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5,460자)
화성이 어딘디
화성 이주 추첨에 우리 할머니가 뽑혔다 · 진해솔
탈락 메일은 새벽 세 시 사십 분에 왔다. 김정민은 서울 신림동 배송 관제실에서 드론 마흔두 대의 비행 경로를 보고 있었고, 화면 오른쪽 아래에 뜬 알림을 처음에는 배송 지연 경고인 줄 알았다. 우주항공청 장기 체류 우주인 후보 선발, 최종 결과 안내. 세 번째였다. 메일을 다 읽기도 전에 7번 드론이 한강 위에서 바람을 맞고 기우뚱했고, 정민은 메일 창을 닫고 7번부터 살렸다.
드론은 살았다. 정민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는데 식어서 쇠 맛이 났다.
“김정민 씨, 7번 왜 그래요?”
“바람이요. 한강 바람은 원래 성격이 안 좋아요.”
“사람도 그런 사람 있죠.”
야간조 조장이 웃고 지나갔다. 정민은 따라 웃었다. 웃으면서 메일 맨 아래 줄을 다시 봤다. 이번에도 사유는 적혀 있지 않았다. 지난번에도, 그 지난번에도 그랬다.
*
할머니 전화가 온 것은 그날 낮 열두 시였다. 정민은 고시원 침대에 엎드려 있었고, 휴대폰이 베개 밑에서 다섯 번 울린 다음에야 손을 뻗었다.
“정민아, 니 지금 바쁘냐?”
“자고 있었어요, 할머니.”
“대낮에 왜 자냐? 어디 아프냐?”
“밤에 일하잖아요.”
“아 그라제. 근디 정민아, 나 핸드폰에 뭐가 왔는디, 축하한다고 허네. 뭘 축하한다는 거여?”
정민은 눈을 감은 채로 대답했다. “그거 사기예요. 누르지 마세요. 링크 같은 거 절대 누르지 마시고, 지우세요.”
“지우믄 안 될 것 같은디. 이장 양반이 그러는디 그게 진짜랴.”
“이장님이 뭘 아세요.”
“이장 양반이 벌써 마을 방송을 혀 부렀어.”
정민이 눈을 떴다. 할머니가 보내 준 사진은 휴대폰 화면을 다른 휴대폰으로 찍은 것이라 형광등이 하얗게 번져 있었다. 그래도 글자는 읽혔다. 「축하합니다. 오분례 님은 국제 화성 이주 기구 제3차 선단 이주자로 선정되셨습니다.」 국제 화성 이주 기구는 여러 나라가 돈을 모아 화성 기지로 사람을 보내는 국제기구였다. 그 기구가 지난가을 전 세계에서 추첨 신청을 받았고, 뉴스는 경쟁률을 천만 대 일이라고 했다. 정민 주위에 붙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정민 자신도 넣었다가 떨어졌다.
“할머니, 이거 언제 신청하셨어요?”
“나가 신청을 했는가 안 했는가 모르겄다.”
“모르시면 어떻게 붙어요?”
“그러니께 니가 와서 좀 봐라.”
정민은 이주 기구 누리집에 들어가 당첨자 확인 창에 할머니 주민번호 앞자리를 넣었다. 화면이 하얗게 한 번 깜박이고 붉은 행성 그림 위로 이름이 떴다. 정민은 휴대폰을 침대에 내려놓고, 천장을 오래 봤다. 천장에는 지난 겨울 결로가 남긴 얼룩이 화성 지도처럼 번져 있었다.
*
순천역에서 솔티마을까지 자율주행 마을버스는 사십 분이 걸렸다. 버스에는 운전석이 없었고, 운전석이 있던 자리에 「멀미 나시면 말씀하세요」라는 스피커가 달려 있었다. 할머니 또래 아주머니 둘이 거기에 대고 진짜로 말을 걸었다.
“기계 양반, 쪼까 천천히 가씨요.”
「안전 속도로 운행 중입니다.」
“안전이고 나발이고 천천히 가라고잉.”
버스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아주머니 둘은 기계가 귀가 먹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마을 어귀에 내리자 확성기 소리가 산을 타고 내려왔다. 낡은 스피커가 지지직 끓다가 목을 가다듬었다.
