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5,299자)

잔해 밑의 목소리

군견이 나보다 계급이 높다 · 진해솔

여진은 열을 세기 전에 멎었다. 잔해가 내려앉은 자리에서 먼지가 한참 피어올랐다. 먼지가 가라앉자 번개가 보였다.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엉덩이가 떨렸고, 붕대 감은 앞발 위로 시멘트 가루가 하얗게 덮였다.

“전원 철수!” 한기석이 소리쳤다. “여진 끝날 때까지 잔해에서 내려와!”

소방관들이 잔해에서 내려왔다. 다솜은 내려가지 않았다. 잔해 가장자리에 엎드려 번개에게 손을 뻗었다.

“문 이병, 내려와!” 피동팔이 아래에서 외쳤다. “엉덩이 떨리면 내린다고 했지!”

“번개가 안 일어납니다! 사람 냄새 신호입니다!”

“열 감지에 아무것도 없었다잖아!”

“번개는 열 감지기가 아닙니다!”

다솜은 잔해 위로 기어 올라갔다. 기울어진 판이 무릎 밑에서 삐걱거렸다. 피동팔이 욕을 한마디 뱉고 잔해에 발을 디뎠다. 방한 점퍼가 철근에 걸려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는 판에서 판으로 건너와 번개 옆에 섰다. 다솜과 피동팔 사이에 번개가 앉아 있었다.

“이 개 내가 들고 내려가. 비켜.”

“소령님.”

“비키라고. 물자 책임관 명령이야.”

피동팔이 번개의 엉덩이 밑으로 팔을 넣으려고 무릎을 꿇었다. 번개는 몸을 피하지 않았다. 이빨도 보이지 않았다. 피동팔의 얼굴을 한 번 보고, 다시 콘크리트 틈에 코를 박았다. 피동팔의 얼굴이 그 틈 바로 옆까지 내려갔다.

피동팔의 팔이 멈췄다.

“……조용히 해 봐.”

다솜은 숨을 멈췄다. 소방관들의 웅성거림이 아래에서 올라왔다. 피동팔이 손을 들어 아래쪽에 조용히 하라고 신호했다. 한기석이 그걸 보고 무전을 쳤다. “전원 정숙.” 현장이 조용해졌다. 발전기 소리만 멀리서 웅웅거렸다.

틈 아래에서 소리가 올라왔다. 아주 작은 소리였다. 무언가가 콘크리트를 긁는 소리. 사각, 사각. 그리고 멈췄다가, 다시 사각. 그러다 아주 가늘게, 낑, 하는 소리가 났다. 개였다.

피동팔이 고개를 들었다. 얼굴이 하얬다.

“여기!” 그가 아래를 향해 소리쳤다. “여기 뭐가 있어! 개 소리야!”

*

밤새 손으로 팠다. 틈 아래에 가스가 남아 있어서 절단기도 착암기도 쓸 수 없었다. 소방관들은 콘크리트 조각을 하나씩 손으로 들어내고, 철근은 불꽃이 안 튀는 손 절단기로 한 가닥씩 잘랐다. 들어낸 조각을 사람들이 줄을 서서 손에서 손으로 넘겼다. 그 줄 끝에 피동팔이 있었다. 방한 점퍼를 벗고, 찢어진 군복 소매를 걷고, 맨손으로 받아 넘겼다. 그의 손등이 콘크리트 모서리에 긁혀 피가 맺혔다. 그는 닦지 않았다.

다솜은 번개를 안고 잔해 아래 담요 위에 있었다. 번개는 다솜의 무릎에 턱을 얹고 잔해 쪽을 보고 있었다. 일어서려고 할 때마다 왼쪽 뒷다리가 버티지 못하고 미끄러졌다. 다솜은 진통제를 하나 더 먹이고 엉덩이를 문질렀다. 번개의 엉덩이는 더는 떨리지 않았다. 힘이 빠져 있었다.

떡집 아들은 잔해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세 시간째였다. 휴대전화 화면을 쥔 손이 덜덜 떨렸다.

새벽 한 시 십 분, 맨 앞에서 파던 소방관이 손을 들었다. 그가 헤드랜턴을 틈 안으로 비췄다.

“할머니! 들리세요?”

침묵이 길었다. 다솜은 번개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틈 아래에서 목소리가 올라왔다. 갈라지고 쉰,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우리 누룽지 먼저 꺼내 주소.”

떡집 아들이 그 자리에 엎드려 울었다.

박순례 할머니는 떡집 안쪽 방, 쓰러진 떡판과 냉장고가 만든 세모난 틈에 누워 있었다. 다리가 깔렸고 몸이 얼음처럼 식어 있었다. 열네 살 누룽지가 그 품 안에 웅크리고 있었다. 할머니가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누룽지를 쓰다듬었고, 누룽지는 그 손을 핥으며 이따금 콘크리트를 긁었다. 둘 다 몸이 식어서 위에서 쏜 열 감지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다. 지진이 나고 스물여섯 시간 만이었다.

