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5,627자)

상사님 사료가 먼저다

군견이 나보다 계급이 높다 · 진해솔

부대 트럭 짐칸에서 뛰어내린 문다솜이 제일 먼저 맡은 것은 개 냄새였다. 젖은 털과 소독약과 햇볕에 데워진 콘크리트가 한데 섞인 냄새로, 동물병원 입원실 문을 열 때마다 훅 끼치던 바로 그 냄새였다. 2026년 9월 7일, 충남 가람군은 아직 여름이 덜 빠져서 트럭에서 내리자마자 군화 밑창이 아스팔트에 쩍 달라붙었다.

정문 위에 「육군 가람 군견훈련소」 간판이 걸려 있었다. 군견을 길러 훈련시키고 전국 부대로 내보내는 곳이었다. 간판 아래 잔디밭에서 셰퍼드 세 마리가 사람 하나를 끌고 지나갔다. 끌려가는 쪽이 병장이었다.

“문다솜 이병?”

햇볕에 그을린 사내 하나가 다솜의 가슴팍 이름표를 내려다보았다. 상사 계급장을 달았고, 오른 팔뚝에 하얗게 아문 이빨 자국이 줄지어 있었다.

“이병 문다솜입니다.”

“여기 문다슴이라고 적혀 있는데.”

다솜은 고개를 숙여 자기 가슴을 보았다. 신병교육대에서 받은 이름표가 「문다슴」으로 박혀 와서 바꿔 달라고 세 번 말했고, 세 번 다 「다음 주에」라는 대답을 들었다.

“다솜입니다. 이름표가 잘못 나왔습니다.”

“다슴이든 다솜이든.” 사내가 돌아섰다. “훈련교관 도민철이다. 따라와. 네 상관 뵈러 간다.”

“상관 말씀이십니까?”

“그래. 너보다 계급 높은 분.”

*

견사동은 긴 콘크리트 건물 두 줄이 마주 보고 선 모양이었고, 칸마다 철창문이 달려 있었다. 다솜이 복도에 들어서자 마흔 칸에서 한꺼번에 짖는 소리가 터졌다. 셰퍼드, 말리노이즈, 래브라도. 철창에 앞발을 걸고 서는 놈,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놈, 꼬리로 벽을 두드리는 놈. 다솜은 왼팔을 몸 쪽으로 붙였다. 팔꿈치 안쪽의 흉터가 소매 속에서 당겼다.

도민철은 짖는 소리 사이를 걸어 복도 맨 끝까지 갔다. 볕이 제일 잘 드는 남향 칸이었다. 다른 칸은 철창에 번호판만 붙어 있었는데 그 칸에만 손바닥만 한 황동 명패가 박혀 있었다.

「상사 번개」

칸 안 바닥에는 두툼한 회색 매트리스가 깔려 있었다. 다솜은 그게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병원에서 관절 수술한 대형견에게 깔아 주던 정형외과용 매트리스였고, 한 장에 사십만 원이 넘었다. 그 위에 갈색 개 한 마리가 엎드려 있었다. 벨기에에서 양 치던 개를 군견으로 들여온 말리노이즈였다. 주둥이 끝이 하얗게 셌고, 귀 하나가 반쯤 접혀 있었다.

마흔 칸이 다 짖는 동안 그 개만 짖지 않았다. 고개만 들어 다솜을 한 번 보고는 도로 앞발 위에 턱을 얹었다.

“인사해라. 번개 상사님이다.”

다솜은 도민철을 보았다. 농담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개한테 말씀이십니까?”

“개라니. 상사님이다.” 도민철이 철창 고리를 풀었다. “여기선 공 세운 군견한테 명예 계급을 붙인다. 번개는 폭발물을 두 번 찾았고, 그래서 상사까지 올랐어. 너는 이병이고.”

“그럼 제가 경례를 합니까?”

“경례는 안 해. 대신 호칭은 지켜. 번개 상사님. 그리고 밥은 상사님 먼저, 물도 상사님 먼저, 그늘도 상사님 먼저.”

“교관님도 상사시지 않습니까?”

“그래. 동급이지.” 도민철의 얼굴이 처음으로 구겨졌다. “근데 진급은 저분이 석 달 빠르다. 그러니까 나도 저분한테는 함부로 못 해.”

번개가 하품을 했다. 이빨이 누렇게 닳아 있었다.

*

점심은 취사장에서 먹었다. 콩나물국에 깍두기, 동그랑땡 두 개. 다솜이 자리에 앉자마자 맞은편 병장이 젓가락을 뻗어 동그랑땡 하나를 가져갔다.

“전입 신고 값이다.”

다솜이 남은 동그랑땡 하나를 입에 넣기도 전에 도민철이 식판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밥 먹고 바로 상사님 점심 준비해.”

번개의 점심은 수의실 옆 사료 창고에서 나왔다. 네덜란드산 관절 처방 사료를 저울에 달아 삼백이십 그램, 거기에 연어 기름 한 숟갈, 삶아서 결대로 찢은 닭가슴살 한 줌. 밥그릇은 바닥이 묵직한 스테인리스였고 옆면에 「번개」라고 새겨져 있었다. 다솜의 수통은 옆구리가 찌그러져 있었다.

