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147
K2 (3차대전 3부작 제1부) · 네오
12대 중 아홉 대가 살았다.
배기 쪽 지그는 여섯 대에서 통했다. 세 대는 온도가 너무 올라가 접착부가 밀렸다. 밀린 세 대는 아침에 다시 뜯어야 했다.
“아홉입니다.”
브란도프스키가 지휘소에 보고했다.
“마흔넷 중 아홉이 열상 회복입니다. 나머지 셋은 주간에만 씁니다.”
“언제 나갑니까?”
“0500입니다.”
첫 접촉은 0640에 있었다.
한결은 그 자리에 없었다. 정비지원차는 4킬로미터 뒤에 있었다. 그가 들은 것은 무전뿐이었다.
무전은 폴란드어였다. 반년 있으면서 배운 것은 숫자와 몇 개의 명사뿐이다. 그래서 그는 숫자만 들었다.
숫자가 좋지 않았다.
“판 서. 통역할까요?”
운전병이었다.
“해 주십시오.”
“2중대가 능선 뒤에 있습니다. 지금 차체를 숙이고 포탑만 내밀고 있답니다.”
한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기압 현수장치다. 차체를 앞으로 10도 더 숙일 수 있다. 능선 뒤에 몸을 감추고 포신만 넘기는 자세가 그래서 나온다.
그 10도는 강원도 능선을 보고 넣은 것이었다. 설계할 때 아무도 폴란드를 생각하지 않았다.
“…첫 발 나갔습니다.”
“몇 발입니까?”
“세 발. 아니, 여섯 발입니다. 빠릅니다.”
자동장전장치다. 분당 10발이 나온다. 사람이 넣으면 셋에서 넷이다. 여섯 발이 그 속도로 나갔다는 건 장전기가 돌고 있다는 뜻이다.
“맞았습니까?”
“…모르겠습니다. 확인 안 합니다.”
“왜 확인을 안 합니까?”
“맞았으면 다음 걸 쏘고, 안 맞았으면 같은 걸 또 쏘랍니다. 확인하는 시간에 저쪽이 쏜답니다.”
한결은 정비지원차 옆에 서 있었다. 4킬로미터 앞에서 나는 소리는 여기까지 왔다. 소리는 늦게 온다. 12초쯤 늦는다. 그가 듣는 것은 12초 전의 일이었다.
0710에 무전이 바뀌었다.
“…3중대 2소대 차량 한 대 피탄.”
“상태는.”
“…모릅니다. 승무원 이탈 여부 확인 중입니다.”
운전병이 통역을 멈췄다.
“판 서.”
“예.”
“차 번호를 말하는데 제가 잘 못 들었습니다.”
“다시 들어 보십시오.”
“…1-4-7입니다.”
한결은 수첩을 꺼냈다. 인수 점검 대장이 거기 있었다. 31대의 차대번호와 날짜가 적혀 있었다.
147은 작년 십일월에 그가 점검한 차였다. 포수 조준경 초점이 조금 어긋나 있어서 두 번 봤던 기억이 있었다.
“…….”
“판 서. 괜찮으십니까?”
“괜찮습니다.”
“…….”
“승무원 확인되면 알려 주십시오.”
0740에 확인이 왔다.
세 명 중 두 명이 나왔다. 한 명은 못 나왔다.
“무엇에 맞았답니까?”
운전병이 무전을 한참 들었다.
“…포탄이 아니랍니다.”
“그러면요?”
“위에서 떨어졌답니다. 소리가 안 났답니다.”
자폭 드론은 소리가 늦게 온다. 프로펠러 소리가 들릴 때는 이미 60미터 안이고, 60미터면 피할 시간이 없다. 승무원이 아는 것은 갑자기 위가 뚫렸다는 것뿐이다.
한결은 147의 점검 기록을 떠올렸다. 작년 십일월, 포수 조준경 초점. 그 차의 위쪽은 본 적이 없었다. 아무도 위쪽은 안 봤다.
