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5,088자) · 열일곱 집

밖으로 한 발

무공은 사람이 아니라 땅에 있다 · 구슬안

소문이 도는 데 두 달이 걸렸다⁠.

도갑이 말한 것이 아니다⁠. 도갑은 아무한테도 말 안 했다⁠.

소문이 난 까닭은 콩이다⁠.

연오네 콩이 잘됐다⁠.

두 마지기에서 스물여덟 말이 났다⁠.

전에 열두 말이었다⁠.

읍 장터에서 사람들이 물었다⁠.

“⁠연오네 올해 뭘 했소⁠?⁠”

연오가 말했다⁠.

“⁠밟았습니다⁠.⁠”

“⁠…뭘 밟아⁠.⁠”

“⁠밭을요⁠.⁠”

사람들이 웃었다⁠.

“⁠밟으면 콩이 배로 나오나⁠?⁠”

연오가 말했다⁠.

“⁠나옵니다⁠.⁠”

사람들이 더 웃었다⁠.

웃었는데 이듬해 봄에 셋이 찾아왔다⁠.

같은 마을 사람 셋이다⁠.

“⁠…연오야⁠, 어떻게 밟냐⁠?⁠”

연오가 말했다⁠.

“⁠한 달 밟으면 됩니다⁠.⁠”

“⁠하루에 얼마나⁠?⁠”

“⁠두 시진입니다⁠.⁠”

셋이 서로를 봤다⁠.

하나가 말했다⁠.

“⁠…두 시진이면 일을 못 하는데⁠.⁠”

연오가 말했다⁠.

“⁠밟으면서 하시면 됩니다⁠.⁠”

“⁠…밟으면서 뭘 해⁠.⁠”

연오가 말했다⁠.

“⁠새끼를 꼬시든지 콩을 고르시든지 하십시오⁠. 서서 하실 수 있는 것이면 됩니다⁠.⁠”

셋이 이것을 했다⁠.

한 달 뒤에 셋이 다시 왔다⁠.

“⁠…연오야⁠.⁠”

“⁠예⁠.⁠”

“⁠우리 밭이 서늘해졌는지 어떻게 아냐⁠?⁠”

연오가 말했다⁠.

“⁠제가 가서 보겠습니다⁠.⁠”

연오가 셋의 밭에 갔다⁠.

신을 벗고 대 봤다⁠.

첫째 밭은 서늘했다⁠.

둘째 밭은 안 서늘했다⁠.

셋째 밭은 조금 서늘했다⁠.

연오가 물었다⁠.

“⁠둘째 어르신⁠, 얼마나 밟으셨습니까⁠?⁠”

“⁠한 달 했지⁠.⁠”

“⁠…두 시진씩이요⁠.⁠”

“⁠…한 시진쯤 했다⁠.⁠”

연오가 말했다⁠.

“⁠두 시진 하셔야 합니다⁠.⁠”

셋째한테 물었다⁠.

“⁠어르신은요⁠.⁠”

“⁠두 시진 했다⁠. 그런데 비 오는 날은 안 했다⁠.⁠”

연오가 말했다⁠.

“⁠비 오는 날도 하셔야 합니다⁠.⁠”

셋째가 말했다⁠.

“⁠…비 오는데 밟으면 진창이 되는데⁠.⁠”

연오가 말했다⁠.

“⁠진창이 됐다가 마르면 더 단단해집니다⁠.⁠”

셋째가 이것을 해 봤다⁠.

보름 뒤에 서늘해졌다⁠.

같은 해 여름에 마을에 밟는 사람이 아홉이 됐다⁠.

가을에 스물둘이 됐다⁠.

이듬해 봄에 마을 사람 절반이 밟았다⁠.

마을이 서른네 채다⁠. 열일곱 집이 밟는다⁠.

연오는 이것을 세지 않으려고 했는데 세어졌다⁠.

도갑이 이것을 보고 말했다⁠.

“⁠…연오야⁠.⁠”

“⁠예⁠.⁠”

“⁠이 마을이 터가 되겠다⁠.⁠”

연오가 말했다⁠.

“⁠밭마다 따로입니다⁠.⁠”

도갑이 말했다⁠.

“⁠따로인데 붙어 있으면 하나다⁠.⁠”

연오가 이 말에 마을을 봤다⁠.

열일곱 집 밭이 이어져 있다⁠.

이어진 것이 열 마지기쯤이다⁠.

도갑이 말했다⁠.

“⁠무영곡 마당이 두 마지기다⁠.⁠”

연오가 이 자리에 섰다⁠.

