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5,001자) · 0번은 같이

지연 없음

궤도에서 온 편지 · 서지오

발사장은 관제센터에서 차로 이십 분 거리다. 같은 바다를 보고 있다. 관제실 창에서는 발사대가 안 보이고, 발사대에서는 관제실 창이 안 보인다. 산 하나가 사이에 있다. 십삼 년 동안 서린은 그 산 너머로 로켓이 올라가는 걸 소리로만 들었다. 창이 먼저 떨리고, 그다음에 소리가 왔다.

오늘은 소리보다 먼저 거기 있게 된다.

새벽 네 시에 탑승 준비동 앞에 사람이 셋 서 있었다. 어머니는 순천에서 첫차를 타고 왔다고 했다. 첫차가 네 시에 닿지 않는다는 걸 서린은 알았다. 어머니는 전날 밤에 와서 근처 여관에서 잤을 것이다. 묻지 않았다. 민재는 커피 두 잔을 들고 있었다. 권도형은 둘에게서 열 걸음쯤 떨어진 자리에 서 있었다. 발사 관계자 목에 거는 출입증을 걸고, 가방은 들지 않았다.

어머니가 먼저 다가왔다.

“밥은.”

“먹었어. 우주식.”

“봉지 죽.”

“응.”

어머니는 혀를 한 번 찼다. 그리고 서린의 비행복 소매를 손끝으로 잡아서 한 번 당겼다. 옷이 잘 맞는지 보는 사람처럼. 당기고 나서 놓았다.

“끝까지 있다 와라.”

“응.”

어머니는 그 말만 하고 뒤로 물러섰다. 십사 년 전 공항에서 딸을 위아래로 훑던 눈으로, 이번에는 딸을 한 번도 훑지 않았다. 눈을 맞췄다.

민재가 커피 한 잔을 내밀었다. 서린은 받았다. 두 모금 마시고 돌려주었다.

“나머지는 네가 마셔.”

“두 잔 다요?”

“한 잔 반.”

민재는 웃다가 말고 고개를 숙였다. 컵 두 개를 한 손에 겹쳐 쥐고, 남은 손으로 코를 문질렀다.

권도형은 끝까지 다가오지 않았다. 서린이 탑승 준비동으로 걸어 들어갈 때, 그는 오른손을 가슴께까지 들었다가 내렸다. 엄지 옆 흉터가 준비동 불빛에 잠깐 하얗게 보였다. 서린은 가슴 주머니를 한 번 눌렀다. 비닐 파일 안의 천 조각이 거기 있었다. 그 옆에 약국 봉투가 있었고, 약국 봉투 안에는 가지 씨앗 대신 투명한 시험관 하나가 들어 있었다. 발사 열흘 전, 관제실 책상 위에서 젖은 휴지에 씨앗을 올려 두었다. 사흘 만에 하나가 껍질을 깼다. 그 하나를 배지와 함께 시험관에 옮겨 담아 밀봉했다. 손가락 한 마디만 한 싹이었다. 신고서 개인 물품 칸 둘째 줄에 적었다. 「식물 한 개체. 가지. 어머니 것.」

발사는 06:12였다.

좌석에 묶이고 나서 발사까지 두 시간을 기다렸다. 좌석은 등을 대고 누운 자세라 천장만 보였다. 천장에 스위치가 서른 몇 개,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서린은 그 이름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두 번 읽었다. 세 번째에는 읽지 않고 눈을 감았다. 헬멧 안에서 제 숨소리가 크게 들렸다. 관제 교신이 이어폰으로 들어왔다. 낯익은 목소리였다. 발사 관제석에 민재가 앉아 있었다. 누가 그 자리를 바꿔 주었는지 서린은 몰랐다. 민재는 절차대로만 말했다. 연료 확인, 기상 확인, 승무원 상태 확인. 마지막에 한 번, 절차에 없는 말을 했다. 「관제 교대합니다.」 서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교신 기록에 남는다. 대신 장갑 낀 손으로 좌석 팔걸이를 두 번 두드렸다. 그건 기록에 안 남는다.