한결은 수첩을 덮었다.
정오쯤 2중대가 뒤로 빠졌다.
집결지로 오는 길에 마을을 하나 지났다. 골다프 남쪽 작은 마을이었다.
집이 스무 채쯤 되는데 사람이 없었다. 빨래가 널려 있었고 마당에 자전거가 넘어져 있었다. 사흘 전에 나갔다고 했다.
교회 앞에 버스가 한 대 서 있었다. 유리가 다 깨져 있었다.
“…저 버스는요?”
“타는 데 시간이 걸렸답니다.”
운전병은 그 말만 하고 더 안 했다.
탄약이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연료 때문이었다. 55톤짜리는 기름을 많이 먹는다. 하루에 대당 사백 리터가 넘는다.
집결지로 들어오는 전차를 한결은 하나씩 봤다.
측면 장갑에 자국이 난 차가 넷 있었다. 뚫린 건 아니었다. 뚫렸으면 안 돌아왔다.
“판 서.”
브란도프스키였다. 얼굴이 아침보다 열 살 많아 보였다.
“147은.”
“회수 못 합니다. 아직 그 자리입니다.”
“…….”
“판 서. 하나 여쭙겠습니다.”
“하십시오.”
“오늘 아홉 대가 열상을 썼습니다. 그 아홉 대에서 나온 사격이 전체의 칠 할입니다.”
“…….”
“어젯밤에 여섯만 하셨으면 오늘 여섯이었을 겁니다.”
한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세 대는 판 서가 만든 겁니다.”
“…세 대 만들고 한 명 못 살렸습니다.”
“그건 다른 계산입니다.”
“저는 그 계산 못 합니다.”
브란도프스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못 합니다. 그래도 해야 합니다. 안 하면 내일 아무것도 못 정합니다.”
그가 갔다.
한결은 밀린 접착부 세 대를 다시 뜯기 시작했다. 손이 조금 떨렸다. 떨리면 안 되는 작업이었는데도 떨렸다.
주머니에서 전화가 울렸다. 본사였다.
이 주 만에 처음이었다.
정비반은 4킬로미터 뒤에 있으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났다.
“판 서. 앞으로 갑니다.”
“얼마나 앞입니까?”
“1,500입니다.”
1.5킬로미터. 그 거리에서 전차포 소리는 소리가 아니라 압력이다.
“이유가 있습니까?”
“어제 147을 못 끌고 왔습니다. 궤도만 나갔는데 못 끌고 왔습니다.”
“…….”
“4킬로 뒤에서는 못 갑니다. 가는 데만 20분입니다.”
한결은 공구함을 챙겼다. 이번에는 건조기를 안 가져갔다. 대신 유압 공구와 궤도 연결핀, 그리고 자동장전기 예비 부품을 실었다.
“판 서. 그건 뭡니까?”
운전병이 물었다.
“이송기 롤러입니다.”
“많이 나갑니까?”
“한 번도 안 나갔습니다.”
“그런데 왜 가져가십니까?”
“한 번도 안 나갔으니까요.”
새 진지는 골다프 남쪽 완만한 능선 뒤였다. 폴란드 북동부는 산이 없다. 능선이라고 해도 높이가 이십 미터쯤이다. 그런데 그 이십 미터가 55톤을 숨긴다.
0512에 전방 관측조에서 첫 보고가 왔다.
관측조 앞에 무인차가 먼저 나가 있었다. 다율의 네 대 중 두 대였다.
“판 서님. 3번차 신호 끊겼습니다.”
“어디서요?”
“능선 넘고 400미터입니다.”
“재밍입니까?”
“…모르겠습니다. 재밍이면 다시 잡히는데 안 잡힙니다.”
무인차는 죽어도 아무도 안 운다. 그게 무인차를 쓰는 이유다. 다만 죽은 자리가 어딘지 알아야 다음 차가 안 죽는데, 신호가 끊기면 그것도 모른다.