도갑이 말했다⁠.

“⁠여기가 다섯 배다⁠.⁠”

같은 해 가을에 옆 골짜기에서 사람이 왔다⁠.

넷이 왔다⁠. 무영곡 사람이 아니다⁠.

마을 어귀에 서서 물었다⁠.

“⁠여기가 새 터라고 들었소⁠.⁠”

아무도 대답 안 했다⁠.

넷 가운데 하나가 밭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손을 뻗었다⁠.

초식이 나왔다⁠.

밭둑이 파였다⁠.

그자가 웃었다⁠.

“⁠…나오네⁠.⁠”

그자가 말했다⁠.

“⁠이 터 우리가 가져가겠소⁠.⁠”

어머니가 이때 밭에 있었다⁠.

호미를 들고 있었다⁠.

어머니가 말했다⁠.

“⁠가져가시오⁠.⁠”

넷이 서로를 봤다⁠.

어머니가 말했다⁠.

“⁠가져가려면 지고 가야지⁠.⁠”

“⁠…뭐요⁠?⁠”

어머니가 호미로 흙을 찍었다⁠.

“⁠땅을 어떻게 가져가오⁠?⁠”

그자가 말했다⁠.

“⁠…여기 서 있으면 우리 거요⁠.⁠”

어머니가 말했다⁠.

“⁠서 있으시오⁠. 우리는 밟을 테니⁠.⁠”

넷이 이 말을 못 알아들었다⁠.

연오가 이때 말했다⁠.

“⁠어르신들⁠, 하루만 여기 서 계시면 됩니다⁠.⁠”

그자가 물었다⁠.

“⁠…하루⁠?⁠”

연오가 말했다⁠.

“⁠하루 동안 아무도 안 밟으면 이 터가 없어집니다⁠.⁠”

넷이 서로를 봤다⁠.

연오가 말했다⁠.

“⁠그러니 지키시려면 밟으셔야 합니다⁠.⁠”

그자가 물었다⁠.

“⁠…얼마나⁠?⁠”

연오가 말했다⁠.

“⁠하루에 두 시진씩 평생입니다⁠.⁠”

넷이 아무 말도 안 했다⁠.

연오가 말했다⁠.

“⁠저희는 어차피 밟습니다⁠. 밭이니까요⁠.⁠”

“⁠…⁠”

“⁠어르신들은 밭이 없으시잖습니까⁠?⁠”

넷이 이날 저녁에 갔다⁠.

가면서 하나가 돌아서서 물었다⁠.

“⁠…농부⁠.⁠”

연오가 봤다⁠.

“⁠이 터 자네가 만들었나⁠?⁠”

연오가 말했다⁠.

“⁠저 혼자 만든 게 아닙니다⁠. 열일곱 집이 했습니다⁠.⁠”

그자가 물었다⁠.

“⁠…그럼 자네가 제일 센가⁠?⁠”

연오가 말했다⁠.

“⁠저는 안 셉니다⁠.⁠”

그자가 웃었다⁠.

“⁠…겸손하구먼⁠.⁠”

연오가 말했다⁠.

“⁠겸손이 아니라 안 나옵니다⁠.⁠”

그자가 걸음을 멈췄다⁠.

“⁠…뭐라고⁠?⁠”

연오가 말했다⁠.

“⁠저는 이 터에서 초식이 안 나옵니다⁠.⁠”

그자가 연오를 한참 봤다⁠.

“⁠…자네가 만들었는데⁠?⁠”

“⁠예⁠.⁠”

“⁠만든 사람이 못 써⁠?⁠”

연오가 말했다⁠.

“⁠저만 그런지 다들 그런지는 모릅니다⁠.⁠”

그자가 옆 사람을 봤다⁠. 옆 사람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자가 말했다⁠.

“⁠…그럼 자네는 뭐 하러 만들었나⁠?⁠”

연오가 말했다⁠.

“⁠콩 심으려고요⁠.⁠”

넷이 이 말을 듣고 아무 말도 안 했다⁠.

한참 있다가 그자가 말했다⁠.

“⁠…우리는 그런 놈을 처음 본다⁠.⁠”

넷이 가고 나서 마을 사람들이 연오네 마당에 모였다⁠.

열일곱 집이 다 왔다⁠.

첫째 집 어른이 물었다⁠.

“⁠연오야⁠, 또 오면 어쩌냐⁠?⁠”

연오가 말했다⁠.