몸이 기억하는 것은 원심분리기보다 조금 달랐다. 원심분리기는 한쪽으로 누르지만 로켓은 온몸을 한꺼번에 누른다. 등이 의자에 박히고, 갈비뼈가 폐를 누르고, 눈알이 머리 뒤쪽으로 밀려 들어가는 느낌. 서린은 배에 힘을 주고 숨을 짧게 끊었다. 창밖이 파랗다가, 짙은 파랑이다가, 검어졌다. 그리고 한순간에 누르던 것이 사라졌다. 가슴 주머니에 꽂아 둔 볼펜이 천천히 빠져나와 눈앞에 떠올랐다. 서린은 그 볼펜을 보고 웃었다. 소리 내어. 옆자리 기장이 헬멧 너머로 그녀를 봤다. 여섯 달 전 정거장에 보급품을 싣고 갔던 그 기장이었다.

“식혜 가져오셨어요?”

“안 가져왔어요.”

“아쉽다.”

기장은 다시 계기판을 봤다. 서린은 떠 있는 볼펜을 잡지 않고 두었다.

정거장은 일곱 시간 뒤에 보였다. 처음에는 별 하나였다가, 별이 아니라는 게 알 만큼 커졌다가, 태양광 패널이 날개처럼 펼쳐진 모양이 되었다. 로비 모형과 똑같았다. 다른 건 크기와, 패널에 붙은 오래된 긁힘과, 모듈 하나 창에 불이 켜져 있다는 것뿐이었다. 3구역이었다. 조명 색이 달랐다. 식물등의 분홍빛이었다.

도킹은 조용했다. 딸깍, 하고 긴 쉿 소리. 압력이 맞춰지는 동안 서린은 해치 앞에 떠서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손목시계를 봤다. 버릇이었다. 십사 분을 재던 손목이었다.

해치 너머에서 누가 주먹으로 두 번 두드렸다.

서린도 두 번 두드렸다.

해치가 열렸다. 냄새가 먼저 왔다. 흙냄새였다. 물 먹은 배지 냄새, 풀 냄새, 그리고 그 밑에 아주 희미하게 박하 냄새. 치실이었다. 서린은 그 냄새를 한 번에 알아보지 못했다가, 알아보고 나서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막지 못했다.

그 사람은 해치 바로 앞에 떠 있었다. 사진으로는 본 적이 있었다. 인사 기록의 증명사진. 거기서보다 말랐고, 머리는 직접 자른 티가 났다. 이마에 동그란 자국이 희미하게 있었다. 창에 이마를 오래 댄 사람의 자국.

그 사람이 입을 열었다. 목이 조금 잠겨 있었다.

“관제님.”

서린은 대답하려다가, 대답이 너무 빨리 나온다는 걸 알았다. 구 분도 걸리지 않았다. 입에서 나간 말이 그대로 저 사람한테 닿는다. 도중에 지울 수가 없다. 그게 이렇게 발밑이 비는 일인 줄 몰랐다. 그리고 이렇게 가벼운 일인 줄도.

“관제 서린입니다.”

그 사람이 웃었다. 소리 내지 않고, 얼굴 전체로. 그리고 말했다.

“이상입니다.”

서린도 웃었다. 이번에는 둘 다 소리 내어. 좁은 통로에서 웃음이 울려서, 벽이 한 번 더 웃었다.

3구역은 통로 끝에 있었다. 해치 손잡이에 먼지가 없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분홍빛 조명 아래 덩굴이 가득했다. 치실에 감긴 덩굴이 배양조 여섯 개 위로 얽혀 있었고, 끝에 흰 꽃이 몇 송이, 여문 꼬투리가 몇 개 매달려 있었다. 1번, 2번, 3번. 끝이 올라간 글씨가 십사 년 전 그대로 뚜껑에 있었다. 그 옆으로 번호 없는 셋. 그리고 벽 클램프 사이에 일곱 번째 배양조가 비어 있었다. 구멍 가장자리가 매끈했다. 서린은 손가락으로 거길 쓸었다. 줄질을 멈췄던 자리가 없었다.

“제가 마저 갈았습니다.”

그 사람이 말했다. 곧바로 들렸다. 서린은 고개만 끄덕였다.

그녀는 가슴 주머니에서 비닐 파일을 꺼냈다. 천 조각을 꺼내, 번호 없는 배양조 셋 앞 벽에 붙였다. 벨크로가 제자리를 찾는 소리가 났다. 이름 자리가 빈 휘장이었다. 그 사람은 그걸 오래 봤다. 묻지 않았다.

그다음 약국 봉투를 꺼냈다. 시험관 마개를 열자 배지 냄새가 조금 새어 나왔다. 싹은 올라올 때보다 조금 더 자라 있었다. 떡잎 두 장이 시험관 벽에 닿을 만큼. 서린은 핀셋으로 싹을 배지째 들어 올렸다. 무중력에서 흙은 흩어지지 않고 뿌리에 붙어 따라 나왔다. 일곱 번째 배양조 한가운데, 그 사람이 미리 파 둔 자리에 그것을 내려놓았다. 엄지로 둘레를 눌렀다. 한 번, 두 번. 흙이 미지근했다.

