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목수의 대답
문세(門稅)를 받는 사람 · 백해원
삼문에서 문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열둘이다.
문세청이 정한 숫자다. 문이 늘면 세금이 늘고, 세금이 늘면 셈이 늘어난다. 셈이 늘어나면 셈꾼을 더 뽑아야 하고, 셈꾼을 더 뽑으면 그 급료가 세금에서 나간다.
그래서 문을 만드는 사람도 정해져 있다. 열둘. 늘지도 줄지도 않는다.
서쪽 구역 담당은 진이라는 목수였다.
***
작업장은 톱밥 냄새가 났다.
마른 나무 냄새와 아교 냄새가 섞여 있었고, 그 위에 오래된 기름 냄새가 얹혀 있었다. 나는 그 냄새가 좋아서 문턱에서 잠깐 서 있었다.
“문세청에서 왔습니다.”
“값 안 밀렸는데.”
진은 대패질을 멈추지 않았다. 대팻밥이 길게 말려 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값 때문이 아닙니다.”
***
나는 종이에 문을 그렸다.
손잡이 없는 문. 경첩 없는 문. 벽과 같은 색. 세로로 선 나뭇결.
“이런 문을 만드신 적 있습니까?”
진이 대패를 놓고 그림을 봤다.
그리고 웃었다.
“이건 문이 아닌데.”
***
“문틀이 있습니다.”
“문틀이 있어도 안 열리면 벽이지.”
“열립니다.”
“열려요.”
“안쪽에서요.”
***
진의 웃음이 걷혔다.
걷히는 데 시간이 걸렸다. 웃음이 얼굴에서 지워지는 것을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
“어디 있소?”
“서17골목 끝입니다.”
***
우리는 같이 갔다.
낮이었다. 진은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에 자를 들고 나왔는데, 자를 들고 나온 것을 자기도 모르는 눈치였다.
***
골목 끝에 벽이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벽인데.”
“밤에는 문입니다.”
***
진은 나를 한참 봤다.
“견습이오?”
“백 일째입니다.”
“백 일 만에 그런 소리를 하면 오래 못 다니오.”
***
그는 돌아섰다.
세 걸음 갔다가 멈췄다. 멈추고 다시 벽으로 왔다.
손을 댔다.
***
“이거.”
“예.”
“이 벽, 나무요.”
***
나는 손을 댔다.
벽이었다. 회칠한 벽.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다.
“돌 아닙니까.”
“겉만 발랐지.”
진은 손톱으로 회를 긁었다.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하얗게. 발끝에.
***
밑에 나무결이 나왔다.
***
내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나는 그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손을 뒤로 돌렸다.
***
“이 나무.”
진이 얼굴을 가까이 댔다. 코가 거의 닿을 만큼.
냄새를 맡았다.
“삼문 나무가 아니오.”
“어디 것입니까?”
“모르오.”
***
“목수가 나무를 모르십니까?”
“삼십 년 만졌소.”
진은 손을 뗐다. 손을 옷에 문질렀다. 만지고 싶지 않은 것을 만진 사람의 동작이었다.
“삼십 년 동안 못 본 나무니까 모른다는 거지.”
***
나는 그 자리에 앉았다.
“선생님.”
“말하시오.”
“문이 도시 밖에서 들어올 수 있습니까?”
“문은 못 들어오지.”
“어찌하여요?”
“문은 벽에 붙어야 문이니까.”
진이 벽을 두드렸다. 둔한 소리가 났다. 돌 소리가 아니었다.
“이 벽은 이 도시 벽이오. 근데 문은 아니오.”
***
돌아오는 길에 진이 물었다.
“하리라고 했소?”
“예.”
“고향이 어디요?”
“강 아래 마을입니다.”
“거기 문이 몇 개요?”
***
나는 그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
“하나도 없습니다.”
***
진이 걸음을 멈췄다.
“하나도.”
“천막이라서요.”
***
나는 열다섯에 삼문으로 왔다.
처음 본 문은 성문이었다. 값이 아홉 냥이라고 적혀 있었다. 양쪽으로 여는 문이니까 아홉 냥.
나는 아홉 냥이 없었다. 가진 것이 두 냥 반이었다.
사흘을 성벽 밖에서 잤다. 첫날 밤에는 성벽에 등을 붙이고 잤고, 둘째 날 밤에는 비가 와서 처마를 찾아 이백 걸음을 걸었고, 셋째 날에는 아무 데서나 잤다.
나흘째에 문지기가 나를 들여보내 줬다. 값을 대신 냈다고 했다. 누가 냈느냐고 물었더니 대답하지 않았다.
***
“그래서 셈꾼이 되었소?”
진이 물었다.
“예.”
“왜?”
***
나는 그 대답을 준비해 둔 적이 있다.
면접에서 이 질문을 받았고, 그때 준비한 대답을 그대로 했다.
“값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요.”
***
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작업장 앞에서 헤어질 때 한마디만 했다.
“그 문 값을 매기면.”
“예.”
“열릴 거요.”
***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그의 뒷모습을 봤다.
작업장 문이 닫혔다. 안쪽으로 여는 문이었다. 한 냥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