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5,549자)

같이 갈 사람

화성 이주 추첨에 우리 할머니가 뽑혔다 · 진해솔

고흥으로 가는 차는 승합차 한 대였다. 김새별이 빌린 자율주행 승합차에 다섯 식구가 다 탔다. 다섯이 한 차에 탄 것은 새별이 기억하기로 처음이었다. 아빠가 택시를 몰던 시절에도 엄마는 아빠 택시를 안 탔다.

“아빠, 앞자리 앉지 마. 아빠 앉으면 핸들 만지잖아.”

“안 만진다.”

“저번에 렌터카 「수동 전환할까요」 세 번 떴잖아.”

“그건 차가 내를 알아본 기다. 기사님 오셨다고.”

할머니가 뒷자리 가운데에 앉았고, 그 양쪽에 엄마와 오빠가 앉았다. 아빠는 결국 조수석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깍지 끼고 있었다. 새별은 맨 뒷줄에서 짐벌을 들었다. 렌즈 너머로 네 개의 뒤통수가 흔들렸다. 엄마와 아빠는 순천을 빠져나갈 때까지 한마디도 안 했다. 오빠는 휴대폰을 봤다가 껐다가 했다. 할머니는 창밖을 봤다.

벌교를 지나자 바다가 나왔다. 갯벌이 은빛으로 길게 누워 있었고, 썰물 자리마다 작은 배들이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창문을 조금 열자 비린내와 소금 냄새가 차 안으로 밀려왔다. 할머니가 코를 벌름거렸다.

“간이 좋네.”

“바다가요?”

“그려. 바다도 간이 있어. 이 짝 바다는 짜게 됐어.”

고흥반도 끝으로 갈수록 산이 바다 쪽으로 바짝 붙었다. 마지막 고개를 넘었을 때, 오빠가 앞자리 사이로 몸을 내밀었다. 바다 건너 곶 끝에 하얀 탑이 하나 서 있었다. 멀리서도 컸다. 탑 옆에 기둥처럼 세워진 것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발사대야.”

오빠 목소리가 이상하게 작았다. 새별은 렌즈를 오빠 얼굴로 돌렸다. 오빠는 렌즈를 보지 않았다. 할머니가 오빠 무릎을 두 번 두드렸다.

“영감이 저그 시멘트를 날랐어.”

차 안이 조용해졌다. 아빠가 조수석에서 고개를 돌렸다. 엄마는 창밖 탑을 봤다. 할머니 말고는 아무도 그 얘기를 몰랐다. 새별도 몰랐다. 매주 통화를 하면서도 할머니는 그 얘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

최종 심사장 대기실은 발사장 방문자 건물 이 층에 있었다. 통유리 너머로 발사탑이 보였다. 김태수는 대기실 자판기에서 커피 다섯 잔을 뽑아 쟁반에 들고 오다가, 장모 앞에서 멈췄다. 쟁반을 탁자에 내려놓고, 장모 앞에 섰다. 영희가 고개를 들었다. 정민도, 새별이도 봤다.

“장모님.”

“왜?”

“그 녹음, 냄비 얘기. 그거 제가 했습니다. 포장마차에서 술 묵고.”

장모는 커피 한 잔을 집었다. 종이컵이 뜨거워서 손을 바꿔 쥐었다.

“알어.”

“예?”

“냄비 닦은 놈이 너잖여. 냄비 얘기 헐 놈도 너밖에 없제.”

태수는 그대로 서 있었다.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랐다. 준비한 말이 있었는데 장모가 그걸 다 써 버렸다.

“그라고 사위.”

“예.”

“니가 영희 데리고 산 거, 그것도 알어. 논 판 돈이 어디 갔는가도.”

영희가 커피를 내려놓았다. 종이컵이 탁자에 부딪쳐 커피가 조금 넘쳤다. 장모는 영희를 보지 않고 태수를 봤다.

“그날 아침 장독대에서 다 들었어. 니가 영희한테 씨발 소리 듣는 것까지. 영희야.”

“……응.”

“니 욕 잘허더라. 느그 아부지 닮았어.”

정민이 커피를 뿜었다. 새별이가 짐벌을 떨어뜨릴 뻔했다. 태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라서 둘 다 조금씩 했다. 영희만 웃지 않았다. 영희는 넘친 커피를 휴지로 닦았다. 다 닦은 뒤에도 그 자리를 계속 문질렀다. 장모는 그걸 보고만 있었다. 아무도 그 자리를 더 말하지 않았다.

