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5,135자) · 강윤재 · 6월 16~17일

그냥 들립니다

심도 (3차대전 3부작 제2부) · 네오

6월 16일 0412에 지완이 말없이 손을 들었다⁠. 발령소에서는 급할수록 소리를 내지 않는다⁠. 지완은 종이에 적어 넘겼다⁠. 능동 소나(⁠소리를 쏴서 되돌아오는 것을 듣는 방식⁠, 쏘는 순간 내 위치도 알려 준다⁠)⁠, 방위 340⁠, 원거리⁠.

저쪽이 소리를 쏘고 있었다⁠. 쏜 소리가 우리 선체에 맞고 되돌아가면 저쪽은 우리가 어디 있는지 안다⁠. 멀면 안 맞고 가까워지면 맞는다⁠. 윤재가 종이 아래에 거리를 물었고⁠, 지완이 그 아래에 적었다⁠. 2만 이상⁠, 아직 안 닿습니다⁠.

0420에 두 번째가 들어왔다⁠. 같은 방위에 다른 배였고⁠, 둘의 간격은 4천쯤이었다⁠. 함장이 해도를 봤다⁠.

“⁠훑고 있어⁠. 두 척이 나란히 오면서 번갈아 쏘면 그 사이는 못 빠져나가⁠.⁠”

속력은 14노트였다⁠. 40분 뒤면 저 소리가 우리 선체에 닿았다⁠.

0424에 함장이 결심했다⁠.

“⁠침묵 항주⁠. 3노트⁠, 심도 200⁠. 불필요 장비 전부 정지⁠, 취사 중지⁠, 화장실 사용 금지⁠.⁠”

침묵 항주는 배 안의 모든 소리를 끈다⁠. 냉장고를 끄고 환풍기를 끄고⁠, 사람도 필요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환풍이 멎으면 배 안 공기가 층으로 나뉘어 위쪽이 덥고 아래쪽이 찼다⁠. 사람이 많은 칸부터 공기가 무거워졌다⁠. 화장실을 못 쓰는 까닭은 물을 밖으로 밀어내는 소리 때문이었는데⁠, 그 소리가 배에서 나는 소리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사람 냄새가 났다⁠.

이산화탄소는 냄새가 없다⁠. 그래서 나빠지는 것을 사람이 못 느꼈다⁠.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면 이미 꽤 올라간 뒤였다⁠. 30분이면 견디고⁠, 2시간이면 공기가 무거워지고⁠, 네 시간이면 사람이 어지러워졌다⁠. 윤재는 발령소 벽의 계기를 보지 않았다⁠. 부장이 보면 다들 따라 봤다⁠.

0450에 배가 조용해졌다⁠. 윤재는 그때 처음으로 자기 심장 소리를 들었다⁠. 배가 조용해지면 사람 몸에서 나는 소리가 커졌다⁠. 발령소에 남은 소리는 사람 숨소리와 선체가 수압에 눌려 아주 가끔 내는 소리⁠, 그리고 지완의 헤드폰에서 새어 나오는 아주 작은 잡음뿐이었다⁠. 부장이 할 일이 없는 순간이 있었고⁠, 그런 순간이 제일 길었다⁠.

0458에 첫 번째 소리가 선체에 닿았다⁠. 쇠를 손톱으로 튕기는 것 같은⁠, 짧고 높은 소리였다⁠. 발령소에서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두 번째가 닿았다⁠.

“⁠맞았습니까⁠?⁠”

누군가 아주 작게 물었다⁠. 지완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닙니다⁠. 맞으면 저쪽이 속력을 올립니다⁠. 지금 안 올립니다⁠.⁠”

0511에 세 번째가 왔고⁠, 이번에는 소리가 더 컸다⁠. 1만 2천이었다⁠. 함장이 해도 위에서 손가락을 움직였다⁠.

“⁠저 둘 간격 지금 얼마야⁠?⁠”

“⁠5천으로 벌어졌습니다⁠. 한 척이 늦어졌습니다⁠.⁠”

“⁠왜 늦어졌겠나⁠?⁠”

윤재가 대답했다⁠.

“⁠뭔가 잡았거나⁠, 예인 소나를 내리고 있습니다⁠. 내리는 동안은 속력을 못 냅니다⁠. 그러면 저쪽은 우리가 여기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

늦어진 배의 함미에서 굵은 케이블이 풀려 나가고 있었다⁠. 052D의 예인 소나는 배 소음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을수록 잘 들었고⁠, 다 내리는 데 3분이 걸렸다⁠. 그 3분 동안 배는 느려졌다⁠.

리 첸은 소나실 문턱에 서 있었다⁠. 좁은 방에 모니터 불빛이 파랗게 번졌고⁠, 음탐장이 헤드폰을 한쪽 귀에만 걸친 채 화면을 넘겼다⁠.

“⁠함장님⁠, 간격이 벌어집니다⁠. 교범대로 4천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대로면 둘 사이에 구멍이 납니다⁠. 속력을 올려서 넓게 쓸어야 합니다⁠.⁠”

저우 소령도 거들었다⁠.

