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바이라인

심도 (3차대전 3부작 제2부) · 네오

6시간 중 네 시간이 지났다.

두 접촉은 갈라지지 않았다. 같은 방위에 겹친 채로 서쪽으로 갔다. 지완은 네 시간 동안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중간에 한 번, 조타장이 커피를 갖다 놓았다. 식을 때까지 그대로 있었다.

“분리됐습니다.”

새벽 세 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방위 변화율이 다릅니다. 앞엣것은 그대로, 뒤엣것이 처집니다.”

“제원.”

“거리 3만 1천. 침로 095. 속도 8노트.”

윤재는 해도대에서 손을 멈췄다.

“8노트?”

“예.”

“짐배가 12노트로 가는데 팔로 따라간다?”

“따라가는 게 아니라 지키는 겁니다. 앞뒤로 오가면서.”

함장이 발령소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자다 온 얼굴이 아니었다.

“몇 시간 걸렸어.”

“네 시간입니다.”

“오래 걸렸네.”

“저쪽이 조용해서 오래 걸렸습니다.”

함장이 화면을 봤다. 두 줄이 벌어져 있었다. 벌어진 만큼이 네 시간이었다.

“보고 올린다.”

“부상 18분입니다.”

“알아.”

“지금 부상하면 저쪽 뒤엣것이 우리 쪽으로 옵니다.”

“그것도 알아.”

함장이 커피잔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이 배에서 그건 결정했다는 뜻이었다.

“이거 갖고 나가야 다음 배는 다른 애가 잡아. 우리만 알고 있으면 아무 소용 없어.”

부상은 17분 50초 걸렸다. 안테나를 올리고, 위성을 잡고, 압축한 전문을 2분 만에 쏘고, 받는 데 6분이 걸렸다.

받은 것은 두 통이었다.

하나는 작전 전문이었다. 짧았다. 접촉 제원 수신, 해당 항로 계속 감시, 교전 승인 유지.

다른 하나는 정세 요약이었다. 이건 길었다. 물속에 오래 있는 배에는 세상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따로 보내 준다.

윤재가 소리 내어 읽었다. 발령소에서 그걸 듣는 것이 이 배의 유일한 뉴스였다.

“유럽. 수바우키 회랑 남쪽 입구 골다프 일대에서 폴란드 제16기계화사단 예하 여단이 사흘째 버티고 있음. 리투아니아 방면 육로는 하루 6시간만 열림.”

“6시간이요?”

“계속 읽는다. 골다프 남측 민간인 소개 완료. 잔류 주민 추정 200명 이하.”

“…잔류라는 건 안 나갔다는 겁니까?”

“못 나간 거지.”

“6시간이요.”

조타장이 되물었다.

“계속 읽는다. 대만. 상륙 병력 일일 소요 충족률 60퍼센트 이하로 추정.”

“마르고 있네요.”

“그리고 이건 우리 쪽이야. 무인 전력대 운용 개시. 해당 해역 무인 잠수정 두 척 투입.”

발령소가 조용해졌다.

“…우리 것도 들어옵니까?”

“들어와.”

“어디서 몹니까?”

“진해에서 몰아.”

조타장이 잠깐 말을 못 했다.

“진해에서요.”

“위성으로 명령 넣고 결과를 받아. 배는 여기 있고 사람은 거기 있고.”

“…….”

“통제관 이름이 붙어 있네. 오제하 대위.”

윤재는 그 줄을 다시 봤다. 같은 바다에 배가 두 척 더 들어온다는 뜻인데, 그 두 척에는 사람이 없다.

“부장님.”

“응.”

“그러면 저희가 그거하고 헷갈리면 어떻게 합니까?”

“식별 신호가 있어.”

“그게 안 오면요.”

윤재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르고 있네요.”

“한반도. 서부 전선 국지 교전 계속. 전면 확전 징후 없음.”

“…없음이라고 적혀 있습니까?”

“적혀 있어.”

“…….”

“근데 저건 어제까지야.”

발령소가 잠깐 조용해졌다. 조타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중동. 이스라엘, 이란 농축 시설 3차 타격. 이란은 역내 세력 통해 보복 예고.”

“…또 때렸네요.”

“이번이 세 번째야. 저쪽은 농축이 끝나기 전에 끝내야 된다고 보는 거고.”

“끝나면요?”

