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5,156자)

지하 육 층

던전 철거 전문, 견적은 무료입니다 · 남시우

마정석 비축분이 바닥나기까지 하루 반이 남은 4월 6일 아침, 여의도 한빛 본사 앞 광장에 염가철거의 1톤 트럭이 섰다. 고 염 사장이 붓으로 쓴 일곱 글자가 유리 건물 로비 창에 거꾸로 비쳤다. 그 뒤에 은 씨가 몰고 온 대성철거의 1톤짜리 꼬마 굴착기가 트레일러에 실려 따라왔다. 순자는 오지 못했다. 본사 지하 주차장 입구의 높이 제한이 2.3미터였고, 순자는 버킷을 접어도 2.5미터였다.

“순자 씨는 지상에서 응원한대요.” 소미가 트럭 조수석 창문에 순자 사진을 붙이며 말했다.

“사진은 왜 붙여.”

“보라고요. 순자 씨가.”

트럭 옆에 강 주무관의 하얀 경차와 영등포구청 차가 나란히 섰다. 영등포구청 안전과의 남 주무관은 마흔 살 남자였고, 손에 서울시 긴급 안전점검 명령서를 들고 있었다. 「여의도동 한빛 본사 지하 구조물 · 게이트 연결 여부 점검」. 하루 전 강 주무관이 초안을 썼고, 서울시 안전실장이 정전 대책회의 도중에 도장을 찍었다.

“반장님, 이거 효력이 오늘 하루예요.” 강 주무관이 형광 조끼 지퍼를 올리며 말했다. “한빛 법무팀이 내일 아침이면 법원에 명령을 멈춰 달라고 집행정지를 걸 거예요. 오늘 못 보면 다시는 못 봐요.”

“그럼 오늘 봐요.”

마 씨가 짐칸에서 영감을 내렸다. 본길이 손을 내밀었다. 마 씨는 영감과 본길을 번갈아 보았다. 칠 년 동안 마 씨는 영감을 누구에게도 들게 한 적이 없었다.

“들어.”

본길은 영감을 두 팔로 받았다. 무게에 몸이 앞으로 쏠렸다가 버텼다. 본길의 얼굴이 빨개졌다. 무거워서가 아니었다.

“제가, 제가 영감님 들어요.”

“떨어뜨리면 너 용접한다.”

“네!”

*

로비에서 반석규가 일행을 맞았다. 이번에는 한빛 조끼를 입고 있었고, 출입 카드 여덟 장을 들고 있었다. 그는 카드를 한 장씩 나눠 주다가 마 씨 앞에서 잠깐 멈췄다.

“오뎅 국물 맛있었습니까?”

“응.”

반석규는 카드를 내밀었다. 웃음을 참는 건지 화를 참는 건지 모를 얼굴이었다.

지하 주차장은 층마다 공기가 달랐다. 지하 일 층은 배기가스와 방향제 냄새가 섞여 있었고, 지하 삼 층부터는 벽에 맺힌 물기가 차가워졌다. 지하 사 층 기둥에는 하얀 서리가 무릎 높이까지 올라와 있었다. 경비원들이 그 서리를 걸레로 닦고 있었다. 매일 닦는 듯 걸레질이 익숙했다.

하진은 지하 오 층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장갑을 벗었다. 손바닥을 바닥에 대지도 않았는데 손목까지 얼어붙는 듯했다. 왕십리에서 느꼈던 당김의 몇 배였다. 흐름이 사방에서 이 자리로 쏟아져 들어와 한 곳으로, 아래로 빨려 내려가고 있었다.

“여기서 더 내려가요.”

지하 오 층 주차장 끝, 경사로가 한 층 더 이어지는 자리에 노란 펜스가 둘러져 있었다. 펜스 너머 경사로 바닥에 두꺼운 철문 하나. 펜스 가운데 판에는 사냥터 번호가 없었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 · 한빛 비축 창고」.

펜스 앞에 도강혁이 서 있었다.

*

“남 주무관님, 강 주무관님. 오셨습니까.” 도강혁은 구청 직원들에게 먼저 인사했다. 그리고 하진에게 눈을 돌렸다. “하진 씨. 오 층까지는 마음껏 보셨죠. 육 층은 안 됩니다.”

“명령서에 지하 구조물이라고 돼 있어요. 층수 제한 없어요.” 남 주무관이 명령서를 펼쳐 들었다.

“한빛 구조물은 오 층까지입니다. 육 층은 한빛 것이 아니에요.”

“그럼 누구 건데요?” 하진이 물었다.