“기록은 남습니까?”
“마지막 30초는 남습니다. 나중에 뽑습니다.”
“나중에요?”
“지금은 못 뽑습니다. 회선이 하나뿐입니다.”
“차량 다수. 방위 040. 거리 4,800.”
“종류.”
“…아직 실루엣만 잡힙니다.”
4,800미터면 열상으로 형체는 보이지만 종류는 모른다. 120mm 유효 사거리 밖이기도 하다.
0524. 3,600.
“궤도차량 열둘 이상. 선두는 전차입니다.”
“후속은.”
“보병전투차로 보입니다. 간격 오십에서 팔십.”
여단 지휘소에서 지시가 내려왔다.
“2중대 우측, 3중대 좌측. 사거리 2,500까지 사격 금지.”
“…왜 2,500입니까?”
운전병이 물었다. 한결이 대답했다.
“먼저 쏘면 위치가 드러납니다. 저쪽이 아직 우리 있는 줄 모릅니다.”
“그래도 3,600이면 맞출 수 있지 않습니까?”
“맞추는 거하고 뚫는 게 다릅니다.”
날탄은 거리가 멀수록 속도가 떨어진다. 속도가 떨어지면 관통력이 떨어진다. 3,600에서 쏘면 정면 장갑에 자국만 남기고 위치는 다 내주게 된다.
0538. 2,700.
무전이 조용해졌다. 능선 뒤에 선 마흔넷이 전부 차체를 앞으로 숙이고 있었다. 유기압 현수로 10도를 더 숙이면 포신만 능선 위로 나온다. 저쪽에서 보이는 것은 포신 끝과 조준경뿐이다.
0541. 2,400.
“사격 개시.”
첫 제파는 열한 대가 동시에 쐈다.
한결은 그 소리를 1.5킬로 뒤에서 들었다. 소리보다 압력이 먼저 왔다. 정비지원차 유리가 한 번 크게 울었다.
“…맞았습니까?”
“조용히 하십시오.”
두 번째가 6초 뒤에 나갔다. 자동장전기 재장전 시간이다. 사람이 넣으면 열다섯에서 스무 초다. 6초와 스무 초의 차이는 한 번의 교전에서 세 발 차이가 된다.
세 번째가 또 6초 뒤였다.
“판 서. 저거 몇 발까지 됩니까?”
“벨트에 열여섯입니다.”
“열여섯 쓰면요.”
“차 안에서 다시 채워야 합니다. 사람 손으로 합니다.”
“얼마나 걸립니까?”
“조용한 데서 이 분입니다.”
“…여기는 조용하지 않은데요.”
“그러니까 열여섯 안에 끝내야 합니다.”
0547에 무전이 바뀌었다.
“선두 제파 정지. 반복. 정지.”
“격파 확인.”
“…네 대 확인. 나머지는 연막 쳤습니다.”
연막은 열상을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 다만 흐리게 만든다. 흐려진 표적에 날탄을 쏘면 빗나갈 확률이 올라가고, 빗나간 날탄 한 발이 그다음 열여섯 발의 여유를 갉아먹는다.
“3중대. 좌측 계곡 방면 이동 포착. 시야 밖입니다.”
한결은 지도를 봤다. 좌측 계곡은 능선에 가려 직사가 안 되는 자리였다. 저쪽이 그걸 알고 그쪽으로 붙는 것이다.
무전에서 중대장 목소리가 나왔다.
“상부공격탄 요청합니다.”
“휴대량 확인.”
“…차량당 두 발입니다.”
KSTAM(고각으로 쏴 위에서 때리는 상부공격탄)은 고각으로 쏜다. 능선을 넘겨 활강하다가 센서로 아래를 훑고, 전차를 잡으면 위에서 때린다. 전차는 위가 제일 얇다.
대신 비싸고, 그래서 적게 싣는다.
“사용 승인.”
