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5,128자) · 무영곡이 문을 닫다

마당에 콩을 심는다

무공은 사람이 아니라 땅에 있다 · 구슬안

세 해째 봄에 무영곡이 문을 닫았다⁠.

문하가 백이십에서 스물둘이 됐다⁠.

스물둘로는 마당을 못 지킨다⁠.

두 마지기를 스물둘이 지키려면 하루에 네 시진씩 해야 한다⁠.

문주가 마을로 내려왔다⁠.

와서 연오를 찾았다⁠.

“⁠연오야⁠.⁠”

“⁠예⁠.⁠”

“⁠우리 마당을 사겠느냐⁠?⁠”

연오가 이 자리에 섰다⁠.

“⁠…사요⁠?⁠”

문주가 말했다⁠.

“⁠두 마지기다⁠. 삼백 해 다진 것이다⁠.⁠”

연오가 물었다⁠.

“⁠…얼마에 파십니까⁠?⁠”

문주가 말했다⁠.

“⁠한 마지기에 스무 냥⁠.⁠”

연오가 물었다⁠.

“⁠…밭값입니까⁠?⁠”

문주가 말했다⁠.

“⁠밭값이다⁠.⁠”

연오가 물었다⁠.

“⁠터값은요⁠.⁠”

문주가 말했다⁠.

“⁠…안 받겠다⁠.⁠”

연오가 물었다⁠.

“⁠왜 안 받으십니까⁠?⁠”

문주가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말했다⁠.

“⁠…터값을 받으면 내가 이태 전에 한 짓이 된다⁠.⁠”

연오가 이 말을 들었다⁠.

문주가 말했다⁠.

“⁠이태 전에 나는 네 터를 밭값 반에 사겠다고 했다⁠.⁠”

“⁠…그러셨습니다⁠.⁠”

문주가 말했다⁠.

“⁠그때 네 어머니가 뭐라고 하셨는지 아느냐⁠?⁠”

연오가 말했다⁠.

“⁠…뺏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문주가 말했다⁠.

“⁠그 말이 삼 년 동안 안 잊혔다⁠.⁠”

연오가 사흘 생각했다⁠.

사흘 뒤에 말했다⁠.

“⁠…사지 않겠습니다⁠.⁠”

문주가 고개를 들었다⁠.

연오가 말했다⁠.

“⁠대신 빌리겠습니다⁠.⁠”

문주가 물었다⁠.

“⁠…빌려서 뭐 하느냐⁠?⁠”

연오가 말했다⁠.

“⁠콩을 심겠습니다⁠.⁠”

문주가 이 자리에 섰다⁠.

“⁠…마당에 콩을 심어⁠?⁠”

연오가 말했다⁠.

“⁠삼백 해 다진 땅입니다⁠. 물이 안 빠집니다⁠.⁠”

“⁠…⁠”

“⁠콩이 아주 잘될 겁니다⁠.⁠”

문주가 웃었다⁠.

웃는데 소리가 났다⁠.

한참 웃었다⁠.

“⁠…삼백 해를 밟았는데 콩밭이 되는구나⁠.⁠”

연오가 말했다⁠.

“⁠콩밭이 되면 안 됩니까⁠?⁠”

문주가 말했다⁠.

“⁠…된다⁠.⁠”

“⁠…⁠”

“⁠그런데 우리 조상들이 알면 뭐라 할지 모르겠다⁠.⁠”

연오가 말했다⁠.

“⁠삼백 해 전 그분은 아마 밭을 만드신 걸 겁니다⁠.⁠”

문주가 물었다⁠.

“⁠…무슨 말이냐⁠?⁠”

연오가 말했다⁠.

“⁠한 사람이 한 달 밟아서 만드셨을 겁니다⁠.⁠”

“⁠…⁠”

“⁠그때 그분이 왜 밟으셨겠습니까⁠?⁠”

문주가 대답을 못 했다⁠.

연오가 말했다⁠.

“⁠저는 밭을 늘리려고 밟았습니다⁠.⁠”

“⁠…⁠”

“⁠그분도 그러셨을 겁니다⁠.⁠”

문주가 이 자리에 앉았다⁠.

연오가 말했다⁠.

“⁠그다음 사람들이 그것을 수련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 아니겠습니까⁠?⁠”

문주가 말했다⁠.

“⁠…그러면 삼백 해가 헛것이냐⁠?⁠”

연오가 말했다⁠.