“⁠전대 명령은 구역 전체를 2시간 안에 쓸라는 겁니다⁠.⁠”

“⁠멈춰⁠.⁠”

리 첸이 말했다⁠. 음탐장이 돌아봤다⁠.

“⁠함장님⁠?⁠”

“⁠기관 정지⁠. 우리 소리를 끄고 들어⁠. 쏘지 말고 들어⁠.⁠”

배가 물 위에서 천천히 섰다⁠. 발밑의 진동이 가라앉자 소나실 에어컨 소리가 갑자기 크게 들렸고⁠, 리 첸은 그것도 끄라고 했다⁠. 음탐장은 헤드폰을 두 귀에 다 썼다⁠. 파란 화면 위로 바다 잡음이 흘렀다⁠. 저우 소령은 손목시계를 봤다⁠. 교범에 없는 정지였다⁠.

1분이 지났고 2분이 지났다⁠. 배는 파도에 조금씩 옆으로 밀렸다⁠. 함교에서 당직 장교가 전화를 걸어와 동료 함이 앞서 나간다고 알렸고⁠, 리 첸은 그대로 두라고 했다⁠. 7분째에 음탐장이 헤드폰을 벗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없는 게 아니야⁠. 조금 전까지 우리가 너무 시끄러웠던 거지⁠.⁠”

“⁠그럼 어디 있습니까⁠?⁠”

리 첸은 해도대로 가서 두 척이 지나온 자리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짚은 자리에서 한참 손을 떼지 않다가⁠, 이윽고 기관을 다시 걸라고 했다⁠. 음탐장은 함장이 짚은 자리가 앞이 아니라 뒤였다는 것을 그날 밤 일지를 옮겨 적으면서야 알았다⁠.

*

0518에 함장이 해도에서 손을 뗐다⁠.

“⁠선택지가 셋이야⁠. 이대로 조용히 있거나⁠, 300 밑으로 내려가서 층에 숨거나⁠, 아니면 뒤로 돈다⁠.⁠”

“⁠뒤로요⁠?⁠”

“⁠지나간 자리는 다시 안 쓸어⁠. 저 둘은 앞만 보고 오니까⁠.⁠”

0530에 배가 아주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3노트에서 침로를 90도 바꾸는 데 11분이 걸렸다⁠. 빨리 돌면 소리가 났다⁠. 0553에 네 번째 소리가 왔는데 이번에는 뒤쪽이었다⁠. 우리가 이미 지나온 자리였다⁠. 0620에 소리가 멀어졌고 0645에는 안 들렸다⁠. 0700에 함장이 침묵 항주를 풀었다⁠. 환풍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그렇게 좋게 들린 적이 없었다⁠. 승조원 몇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복도에서 누군가 화장실 쪽으로 걸어가는 발소리가 났는데 평소보다 확실히 빨랐고⁠, 발령소의 몇이 그 발소리를 듣고 소리 없이 웃었다⁠.

윤재가 지완에게 갔다⁠.

“⁠아까 두 번째 것⁠, 헬기 아니라고 한 건 뭘 보고 알았나⁠?⁠”

“⁠헬기가 청음기를 물에 담그면 소리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옵니다⁠. 배는 옆에서 옵니다⁠.⁠”

“⁠그게 들려⁠?⁠”

“⁠들립니다⁠. 설명은 못 하겠습니다⁠. 그냥 들립니다⁠.⁠”

배 안에는 수백 가지 계기가 있었지만 그 대답을 표시하는 계기는 없었다⁠. 윤재는 항해일지에 적었다⁠. 0412 능동 소나 접촉 2척⁠, 0424 침묵 항주⁠, 0645 접촉 소실⁠.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음탐 판단 정확⁠, 담당 하사 최지완⁠. 이름을 적는 칸은 없었다⁠.

*

다음 날인 6월 17일 0512에 접촉이 잡혔다⁠. 첫 번째 배를 잡은 지 열이틀 만이었다⁠. 그때는 배 한 척이 혼자 왔는데⁠, 이번에는 보급선 셋 앞에 호위 하나가 3킬로미터쯤 나가 있었다⁠. 열이틀 전에는 이 해역을 비어 있다고 봤고⁠, 이제는 안 비어 있다고 봤다⁠.

“⁠어느 것으로 하겠습니까⁠?⁠”

“⁠제일 무거운 것⁠.⁠”

“⁠세 번째입니다⁠. 11킬로미터 뒤에 있고⁠, 호위에서 제일 멉니다⁠. 무거우면 같은 속력을 내는 데 추진기를 더 돌립니다⁠.⁠”

“⁠그리고 제일 먼 것을 치면 앞의 둘이 뒤를 봐⁠. 뒤를 보는 동안 우리는 앞으로 가고⁠.⁠”

표적의 침로와 속력을 소리만으로 푸는 데 15분이 걸렸다⁠. 표적이 곧게 가면 15분이었고⁠, 지그재그로 가면 풀리지 않았다⁠. 풀리고 나서 관에 물을 채웠다⁠. 채우는 소리는 호위의 청음기에 들릴 수 있었다⁠. 그래서 호위가 이쪽에 등을 보이는 순간을 기다렸고⁠, 그 순간은 지완이 알았다⁠. 지완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을 때 채웠고⁠, 두 번 끄덕였을 때 문을 열었다⁠.