“교관님. 상사님 닭가슴살, 이거 조리병이 삶은 겁니까?”

“어. 아침마다 따로.”

“저는 아침에 닭가슴살 못 봤습니다.”

“너는 상사가 아니잖아.”

다솜은 밥그릇을 들고 번개의 칸에 들어갔다. 바닥에 그릇을 놓고, 병원에서 하던 대로 손바닥을 펴 보이며 말했다.

“앉아.”

번개가 다솜을 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벽을 보았다.

“앉아. 번개야, 앉아.”

번개는 벽을 보았다.

“앉으세요. 상사님, 앉으십시오.”

번개가 아주 길게 하품했다. 철창 밖에서 도민철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번개는 네덜란드에서 왔다. 한국말 몰라.”

“열 살인데 한국말을 모릅니까? 여기서 팔 년을 살았는데요?”

“너도 한국에서 스물한 해 살았는데 네덜란드 말 모르잖아.” 도민철이 턱으로 개를 가리켰다. “짓.”

번개가 엉덩이를 내렸다. 즉시.

다솜은 번개가 앉는 모습을 보다가 숨을 멈췄다. 번개는 왼쪽 뒷다리를 몸 밑에 접지 않고 바깥으로 비스듬히 빼서 앉았다. 앉는 데 반 박자가 늦었고, 앉고 나서 엉덩이가 한쪽으로 살짝 기울었다. 다솜은 무릎을 꿇고 앉아 번개의 뒷발을 내려다보았다. 뒷발 발톱 두 개의 윗면이 닳아서 하얗게 깎여 있었다. 걸을 때 발을 다 들어 올리지 못하고 바닥에 끄는 개에게서만 나오는 자국이었다.

“교관님. 상사님 고관절이 안 좋습니다. 왼쪽이 더 나쁩니다.”

도민철의 팔짱이 풀렸다.

“어떻게 알았어?”

“앉는 자세가 그렇고, 발톱이 닳았습니다. 병원에서 셰퍼드들이 이렇게 많이 왔습니다.” 다솜은 손을 뻗어 번개의 엉덩이 쪽 등줄기를 손끝으로 눌렀다. 번개의 살갗이 한 번 떨렸고, 번개가 고개를 돌려 다솜의 손목에 코를 댔다. 물지는 않았다. 축축하고 따뜻한 코였다. “여기 누르면 아파합니다. 척추 끝도 굳었을 거고요.”

“알아.” 도민철이 철창에 손을 얹었다. “그래서 1월에 은퇴야. 넉 달 남았다.”

번개는 그때부터 밥을 먹기 시작했다. 닭가슴살부터 골라 먹었다.

*

오후 세 시, 견사동 철문이 열리고 소령 계급장을 단 사내가 들어왔다. 마흔 중반쯤이었고, 한 손에 둘둘 감긴 줄자, 다른 손에 손바닥만 한 계산기를 쥐고 있었다. 도민철이 경례했다.

“충성!”

“어, 도 상사. 볼 거 좀 있어서.”

훈련소의 물자와 예산과 시설을 맡는 군수과의 과장, 피동팔 소령이었다. 그는 복도 칸을 하나씩 지나며 철창 번호를 보았다. 그러다 번개의 칸 앞에서 멈췄다.

“여기가 은퇴 예정 1번이지?”

“예.”

피동팔이 철창 안으로 줄자를 쭉 뽑았다. 줄자 끝이 바닥 매트리스에 닿았다가 벽에 닿았다. 그는 입속으로 숫자를 중얼거리고 계산기를 두드렸다.

“사 점 이 제곱미터. 1월에 비면 어린 놈 둘은 넣겠네.” 그러다 그는 바닥의 밥그릇을 보았다. 그릇 바닥에 연어 기름이 번들거렸다. “이거 아직 수입 사료 먹여?”

“예, 처방식입니다.”

“한 포대에 얼마인지 알아요, 도 상사? 이십팔만 원이야. 은퇴 넉 달 남은 개한테 이십팔만 원짜리.” 피동팔이 계산기를 다시 두드렸다. “내일부터 은퇴 예정 다섯 마리 전부 국산 일반 사료로 바꿔. 이 매트리스도 걷어서 훈련견 쪽으로 돌리고.”

다솜은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나섰다.

“군수과장님. 그건 처방 사료입니다. 관절 보조 성분이 들어 있어서, 끊으면 두 주 안에 걷는 게 달라집니다.”

피동팔이 그제야 다솜을 보았다. 이름표에 눈이 갔다.

“문다슴?”

“다솜입니다.”

“이병이 사료 처방을 해?”

“동물병원에서 1년 반 간호사로 일했습니다.”

“여기는 동물병원이 아니고 국가 예산이야.” 피동팔이 웃었다. 숫자를 말할 때와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개한테 쓰는 돈은 일하는 개한테 써야지. 은퇴하는 개는 물자 반납이고.”