“⁠아닙니다⁠.⁠”

“⁠…⁠”

“⁠덕분에 그 땅이 아직 있습니다⁠.⁠”

문주가 고개를 들었다⁠.

연오가 말했다⁠.

“⁠하루만 안 밟으면 없어지는 것을 삼백 해 지키셨습니다⁠.⁠”

“⁠…⁠”

“⁠그건 아무나 못 합니다⁠.⁠”

문주가 이 말에 한참 아무 말도 안 했다⁠.

같은 해 여름에 무영곡 마당에 콩을 심었다⁠.

무영곡 문하 스물둘이 심었다⁠.

심으면서 밟았다⁠.

밟는 것은 하던 일이라 잘했다⁠.

심는 것은 서툴렀다⁠.

스물둘 가운데 콩을 심어 본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연오가 가서 가르쳤다⁠.

“⁠한 구멍에 셋씩 넣으십시오⁠.⁠”

하나가 물었다⁠.

“⁠…왜 셋입니까⁠?⁠”

연오가 말했다⁠.

“⁠하나는 새가 먹고 하나는 안 나고 하나가 납니다⁠.⁠”

이 사람이 말했다⁠.

“⁠…그러면 둘은 버리는 것 아닙니까⁠?⁠”

연오가 말했다⁠.

“⁠버리는 게 아니라 나눠 주는 겁니다⁠.⁠”

문주가 이 말을 옆에서 들었다⁠.

“⁠…연오야⁠.⁠”

“⁠예⁠.⁠”

“⁠그거 누가 가르쳤느냐⁠?⁠”

연오가 말했다⁠.

“⁠어머니가요⁠.⁠”

문주가 말했다⁠.

“⁠…그 어른은 무서운 분이시다⁠.⁠”

연오가 웃었다⁠.

심고 사흘 뒤에 문하 하나가 뛰어왔다⁠.

“⁠…나옵니다⁠!⁠”

연오가 물었다⁠.

“⁠…무엇이요⁠?⁠”

“⁠싹이 났습니다⁠!⁠”

스물둘이 다 마당으로 나왔다⁠.

나와서 싹을 봤다⁠.

싹이 손가락 한 마디쯤 나 있었다⁠.

문하 하나가 이 앞에 쪼그려 앉았다⁠.

“⁠…이게 콩입니까⁠?⁠”

연오가 말했다⁠.

“⁠콩입니다⁠.⁠”

“⁠…이렇게 작습니까⁠?⁠”

“⁠작습니다⁠.⁠”

이 사람이 말했다⁠.

“⁠…나는 이걸 처음 봅니다⁠.⁠”

연오가 물었다⁠.

“⁠…콩을 안 드셨습니까⁠?⁠”

이 사람이 말했다⁠.

“⁠먹었지요⁠. 그런데 밥상에서만 봤습니다⁠.⁠”

마당이 조용해졌다⁠.

문주가 말했다⁠.

“⁠…우리가 삼백 해 동안 이걸 안 봤구나⁠.⁠”

이 사람이 물었다⁠.

“⁠문주님⁠, 이거 언제 먹습니까⁠?⁠”

문주가 연오를 봤다⁠.

연오가 말했다⁠.

“⁠…가을에요⁠.⁠”

이 사람이 말했다⁠.

“⁠…그때까지 밟습니까⁠?⁠”

연오가 말했다⁠.

“⁠밟으시면 됩니다⁠. 밟으면서 김을 매시면 됩니다⁠.⁠”

문주가 웃었다⁠.

“⁠삼백 해 만에 밟는 까닭이 생겼다⁠.⁠”

가을에 두 마지기에서 콩이 스물여섯 말 났다⁠.

연오네 밭보다 잘됐다⁠.

삼백 해 다진 땅이라 그렇다⁠.

문주가 이것을 보고 말했다⁠.

“⁠…이게 제일 많이 나온 해다⁠.⁠”

연오가 물었다⁠.

“⁠…전에는 얼마 나왔습니까⁠?⁠”

문주가 말했다⁠.

“⁠한 톨도 안 나왔다⁠. 안 심었으니까⁠.⁠”

같은 해 가을에 강호에 말이 하나 돌았다⁠.

「⁠터는 밟으면 생긴다⁠.⁠」

이 말이 도는 데 세 해가 걸렸다⁠.

세 해 동안 아무도 안 막았다⁠.

막을 수가 없다⁠.

밟는 것을 어떻게 막는가⁠.

