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5,117자) · 1월 12일 군산

첫차

반송된 편지 · 유하람

일월 사일 월요일부터 선우는 광역센터로 갔다. 경기도. 집에서 한 시간 십 분. 분류실은 한강의 다섯 배였고 형광등은 세지 않았다. 셀 수 없이 많았다. 컨베이어가 여섯 줄이었고 사람은 줄마다 둘. 바구니는 없었다. 기계가 홈으로 떨어뜨린 것을 기계가 실어 갔다. 사람이 하는 일은 기계가 못 읽은 봉투를 집어서 다시 놓는 것이었다. 손이 하는 일이 줄었고 머리가 하는 일은 그대로 없었다. 선우는 그 일을 했다. 야간. 밤 열 시부터 아침 여덟 시. 열 시간. 두 시간이 줄었다.

반송함은 없었다. 반송은 기계가 읽었다. 새벽 두 시에 그는 손이 비는 것을 느꼈다. 십이 년 동안 그 시각에 스무 통을 들어 보던 손이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그 손을 그는 조끼 위에 얹었다. 안주머니. 종이 몇 장. 그것이 거기 있다는 것으로 두 시가 지나갔다.

강 선배한테서 전화가 온 것은 일월 육일 수요일 낮이었다. 선우는 자고 있었다. 벨이 다섯 번 울리고 나서 받았다.

“읽었다.”

“…네.”

“밥 먹으라는 말이었어. 그거 하나. 내가 뭘 잘못했는지 한 줄도 없더라. 집 나온 거, 이름 바꾼 거, 아버지 얘기, 하나도. 밥 먹고 다니냐, 그 말 하나로 석 장이더라. 삼십 년 동안 그거 하나를 못 열었어.”

선우는 반지하 천장을 보고 누워 있었다. 창으로 낮 빛이 반쯤 들어와 있었다.

“삼십 년 동안 밥은 드셨잖아요.”

“먹었지. 근데 이제 먹으라고 해서 먹는 거야. 다르더라.”

전화가 끊겼다. 그 사람은 안녕이라는 말을 안 한다. 삼십 년 동안 안 했다.

일월 십일일 월요일 밤. 선우는 연차를 냈다. 두 번째. 광역센터 주임은 오 주임이 아니라서 달걀을 주지 않았다. 대신 사유를 물었다. 선우는 배달이라고 썼다. 주임이 그것을 보고 무슨 배달이냐고 물었고 선우는 개인 것이라고 했다. 주임은 더 묻지 않았다.

밤 열한 시 사십 분 서울 고속터미널에서 군산 가는 마지막 버스를 탔다. 새벽 두 시 오십 분에 군산 터미널. 대합실은 불이 켜져 있었고 사람은 셋이었다. 선우는 의자에 앉았다. 조끼를 입고 있었다. 이번에는 잊은 것이 아니었다. 입고 왔다. 명찰까지. 그 사람이 우체국 조끼네, 라고 했으니까.

휴대폰이 한 번 울렸다. 은비였다. 은비는 광역센터 다른 줄에 있었고 여전히 입이 빨랐다. 문자 한 줄. 선우 씨 지금 군산이죠. 답을 안 했는데 한 줄이 더 왔다. 두 손으로 주세요. 그다음에 한 줄. 오 주임님이 오늘 달걀 열 개 드셨대요. 배달 끝나서. 선우는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 화면이 무릎에 닿게. 그 사람이 회의실 앞에서 하던 것이었다. 응원은 그렇게 하는 것이다.

대합실 벽시계가 두 시 오십오 분을 가리켰다. 다섯 시 오십 분까지 세 시간. 그는 조끼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냈다. 흰 것. 규격 봉투. 앞면에 글씨가 있었다. 받는 사람. 서도경. 주소가 없었다. 보내는 사람. 선우. 주소가 없었다. 우표가 없었다. 우표가 없는 봉투는 우체통에 넣을 수 없다.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안에 종이 한 장. 열세 번째 것. 열두 줄. 그는 봉투를 뜯지 않고 무게를 쟀다. 한 장. 손바닥이 그것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한 장이 제일 가벼운 것이었다. 십이 년 동안 든 것 가운데 제일. 안에 든 것이 답이라서였다. 답은 무겁지 않다. 안 한 답이 무겁다.