0553에 세 대가 고각으로 쐈다. 포신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것을 한결은 능선 너머로 봤다. 직사 사격과 소리가 달랐다. 더 둔했다.
0554.
“…계곡 방면 두 대 정지 확인.”
“남은 상부공격탄.”
“차량당 한 발입니다.”
0601에 무전이 다시 끊겼다.
이번에는 20초가 아니었다. 사십 초가 지나도 안 왔다.
“판 서.”
“예.”
“무전이 안 옵니다.”
“…압니다.”
0602에 왔다.
“3중대 2소대 3호차. 장전기 정지. 반복. 장전기 정지.”
운전병이 한결을 봤다.
“…이송기 롤러 말씀하신 거.”
한결은 이미 문을 열고 있었다.
1,500미터를 걸어서 갈 수는 없다.
“차로 갑니다.”
“판 서, 지금 저기 포탄 떨어집니다.”
“그러니까 차로 갑니다.”
정비지원차는 장갑이 없다. 파편에는 버티고 직격에는 못 버틴다. 이건 계산이 아니라 확률이다. 한결은 그 확률을 세지 않기로 했다. 세면 못 간다.
3호차는 능선 뒤 사각에 물러나 있었다. 차체는 멀쩡했다. 포신도 멀쩡했다. 안에서만 멈춰 있었다.
전차장이 해치 위로 상체를 내밀고 있었다.
“판 서!”
“상태.”
“12발째에 섰습니다. 소리가 한 번 나고 그대로 섰습니다.”
“무슨 소리였습니까?”
“…쇠 긁는 소리요.”
한결은 포탑 후방으로 올라갔다. 벨트 탄창은 포탑 뒤쪽에 있다. 격벽으로 승무원 칸과 나뉘어 있어서 여기가 맞아도 안쪽 사람은 산다. 그 설계를 넣은 사람을 한결은 안다. 창원에서 같이 밥을 먹었다.
점검구를 열었다.
“조명.”
“…예.”
탄약 이송기 벨트가 3분의 1쯤 어긋나 있었다. 롤러 하나가 돌지 않았다. 돌지 않는 롤러 위로 탄이 올라타 있었고, 그 탄이 다음 것을 밀지 못하고 있었다.
“전차장님.”
“예.”
“이 탄 빼야 합니다.”
“…빼면 됩니까?”
“빼고 롤러 갈면 됩니다.”
“얼마나 걸립니까?”
한결은 대답을 잠깐 미뤘다. 정확한 시간을 말하면 그 시간에 맞춰 사람이 기다린다. 틀리면 그게 더 나쁘다.
“모르겠습니다. 10분 안팎입니다.”
“10분 동안 우리는 못 쏩니까?”
“예.”
“…….”
“수동으로 넣으실 수 있습니다. 분당 3발입니다.”
“그러면 이거 지금 못 엽니다.”
“압니다.”
전차장이 무전으로 뭔가를 말했다. 폴란드어였다. 그리고 해치를 닫았다.
“판 서. 중대장이 10분 준답니다. 그동안 2호차하고 4호차가 우리 몫까지 봅니다.”
“…예.”
한결은 장갑을 벗었다. 두꺼운 장갑으로는 롤러 축 클립을 못 잡는다. 5월 폴란드 새벽에 맨손으로 쇠를 만지면 손끝이 금방 굳는다.
1분 50초에 걸린 탄을 뺐다. 120mm 날탄 한 발이 이십 킬로그램이 조금 안 된다. 좁은 데서 그걸 들어내는 것은 무게 문제가 아니라 각도 문제다.
4분에 롤러를 뽑았다. 축이 휘어 있었다. 휜 축은 못 편다.
“판 서. 얼마나 됐습니까?”
“사 분입니다.”
“…괜찮습니까?”
“괜찮습니다.”
괜찮지 않았다. 예비 롤러는 규격이 맞았지만 축 클립이 신형이었다. 창원에서 작년에 바뀐 것이다. 이 차는 재작년 생산분이었다.
“전차장님.”