들것이 잔해를 내려올 때 할머니의 손이 담요 밖으로 나와 허공을 더듬었다. 누룽지를 안은 소방관이 그 손에 누룽지의 머리를 대 주었다. 할머니는 그제야 손을 내렸다.

들것이 다솜 옆을 지나갈 때, 번개가 고개를 들었다. 누룽지가 소방관 품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두 늙은 개가 서로의 코를 맡았다. 번개의 꼬리가 담요 위를 한 번 쓸었다.

*

아침 뉴스에 번개가 나왔다. 기자 하나가 체육관 앞에서 다솜에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다솜은 군 공보 절차를 몰라서 아무 말도 못 했다. 기자는 마이크를 번개에게 돌렸다.

“번개 상사님, 소감 한마디 해 주시죠.”

번개는 마이크를 보고 아주 길게 하품을 했다. 송곳니가 누렇게 드러났다. 카메라 기자가 웃음을 참느라 화면이 흔들렸다.

그때 피동팔이 화면 안으로 들어왔다. 찢어진 군복 소매를 걷은 채였다. 기자가 그에게 마이크를 돌렸다.

“어떤 역할을 맡으셨습니까?”

피동팔은 잠깐 말이 막혔다. “……물자 책임관입니다.”

그날 저녁 뉴스 자막에 「물자 책임관 피동팔 소령」이 떴다. 번개의 자막은 「명예 상사 번개(10)」였다. 번개 쪽 자막이 글씨가 더 컸다.

그날 오후 한기석이 체육관으로 다솜을 찾아왔다. 헬멧을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우리 특수구조대 훈련센터에 구조견이 여섯이오. 다 어려. 냄새 찾는 건 하는데, 앉을 데랑 물러날 데를 몰라.” 그는 담요 위의 번개를 내려다보았다. “상사님 은퇴하면 우리 센터로 보내쇼. 바닥 난방 되는 견사 있소. 일은 안 시켜요. 어린놈들 옆에 누워만 있으면 돼. 그리고 우리 대원 하나가 집에 데려가 살겠다고 벌써 줄을 섰소. 아침에 경례한 그놈이오.”

다솜은 대답을 하려다 목이 막혔다. 고개만 숙였다.

해령에서 가람으로 돌아오는 트럭 안에서 피동팔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는 전화를 받고 짧게 「예」를 세 번 했다. 끊고 나서 한참 창밖을 보다가 말했다.

“소장님이셔. 번개는 인계 대상에서 뺀대. 훈련소 전화가 아침부터 이백 통이 넘게 왔대. 다 번개 데려가겠다는 전화.”

다솜은 번개를 보았다. 번개는 담요 위에서 자고 있었다. 붕대 감은 앞발이 다솜의 군화 위에 얹혀 있었다.

*

11월 6일 밤 열 시, 트럭이 가람 군견훈련소 정문을 지났다. 정문에서 견사동까지 가는 길가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병사들, 교관들, 앞치마를 두른 조리병 셋. 일과가 끝난 지 한참 지난 시각이었다. 트럭 전조등이 그 얼굴들을 하나씩 비추고 지나갔다.

트럭이 견사동 앞에 서자 맨 앞에 서 있던 백무영이 헛기침을 했다. 오늘은 군복이었다. 곰은 없었다. 손에 접은 종이 한 장을 들고 있었다. 환영사였다.

도민철이 짐칸으로 올라와 번개를 안아 들었다. 서른두 킬로그램을 혼자 들고 내려와 견사동 앞 담요 위에 눕혔다. 백무영이 종이를 펼쳤다.

“번개 상사. 그대는 해령 지진 현장에서……”

번개는 둘째 줄에서 잠들었다. 담요 위에 옆으로 누워 네 다리를 쭉 뻗고, 코를 골았다. 생일잔치 축사 때는 하품이었는데 이번에는 코골이였다. 조리병 셋이 입을 틀어막았다. 백무영은 종이를 내려다보고, 코를 고는 번개를 내려다보고, 종이를 도로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잘 왔다. 이상.”

박수가 터졌다. 번개는 깨지 않았다.

조리병 하나가 은박지 뭉치를 들고 다가왔다. 닭가슴살이었다. 다른 조리병이 다솜에게 비닐랩에 싼 것을 건넸다. 다솜이 받아 펼쳤다. 동그랑땡 두 개였다. 오늘 저녁에 부친 것이라 아직 따뜻했다.