*

심사장은 생각보다 작았다. 이영희는 보호자석에 앉아 앞을 봤다. 위원 셋, 가운데 노성만. 그 오른쪽 끝에 낯선 사람 하나가 앉아 있었다. 백발을 짧게 자른 외국인 여자였고, 귀에 통역기를 꽂았다. 이름표에 「국제 화성 이주 기구 감사관」이라고 적혀 있었다. 노성만의 웃음이 오늘은 얇았다. 웃음 아래로 턱 근육이 두 번 움직이는 게 보였다. 뒷줄 대리인석에는 마이클 정이 앉아 있었다. 오늘은 넥타이를 맸다.

서지혜는 없었다. 검사관석에는 처음 보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이주 당첨자 오분례 님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노성만이 서류를 넘겼다. 종이 넘기는 소리가 심사장 천장까지 올라갔다.

“신체 기능 검사, 적합. 인지 기능 재검, 정상 범위. 제출된 의료 소견서는 진찰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확인되어 판정 근거에서 제외합니다. 관계인 진술서 세 부는 단독으로 부적격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이에 위원회는 오분례 님을 이주 적합으로 판정합니다.”

영희는 숨을 내쉬었다. 내쉬고 나서야 자기가 숨을 참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옆에서 어머니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장 맛을 보고 “됐다” 할 때 하는 끄덕임이었다.

감사관이 통역기에 대고 뭐라고 말했다. 영희는 영어를 반쯤 알아들었다. 소견서를 쓴 의원과 그 연결 번호에 대해서는 기구가 따로 조사를 한다는 말이었다. 위원장 본인에 대한 조사가 끝날 때까지 직무를 유지한다는 말도 들렸다. 영희는 그 대목에서 노성만을 봤다. 노성만은 감사관 쪽을 보지 않았다.

“다만,”

노성만이 말을 이었다.

“일흔다섯 세 이상 당첨자는 동반 1인 지정이 출발 조건입니다. 지정 마감은 오늘, 출발 마흔 날 전입니다. 동반자 심사는 지정 즉시 개시합니다. 오분례 님, 동반자를 지정하시겠습니까?”

어머니가 대답하기 전에 뒷줄에서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났다. 마이클 정이 일어섰다. 감사관이 고개를 돌렸다.

“대리인은 발언권이—”

“심사는 끝났잖아요, 위원장님. 이제 개인적으로 축하드리려고요.”

마이클 정이 어머니 앞으로 걸어왔다. 보호자석 옆, 영희의 무릎 바로 앞에 섰다. 넥타이 매듭이 단단했다.

“여사님, 축하드려요. 진심이에요.”

“그려.”

“근데 동반자요. 정민 씨는 심리 평가 기록 때문에 결격 검토 중이에요. 따님은 제 뺨 때린 영상이 있고요. 고소는 안 했지만 영상은 있어요. 위원회가 보호자 자격을 볼 때 그걸 안 볼 수가 없죠. 사위분은 제보 녹취의 당사자예요. 화기 방치를 진술한 사람이 보호자를 하겠다고 하면, 앞뒤가 안 맞잖아요. 새별 씨는 이주청 촬영 금지 구역에서 몰래 찍은 게 있고요.”

마이클 정은 영희네 식구를 하나씩 보면서 말했다. 하나씩 짚을 때마다 짚인 사람이 고개를 숙였다. 영희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숙이지 않으려고 손톱으로 손바닥을 눌렀다. 손바닥에는 늘봄의원에서 적은 볼펜 자국이 아직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동반자 없으면 출발 못 하세요. 출발 못 하시면, 규정상 부적격과 똑같이 승계 절차가 열려요. 그때 저 다시 올게요. 그때는 값이 많이 내려가 있을 거고요.”

“다 혔냐?”

“네.”

“앉어. 서 있응께 목 아퍼.”

마이클 정이 웃었다. 그러고는 정말로 영희 옆 빈자리에 앉았다. 영희는 몸을 반대쪽으로 비켰다.

*

할머니가 일어섰다. 김정민은 보호자석 뒷줄에서 그걸 봤다. 할머니는 위원석에 대고 말하지 않았다. 몸을 돌려 심사장 문 쪽으로 걸어갔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감사관이 통역기를 손으로 누르고 할머니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문이 열렸다. 복도에 긴 나무 의자가 있었다. 의자 끝에 사람 하나가 앉아 있었다. 정민은 그 사람이 거기 있는 줄 몰랐다. 솔티마을 이장 강봉식이었다. 마을회관 승합차를 타고 따로 왔는지, 조끼 주머니에 무선 마이크가 꽂혀 있었다. 지팡이를 두 무릎 사이에 세우고, 그 위에 두 손을 포개고 있었다.

할머니가 그 앞에 섰다. 손을 내밀었다.

“봉식아, 일어나.”

강봉식이 할머니를 올려다봤다. 입이 열렸는데 말이 안 나왔다. 서른한 해 동안 마이크 앞에서 한 번도 말이 막힌 적 없는 사람이었다.

“분례야, 나는 일흔아홉이여.”