“예.”
“철사 있습니까?”
“…철사요?”
“결속선이면 됩니다.”
“…….”
“없으면 통신선이라도 주십시오.”
전차장이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다. 손에 든 것은 야전 전화선이었다.
한결은 피복을 벗기고 심선을 꼬았다. 클립 자리에 끼우고 두 바퀴 돌려 물렸다. 이건 규정에 없다. 어느 정비 교범에도 없다.
“판 서. 이거 됩니까?”
“한 벨트는 갑니다.”
“한 벨트면 열여섯입니다.”
“예.”
“그다음은요.”
“그다음에는 제가 또 오겠습니다.”
7분 40초에 벨트를 걸었다. 손으로 두 칸 돌려 봤다. 걸리지 않았다.
“전원.”
“…예.”
이송기가 돌았다. 한 바퀴, 두 바퀴.
“됩니다.”
전차장이 뭐라고 크게 말했다. 폴란드어였는데 무슨 뜻인지는 알 것 같았다.
한결이 포탑에서 내려오는데 능선 너머에서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포탄 소리가 아니었다. 더 길고 더 높았다.
“…그거 뭡니까?”
운전병이 정비지원차에서 소리쳤다.
“포병입니다.”
“우리 겁니까?”
한결은 하늘을 봤다. 소리는 뒤에서 앞으로 갔다.
“우리 겁니다.”
K9은 사거리가 40킬로미터를 넘는다. 여기서 40킬로 뒤면 안전한 자리다. 그 안전한 자리에서 쏜 것이 지금 능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요청한 지 얼마나 됐답니까?”
“…22분입니다.”
22분. 그동안 마흔넷이 자기 탄으로 버텼다.
0648에 무전이 왔다.
“선두 제파 후퇴. 반복. 후퇴.”
무전 뒤에 다율이 정비지원차 쪽으로 왔다. 노트북을 열어 놓은 채였다.
“판 서님. 이거 좀 보십시오.”
화면에 점 하나가 떠 있었다. 꼬리표는 자주포, 신뢰도 0.88이었다.
“여기 아무것도 없습니다.”
“…예?”
“3번차 마지막 30초 영상을 뽑았습니다. 그 자리에 트랙터가 있습니다.”
“…트랙터요.”
“농기계입니다. 위에서 보면 궤도차량하고 열 무늬가 비슷합니다.”
한결은 화면을 봤다. 0.88이면 높은 편이다. 사람이 한 번 더 안 보는 숫자다.
“그러면 저기 사격 나갔습니까?”
“0620에 나갔습니다.”
“…….”
“지금 보고 올렸습니다. 갱신될 겁니다.”
“언제요?”
다율이 대답하지 않았다.
정비지원차 옆에서 운전병이 주저앉았다. 다리가 풀린 것이지 다친 게 아니었다.
한결은 손을 봤다. 오른손 검지 끝이 찢어져 있었다. 언제 찢어졌는지 몰랐다.
3호차 해치가 열렸다.
“판 서.”
“예.”
“12발째에 섰다고 했는데, 아까 세 봤습니다.”
“…….”
“열한 발이었습니다. 제가 잘못 셌습니다.”
“한 발 차이입니다.”
“한 발 차이면 뭐가 다릅니까?”
한결은 잠깐 생각했다.
“다음에 어디부터 열지가 다릅니다.”
그는 공구함을 닫았다. 오늘 이 차는 다시 쐈고, 그 벨트는 야전 전화선 두 바퀴로 물려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운전병이 물었다.
“판 서. 그거 서울에 보고합니까?”
“무슨 보고 말입니까?”
“철사로 고치신 거요.”
한결은 창밖을 봤다.
“보고하면 못 하게 합니다.”
“…….”
“그런데 안 하면 나중에 저만 책임집니다.”
“그럼 어떻게 하십니까?”
“오늘은 안 합니다.”
주머니에서 전화가 울렸다. 아침에 안 받은 그 번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