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사만 이천 하나

문세(門稅)를 받는 사람 · 백해원

삼문의 문은 사만 이천 개다.

이 숫자를 나는 백 일 동안 세 번 외웠다. 첫 번째는 시험 때문에, 두 번째는 잊어서, 세 번째는 잊지 않으려고. 세 번째로 외울 때는 소리를 내서 외웠다. 사만 이천. 사만 이천. 자다가 깨서도 튀어나올 만큼.

문세청 견습 셈꾼의 일은 간단하다. 맡은 구역을 돌면서 문을 확인한다. 장부와 맞는지 본다. 맞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하루에 두 골목. 골목 하나에 문이 열몇 개. 나는 그것을 백 일 동안 했고, 백 일 동안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

값은 이렇게 매긴다.

안쪽으로 여는 문 한 냥 바깥쪽으로 여는 문 세 냥 양쪽으로 여는 문 아홉 냥

바깥으로 여는 문이 비싼 이유는, 나가는 사람이 돌아오지 않을 수 있어서라고 배웠다. 돌아오지 않는 사람에게는 세금을 걷을 수 없으니 미리 받는다는 뜻이다.

처음 그 설명을 들었을 때 나는 손을 들고 물었다.

“그럼 돌아오면 돌려줍니까.”

강사가 웃었다. 웃는데 눈이 웃지 않았다.

“돌려주는 항목은 없다.”

***

백 일째 되던 날, 서쪽 열일곱 번째 골목에서 셈이 어긋났다.

장부에는 문이 열넷이라고 적혀 있었다.

세었다.

열다섯이었다.

***

나는 세 번 셌다.

한 번은 골목 입구에서 안쪽으로, 한 번은 안쪽에서 입구로, 한 번은 손가락으로 문틀을 짚어 가면서.

세 번 다 열다섯이었다.

***

손끝이 차가워졌다.

셈이 틀리면 손이 먼저 안다. 나는 셈으로 여기까지 왔고, 셈 말고는 가진 것이 없다. 셈이 틀리면 나도 틀린 것이 된다.

***

늘어난 문은 골목 끝에 있었다.

나무문이었다. 손잡이가 없었다. 경첩도 보이지 않았다. 문틀은 벽과 같은 색이었는데, 가까이 가면 결이 달랐다. 벽은 회를 발라 매끈했고 문은 세로로 결이 서 있었다.

나는 문에 손을 댔다.

밀었다.

열리지 않았다.

당겼다.

손잡이가 없어서 당길 데가 없었다. 문틀 옆 틈에 손톱을 넣고 당겼다.

열리지 않았다.

***

이것이 문제였다.

값은 여는 방향으로 매긴다. 안쪽이면 한 냥, 바깥쪽이면 세 냥, 양쪽이면 아홉 냥.

열리지 않는 문에는 값이 없다.

값이 없으면 장부에 올릴 수 없다.

장부에 올릴 수 없으면 문이 아니다.

***

문이 아닌 것이 골목 끝에 서 있다.

***

나는 그 앞에 한참 서 있었다.

문틀 위쪽에 먼지가 앉아 있었다. 손가락으로 훑으니 먼지가 묻어 나왔다. 오래된 먼지였다.

어제 생긴 문은 아니라는 뜻이다.

***

그날 저녁 보고서에 나는 이렇게 적었다.

서17골목 · 문 열다섯 · 장부 열넷 초과분 1: 개폐 불가. 값 매길 수 없음.

적으면서 붓이 두 번 멈췄다. 견습이 장부와 다른 것을 적는 일은 흔치 않다. 흔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내가 아는 한 백 일 동안 한 번도 없었다.

***

다음 날 아침 무하 선배가 나를 불렀다.

문세청에서 서른 해를 일한 사람이다. 상급 셈꾼은 도시에 넷뿐인데 그중 하나다. 붓을 놓지 않고 말하는 버릇이 있다.

“하리.”

“예.”

“어제 보고 말인데.”

“예.”

“다시 세어 봐.”

***

목소리에 화가 없었다.

화가 없는 것이 오히려 무서웠다. 화를 내면 틀렸다는 뜻이고, 화를 내지 않으면 다른 뜻이 있다는 것이다.

***

나는 다시 갔다.

골목을 두 번 왕복했다.

세었다.

***

열넷이었다.

***

문이 없었다.

***

골목 끝에 벽이 있었다.

벽은 벽이었다. 손으로 짚어 봐도 벽이었다. 어제 손을 댄 자리를 짚었다. 회가 매끈했다. 결이 없었다.

나는 손바닥을 봤다. 먼지가 묻지 않았다.

***

돌아와서 보고했다.

“열넷이었습니다.”

“그렇지.”

무하 선배는 붓을 놓지 않았다.

“어제는 잘못 센 거고.”

“…예.”

“앞으로는 세 번 세고 적어.”

“세 번 셌습니다.”

***

선배가 처음으로 붓을 놓았다.

붓이 벼루에 닿는 소리가 났다. 방이 조용해서 그 소리가 컸다.

“하리야.”

“예.”

“세 번 세고 열다섯이었으면.”

선배가 나를 봤다.

“그건 네 셈이 틀린 게 아니라 장부가 틀린 거다.”

***

나는 그 말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몰랐다.

“그럼 장부를 고쳐야 합니까?”

“아니.”

선배는 붓을 다시 들었다.

“그럼 네가 틀렸다고 적어야지.”

***

“…왜입니까?”

“장부가 틀리면 도시가 흔들린다.”

선배는 붓끝을 벼루에 고르게 눕혔다.

“네가 틀리면 너 하나만 흔들리고.”

***

그날 밤 나는 서17골목에 다시 갔다.

밤에는 순회하지 않는 것이 규칙이다. 규칙을 어긴 것은 백 일 만에 처음이었다.

***

골목은 낮보다 좁아 보였다.

담이 높고 등이 없어서, 하늘만 길게 보였다. 발소리가 벽에 부딪혀 두 번 들렸다.

골목 끝에 문이 있었다.

***

이번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앉아서 문 아래를 봤다.

***

문틈으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안쪽에서.

***

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등불이면 흔들린다. 이 빛은 고여 있었다.

나는 그 빛을 한참 봤다. 보고 있으니 무섭기보다 억울했다.

여기 무언가 있는데, 장부에는 없다.

없는 것으로 되어 있으면, 그 안에 있는 것도 없는 것이 된다.

이 회차는 어땠나요?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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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차2026.06.05· 1

    첫 문단에서 이미 분위기가 잡히네요. 다음 화 기다립니다.

    • 백해원2026.06.06

      끊어서 죄송합니다. 다음 주에 이어집니다.

사만 이천 하나 · 문세(門稅)를 받는 사람 · 나오늘 AI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