“두 개입니다. 이번엔 아무도 안 뺏어 갑니다.”

백무영이 다솜 앞에 섰다.

“문 이병. 10월 휴가 보류, 오늘부로 풀었어. 포상으로 이틀 얹어서 9일부터 엿새.”

다솜은 동그랑땡을 쥔 채 잠깐 생각했다. 엄마가 미역국을 끓여 놓겠다던 휴가였다.

“소장님. 20일 지나고 가도 되겠습니까?”

백무영은 왜냐고 묻지 않았다. 견사동 복도 건너편, 은퇴 예정견 넷의 칸 쪽을 한 번 보았을 뿐이었다.

*

11월 7일, 가람 군견훈련소 수의실. 염다인이 새 엑스레이를 모니터에 띄웠다. 왼쪽 고관절의 넓적다리뼈 머리가 소켓 밖으로 거의 다 빠져 있었다.

“잔해 위에서 버틴 값이에요.” 염다인의 말이 빨라졌다. “이제 진통제로는 안 돼요. 고관절을 인공 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해야 걸어요. 군 수의실에서는 못 하고, 대학 동물병원 가야 해요. 천만 원 넘어요.”

다솜은 주머니에서 흰 봉투를 꺼냈다. 강태민이 준 봉투였다. 「상사님 첫 달」. 팔십칠만 원.

“천만 원이요.”

“천만 원.”

번개는 진료대 위에서 다솜의 손목을 핥았다.

다솜이 번개를 안고 견사동으로 돌아왔을 때 복도 맨 끝 남향 칸 앞에 피동팔이 서 있었다. 손에 계산기가 없었다. 손등에 콘크리트에 긁힌 딱지가 앉아 있었다.

“번개는 빠졌어. 축하해, 문 이병.”

“감사합니다.”

“근데 협약은 다섯 마리였어.” 피동팔이 복도 건너편 칸들을 보았다. 은퇴 예정견 넷의 칸이었다. 셰퍼드 천둥과 바위, 래브라도 하늘, 말리노이즈 솔. 넷 다 아홉 살에서 열한 살 사이였다. 천둥은 철창에 앞발을 걸고 다솜을 보며 꼬리를 쳤다. “번개 몫 삼백은 세진에서 깎았고, 나머지 넷은 그대로 가. 11월 20일. 지붕 공사가 그 돈으로 잡혀 있어.”

“소령님은 해령에서 그 틈에 귀를 대셨습니다.”

“댔지.” 피동팔이 다솜을 보았다. “그래서 번개는 빠졌잖아. 하나는 내가 졌어. 넷까지 질 수는 없어. 지붕 밑에 서른 마리가 있어.”

“넷도 코가 있습니다. 천둥은 2021년에 지하철역에서 의심 가방을 찾았고, 하늘은 공항에서 칠 년을 일했습니다.”

“알아.” 피동팔이 돌아섰다. “그래서 내가 이 일이 싫은 거야.”

*

11월 20일 아침 여덟 시, 다솜은 번개를 데리고 견사동 앞 잔디밭에 나와 있었다. 번개는 이제 오래 걷지 못했다. 다솜이 만든 천 멜빵을 엉덩이에 두르고 들어 올려 줘야 몇 걸음을 걸었다. 다솜의 허리에 파스가 세 장 붙어 있었다.

정문 쪽에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하얀 탑차 한 대가 정문 차단기 앞에 섰다. 짐칸 옆면에 파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세진라이프랩」. 차단기가 올라갔다. 탑차가 훈련소 안으로 들어와 견사동 쪽으로 천천히 굴러왔다. 조수석 창 너머로 오보미의 얼굴이 보였다. 손에 간식 봉지를 들고 있었다.

견사동 안에서 천둥이 짖기 시작했다. 바위가 따라 짖었다. 하늘과 솔도 짖었다. 마흔 칸이 한꺼번에 짖었다.

번개가 멜빵에 엉덩이를 맡긴 채 앞다리로 일어섰다. 귀를 세우고 탑차 쪽으로 코를 들었다. 맵고 시큼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왔다. 번개의 윗입술이 천천히 말려 올라갔다.

다솜은 멜빵을 고쳐 쥐었다. 주머니 안에서 도민철이 준 첫 공과 번개의 두 번째 공이 맞부딪쳤다. 행정동 쪽에서 도민철이 뛰어오고 있었다. 강아지 견사 쪽에서 공두호가 봄비를 안고 뛰어오고 있었다.

탑차가 견사동 앞에 멈췄다. 운전석 문이 열렸다.

“상사님.” 다솜이 번개에게 말했다. “이번엔 저 넷 차례예요.”

번개가 다솜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왼쪽 뒷다리를 끌며, 다솜보다 먼저 한 걸음을 내디뎠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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