“반납하면 어디로 갑니까?”

“그건 군수과장이 정해.”

“그럼 상사님 사료를 소령님이 줄이시는 겁니까?”

견사동이 조용해졌다. 마흔 칸의 개들까지 조용해진 것 같았다. 도민철이 눈을 감았다.

“상사든 원수든.” 피동팔이 줄자를 감으며 말했다. “개는 개야.”

그때 번개가 일어났다. 왼쪽 뒷다리를 조금 끌며, 아주 천천히 철창 쪽으로 걸어왔다. 피동팔의 발치에 줄자가 떨어져 있었다. 감다가 놓친 끝자락이 철창 안으로 한 뼘쯤 들어와 있었다.

번개는 줄자 끝자락 냄새를 오래 맡았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오른쪽 뒷다리를 들었다.

“어, 어어!”

피동팔이 줄자를 낚아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노란 줄자 끝 삼십 센티미터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번개는 다리를 내리고 매트리스로 돌아가 엎드렸다. 등을 피동팔 쪽으로 두고.

다솜은 입술을 깨물었다. 웃음이 비어져 나오려는 걸 이로 눌렀다. 피동팔은 젖은 줄자를 손끝으로 든 채 다솜을 보았다.

“담당 이병이 교육을 똑바로 안 시켰네.”

“전입 첫날입니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시키면 되겠네.” 피동팔이 줄자를 다솜의 손에 쥐여 주었다. “이거 닦아서 군수과로 가져와. 그리고 오늘 저녁 점호 전까지 견사동 마흔 칸 전부 청소. 도 상사, 확인해.”

“……예.”

*

마흔 칸을 다 치우니 밤 아홉 시 반이었다. 다솜은 호스로 마지막 칸 바닥을 밀고 손목에 붙은 개털을 떼어 냈다. 팔이 저렸다. 군화 안 양말이 물에 젖어 철벅였다.

번개의 칸은 맨 마지막에 했다. 다솜이 들어가자 번개는 매트리스에서 일어나 칸 구석으로 비켜 앉았다. 짓, 이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앉았다. 왼쪽 다리를 또 바깥으로 뺐다.

다솜은 바닥을 닦다 말고 번개 옆에 쭈그려 앉았다. 병원에 있을 때 실험이 끝난 비글들을 맡은 적이 있었다. 동물 실험을 대신 해 주는 업체에서 시험이 끝나 「분양」으로 나온 개들이었다. 귓속에 번호 문신이 있었고, 잔디를 처음 밟는 날 다리를 떨며 한 발짝도 못 걸었다. 그중 한 마리는 다솜의 무릎에 머리를 얹고 잠들었다가, 다음 주에 입양처가 안 나서 다른 보호소로 옮겨졌다. 다솜은 그 개 이름을 아직 외고 있었다.

번개가 고개를 돌려 다솜의 왼팔에 코를 댔다. 소매 속 흉터 자리였다. 냄새를 오래 맡더니 그 위에 턱을 얹었다. 무거웠다. 다솜은 팔을 빼지 않았다. 손이 굳지 않았다. 처음이었다.

“상사님. 넉 달이래요.”

번개는 눈을 감았다.

*

젖은 줄자를 군수과에 가져다 놓고 나오는 길이었다. 행정동 뒤 주차장 가로등 아래 검은 승용차 한 대가 시동을 켠 채 서 있었고, 그 옆에서 피동팔이 전화를 하고 있었다. 다솜은 걸음을 멈췄다. 건물 모퉁이 그늘이 다솜을 가려 주었다.

“예, 오 이사님. 다섯 마리요. 1월 말에 한 번에 넘기죠.” 피동팔의 목소리는 낮에 숫자를 말할 때처럼 부드러웠다. “군견은 강아지 때부터 혈액 검사 기록이 다 있으니까 그쪽에서 값을 더 쳐 주신다면서요. 예, 예. 연구 협력금은 복지 기금 쪽으로 받고요. 서류는 기관 기증으로 올립니다.”

통화 너머의 목소리가 무어라 웃었다. 피동팔도 따라 웃었다.

“예. 세진라이프랩 쪽에서 차만 보내 주시면 됩니다.”

다솜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세진라이프랩. 그 이름을 알았다. 귓속에 번호 문신을 한 비글들이 나온 곳이었다.

피동팔이 전화를 끊고 몸을 돌렸다. 가로등 불빛 아래서 그의 눈이 모퉁이 그늘을 똑바로 찾아왔다.

“문다슴.”

“……다솜입니다.”

“들었나?”

다솜은 대답하지 않았다. 피동팔은 차 문을 열며 웃었다.

“이병은 걸레 들고 있을 때가 제일 이병 같아. 내일 아침에 사료 바꾸는 거 잊지 말고.”

차가 떠났다. 견사동 쪽에서 개 한 마리가 짧게 한 번 짖었다. 마흔 칸 중에서 낮 내내 한 번도 짖지 않던 쪽, 복도 맨 끝 남향 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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