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5,734자)
관에 먼저 누운 손님
관 속의 천하제일고수가 자꾸 배고프다고 한다 · 강묵현
성도의 장맛비는 열이레째 그치지 않았다. 비단 장수 집 노모의 상여는 이 비를 다 맞으며 남문 대로를 지났고, 앞채 왼쪽을 멘 길막손의 어깨에는 젖은 오동나무 관과 늙은 여자 하나와 꽃상여 장식이 한꺼번에 얹혀 백오십 근쯤이 내리눌렀다. 막손은 이 무게가 열 사람의 어깨에 고르게 나뉘는지를 발바닥으로 들었다. 뒤채 오른쪽이 반 박자 늦었다.
“어허 넘차, 어허 넘차.”
막손이 손에 든 놋쇠 방울 요령을 한 번 흔들고 앞소리인 선소리를 메기자, 상여를 멘 상두꾼 열이 받는소리로 받으면서 발이 맞았다. 늦던 뒤채가 따라붙었다. 상여는 다시 한 몸이 되어 빗속을 미끄러졌다.
대로 양옆 처마 밑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비단 장수 집 노모를 아는 사람은 열에 하나도 안 됐다. 막손은 이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비단 장수가 막손을 불렀다. 상여 메는 일꾼들의 모임인 성도 남문 밖 상여계에서, 이 우두머리 상두꾼이 곡을 하면 모르는 사람도 운다는 소문이 있었고, 소문은 대개 사실이었다.
네거리에서 상여가 멈췄다. 막손은 채에서 어깨를 빼고 상여 앞으로 나가 무릎을 꿇었다. 빗물이 무릎으로 스며 올라왔다.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비단 장수가 일러 준 노모의 일을 하나씩 소리에 실었다. 서른에 남편을 잃고 혼자 베틀을 돌린 것, 아들 손에 처음 비단을 쥐여 준 날 이 손을 오래 놓지 않은 것, 마지막 해 겨울에 아들 이름 대신 죽은 남편 이름을 부른 것.
처마 밑에서 생선 장수 아낙이 먼저 코를 훌쩍였다. 이 옆의 짐꾼이 고개를 돌렸고, 짐꾼 옆의 아이가 영문도 모르고 따라 울었다. 곡소리가 네거리를 한 바퀴 돌아 나올 무렵에는 상여 줄에 동전 꿰미와 쪼갠 은 조각이 빗물에 젖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길가 사람들이 망자 저승길 밥값하라고 상여에 꽂아 주는 노잣돈이었다.
“형님, 형님.”
뒤채의 곽떡보가 다가와 막손의 소매를 당겼다. 마흔 먹은 상두꾼인데 비 맞은 강아지 같은 얼굴이었고, 앞섶이 불룩했다.
“제 떡이요. 품에 넣어 둔 쑥떡이 다 불었어요. 비가 앞섶으로 들어와서.”
“곡하는 중이다.”
“아니, 그게 아니라, 형님 곡 들으니까 배가 고파져서요. 슬프면 배가 고파요.”
막손은 무릎을 털고 일어나 요령을 들었다. 노잣돈은 일곱 냥 남짓이었다. 상두꾼 열두 식구의 열흘 밥값이었고, 상여를 찾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
상여집은 남문 밖 개울가에 있었다. 지붕은 비가 새서 양동이 네 개가 박자를 맞춰 떨어지는 물을 받았고, 이 아래 마당 한가운데에 상두꾼들이 한 해 겨울 내내 깎아 만든 꽃상여가 서 있었다. 상여 앞에 장의방 주인이 우산을 쓰고 기다리고 있었다. 뒤로 짐꾼 넷이 멜대를 들고 서 있었다.
“길 우두머리, 내일 낮이오.”
장의방 주인은 손가락 다섯을 펴 보였다. 지난겨울 상두꾼 하나가 상여를 메다 허리가 나갔을 때 약값으로 빌린 돈이 오십 냥이었고, 이 담보가 이 상여였다.
“내일 낮에 오십 냥이 없으면 이 상여는 내 것이고, 성도에서 상여 없는 상여계는 곡비 패나 다름없소. 곡만 하는 패 말이오.”
“곡은 우리가 더 잘하오.”
“그러니까 곡비 패를 하시오.”
장의방 주인이 돌아가자 떡보가 쑥떡을 꺼내 들고 상여 기둥 옆에 쪼그려 앉았다. 막내 상두꾼 맹구는 스물셋에 기둥만 한 팔뚝을 가졌는데, 무슨 말을 하려다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형님, 저 관은요.”
마당 구석, 거적을 덮어 둔 오동나무 관이 있었다. 주문받지 않고 막손이 손수 짠 관이었다. 장마 끝에는 늙은이들이 많이 죽고, 이때 관이 모자라면 값이 두 배로 뛴다. 이 두 배 값을 바라고 짜 둔 관이었다.
“팔면 열닷 냥이다. 모자라.”
막손이 거적을 걷었다. 그리고 그대로 섰다.