“끝나면 다시는 못 때려.”

“…….”

“계속 읽는다. 호르무즈 봉쇄 21일째. 유가 배럴당 210달러.”

“…210이요?”

“210.”

“작년에 얼마였습니까?”

“70.”

지완이 화면을 보며 말했다.

“기름값 걱정을 잠수함에서 하고 있습니다.”

“왜, 넌 차 없어?”

“있습니다. 진해에 세워 놨습니다.”

“몇 년 됐는데.”

“6년입니다.”

“그럼 걱정 안 해도 돼. 그건 기름 안 넣어도 안 굴러가.”

조타장이 웃었다. 지완은 안 웃었다. 화면에서 눈을 안 뗐기 때문이다.

윤재가 마지막 줄을 읽었다.

“태평양. 미 항모타격단 필리핀해 복귀 확인.”

함장이 고개를 들었다.

“그거 틀렸어.”

“예.”

“어제 받은 거랑 다르잖아. 중동에 잔류라고 왔었어.”

“예.”

“그럼 이건 왜 이렇게 나갔어.”

윤재는 잠깐 말이 없었다.

“기자가 받은 게 그것뿐이었을 겁니다.”

“…….”

“복귀 명령이 난 건 사실일 겁니다. 복귀했는지는 아직 모르는 거고요. 명령까지만 알려 주고 나머지는 안 알려 줬을 겁니다.”

함장이 잔을 들었다.

“그러면 저 기사를 읽는 사람들은 항모가 온 줄 알겠네.”

“알겠죠.”

“그리고 안 오면.”

“기자가 틀린 게 됩니다.”

윤재는 전문 아래쪽을 봤다. 정세 요약에는 출처가 붙어 있었다. 통신사 기사를 그대로 요약한 것이었다.

서울통신 배소현. 바르샤바.

윤재는 그 줄에서 잠깐 멈췄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장.”

“예.”

“잠항하자.”

“예. 잠항 준비.”

안테나가 내려갔다. 배가 다시 아래로 기울었다. 커피잔 표면이 한쪽으로 밀렸다가 돌아왔다.

심도 백팔십에서 멈췄다.

한 시간쯤 지나서 지완이 말했다. 화면은 여전히 보고 있었다.

“부장님.”

“응.”

“그 기자 바르샤바에 있답니다.”

“…어떻게 알아.”

“기사 끝에 씁니다. 어디서 썼는지.”

“그렇지.”

“골다프에서 바르샤바까지 300킬로쯤 됩니다.”

윤재는 대답하지 않았다.

“가까운 편입니다.”

“…그러네.”

지완은 더 말하지 않았다. 화면에는 줄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곧고, 하나는 처져 있었다.

윤재는 둘 다 봤다. 그리고 아까 그 줄도 같이 봤다.

윤재가 신경 쓰고 있던 마지막 줄은 이것이었다.

대만 해협 및 인근 해역 내 우군 잠수함 없음.

정세 요약은 하루에 한 번 각 함에 뿌린다. 뿌리는 쪽에서는 큰 그림을 준다고 생각하고 뿌린다. 받는 쪽에서 그 큰 그림에 자기가 안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는 일은 자주 없다.

윤재는 그 줄을 세 번 읽었다.

0620에 함장실로 갔다.

“함장님.”

“봤나.”

“…예.”

“놀랐나.”

“…조금은요.”

함장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잠항 중에는 물을 많이 못 끓인다. 하루 두 번 정해진 시간에만 끓인다.

전기를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연료전지는 조용한 대신 넉넉하지 않다. 조용함을 사려면 다른 것을 판다.

배 안에서는 소리 나는 일을 다 정해 놓는다. 공구를 떨어뜨리면 안 되고, 문을 닫을 때는 손으로 받쳐서 닫고, 뛰지 않는다.

사흘째 잠항하면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도 저절로 작아진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그렇게 된다.

“부장. 우리가 여기 있는 걸 아는 사람이 몇 명이라고 생각하나?”

“…작전 계통이면 열 명 안쪽 아니겠습니까?”

“여덟이야.”

“…….”

“내가 아는 한 여덟이고, 그중에 셋은 사흘에 한 번만 확인해.”

윤재는 계산해 봤다.

“…그러면 최악의 경우 사흘입니다.”

“그렇지.”