「아아, 마이크 시험 중. 마이크 시험 중. 에, 솔티마을 주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알려 드립니다. 우리 마을 오분례 여사께서 화성에 가시게 되었습니다. 화성은, 에, 하늘에 있는 별입니다. 축하 화환은 마을회관 앞으로 보내 주시고, 오 여사 댁 대문 앞에 함부로 차 대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상, 이장 강봉식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내일 경로당 점심은 국수입니다.」
정민은 비탈길을 올라갔다. 집은 그대로였다. 산자락 매실밭 아래 슬레이트 지붕, 한쪽으로 기운 대문, 마당 가운데 평상, 그리고 장독대. 장독대에는 크고 작은 독이 열한 개 놓여 있었다. 봄볕이 독 뚜껑마다 동그랗게 고여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덜 마른 메주 냄새와 간장 달이는 냄새가 섞여 마당을 한 바퀴 돌았다. 할머니는 그 장독대 앞에 쪼그려 앉아 행주로 단지 하나를 닦고 있었다. 정민이 대문을 밀자 경첩이 끼익 울었고, 할머니가 고개를 들지도 않고 말했다.
“왔냐? 밥은?”
“먹었어요.”
“뭘 먹었는디?”
“김밥이요.”
“그건 밥이 아니여.”
할머니가 일어나 허리를 두 번 두드렸다. 키는 정민 가슴께에 왔고, 손등은 매실 껍질처럼 검고 단단했다. 정민은 할머니를 위아래로 봤다. 아픈 데도 없어 보이고, 놀란 얼굴도 아니었다. 화성에 뽑힌 사람의 얼굴이라기보다는 장 담글 날을 받아 둔 얼굴이었다.
“할머니, 화성 가시는 거 알죠?”
“들었다. 근디 정민아.”
“네.”
“화성이 어딘디?”
정민은 대답 대신 휴대폰을 꺼내 하늘 지도 앱을 켰다. 해가 아직 떠 있어서 앱은 별 대신 회색 점만 보여 줬다. 정민이 손가락으로 서쪽 산등성이 위를 가리켰다.
“해 지면 저쪽에 떠요. 빨간 점이요.”
“빨간 점.”
할머니가 그쪽을 한참 봤다. 무슨 말을 할 것처럼 입술이 한 번 움직였는데, 말은 안 나왔다. 대신 할머니는 행주를 털어 평상에 걸었다.
“거그도 장 담글 볕은 드냐?”
“볕은 드는데요, 바깥에 장독 내놓으면 얼어요. 영하 60도까지 내려가요.”
“워메, 그라믄 안방에 두믄 되제.”
정민은 웃음이 터졌다. 터지고 나서야, 탈락 메일을 받은 뒤로 처음 웃은 것을 알았다.
*
할머니는 정말로 신청한 기억이 없었다. 정민이 이주 기구 기록을 뒤져 보니 신청은 작년 10월, 신청 기기는 할머니 휴대폰이 아니었다. 정민이 그걸 묻자 할머니는 마루에 콩을 펼쳐 놓고 고르면서 딴소리를 했다.
“이 콩이 올해 것인디 알이 잘어.”
“할머니.”
“작년엔 비가 많이 왔어.”
“누가 대신 넣어 준 거예요?”
할머니는 벌레 먹은 콩 한 알을 골라 마당으로 휙 던졌다. 닭이 없는 집이라 콩은 그냥 흙에 박혔다.
해가 산 뒤로 넘어갈 무렵 대문 밖에서 엔진 소리가 들렸다. 마을버스 소리가 아니었다. 묵직하고 긴 소리였다. 정민이 나가 보니 대문 앞 공터에 하얀 캠핑카 한 대가 서 있었다. 길이가 대문 폭의 세 배쯤 되었고, 옆구리에 은색 글씨로 「FRONTIER BRIDGE」라고 적혀 있었다. 운전석 문이 열리고 남자 하나가 내렸다. 마흔 후반쯤, 회색 정장 위에 등산 조끼를 걸쳤고, 손에는 보자기로 싼 상자를 들고 있었다. 구두가 흙에 닿자마자 남자는 발밑을 한 번 내려다보고 웃었다.
“아, 진짜 시골이네요. 좋아요. 리얼해요.”
“누구세요?”
“프런티어 브리지 마이클 정입니다. 손자분이시죠? 김정민 씨.”
정민은 이름을 말한 적이 없었다. 남자는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은 얇은 금속판이었고, 손바닥에 놓자 차가웠다. 「이주권 중개 · 상담」.
“이장님 방송 듣고 왔습니다. 정확히는 방송 듣기 전부터 오고 있었고요. 당첨자 명단이 나오면 저희가 제일 먼저 알아요. 그게 비즈니스니까요.”
마이클 정은 대문을 손바닥으로 밀고 들어왔다. 할머니는 평상에 앉아 있었다. 마이클 정은 상자를 평상 끝에 내려놓고 보자기 매듭을 풀었다. 한우 선물 세트였다. 마블링이 냉장 포장 비닐 밑에서 하얗게 빛났다.