도강혁은 대답 대신 펜스 기둥에 손을 얹었다. 2월 성수동 세탁소 골목에서 처음 마주 섰을 때처럼, 노란 철망이 두 사람을 갈라놓고 있었다. 두 달 사이 펜스는 성수동 골목에서 여의도 지하로 내려와 있었다.

“하진 씨, 오늘 서울 아파트 열한 곳이 정전입니다. 내일은 서른 곳이 넘을 거예요. 하진 씨가 이 문을 여는 동안 서울은 추워집니다. 그래도 여시겠어요?”

“이사님이 사냥 멈춘 거잖아요.”

“제가 멈췄고, 하진 씨가 닫았죠. 둘이 같이 한 겁니다.” 도강혁이 펜스에서 손을 뗐다. “이 문 너머를 보시면, 하진 씨는 더 이상 철거반장이 아니게 됩니다. 아버님이 그러셨듯이요.”

“아빠는 철거반장으로 죽었어요.”

하진은 펜스를 붙잡았다. 노란 철망이 손바닥에 차가웠다. 그 뒤에서 소미가 은 씨의 꼬마 굴착기를 경사로 쪽으로 슬금슬금 몰고 왔다. 버킷 끝이 펜스 아래쪽 철망 바로 앞에서 멈췄다.

“이사님, 이 펜스 철거 견적 무료예요.” 소미가 운전석에서 말했다. “지금 바로 돼요.”

반석규가 펜스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그리고 멈췄다. 그는 꼬마 굴착기의 버킷을 내려다보았다. 1톤짜리였다. 순자보다 훨씬 가벼웠다. 들어 올리려면 들 수 있었다. 반석규는 오른팔 소매를 한 번 내려다보더니, 들지 않았다. 대신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도강혁 옆에 섰다.

도강혁이 반석규를 보았다. 처음으로 그의 얼굴에서 계산이 한 박자 늦게 돌아왔다.

“석규야.”

“이사님, 파스가 아직 안 떨어져서요.”

마 씨가 뒤에서 짧게 웃었다. 「응」이 아닌 소리를 마 씨가 내는 걸 본길은 그날 처음 들었다.

*

철문 안쪽에서 빗장 풀리는 소리가 났다.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철문이 안에서부터 천천히 열리고, 남색 점퍼를 입은 쉰 살쯤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점퍼 가슴에 금색 수가 놓여 있었다. 「국가 게이트청」. 게이트를 관리하는 나라 기관이었고, 지금까지 이 일에 한 번도 얼굴을 내민 적이 없는 곳이었다.

“게이트청 시설관리국 서문혁 과장입니다.” 남자가 명함 대신 신분증을 내밀었다. “도 이사님, 청장님 지시입니다. 보여 드리랍니다. 보여만.”

도강혁은 오래 서문혁을 보았다. 그리고 펜스 옆으로 비켜섰다. 비켜서는 동작이 느렸다.

철문 너머는 주차장이 아니었다. 천장이 지하 오 층부터 뚫려 있어 높이가 십 미터는 넘어 보였고, 바닥은 콘크리트가 아니라 맨 암반이었다. 공기가 영하 30도 아래로 떨어졌다. 숨을 들이쉬자 폐가 쩍 하고 얼어붙는 것 같았다. 본길이 영감을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강 주무관이 형광 조끼 위로 팔짱을 꼈다.

방 한가운데 바닥에, 게이트 하나가 누워 있었다.

세로로 선 금이 아니었다. 바닥에 둥글게 눕혀진, 지름 이십 미터쯤 되는 검은 웅덩이 같은 금이었다. 테두리가 숨을 쉬듯 부풀었다 가라앉았다. 그 둘레 사방의 암반 벽에서 검은 뿌리들이 수십 갈래로 뻗어 나와, 전부 웅덩이 테두리로 기어 들어가 있었다. 성수동 주차장에서 본 팔뚝 굵기의 뿌리, 왕십리에서 본 한 뼘 더 굵은 뿌리. 여기서는 굵기가 사람 몸통만 했다. 혹마다 푸른 빛이 맥박 쳤는데, 수십 개의 혹이 한꺼번에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사 초에 한 번. 방 전체가 그 박자로 숨을 쉬었다.

웅덩이 위로 거대한 쇠 설비가 걸쳐져 있었다. 굵은 관이 뿌리 혹마다 꽂혀 있었고, 관을 따라 푸른 액체가 천천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관 끝의 투명한 통 안에 손톱만 한 푸른 돌이 수천 개 맺혀 자라고 있었다.

“마정석.” 마 씨가 말했다.