그리고 매직을 꺼내 뚜껑에 썼다. 7.

획 끝이 조금 올라갔다. 십사 년 전보다 덜 올라갔다. 손이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

그 사람이 창틀 고리에서 작은 봉투 하나를 떼어 내밀었다. 콩 반 줌이 들어 있었다. 봉투에 번호가 둘 적혀 있었다. 17, 23. 서린은 봉투를 받아 들고 매직 뚜껑을 다시 열었다. 둘 옆에 하나를 더 적었다. 그 사람의 번호였다. 상주자 명단에서 서른한 번째.

그 사람은 번호를 보고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말했다.

“제 건 안 적어도 되는데요.”

“물 준 사람도 셈에 들어갑니다.”

저녁은 봉지 죽이었다. 식탁 걸쇠가 두 개였다. 컵 고리도 두 개였다. 그 사람은 죽 봉지 세 개를 꺼내 들고 서린 앞에 부채처럼 펼쳤다. 소고기 버섯죽, 닭고기 야채죽, 단호박죽.

서린은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단호박죽은 드시지 마십시오. 제가 있을 때도 그게 제일 맛없었습니다.”

말하고 나서 알았다. 이 문장은 서버에 있었다. 지운 문장 목록 어딘가에, 회색으로. 이 사람은 그 목록을 열람할 권한이 없다. 그런데 이제 그 문장이 그대로 이 사람 귀에 닿았다. 구 분도 안 걸리고, 지울 틈도 없이.

그 사람은 단호박죽을 봉지째 들고 한참 서린을 보다가, 그걸 뒤로 돌려 자기 몫으로 챙겼다.

“저는 이게 제일 낫던데요.”

“이 년 반 동안 드셨으니까요.”

“삼 년 가까이요.”

둘은 걸쇠에 발을 끼우고 마주 떠서 죽을 먹었다. 빨대 두 개가 봉지 두 개를 빠는 소리가 났다. 식탁 위 조명이 한 번도 깜박이지 않았다.

그날 밤, 정거장에서 처음으로 두 사람이 쓴 보고서가 지상에 내려갔다. 받을 사람은 민재였다. 서린은 종이 로그를 가져오지 않았다. 열한 권째는 관제실 사물함 맨 아래 칸에 세워 두고 왔다. 그 옆에 빈 열두 권째를 하나 두고 왔다. 민재 몫으로.

송신 301. 발신 시각 23:40.

0. 이 항목은 같이 씁니다. 0-1. 관제 인원 한 명 도착. 3구역 배양조 일곱 개 가동. 0-2. 일곱 번째에 가지 한 포기 옮겨 심음. 싹 하나. 0-3. 오늘 지구는 열여섯 번 하고 한 번 더 지나갔습니다. 둘이 셌습니다. 둘 다 같은 숫자였습니다. 0-4. 지연 없음.

보고합니다.

1. 산소 순환계 정상. 2. 이상입니다.

보내고 나서 둘은 창가로 갔다. 창은 손바닥 두 개를 붙인 크기라, 둘이 보려면 얼굴을 옆으로 붙여야 했다. 유리 가장자리가 조금 푸르게 휘어 있었다. 지구가 들어왔다. 밤인 쪽이었다. 대륙 끝 바닷가에 불빛이 조금 모인 자리가 지나갔다. 서린은 그 불빛 가운데 어느 것이 관제실인지 알았다. 한 줄이 어두운 창.

아버지가 물었었다. 거기서는 뭘 보고 하루를 나누냐고. 서린은 이제 대답을 알았다. 이번에는 편지로 쓸 필요가 없었다. 옆에 있는 사람이 이미 알고 있었다.

답은 구 분 뒤에 왔다. 지상에서 오는 건 아직 구 분이 걸렸다. 화면에 한 줄이 떴다. 번호가 없었다.

「수신 확인. 커피는 한 잔만 마셨습니다.」

옆에서 그 사람이 소리 내어 웃었다. 서린은 창에 이마를 댔다. 유리가 차가웠다. 이마에 동그란 자국이 남을 것이다. 내일 아침 그 사람 이마와 같은 자리에. 둘은 같은 자국을 달고 첫 보고서의 0번을 같이 쓸 것이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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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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