐?”

나는 그 말을 그때 농담으로 들었다.

그해 가을에 우리는 더 크게 불렀다.

학교 지붕에 올라가서 불렀다.

지붕에서 부르니 도시 전체에 갔다.

한 달에 마흔이 나갔다.

겨울에 여든둘이 열넷이 됐다.

열넷은 아무도 안 알아들었다.

열넷 말고 꺾인 데가 있다.

나는 그 스물셋을 아직 못 놓았다.

조각 백열둘 가운데 이어진 것이 네 줄이다.

아흔여덟 조각이 남았다.

나는 그 아흔여덟을 천에 싸서 지하에 두었다.

버리지 않았다.

미아가 물었다.

“언니, 그건 어떻게 해요?”

나는 말했다.

“…모르겠다.”

미아가 물었다.

“못 돌려주는 거예요?”

나는 말했다.

“지금은 못 돌려줘.”

미아가 물었다.

“그럼 언제요?”

나는 그 물음에 대답을 못 했다.

셀이 옆에서 말했다.

“언니, 그거 받침에 도로 걸면 안 돼요?”

나는 물었다.

“…유리가 없는데?”

셀이 말했다.

“조각을 받침에 놓으면 되잖아요.”

나는 그 자리에 섰다.

그날 우리는 아흔여덟 조각을 스물세 받침에 나눠 놓았다.

한 받침에 넷씩이다.

놓고 나서 나는 꺾인 데에 서 봤다.

소리가 났다.

아주 작았다.

스물셋이 한꺼번에 났다.

말이 안 되는 소리 스물셋이다.

나는 그것을 들으면서 서 있었다.

이어지지 않아도 소리는 난다.

나는 그날부터 저녁에 부르는 것에 그 스물셋을 넣었다.

말이 안 되는 소리를 이백오십둘이 불렀다.

무슨 뜻인지 아무도 모른다.

모르는 채로 불렀다.

한 달쯤 지나서 1학년 아이 하나가 나한테 왔다.

“선생님.”

“…왜?”

“그 이상한 거요.”

“응.”

아이가 말했다.

“그거 부르면 슬퍼요.”

나는 물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데?”

아이가 말했다.

“몰라도 슬퍼요.”

나는 그 자리에 앉았다.

아이가 물었다.

“그거 누구 거예요?”

나는 말했다.

“…모르겠다.”

아이가 말했다.

“그럼 제가 맡을게요.”

나는 그 열넷을 지하에 도로 걸었다.

걸면서 하나씩 들었다.

열넷 가운데 여섯이 노래고 넷이 웃음소리고 셋이 말이고 하나가 숫자다.

숫자 세는 것은 첫째 등이다.

「나, 는」

백 년 된 것이다.

나는 그 앞에 앉아서 겨울을 났다.

봄이 될 때까지 앉아 있었다.

봄에 하나를 더 들었다.

「나, 는, 여」

세 마디다.

나는 그것을 학교에 가져갔다.

이백오십둘이 그것을 외웠다.

저녁마다 불렀다.

「나, 는, 여」

무슨 말인지 아무도 모른다.

한 해를 불렀다.

이듬해 봄에 도시에서 노인이 하나 왔다.

여든이 넘었다.

“…저 소리가 뭐요?”

나는 말했다.

“모릅니다.”

노인이 말했다.

“…우리 할머니가 그 소리를 하셨소.”

나는 그 자리에 섰다.

노인이 말했다.

“할머니가 열두 살에 이 학교에 들어왔다가 안 나오셨다 하오.”

“…”

“이름이 나여울이오.”

나는 첫째 등을 들고 왔다.

들고 와서 노인 앞에서 소리를 냈다.

「나, 는, 여」

노인이 그 자리에 앉았다.

“…나여울.”

등이 울렸다.

나는 그 소리를 처음 들었다.

등이 우는 소리다.

그러고 넷째 마디가 났다.

「울」

나여울이다.

노인이 그것을 따라 불렀다.

세 번 불렀다.

등이 가벼워졌다.

나는 그것을 들어 봤다.

비었다.

백 년 된 것이 비었다.

노인이 물었다.

“…이게 뭐요?”

나는 말했다.

“할머님 이름입니다.”

노인이 물었다.

“…이름이 왜 여기 있소?”

나는 말했다.

“백 년 전에 여기서 빼냈습니다.”

노인이 아무 말도 안 했다.

한참 있다가 말했다.

“…우리 할머니는 평생 제 이름을 안 쓰셨소.”