다섯 시 오십 분. 첫차. 군산 시내버스. 기사가 문을 열어 줬고 그는 탔다. 승객은 그 하나였다. 창밖이 어두웠고 바다 쪽에서 바람이 불었다. 창에 이마를 대니 찼다. 그 찬 것이 이번에는 도움이 되지 않아도 됐다.

서해초등학교 앞 정류장에 여섯 시 이십오 분에 내렸다. 교문은 닫혀 있었다. 문구점도. 길 건너 화단 옆에 우체통이 있었다. 빨간 것. 이 달에 처음 보는 것처럼 그것을 봤다. 십이 년 동안 그는 우체통에 든 것을 받는 쪽이었다. 넣는 쪽인 적이 없었다. 넣어 본 것은 십이 년 전 한 번. 그 한 번이 여기까지 왔다.

그는 우체통 옆에 섰다. 넣지 않았다. 넣을 수 없게 만들어 왔으니까. 그러고는 교문 앞으로 갔다. 서 있었다. 교문 앞에 서 있는 남자를 초등학교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직 아무도 없었다.

일곱 시 반에 경비가 교문을 열었다. 선우를 보고 뭐냐고 물었다. 선우는 배달이라고 했다. 경비가 명찰을 보고 우체국이 이 시간에 오냐고 했다. 선우는 오늘은 온다고 했다.

일곱 시 사십 분부터 교사들이 하나둘 들어갔다. 다들 교문 앞 남자를 한 번씩 봤다. 명찰을 보고 우체국이구나, 하는 얼굴로 지나갔다. 한 사람이 멈춰서 우편물이면 교무실로 주시면 된다고 했다. 선우는 받는 분한테 직접 드려야 하는 거라고 했다. 등기냐고 물었다. 그는 잠깐 생각하고, 그렇다고 했다. 등기는 받는 사람 손에 직접 주고 서명을 받는 것이다. 이것도 그랬다.

여덟 시 오 분에 도경이 왔다. 걸어서. 코트, 회색 목도리, 가방. 한쪽 발에 무게를 두고 걷는 사람. 그 사람은 교문 앞에 선 남자를 백 미터 앞에서 봤다. 걸음이 안 바뀌었다. 같은 걸음으로 백 미터를 왔다. 그것을 선우는 봤다. 걸음이 안 바뀌는 것이 이 사람이 하는 대답이라는 것을.

“선우.”

“…응.”

“응, 이네.”

도경이 교문 앞에 섰다. 두 발에 무게가 갔다. 선우는 조끼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냈다. 흰 것. 두 손으로 내밀었다.

“배달입니다. 서도경 님.”

도경은 봉투를 봤다. 앞면을. 이름 둘, 주소 없음, 우표 없음.

“우표가 없네.”

“우체통에 못 넣게요.”

“……”

“손으로 받으신다고 하셔서요.”

도경이 봉투를 받았다. 두 손으로. 이번 달에, 아니 이번 겨울에 선우가 본 손 가운데 제일 천천히 오는 손이었다. 받고 나서 그 사람은 봉투를 바로 뜯지 않았다. 무게를 쟀다. 손바닥에 얹고. 우체국 사람도 아닌데 그렇게 했다.

“한 장이네.”

“두 장이면 무거울까 봐.”

도경이 웃었다. 소리 없이. 십이 년 전 그 얼굴이 아니었는데 그 웃음은 십이 년 전 것이었다.

“여기서 읽어.”

선우가 말했다.

“나 있는 데서요.”

강 선배 말이었다. 그것이 벌인지 아닌지 그는 몰랐다. 도경은 봉투 옆면을 뜯었다. 손톱으로, 결을 따라, 천천히. 종이가 나왔다. 공책 종이. 위쪽이 뜯긴 자국. 그 사람은 그것을 폈다.

도경아.

열두 줄이었다. 선우는 그 열두 줄을 밤에 썼다. 컨베이어 소리 위에서. 뭐라고 썼는지 그는 안다. 십이 년 전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정말 안다.