관 안에 노인 하나가 누워 있었다. 허옇게 센 머리를 정수리에서 질끈 묶었고, 키는 작고 마른 몸인데 손가락 마디가 대추씨처럼 굵었다. 노인은 배 위에 대나무 찜통을 얹고 고기만두를 하나씩 집어 먹고 있었다. 기름이 턱으로 흘렀다. 관 안에 고기 냄새와 오동나무 냄새가 섞여 있었다.
“좁다.”
노인이 말했다.
떡보가 쑥떡을 떨어뜨렸다. 맹구는 한참 뒤에 뒷걸음질을 쳤다.
“영감, 거긴 산 사람이 눕는 데가 아니오.”
“그러니까 좁다는 거다. 죽은 사람은 팔꿈치를 안 쓰지. 나는 만두를 먹어야 하니까 팔꿈치를 써야 한다. 양쪽으로 두 치씩 넓혀라. 그리고 옆구리에 숨구멍 하나, 손가락 굵기로. 바닥 널 한 장은 안에서 밀면 빠지게.”
막손은 관 모서리를 손바닥으로 짚었다. 열닷 냥짜리 관이 노인 하나와 찜통 하나의 무게로 마당 흙에 반 치쯤 내려앉아 있었다.
“누구시오.”
“염백수.”
떡보가 주저앉았다. 상두꾼이라도 이 이름은 알았다. 정파와 사파가 다섯 해를 맞붙은 정사대전 내내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양쪽 고수를 다 꺾었다는 사람, 천하제일이라는 말이 붙은 지 서른 해가 넘은 사람이었다. 전쟁이 끝난 지난해부터 강호에는 원수 갚기가 유행처럼 번졌고, 염백수를 원수로 둔 문파는 손가락으로 셀 수가 없다고 했다.
노인은 만두 하나를 마저 삼키고 품에서 묵직한 주머니를 꺼내 관 밖으로 던졌다. 막손이 받았다. 손바닥에 떨어지는 무게만으로 알았다. 은자 오십 냥이었다.
“선금이다. 나를 산동 태산 아래 고향 마을까지 메고 가서, 강호 놈들이 다 보는 앞에서 묻어 다오. 묻고 나면 나머지 사백오십 냥을 준다.”
“상여계 법이 있소. 산 사람은 안 메오.”
“그럼 죽지.”
노인이 관 뚜껑을 손가락 하나로 끌어 덮으려다 말고 다시 밀었다.
“사흘 뒤에 나는 죽는다. 이 근처 셋집에서 늙은 홀아비 하나가 숨을 거두고, 사람들이 그게 염백수였다고 수군대게 될 거다. 그 장례를 네가 맡아라. 원수 놈들이 시신을 봤다고 믿어야 내 손녀한테까지 칼이 안 간다. 손녀가 하나 있다. 그 애는 아무것도 모른다.”
“이천 리요. 상여로 이천 리를 가면 두 달이오.”
“그러니까 오백 냥이지.”
막손은 손바닥의 주머니를 쥐었다 폈다. 오십 냥이면 내일 낮에 상여를 찾았다. 사백오십 냥이면 상여계 열두 식구가 장마철마다 굶지 않았고, 비 새는 지붕을 기와로 다시 얹었다. 그리고 노인 말대로라면 이천 리 길목마다 원수들이 기다릴 것이었다.
“영감 원수 가운데 제일 끈질긴 놈은 누구요.”
“혈수문 기무광. 내가 그놈 아비를 베었다.”
노인은 이 말을 하고 만두를 하나 더 집었다. 손이 조금도 떨리지 않았다.
막손은 주머니를 허리춤에 찔렀다. 그리고 떡보가 떨어뜨린 쑥떡을 주워 흙을 털어 노인에게 내밀었다.
“만두는 이제 다 드셨으니까, 이걸로 입가심하시오. 내일 아침에 관을 넓혀 드리겠소.”
노인은 쑥떡을 받아 냄새를 맡더니 한 입에 넣었다. 떡보가 비명 비슷한 소리를 냈다.
*
이튿날 낮, 막손은 장의방 주인 앞에 주머니를 내려놓고 상여를 도로 끌고 왔다. 장의방 주인은 은자를 한 닢씩 이로 깨물어 보고 나서야 멜대 짐꾼들을 물렸다.
상여집 마당으로 돌아오자 노인은 관 안에서 팔꿈치를 벌리고 있었다. 막손이 대패를 들고 옆널을 깎는 동안 노인은 한 번도 관에서 나오지 않았다. 깎을 때마다 팔꿈치를 대 보고 한 마디씩 했다. 아직 걸린다, 만두 찜통이 안 들어간다, 이번엔 너무 헐렁해서 관 속에서 몸이 미끄러진다.
“영감, 관 속에서 찜통은 왜 드시오. 만두는 꺼내 드리면 될 것을.”
“식는다.”
바닥 널은 해 질 녘에 다 됐다. 막손이 널 끝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안에서 밀면 빠지는 자리라고 일렀다. 노인은 대답 대신 관 안에서 몸을 한 번 굴렸다. 바닥 널이 소리 없이 빠졌고, 노인의 몸이 관 밑으로 흘러내려 마당 흙에 닿았다가 다시 관 안으로 올라갔다. 널이 제자리에 끼워졌다. 막손이 눈을 한 번 깜빡일 동안이었다.