“알어. 나는 여든둘이여.”

“나는 된장도 못 담가.”

“가르쳐 주께. 가는 데 아홉 달 걸린담서. 그동안 배워.”

강봉식은 할머니 손을 잡았다. 할머니가 끌어당겼다. 일흔아홉의 무릎이 한 번에 안 펴져서, 할머니가 두 번 끌었다. 두 번째에 이장이 일어섰다. 지팡이가 의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굴렀다. 아무도 줍지 않았다.

할머니가 이장의 손을 잡은 채 심사장 안으로 돌아섰다.

“동반자, 이 사람이요. 강봉식.”

심사장이 조용했다. 노성만이 처음으로 서류를 놓쳤다. 종이 몇 장이 책상 아래로 미끄러졌다. 마이클 정은 영희 옆자리에서 다리를 꼬다가 멈췄다. 새별이가 짐벌을 들어 올렸다. 아빠는 입을 벌렸다. 엄마는 이장을 보다가, 어머니를 봤다.

정민은 일어섰다. 일어서서 복도로 나갔다. 할머니와 이장이 심사장 문턱에 서 있었다.

“할머니.”

“왜?”

“왜 이장님이에요?”

할머니가 정민을 봤다. 정민은 그 눈을 피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피하지 않았다.

“니는 여기서 처음 해 볼 게 많어. 메주도 처음 뒤집었잖여. 거그 가믄 다들 처음이라 혔제? 여그서도 다 처음이여.”

“그래도—”

“그라고 봉식이는 영감 친구여.”

할머니가 이장의 손을 들어 보였다. 두 손이 다 매실 껍질처럼 검었다.

“그라고 내 첫 혼처였어.”

이장의 귀가 빨개졌다. 정민의 입이 벌어졌다. 등 뒤 심사장 안에서 새별이가 “헐” 하고 소리를 냈고, 아빠가 “장모님!” 하고 외쳤다. 엄마는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소리를 냈다.

이장이 헛기침을 했다.

“그라고 정민아, 그 추첨, 니 할머니 신청서 내가 넣었다. 작년 가을에, 경로당에서. 내 전화기로.”

“이장님이요?”

“니 할머니가 넣어 달라 혔어. 장난인 줄 알았제.”

정민은 웃었다. 웃음이 터져서 복도 벽에 등을 기대야 했다. 탈락 메일 세 통, 지명서 한 장, 진술실 한 번. 그 끝에 서 있는 것이 이장의 휴대폰이었다. 정민은 웃다가 눈가를 손등으로 닦았다.

*

마이클 정이 복도로 나왔다. 넥타이를 조금 풀었다. 그는 할머니와 이장 앞에 서서, 이장을 위아래로 봤다.

“이장님, 일흔아홉이시죠.”

“그려.”

“동반자 심사 기준은 당첨자보다 까다로워요. 보호하러 가는 사람이니까요. 신체 기능, 인지 기능, 그리고 보호 능력 평가. 위원장은 여전히 노 과장님이시고요. 감사가 끝날 때까지는요.”

“그려서?”

“그래서 다시 뵙자고요. 발사까지 마흔 날이네요.”

마이클 정이 할머니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 인사만은 웃음이 없었다. 그는 복도 끝 계단으로 걸어갔다. 구두 소리가 계단 아래로 멀어졌다.

이장이 조끼 주머니에서 무선 마이크를 꺼냈다. 휴대폰을 마이크에 연결하고, 화면에서 마을회관 방송실 원격 단추를 눌렀다. 할머니가 쳐다봤다.

“지금 뭐 혀?”

“방송.”

이장은 목을 한 번 가다듬고 마이크 머리를 손톱으로 툭툭 건드렸다. 고흥반도 바깥, 솔티마을 산자락 스피커에서 지지직 소리가 날 것이었다.

“아아, 마이크 시험 중. 에, 솔티마을 주민 여러분. 고흥에서 알려 드립니다. 오분례 여사, 최종 심사 통과했습니다. 그라고 동반자로, 에, 이장 강봉식이 지정되었습니다. 이장 강봉식은 화성에 갑니다. 아직 심사는 남았습니다. 마흔 날 남았습니다. 이장 자리 하실 분은 회관으로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아, 그라고 오늘 경로당 점심은 수제비입니다.”

통유리 너머로 발사탑에 해가 기울었다. 바다 위 하늘 한쪽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이장의 손을 아직 놓지 않았다. 심사장 문간에 정민과 영희와 태수와 새별이 나란히 서 있었다. 네 사람이 한 줄로 선 것도 처음이었다.

새별은 렌즈를 그 줄에서 할머니의 손으로, 손에서 발사탑으로 옮겼다. 탑 꼭대기 위로 작고 붉은 점 하나가 막 떠오르고 있었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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