나는 그 말을 듣고 물었다.

“…이름을 안 쓰시면 어떻게 사셨어요?”

노인이 말했다.

“댁, 댁 하고 불렸소.”

“…”

“시집가서는 누구 어미로 불렸고.”

노인이 제 손을 봤다.

“나는 우리 할머니 이름을 오늘 처음 들었소.”

나는 그 자리에 섰다.

노인이 말했다.

“여든이 넘도록 몰랐소.”

“…”

“집에 족보가 있는데 거기도 안 적혀 있소. 며느리는 이름을 안 적소.”

나는 물었다.

“…그럼 어디에도 없어요?”

노인이 말했다.

“없소.”

나는 등을 봤다.

비어 있다.

방금 전까지 백 년 동안 그 이름이 여기 있었다.

이 등이 아니었으면 그 이름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그 생각을 하고 무서워졌다.

빼앗은 것이 지켜 준 것이 된다.

나는 그것을 노인한테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이 학교가 잘한 것이 되어 버린다.

잘한 것이 아니다.

백 년 동안 안 돌려준 것이 잘한 것일 수는 없다.

다만 없어지지는 않았다.

그것뿐이다.

노인이 가고 나서 나는 그 빈 등을 받침에 도로 걸었다.

걸고 나서 한참 봤다.

유리가 깨끗했다. 내가 두 해 전에 닦은 것이다.

그때 나는 이 안에 누가 있는지 몰랐다.

몰라도 닦았다.

닦는 일은 아는 것보다 먼저 온다.

“…”

“남들이 부르면 대답을 안 하셨소.”

노인이 일어섰다.

“…이제 아시겠소?”

나는 말했다.

“…모르셨던 거예요.”

노인이 갔다.

가면서 그 이름을 불렀다.

「나여울」

학교 마당에서 그 소리가 났다.

이백오십둘이 그것을 들었다.

그날 저녁에 이백오십둘이 그 이름을 불렀다.

부르라고 한 사람이 없다.

그냥 불렀다.

나는 그것을 마당에서 들었다.

지하에 열셋이 남았다.

열셋이 남았다는 말이 틀렸다.

열셋과 스물셋이다.

열셋은 주인을 못 찾은 것이고 스물셋은 조각이다.

그리고 하나가 더 있다.

세리안 선생 언니 것이다.

그 등은 안 깨졌다. 받침 이백사십일 옆에 있다.

나는 그것을 선생한테 돌려주려고 했다.

선생이 안 받았다.

“…내 것이 아니다.”

나는 말했다.

“언니 것이잖아요.”

선생이 말했다.

“언니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요?”

선생이 말했다.

“그냥 둬라.”

“…”

“날마다 저녁에 부르지 않느냐.”

나는 말했다.

“불러요.”

선생이 말했다.

“그러면 됐다.”

“…”

“나는 그 노래를 이십팔 년 동안 못 들었다. 지금은 날마다 듣는다.”

선생이 창을 봤다.

저녁이었다. 이백오십둘이 부르고 있었다.

선생이 말했다.

“돌려받는 것이 꼭 제 안에 넣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 말을 오래 들었다.

선생이 말했다.

“루아야.”

“예.”

“나는 이제 들린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선생이 말했다.

“하린한테 다녀온 뒤로 들린다.”

“…”

“이십팔 년 만이다.”

나는 물었다.

“…어떠세요?”

선생이 대답을 안 했다.

한참 있다가 말했다.

“…시끄럽다.”

선생이 웃었다.

“사백 개가 한꺼번에 나는데 시끄럽지가 않다. 그게 이상하다.”

나는 말했다.

“저도 그게 제일 이상했어요.”

선생이 물었다.

“…너는 왜 안 시끄럽다고 생각했느냐?”

나는 그 물음에 두 해 동안 답을 못 했다.

그날 답이 나왔다.

나는 말했다.

“다들 다른 노래를 부르는데 아무도 남 부르는 걸 안 막아서요.”

내일 하나를 더 들을 것이다.

들으면 한 소절이 는다.

한 소절이 늘면 그것을 이백오십둘이 외운다.

외우면 저녁에 부른다.

그러면 도시 어딘가에서 누가 창을 연다.

나는 그것을 알고 지하로 내려갔다.

돌계단 마흔두 단이다.

내려가서 열셋 가운데 하나 앞에 앉았다.

앉아서 귀를 댔다.

소절이 하나 더 났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작가를 구독하면 다음 화가 올라올 때 알려 드립니다.

10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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