떡보는 이 자리에 없었다고 나중에 우겼다. 분명히 관 옆에 서 있었고, 노인이 사라졌다 돌아오는 동안 쑥떡 하나를 통째로 삼켰다.
“규칙을 정합시다.”
막손이 대패를 내려놓았다.
“장례를 시작하면 영감은 죽은 사람이오. 낮에도 밤에도 그 널로 나오지 마시오. 기침도 하지 마시오. 누가 보면 오백 냥이 아니라 내 목이 날아가오.”
“만두만 제때 오면.”
노인은 관 뚜껑 안쪽에 대고 하품을 했다.
*
사흘 뒤, 남문 밖 셋집 마루에 빈소가 차려졌다. 셋집 주인 노파가 아침에 홀아비 영감이 숨을 안 쉰다고 소리를 질렀고, 해가 지기 전에 이 영감이 염백수였다는 말이 성도 찻집마다 돌았다. 막손은 상여계 장례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빈소를 차렸다. 망자를 기리는 글귀를 써서 장대에 매다는 흰 깃발, 만장 열두 폭을 처마에 걸고, 향을 피우고, 관 앞에 메밀 떡과 술 석 잔을 놓았다.
노인은 상여집에서 넓혀 놓은 이 관 안에 누워 있었다. 관 앞의 술잔 석 잔과 메밀 떡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대신 저녁 무렵 떡보가 상식이라며 관 머리맡에 놓아 둔 고기만두 접시가 어느 틈엔가 비어 있었다. 해가 진 뒤로는 기침 한 번 하지 않았다.
조문객이 줄을 이었다. 이 가운데 열에 아홉은 곡을 하러 온 사람이 아니었다. 칼을 찬 사내들이 향을 꽂고 절을 하고 나서 관을 오래 쳐다보다 돌아갔다. 시신을 보지 못하면 원수는 끝나지 않는다는 말을 이들은 다 알고 있었다.
해시 무렵, 빗소리가 한 겹 낮아졌다.
마당으로 흰 옷을 입은 사내 하나가 들어왔다. 쉰쯤 되어 보였고, 우산을 받쳐 든 사람 없이 혼자 비를 맞고 왔는데 어깨가 젖어 있지 않았다. 사내가 지나간 자리에서 빗방울이 몸에 닿기 전에 옆으로 미끄러졌다. 내공이 비를 밀어냈다. 떡보가 막손의 등 뒤로 반 걸음 숨었다.
사내는 향을 꽂고 두 번 절했다. 절이 깍듯했다. 그리고 상주 자리에 선 막손을 보았다.
“혈수문 기무광일세. 자네가 호상인가.”
“성도 상여계 길막손이오. 망자께서 상주가 올 때까지 장례를 맡기셨소.”
“상두꾼이 호상이라.”
기무광은 웃지 않았다. 목소리가 낮고 고르게 깔렸다.
“먼 길을 왔네. 얼굴을 한 번만 보고 가겠네. 내 아비를 벤 분이시니, 가시는 얼굴을 봐야 내 원수도 끝나지.”
“관 뚜껑은 상주만 여는 것이 강호 도리라고 들었소.”
막손은 기무광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 이 도리는 상두꾼들이 제일 잘 알았다. 길에 나선 관은 상주가 열고, 상주가 없으면 호상이 연다. 이것을 깨고 남의 관을 연 문파는 강호 어느 장례에도 조문을 가지 못한다. 전쟁이 끝나고 사람을 잃지 않은 문파가 없는 해였다. 문상을 못 다니는 문파는 강호에서 지워진 것과 같았다.
“상주가 아직 안 왔고, 호상인 내가 안 열겠다는 거요.”
기무광이 관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떡보가 숨을 들이마셨다. 기무광은 관 뚜껑 위에 오른손 손바닥을 가만히 얹었다.
막손은 이 손바닥에서 무언가가 관 안으로 스며드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 대신 관 앞에 놓인 술잔 석 잔의 술이 일제히 가늘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 향 연기가 곧게 오르다가 관 위에서 갈라졌다. 손바닥 아래 오동나무 결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관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숨소리도, 뒤척이는 소리도 없었다. 막손은 노인이 숨을 멈췄다는 것을 알았다. 얼마나 멈출 수 있는지는 몰랐다.
한참 뒤에 기무광이 손을 뗐다. 뚜껑에 손바닥 자국 하나가 붉은 녹처럼 남아 있었다.
“식었군.”
막손은 숨을 내쉬지 않으려고 이를 물었다.
기무광은 돌아서려다 말고 관 옆구리 쪽으로 몸을 숙였다. 뚜껑과 몸통이 맞물리는 이음새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손가락 끝에 무언가가 묻어 나왔다. 이것을 등불 가까이 들어 보았다. 돼지고기와 파를 다진 것, 기름이 엉긴 것, 쌀알보다 작은 부스러기였다.
기무광이 이것을 코끝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막손을 보았다.
“상두꾼, 돌아가신 분 관에서 왜 만두 소가 나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