네 편지를 열두 번 읽었어. 이건 거짓말이야. 한 번 읽고 접었고, 두 번째는 첫 줄만 읽었고, 세 번째부터는 안 읽고 외웠어. 그래서 쓴다, 까지. 그 줄을 나는 열두 번 시작했어. 도경에게, 라고. 열두 번 다 그다음이 안 나왔어. 열세 번째에 도경아, 라고 쓰니까 나왔어. 부르니까 나왔어. 십이 년 동안 나는 답장을 안 해도 된다고 써 놓고 답장을 기다렸어. 그게 무슨 짓인지 이제 알아. 너는 여섯 번 읽었고 나는 십이 년을 안 읽었어. 그러니까 이건 답장이 아니야. 답장은 십이 년 전에 했어야 했고 그건 못 해. 이건 그냥 답이야. 답장 안 해도 돼, 라고 쓴 놈이 십이 년 만에 하는 답. 네가 이월 삼일에 가면 나는 이 년을 기다릴 거야. 기다리는 거 나 잘해. 십이 년 했어. 근데 이번에는 기다리면서 쓸 거야. 우체통에는 안 넣을 거야. 비행기 타고 갈 거야. 손으로 줄 거야. 그러니까 받아. 이건 마지막 줄이야. 답장 해.

도경은 마지막 줄에서 오래 멈춰 있었다. 종이를 든 손이 안 떨렸다. 십이 년 전 계단에서 선우 손은 떨렸는데 이 사람 손은 안 떨렸다. 그것이 이 사람이었다.

“답장 해.”

도경이 읽었다. 소리 내어.

“이게 마지막 줄이야?”

“응.”

“십이 년 전 거랑 반대네.”

“반대로 쓰려고 열세 번 걸렸어.”

도경이 종이를 접었다. 반으로, 다시 반으로. 봉투에 넣지 않고 코트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그 주머니에서 다른 것을 꺼냈다. 낡은 봉투. 옆면이 뜯긴 것. 십이 년 전 우표. 보내는 사람 칸에 선우, 받는 사람 칸에 서도경. 그 안에 종이 한 장. 그래서 쓴다, 로 끝나는 것.

“답이 오면 다시 준다고 했지. 손으로.”

도경은 그것을 두 손으로 내밀었다. 선우는 받았다. 두 손으로. 이번 겨울에 몇 번째인지 그는 세지 않았다. 세지 않아도 됐다. 이것은 자기 것이었다. 십이 년 동안 남이 든 것이 자기 손에 왔다. 한 장. 무게가 있었다.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무거운 것도 아니었다. 그냥 한 장의 무게였다. 종이가 원래 그런 무게라는 것을 그는 처음 손으로 알았다.

“답장은.”

선우가 물었다.

“이 년 뒤에. 손으로. 비행기 타고 온다며.”

“……”

“농담이야.”

도경이 말했다. 그러고는 교문 안쪽을 봤다. 아이들이 오기 시작했다. 노란 가방 하나가 저 아래서 뛰어오고 있었다.

“답은 지금 할게. 답장은 이 년 뒤에 하고.”

“……”

“나 이월 삼일에 가. 그건 안 바뀌어. 근데 가는 사람이 기다리는 사람이랑 같은 사람일 수 있어. 나도 기다릴게. 그게 답이야. 십이 년 동안 나도 기다렸으니까 이 년은 짧아.”

노란 가방이 교문 앞에 도착했다. 삼학년. 지난달 장갑 한 짝을 주운 아이. 아이가 선우를 올려다봤다. 명찰을 봤다.

“우체부 아저씨다. 편지 줬어요?”

“줬어요.”

“누구한테요?”

“선생님한테요.”

아이가 도경을 봤다. 도경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봉투는 코트 안에 있었다. 아이는 그것을 모르고 뛰어 들어갔다. 도경이 아이 등에 손을 흔들었다. 아이가 안 흔들어서 도경도 반쯤만 흔들었다.

“가.”

도경이 말했다.

“다음 첫차 언제야.”

“몰라. 아직 안 봤어.”

“그럼 보고 가.”

선우는 교문 앞에서 돌아섰다. 정류장까지 서른 걸음. 우체통이 그 사이에 있었다. 빨간 것. 그는 그 옆을 지났다. 넣을 것이 없었다. 조끼 안주머니에 봉투 하나. 십이 년 전 것. 자기 손으로 받은 것. 우체통은 그것을 받을 수 없다. 이미 배달된 것이니까.

정류장에 시내버스가 왔다. 첫차는 아니었다. 첫차는 그가 타고 온 것이었다. 그는 그 버스를 탔다. 창가에 앉았다. 교문 앞에 사람이 서 있었다. 한쪽 발에 무게를 두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 손을 들지는 않았다. 선우도 안 들었다. 대신 조끼 위에 손을 얹었다. 안주머니. 한 장. 버스가 갔다. 그 사람은 교문 앞에 남았고 그는 서울로 갔고, 그 사이 백구십 킬로미터를 오늘은 종이가 아니라 사람이 건넜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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