사냥하지 않고 기르는 마정석이었다. 하진은 그 통들을 보다가 깨달았다. 서울 게이트가 열려 있어야 뿌리에 압력이 차고, 압력이 차야 이 심에서 돌이 맺혔다. 한빛이 털고 버린 던전 서른넷은 이 방에 물을 대는 수도꼭지였다. 하진이 하나를 닫을 때마다 수도꼭지가 둘로 늘어난 건, 이 방이 물을 계속 받으려고 땅을 새로 뚫은 결과였다.

하진은 장갑을 벗고 웅덩이 테두리에서 세 걸음 떨어진 암반에 무릎을 꿇었다. 손바닥을 펼쳤다. 손바닥 한가운데에서 서른 갈래가 넘는 흐름이 한꺼번에 느껴졌다. 그중 하나는 유난히 오래되고 굵었는데, 동쪽 성수동에서 왔다. 성수 3호였다.

“아빠는 여기까지 알았어요.” 하진은 손바닥을 거두지 않은 채 말했다. “「뿌리는 한곳으로 모인다. 심을 찾아라」. 이걸 찾으라고 쓴 거예요.”

뒤에서 도강혁이 말했다. 목소리가 철문 안의 냉기에 갈라졌다.

“그래서 한빛이 이 위에 건물을 지었습니다, 하진 씨. 2031년에요. 아버님이 찾기 전에 저희가 먼저 찾았으니까요.”

*

서문혁 과장이 방 안쪽 벽으로 걸어가 손전등을 비췄다. 쇠 설비의 기둥 하나에 철판이 볼트로 박혀 있었다. 「국가 게이트청 관리 시설 · 서울-01 · 운영 위탁 한빛」.

강 주무관이 그 글자를 소리 내어 읽었다. “서울, 영일.”

“영일이 있으면 영이도 있겠네요.” 하진이 말했다.

서문혁 과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전등을 철판 옆으로 옮겼다. 암반 벽에 커다란 유리 액자 하나가 걸려 있었다. 대한민국 지도였고, 서울에 빨간 점이 하나 찍혀 있었다. 그리고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 인천, 청주, 전주, 강릉. 빨간 점마다 부산-01, 대구-01, 대전-01 하는 식으로 작은 글씨의 번호가 붙어 있었다. 점은 모두 열둘이었고, 점마다 둘레에 뿌리를 그린 가는 선이 수십 갈래로 뻗어 있었다.

방이 조용해졌다. 혹들의 푸른 맥박만 사 초에 한 번씩 지도를 비췄다.

“사진은 안 됩니다.” 서문혁이 말했다. “보여 드리라고만 하셨어요. 청장님이 염하진 씨를 따로 뵙자고 하십니다. 다음 주 세종 청사로.”

“제가 왜요?”

“게이트를 다시는 안 열리게 닫을 줄 아는 사람이, 지금 이 나라에 염하진 씨 하나라서요.” 서문혁은 손전등을 껐다. “좋은 뜻인지 나쁜 뜻인지는 청장님이 말씀하실 겁니다.”

도강혁이 철문 쪽에서 코트 깃을 세웠다. 하진은 그를 돌아보았다. 둘 사이에 이번에는 펜스가 없었다. 몸통만 한 뿌리 하나가 둘 사이 암반 위를 가로질러 웅덩이로 기어 들어가고 있었다.

“하진 씨.” 도강혁이 말했다. “서울은 첫 번째일 뿐입니다.”

하진은 일어섰다. 무릎이 암반에 얼어붙어 있다가 떨어지며 작업복 천이 찢어졌다. 그녀는 마 씨를 보고, 소미를 보고, 영감을 끌어안은 본길을 보았다. 철문 밖에서 탁 여사가 단톡방에 무언가를 올렸는지 다섯 사람의 휴대폰이 한꺼번에 울렸다. 지하 육 층에서도 신호는 한 칸이 잡혔다.

「공지. 위에서 기다림. 순자 사진 바람에 날아감. 다들 손 시리면 핫팩 트럭에 있음. 견적 뽑을 데 생기면 말해. 몇 군데든.」

하진은 그 공지를 끝까지 읽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웅덩이 테두리를 향해 손바닥을 한 번 더 펼쳤다. 서른 갈래의 흐름 가운데 동쪽에서 온 굵은 하나가 손바닥을 끌어당겼다.

“마 씨, 고리 지름 얼마 나와요?”

마 씨가 웅덩이를 오래 보았다. 이십 미터짜리 금이었다.

“영감 혼자는 안 돼.”

“그럼 영감이 몇 대 있어야 돼요?”

마 씨는 대답하지 않고 지도 쪽을 보았다. 빨간 점 열둘이 어둠 속에서 혹의 맥박을 받아 푸르게 번졌다가 사라졌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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