말이 돌고 나서 강호가 셋으로 갈렸다⁠.

하나는 밟는 사람들이다⁠.

하나는 안 밟는 사람들이다⁠.

하나는 남이 밟은 것을 뺏는 사람들이다⁠.

안 밟는 사람들이 제일 조용했다⁠.

조용한데 수가 적지 않았다⁠.

안 밟는 까닭이 셋이다⁠.

하나는 밟을 땅이 없어서다⁠.

하나는 밟을 몸이 없어서다⁠. 늙었거나 아프다⁠.

하나는 안 밟겠다고 정해서다⁠.

세 번째가 이상했다⁠.

연오가 그런 사람을 하나 만났다⁠.

동쪽 골짜기에 살았다⁠. 마흔쯤 된 사내였고 밭이 세 마지기 있었다⁠.

“⁠…어르신은 왜 안 밟으십니까⁠?⁠”

이 사람이 말했다⁠.

“⁠밟으면 우리 밭에서 아무나 초식을 쓰오⁠.⁠”

연오가 이 자리에 섰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 사람이 말했다⁠.

“⁠터는 임자를 안 가리지 않소⁠. 서면 나오지 않소⁠.⁠”

“⁠…나옵니다⁠.⁠”

“⁠그러면 우리 밭에 남이 들어와 서면 그놈도 나오오⁠.⁠”

“⁠…⁠”

“⁠지금은 우리 밭에 들어와도 아무것도 못 하오⁠. 그게 낫소⁠.⁠”

연오가 물었다⁠.

“⁠…그러면 콩은요⁠?⁠”

이 사람이 말했다⁠.

“⁠콩은 덜 나지⁠.⁠”

“⁠…⁠”

“⁠덜 나도 밤에 발 뻗고 자오⁠.⁠”

연오가 이 말을 오래 들었다⁠.

돌아오면서 도갑한테 말했다⁠.

“⁠어르신⁠, 저 어른 말이 맞습니다⁠.⁠”

도갑이 물었다⁠.

“⁠…그러면 자네가 틀렸나⁠?⁠”

연오가 말했다⁠.

“⁠둘 다 맞습니다⁠.⁠”

도갑이 물었다⁠.

“⁠…그러면 자네는 어느 쪽인가⁠?⁠”

연오가 말했다⁠.

“⁠저는 밟는 쪽입니다⁠.⁠”

“⁠…⁠”

“⁠그런데 저는 밟아도 안 나옵니다⁠.⁠”

도갑이 웃었다⁠.

“⁠…그럼 자네는 넷째 쪽이구먼⁠.⁠”

세 번째가 제일 골치였다⁠.

뺏는 것은 쉽다⁠. 가서 서 있으면 된다⁠.

밟은 사람이 없으면 하루 만에 없어지니⁠, 뺏은 사람이 밟아야 한다⁠.

그런데 뺏는 자들은 밟기 싫어한다⁠.

밟기 싫어서 뺏는 것이다⁠.

그래서 뺏은 터가 사흘 만에 없어지는 일이 여러 번 났다⁠.

값이 무너진 것은 같은 해 가을이다⁠.

윤벽이 스물두 터를 사 놓고 있었다⁠.

산값이 한 마지기에 스물다섯에서 예순까지였다⁠.

가을에 이 값이 스물로 떨어졌다⁠.

밭값이다⁠. 터값이 없어진 것이다⁠.

없어진 까닭은 하나다⁠.

밟으면 생긴다는 말이 강호에 돌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에는 값이 안 붙는다⁠.

윤벽이 마을에 왔다⁠.

이번에는 종이를 안 들고 왔다⁠.

“⁠연오⁠.⁠”

“⁠…오셨습니까⁠?⁠”

윤벽이 밭둑에 앉았다⁠. 옷이 좋은데 흙에 그냥 앉았다⁠.

“⁠내가 스물두 터를 가지고 있네⁠.⁠”

“⁠…압니다⁠.⁠”

“⁠산값이 이천 냥이 넘네⁠.⁠”

연오가 아무 말도 안 했다⁠.

윤벽이 말했다⁠.

“⁠지금 팔면 팔백이네⁠.⁠”

“⁠…⁠”

“⁠서른 해 모은 것이 한 해에 갔네⁠.⁠”

연오가 물었다⁠.

“⁠…제 탓입니까⁠?⁠”

윤벽이 고개를 저었다⁠.