“어머님, 축하드립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나는 니 어매가 아닌디.”
“아, 네. 여사님. 오분례 여사님.”
“고기는 도로 가져가씨요. 나 이가 시원찮어.”
마이클 정은 고기 상자를 치우지 않고 평상 반대편 끝에 걸터앉았다. 정장 바지가 평상 나무에 걸려 소리를 냈다. 정민은 마당 한가운데 서 있었다. 앉을 데가 평상밖에 없었고, 평상의 양 끝은 이미 차 있었다.
“여사님, 제가 돌려 말하는 걸 못 해서요. 바로 말씀드릴게요. 화성 기지는 젊은 사람도 힘든 데예요. 중력이 지구의 삼분의 일쯤이라 뼈가 빠지고, 기지 밖은 숨을 못 쉬고, 병원은 하나예요. 여든둘이시면, 솔직히 거기서 오래 못 계세요.”
“그래서?”
“그래서 선택지를 드리러 왔어요. 당첨자가 의학적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이주권은 당첨자가 지명한 한 사람한테 넘어가요. 그게 국제 규정이에요. 지명 대상엔 제한이 없고요. 여사님이 부적격 판정을 받고 저희 고객을 지명해 주시면, 저희가 그 대가를 드려요. 넉넉하게요. 가족분들 평생 걱정 없으시게.”
“나가 어디가 부적격인디?”
“그건 서류로 만들면 돼요. 그런 건 저희가 해요.”
할머니가 평상 위 콩 소쿠리를 무릎으로 끌어당겼다. 콩을 고르는 손이 멈추지 않았다.
“나가 부적격이믄, 그 고객이란 양반은 적격이요?”
“그분은 건강하세요.”
“몇 살인디?”
마이클 정이 잠깐 웃었다. 대답은 안 했다.
“나보다 많구마잉.”
“여사님,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고요.”
“나이가 안 중요허믄 나가 가믄 되제.”
정민은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었다. 마이클 정도 웃었다. 웃는 얼굴이 하나도 무너지지 않았다. 그는 일어서서 바지를 털고, 정민 쪽으로 걸어왔다. 할머니한테는 등을 돌린 채였다. 목소리가 반쯤으로 낮아졌다.
“정민 씨, 우주항공청 장기 체류 후보, 이번이 세 번째셨죠?”
정민의 등이 굳었다. 마이클 정은 정민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제가 아까 지명 대상엔 제한이 없다고 했잖아요. 저희 고객이 아니어도 돼요. 가족이어도 되고요. 할머님이 손자분을 지명하시면, 손자분이 가시는 거예요. 저는 그 경우에도 일을 해요. 수수료 구조만 좀 바뀌죠.”
마당에 바람이 한 번 돌았다. 장독 뚜껑 하나가 덜그럭거렸다. 정민은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 “꺼지세요”든 “됐어요”든, 한 마디면 됐다. 정민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다. 할머니가 부적격이면, 할머니는 여기 남는다. 남으면 할머니는 매실밭에서 계속 산다. 그리고 정민은 간다. 그 셈이 너무 깔끔해서 정민은 오히려 숨이 막혔다.
“생각해 보세요. 저 앞에 있을게요. 한동안요.”
마이클 정은 명함을 하나 더 꺼내 평상 위 고기 상자에 꽂아 두고 대문을 나갔다. 캠핑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그러고도 캠핑카는 시동을 걸지 않았다. 차 지붕 위로 위성 안테나가 천천히 펴졌다.
정민이 돌아섰을 때 할머니는 콩 소쿠리를 내려놓고 정민을 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는지 몰랐다. 할머니 얼굴은 화를 내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래서 정민은 더 그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할머니, 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그랴. 아무 말도 안 혔제.”
할머니가 일어나 고기 상자를 들었다. 명함이 흙바닥에 떨어졌다. 할머니는 그걸 줍지 않고 고기 상자만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냉장고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이가 시원찮다던 고기를 할머니는 넣어 두었다.
부엌에서 할머니 목소리가 넘어왔다.
“정민아, 그거 동반이라는 거, 한 사람 데꼬 가야 헌담서?”
“네. 일흔다섯 넘으시면 보호자 한 명이요.”
“그라믄 다 불러라.”
“누구를요?”
“느그 엄마. 느그 아부지. 새별이. 다 불러.”
정민은 휴대폰을 꺼냈다. 가족 단톡방은 목록 맨 아래, 지난 십 년 동안 아무도 열지 않은 자리에 있었다. 해가 넘어간 서쪽 하늘에 작고 붉은 점 하나가 막 떠올랐다. 대문 밖 캠핑카 창문에도 불이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