“⁠또 오겠지요⁠.⁠”

“⁠…그럼 어쩌냐고⁠.⁠”

연오가 말했다⁠.

“⁠밟으면 됩니다⁠.⁠”

둘째 집 어른이 말했다⁠.

“⁠밟는 걸로 되나⁠. 저놈들이 칼을 뽑으면⁠.⁠”

연오가 말했다⁠.

“⁠여기서는 저희도 나옵니다⁠.⁠”

마당이 조용해졌다⁠.

셋째 집 어른이 물었다⁠.

“⁠…우리도 나오나⁠?⁠”

연오가 말했다⁠.

“⁠해 보셨습니까⁠?⁠”

셋째 집 어른이 고개를 저었다⁠.

“⁠…해 볼 생각을 안 했다⁠.⁠”

연오가 말했다⁠.

“⁠해 보십시오⁠.⁠”

셋째 집 어른이 제 밭에 들어갔다⁠.

들어가서 손을 뻗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

“⁠…안 나오는데⁠.⁠”

연오가 말했다⁠.

“⁠어떻게 하셨습니까⁠?⁠”

“⁠…이렇게 했지⁠.⁠”

연오가 보고 말했다⁠.

“⁠그건 손만 뻗으신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하냐⁠?⁠”

연오가 말했다⁠.

“⁠저도 모릅니다⁠.⁠”

마당이 웃었다⁠.

이때 마당 뒤에서 누가 손을 들었다⁠.

두치다⁠.

두치는 연오와 동갑이고 옆집에 산다⁠. 밭이 반 마지기다⁠. 반 마지기인 까닭은 형이 나눠 가졌기 때문이고⁠, 형이 나눠 가진 까닭은 형이 먼저 태어났기 때문이다⁠.

“⁠나도 해 볼래⁠.⁠”

첫째 집 어른이 물었다⁠.

“⁠…너는 밟았냐⁠?⁠”

두치가 말했다⁠.

“⁠밟았지⁠.⁠”

“⁠얼마나⁠?⁠”

“⁠한 달⁠.⁠”

연오가 물었다⁠.

“⁠두 시진씩⁠?⁠”

두치가 말했다⁠.

“⁠…두 시진이 얼마나 되냐⁠?⁠”

마당이 또 웃었다⁠.

두치가 억울해했다⁠.

“⁠아니⁠, 나는 해 뜰 때부터 밥 먹을 때까지 했다니까⁠.⁠”

연오가 물었다⁠.

“⁠밥을 언제 먹는데⁠?⁠”

두치가 말했다⁠.

“⁠…배고플 때⁠.⁠”

연오가 두치네 밭에 가 봤다⁠.

신을 벗고 대 봤다⁠.

발목까지 서늘했다⁠.

“⁠…됐네⁠.⁠”

두치가 좋아했다⁠.

“⁠봐라⁠. 내가 했다고 했잖냐⁠.⁠”

두치가 밭에 들어가서 손을 뻗었다⁠.

나왔다⁠.

밭둑이 한 자쯤 파였다⁠.

두치가 제 손을 봤다⁠.

“⁠…어⁠?⁠”

두치가 한 번 더 했다⁠.

나왔다⁠.

세 번째로 했다⁠.

나왔다⁠.

네 번째로 하려는 것을 연오가 막았다⁠.

“⁠밭둑 무너진다⁠.⁠”

두치가 말했다⁠.

“⁠…연오야⁠.⁠”

“⁠왜⁠?⁠”

“⁠나 이거 나온다⁠.⁠”

연오가 말했다⁠.

“⁠…나온다⁠.⁠”

두치가 물었다⁠.

“⁠너는⁠?⁠”

연오가 아무 말도 안 했다⁠.

두치가 다시 물었다⁠.

“⁠너는 나오냐⁠?⁠”

연오가 말했다⁠.

“⁠…나는 안 나온다⁠.⁠”

두치가 웃었다⁠.

“⁠…뭐냐 그게⁠? 네가 알려 줬잖냐⁠.⁠”

연오가 말했다⁠.

“⁠그러니까⁠.⁠”

두치가 웃다가 연오 얼굴을 보고 그쳤다⁠.

“⁠…진짜 안 나오냐⁠?⁠”

“⁠안 나온다⁠.⁠”

두치가 밭에서 나왔다⁠.

나와서 제 손을 봤다⁠.

“⁠…그럼 이거 내가 잘한 거 아니네⁠.⁠”

연오가 말했다⁠.

“⁠잘한 거다⁠.⁠”

두치가 말했다⁠.