“⁠자네 탓이 아니야⁠. 내 탓이지⁠.⁠”

“⁠…⁠”

“⁠나는 값이 어디서 오는지 알면서 샀네⁠. 안 묻게 해야 한다고 자네한테 말까지 해 놓고 샀어⁠.⁠”

윤벽이 웃었다⁠.

“⁠물을 사람이 자네 하나인 줄 알았네⁠.⁠”

연오가 이 자리에 섰다⁠.

윤벽이 말했다⁠.

“⁠연오⁠, 하나 묻겠네⁠.⁠”

“⁠…물으십시오⁠.⁠”

“⁠자네는 이걸 왜 말하고 다니나⁠?⁠”

연오가 말했다⁠.

“⁠…말하고 다닌 적은 없습니다⁠.⁠”

윤벽이 물었다⁠.

“⁠그럼 어떻게 퍼졌나⁠?⁠”

연오가 말했다⁠.

“⁠밟으면 콩이 잘됩니다⁠. 그러면 옆집이 묻습니다⁠.⁠”

윤벽이 이 말을 오래 들었다⁠.

“⁠…그게 다인가⁠?⁠”

“⁠그게 답니다⁠.⁠”

윤벽이 일어섰다⁠.

“⁠나는 서른 해 동안 남이 안 묻게 하는 일을 했네⁠.⁠”

“⁠…⁠”

“⁠자네는 다섯 해 만에 다 묻게 만들었어⁠.⁠”

윤벽이 밭을 봤다⁠.

콩이 서 있었다⁠.

“⁠연오⁠, 내 스물두 터를 자네가 사겠나⁠?⁠”

연오가 물었다⁠.

“⁠…얼마에요⁠?⁠”

윤벽이 말했다⁠.

“⁠밭값에⁠.⁠”

연오가 말했다⁠.

“⁠안 사겠습니다⁠.⁠”

윤벽이 물었다⁠.

“⁠왜⁠?⁠”

연오가 말했다⁠.

“⁠밟으면 생기는데 뭐 하러 삽니까⁠?⁠”

윤벽이 웃었다⁠.

한참 웃었다⁠.

“⁠…그 말을 내가 들으려고 왔네⁠.⁠”

연오가 이 말을 듣고 웃었다⁠.

도갑이 물었다⁠.

“⁠…왜 웃나⁠?⁠”

연오가 말했다⁠.

“⁠어르신⁠, 이건 뺏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도갑이 말했다⁠.

“⁠없지⁠.⁠”

연오가 말했다⁠.

“⁠강호에서 뺏어도 소용없는 게 처음 아닙니까⁠?⁠”

도갑이 이 말을 오래 들었다⁠.

“⁠…그러네⁠.⁠”

연오가 말했다⁠.

“⁠땅은 지고 갈 수가 없고⁠, 안 밟으면 없어집니다⁠.⁠”

도갑이 말했다⁠.

“⁠그러면 세상이 좀 조용해지겠구먼⁠.⁠”

연오가 말했다⁠.

“⁠…글쎄요⁠.⁠”

도갑이 물었다⁠.

“⁠왜⁠?⁠”

연오가 말했다⁠.

“⁠뺏는 대신 시킬 겁니다⁠.⁠”

도갑이 이 자리에 섰다⁠.

연오가 말했다⁠.

“⁠밟기 싫은 자가 밟게 시키면 됩니다⁠.⁠”

도갑이 물었다⁠.

“⁠…누구한테 시키나⁠?⁠”

연오가 말했다⁠.

“⁠밭이 없는 사람한테요⁠.⁠”

도갑이 아무 말도 안 했다⁠.

연오가 말했다⁠.

“⁠하루 두 시진에 밥 세 끼면 할 사람이 있습니다⁠.⁠”

도갑이 물었다⁠.

“⁠…그러면 그게 뭐가 되나⁠?⁠”

연오가 말했다⁠.

“⁠종입니다⁠.⁠”

도갑이 이 자리에 앉았다⁠.

연오가 말했다⁠.

“⁠어르신⁠, 저는 그게 제일 무섭습니다⁠.⁠”

도갑이 물었다⁠.

“⁠…막을 수 있나⁠.⁠”

연오가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

“⁠다만 하나는 압니다⁠.⁠”

도갑이 물었다⁠.

“⁠무엇인가⁠?⁠”

연오가 말했다⁠.

“⁠밟는 사람이 밭 임자면 안 됩니다⁠.⁠”

8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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