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반송
반송된 편지 · 유하람
분류실 야간 근무는 밤 열 시에 시작한다. 컨베이어가 돌아가고, 우편물이 지역별로 떨어지고, 나는 그것을 상자에 옮긴다. 열두 시간 동안 손이 하는 일이고 머리는 하지 않는 일이다. 나는 그래서 이 근무를 골랐다.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자리를 찾는 데는 요령이 필요한데, 스물세 살의 나는 운 좋게도 첫 시도에 그것을 찾아냈고, 그 뒤로 십이 년 동안 한 번도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새벽 두 시에는 반송함을 정리한다. 반송은 하루에 스무 통쯤 나온다. 주소가 틀렸거나, 사람이 이사했거나, 받는 이가 죽었거나. 죽은 사람 앞으로 온 편지는 손이 저절로 느려진다. 십이 년째인데도 그렇다. 봉투 겉면에 적힌 이름을 보고 있으면 이 사람이 며칠 전까지는 편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손끝으로 전해져 오고, 나는 그럴 때마다 잠깐 컨베이어 소리를 잊는다.
그날은 열아홉 통이었다. 열여덟 통을 처리하고 열아홉 번째를 집었을 때, 손이 멈췄다.
내 글씨였다.
봉투는 낡아 있었다. 모서리가 닳아 부드러워졌고 앞면이 누렇게 떴다. 우표는 지금은 발행하지 않는 액면이었다. 받는 사람 이름이 있었다. 도경. 보내는 사람 자리에는 내 이름이 있었다. 선우. 스물세 살의 내가 쓴 글씨였다. ㅅ의 오른쪽 획을 길게 빼는 버릇이 그때는 있었고 지금은 없다. 언제 없어졌는지는 모른다. 그런 것은 없어질 때 알려 주지 않는다.
나는 그 봉투를 손에 든 채로 컨베이어 소리를 들었다. 기계는 계속 돌았다. 다음 우편물이 떨어졌고, 그다음 것도 떨어졌고, 상자 하나가 넘칠 때까지 아무도 그것을 옮기지 않았다. 십이 년 동안 이 방에서 내 손이 멈춘 적은 없었는데 그날 처음 멈췄다.
반송 사유 도장이 찍혀 있었다. 수취인 불명. 찍힌 날짜는 십이 년 전이었고, 부친 날짜와 나흘 차이였다. 그러니까 이 편지는 십이 년 전에 부쳐졌고, 나흘 만에 반송 처리되었고, 그 뒤로 십이 년 동안 어딘가에 있었다는 뜻이다. 우체국 안 어딘가에. 내가 매일 밤 걸어 다니던 이 건물 어딘가에.
나는 그것을 반송 상자에 넣지 않고 주머니에 넣었다. 규정 위반이다. 반송물은 어떤 경우에도 반송함으로 돌려보낸다. 십이 년 동안 규정을 어긴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고, 어기고 나니 생각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섯 시에 근무가 끝났다. 나는 우체국 뒤 계단에 앉았다. 겨울이라 계단이 얼어 있었고 앉으니 엉덩이가 시렸는데, 그 시린 느낌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 봉투를 꺼냈다.
이미 뜯겨 있었다.
나는 그것을 세 번 확인했다. 뜯긴 자리가 깨끗했다. 칼로 그은 것이 아니라 손으로 뜯은 자국이었는데, 급하게 뜯은 자국이 아니라 조심해서 뜯은 자국이었다. 봉함 부분이 아니라 봉투 옆면을 따라 결을 살려 가며 천천히 뜯었다. 편지를 아끼는 사람이 하는 방식이다. 나는 그 방식을 안다. 나도 그렇게 뜯는다.
안에 종이가 두 장 있었다. 내가 넣은 것은 한 장이었다. 그것은 확실하다. 열두 번 고쳐 쓰고 마지막에 한 장으로 줄였다. 두 장이면 무겁게 읽힐 것 같아서, 무겁게 읽히면 그 사람이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서, 그래서 줄이고 줄여 한 장으로 만들었다.
두 번째 장을 꺼냈다. 내 글씨가 아니었다. 손이 떨려서 종이가 흔들렸고, 두 손으로 잡았는데도 흔들렸다. 맨 위에 날짜가 있었다. 십이 년 전, 내가 편지를 부치고 엿새 뒤. 그 아래 첫 줄이 있었다.
선우에게.
나는 거기까지 읽고 종이를 접었다. 접어서 주머니에 넣고 계단에 십 분쯤 더 앉아 있었다. 읽으면 십이 년이 무너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십이 년 동안 나는 하나의 문장 위에서 살았다.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 한 문장 위에 직장을 얻었고, 이 도시에 남았고, 밤 근무를 골랐고,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그것은 견디기 어려운 문장이었지만 견딜 수는 있는 문장이었다. 세상에는 그런 종류의 문장이 있고, 사람은 의외로 그런 문장 위에서 아주 오래 산다.
답장이 왔었다면. 그러면 십이 년은 무엇이 되는가.
나는 종이를 다시 꺼냈다. 첫 줄을 건너뛰고 두 번째 문장부터 읽었다.
네 편지를 여섯 번 읽었어.
거기서 나는 소리를 냈다. 무슨 소리였는지 나도 모른다. 웃음도 아니고 울음도 아닌, 목 안쪽에서 나오다 만 짧은 것이었다. 계단 아래로 첫차가 지나갔다. 여섯 시 사십 분 차였다. 나는 그 차를 십이 년 동안 매일 봤는데, 그날 처음으로 그 차가 어디로 가는 차인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