“⁠…네가 안 나오는데 내가 나오면 그게 뭐가 잘한 거냐⁠?⁠”

두치가 흙을 손으로 긁어서 파인 자리를 덮었다⁠.

호미로 안 하고 손으로 했다⁠.

서툴러서 흙이 반만 덮였다⁠.

두치가 이날 저녁에 연오네 마당에 왔다⁠.

“⁠연오야⁠.⁠”

“⁠왜⁠?⁠”

“⁠나 형한테 가서 말했다⁠.⁠”

연오가 물었다⁠.

“⁠…뭐라고 했는데⁠?⁠”

두치가 말했다⁠.

“⁠밭을 반씩 나눴는데 이제 내가 반 마지기를 더 만들 수 있으니까⁠, 형 것 안 뺏겠다고⁠.⁠”

연오가 물었다⁠.

“⁠…형이 뭐라시냐⁠?⁠”

두치가 말했다⁠.

“⁠너 언제 내 것 뺏으려고 했냐고 하더라⁠.⁠”

연오가 웃었다⁠.

두치가 말했다⁠.

“⁠…나는 열여덟부터 그 생각만 했는데⁠.⁠”

두치가 마당에 앉았다⁠.

“⁠형은 몰랐대⁠.⁠”

“⁠…⁠”

“⁠나 혼자 십 년 미워했다⁠.⁠”

연오가 물었다⁠.

“⁠…이제 안 미워하냐⁠?⁠”

두치가 말했다⁠.

“⁠밭이 생기면 안 미워할 것 같다⁠.⁠”

두치가 제 손을 봤다⁠. 손톱 밑에 흙이 껴 있었다⁠.

“⁠…연오야⁠.⁠”

“⁠왜⁠?⁠”

“⁠그러면 미워한 게 형 탓이 아니라 밭이 반이어서였냐⁠?⁠”

연오가 대답을 못 했다⁠.

도갑이 이때 앞으로 나왔다⁠.

“⁠내가 가르쳐 주지⁠.⁠”

첫째 집 어른이 물었다⁠.

“⁠…어르신이 아시오⁠?⁠”

도갑이 말했다⁠.

“⁠사십 년 했소⁠.⁠”

둘째 집 어른이 물었다⁠.

“⁠사십 년 하셨는데 왜 여기 계시오⁠?⁠”

도갑이 말했다⁠.

“⁠…콩 때문이오⁠.⁠”

마당이 또 웃었다⁠.

도갑이 이날부터 가르쳤다⁠.

가르치는 데 한 달이 걸렸다⁠.

무영검 삼 초식이다⁠. 제일 쉬운 것이라고 했다⁠.

한 달 뒤에 열일곱 집 가운데 아홉이 나왔다⁠.

여덟은 안 나왔다⁠.

도갑이 이 여덟을 봤다⁠.

“⁠…자세가 안 됐소⁠.⁠”

연오가 이 여덟의 밭을 대 봤다⁠.

여덟 가운데 다섯이 덜 서늘했다⁠.

연오가 말했다⁠.

“⁠어르신⁠, 자세가 아니라 땅입니다⁠.⁠”

도갑이 이 자리에 섰다⁠.

연오가 말했다⁠.

“⁠덜 밟은 밭에서는 덜 나옵니다⁠.⁠”

도갑이 물었다⁠.

“⁠…나머지 셋은⁠.⁠”

연오가 대 봤다⁠.

셋은 서늘했다⁠.

“⁠…땅은 됐습니다⁠.⁠”

도갑이 말했다⁠.

“⁠그럼 셋은 자세요⁠.⁠”

연오가 말했다⁠.

“⁠예⁠.⁠”

도갑이 웃었다⁠.

“⁠…그럼 내가 할 일이 셋이구먼⁠.⁠”

연오가 말했다⁠.

“⁠어르신⁠, 다섯은 제가 하겠습니다⁠.⁠”

도갑이 물었다⁠.

“⁠자네가 밟아 주려고⁠.⁠”

연오가 말했다⁠.

“⁠밟는 법을 다시 알려 드리겠습니다⁠.⁠”

도갑이 말했다⁠.

“⁠밟는 걸 뭘 알려 줘⁠. 발이 있으면 다 한다면서⁠.⁠”

연오가 말했다⁠.

“⁠어르신이 그러셨지요⁠.⁠”

“⁠…그랬지⁠.⁠”

연오가 말했다⁠.

“⁠그게 틀렸습니다⁠.⁠”

4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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