우리가 없어지면 사흘 뒤에 누가 알아챈다는 뜻이었다.

“함장님. 이건 승조원들한테 알려야 합니까?”

“자네 생각은.”

“…모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왜?”

“소용이 없습니다. 알아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함장이 잔을 내려놓았다.

“부장. 그게 맞는 말이긴 한데.”

“…예.”

“나는 반대야.”

0710에 함장이 함내 방송을 켰다.

방송은 잘 안 쓴다. 소리가 배 밖으로 나가지는 않지만 습관을 만들면 안 된다. 급할 때 쓰려고 아껴 둔다.

그래서 방송이 켜지는 소리만으로도 사람들이 하던 것을 멈춘다. 스피커에서 나는 작은 잡음 하나가 배 전체를 조용하게 만든다.

“전 승조원. 함장이다.”

바닥이 조용해졌다. 원래도 조용했는데 더 조용해졌다.

“오늘 받은 정세 요약 마지막 줄에 이런 문장이 있다. 이 해역에 우군 잠수함이 없다.”

윤재는 발령소에서 그 방송을 들었다. 지완이 소나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듣고 있었다.

“그 문장은 틀린 게 아니다.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적으면 안 되기 때문에 그렇게 적은 거다.”

“…….”

“다만 그 말은, 우리가 없어져도 며칠 동안은 아무도 안 찾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발령소에서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이걸 여러분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르고 타는 것과 알고 타는 것은 다르다.”

방송이 잠깐 끊겼다.

“이상.”

0713에 방송이 꺼졌다.

윤재는 발령소를 둘러봤다. 여덟 명이 있었다. 아무도 서로 안 봤다.

조타수는 계기를 보고 있었다. 볼 것이 없는 계기였다. 심도 180에서 침로를 유지하는 중이라 바늘이 안 움직인다.

기관 쪽 하사는 손을 무릎에 놓고 있었다. 아까까지 뭔가를 만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배 안에서 스물몇 살짜리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윤재는 알 수 없었다. 자기가 스물몇 살일 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났다.

“…부장님.”

지완이었다.

“응.”

“그러면 지금 우리 이름은 어디에 있습니까?”

윤재는 대답을 준비하지 못했다.

“…승조원 명부에 있지.”

“그 명부는 어디에 있습니까?”

“…진해에.”

“진해에 있는 종이에 있고, 여기 있는 어디에도 없는 겁니까?”

“…….”

지완이 화면을 다시 봤다. 더 안 물었다.

1140에 함장이 발령소로 왔다.

“부장. 항해일지 좀 가져와.”

윤재가 가져왔다.

항해일지는 매 시각 심도와 침로와 속력을 적는다. 그것 말고는 적을 칸이 별로 없다.

함장이 그날 자 아래쪽 빈 곳에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윤재가 보니 이름이었다.

“…함장님.”

“가만있어.”

함장은 쉰세 명을 다 적었다. 계급과 이름과 직별을 적었다. 다 적는 데 20분 넘게 걸렸다.

중간에 한 번 멈췄다. 한 명의 이름이 생각이 안 나서였다. 함장은 명부를 보지 않고 적고 있었다.

“…기관 쪽 그 친구. 작년에 온.”

“최민석 하사입니다.”

“그래. 최민석.”

윤재는 그때 알았다. 함장이 이걸 미리 준비한 게 아니라 지금 하고 있다는 것을.

준비했으면 명부를 가져왔을 것이다. 가져오지 않은 것은 외우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실제로 쉰두 명까지는 외우고 있었다.

“함장님. 이거 서식에 없습니다.”

“없지.”

“…감사에서 지적받으실 겁니다.”

“받겠지.”

“…….”

“부장. 이 일지는 배가 없어져도 남아. 함교 아래 방수함에 들어가거든.”

윤재는 그 말을 듣고 아무 말도 못 했다.

“정세 요약에는 우리가 없어. 그런데 여기엔 있어.”

함장이 펜을 놓았다.

“그러면 없는 게 아니야.”

1204에 지완이 손을 들었다.

“접촉 하나 더 있습니다. 방위 210.”

“…또야?”

“이번엔 큰 겁니다.”

윤재는 일지를 덮었다.

덮기 전에 마지막 줄을 봤다. 쉰세 번째 이름 아래에 함장이 자기 이름을 적어 넣고 있었다.

이 회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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