0803에 두 발을 쐈다⁠. 첫 발과 둘째 발 사이를 좁히면 둘 다 한 배에 들어가 어뢰 둘을 쓰고⁠, 넓히면 하나를 아끼는 대신 하나가 빗나갔다⁠. 윤재는 40초로 잡았다⁠. 첫 번째는 12분 뒤에 맞았고⁠, 두 번째는 빗나갔다⁠. 물기둥이 오르는 것을 본 배가 마지막에 방향을 틀었다⁠. 맞은 배는 가라앉는 데 40분이 걸렸다⁠.

0847에 호위가 24노트로 왔다⁠. 0902에 대잠 어뢰 두 발이 들어왔다⁠. 첫 번째는 뒤로 지나갔고 두 번째는 옆으로 지나갔다⁠. 지나가는 소리는 가까울수록 높았다⁠. 두 번째 것이 지나갈 때 윤재는 손잡이를 잡고 있었고⁠, 잡고 있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손을 떼자 손바닥에 자국이 남아 있었다⁠. 발령소에서 아무도 위를 보지 않았다⁠. 볼 것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위를 보면 서로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조타수 하나가 입술을 깨물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아랫입술에 이빨 자국이 둘 파여 있었다⁠.

1140에 소리가 멀어졌다⁠. 함장이 발령소를 나가면서 한마디만 했다⁠.

“⁠식사 올려⁠.⁠”

*

1215에 식당에 스물두 명이 앉았다⁠. 교대라 절반이었다⁠. 조리 담당은 오 하사였다⁠. 스물여섯 살이었고 배에서 두 번째로 어렸다⁠.

식당은 복도 끝의 좁은 방이었다⁠. 식탁 넷이 벽에 붙어 있었고⁠, 앉으면 옆 사람과 어깨가 닿았다⁠. 천장이 낮아서 키 큰 사람은 들어올 때 고개를 숙였다⁠. 오 하사는 배식구 너머에서 국자를 들고 서 있었다⁠. 앞치마 가슴께에 지난 사흘 동안 튄 국물 자국들이 겹쳐 말라 있었다⁠.

오늘 식단은 카레였다⁠. 잠수함에서 카레를 하는 데는 까닭이 있었다⁠. 냄새가 세서 사흘 넘게 쌓인 사람 냄새를 덮었고⁠, 숟가락 하나로 먹으니 그릇을 여러 개 쓰지 않아 설거지 물이 줄었다⁠. 물은 만들 수 있지만 만들려면 전지가 들었다⁠.

스물두 명이 앉았는데 그릇은 열여덟 개만 나갔다⁠. 넷은 받지 않았다⁠. 윤재도 그 넷 가운데 하나였다⁠. 줄에 섰다가 그냥 나왔다⁠. 40분 동안 배 하나가 가라앉는 소리를 들었다⁠. 소리로 들으면 배가 가라앉는 데 40분이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알고 나면 잊히지 않았다⁠.

1305에 오 하사가 발령소로 왔다⁠. 손에 그릇 하나를 들고 있었다⁠.

“⁠부장님⁠, 이거 드십시오⁠.⁠”

“⁠나중에 먹겠네⁠.⁠”

“⁠카레 아닙니다⁠.⁠”

윤재가 그릇을 봤다⁠. 흰죽이었다⁠. 쌀알이 퍼질 때까지 오래 끓인 것이라 김이 아직 올라왔고⁠, 위에 참기름 몇 방울이 동그랗게 떠 있었다⁠.

“⁠언제 만들었나⁠?⁠”

“⁠아까 카레 하면서 만들었습니다⁠. 넷입니다⁠.⁠”

식당에서 안 받은 사람이 넷이었다⁠.

“⁠어떻게 알았나⁠?⁠”

“⁠열이틀 전에도 넷이었습니다⁠. 그때 누구였는지도 압니다⁠. 셋은 같은 사람입니다⁠.⁠”

오 하사는 그 말만 하고 나머지 그릇을 쟁반째 들고 복도로 나갔다⁠. 음탐실 쪽이었다⁠. 쟁반이 기울지 않게 두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이고 걸었는데⁠, 좁은 복도에서 그렇게 걷는 법은 배를 오래 탄 사람만 알았다⁠.

윤재는 발령소 구석에서 죽을 먹었다⁠. 카레보다 따뜻했다⁠. 카레는 큰 솥에 오래 있어서 겉만 뜨거웠다⁠. 숟가락이 그릇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났고⁠, 윤재는 그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숟가락을 비스듬히 뉘었다⁠. 먹으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건 되지 않았다⁠. 40분짜리 소리가 죽 위로 몇 번이나 되돌아왔다⁠. 다 먹고 그릇을 내려놓았을 때 오 하사가 돌아와서 그릇을 걷어 갔다⁠.

그릇 바닥에 죽이 한 숟갈쯤 남아 있었다⁠. 오 하사는 그것을 보지 않고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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