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5,959자)
예선
꼴찌 소환사가 부른 건 용이 아니라 닭이었다 · 문가온
예선 날 아침, 사감 버트는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아 기숙사 현관을 지휘하고 있었다. 오른쪽 다리는 무릎부터 발목까지 나무 부목에 묶여 있었고, 잠자리 모자는 그대로였다. 모자 끝 방울이 의자 바퀴가 덜컹일 때마다 콧등을 때렸다.
“줄 서! 예선 보러 가는 놈들은 줄 서라! 곰한테 인사하지 말고!”
곰은 닭장 옆에 앉아 있었다. 닭장보다 세 배 컸다. 피오는 사흘 동안 곰의 이름을 고민했고, 결국 식당 요리장이 지어 준 이름을 받아들였다. 먹보. 요리장은 귀리죽 솥을 새로 사야 했다며 그 이름을 지었는데, 부를 때마다 솥값 얘기를 덧붙였다. 먹보는 마르타가 아침마다 끌고 오는 생선 수레를 기다리며 코를 벌름거렸다. 바우는 그 옆에 앉아 있었다. 어깨와 날개 뿌리에 금이 하나씩 늘어 있었다. 꼬끼가 그 금 위에 올라앉아 있었다.
현관 앞에서 버트가 피오를 불렀다.
“해즈. 이리 와 봐.”
피오가 다가가자 버트는 헛기침을 하고, 의자 팔걸이에 걸어 둔 보따리를 내밀었다. 삶은 달걀 여섯 개가 들어 있었다.
“요리장이 줬다. 아니, 내가 달라고 했다. 아니, 그냥 먹어. 이기라는 말은 안 한다. 사감은 편을 안 드니까.”
“감사합니다.”
“그날 밤에.”
버트가 말끝을 흐리다가 다시 이었다.
“애들 앞에 곰이 왔을 때, 네 돌덩이가 그놈 팔을 잡았지. 내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고 나서. 그거 봤다.”
버트는 더 말하지 않고 의자 바퀴를 돌려 현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문틀에 바퀴가 걸려 두 번 덜컹거렸다.
*
동쪽 실습장의 관람석은 첫 실습 대결 때보다 두 겹이 더 늘어 있었다. 맨 앞줄에 왕실에서 보낸 감찰관이 앉았다. 은사로 수놓은 검은 외투를 입은 깡마른 여자였고, 무릎 위에 판정 기록판을 올려 두었다. 그 옆에 교장 알브레히트, 그 옆에 크레인 공작이 앉았다.
그리고 공작의 옆자리에 피오의 어머니가 앉아 있었다.
한나 해즈는 갈색 숄을 두르고 무릎에 달걀 바구니를 올려놓은 채였다. 이틀 동안 짐마차를 얻어 타고 왔다고 했다. 귀족 관람석 자리는 원래 표가 있어야 했는데, 어머니는 표가 무엇인지 모르고 그냥 빈자리에 앉았다. 감찰관이 그걸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어머니 주변으로 짚과 쑥 냄새가 퍼졌다. 크레인 공작이 코를 한 번 찡그렸다.
어머니는 공작이 코를 찡그린 걸 보고, 그가 배가 고픈가 보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바구니에서 삶은 달걀 하나를 꺼내 공작에게 내밀었다.
“드세요. 아침에 낳은 거예요. 아니, 그저께 아침에.”
공작은 그 달걀을 내려다보았다. 관람석의 귀족들이 숨을 죽였다. 공작은 한참 망설이다가 달걀을 받았다. 받아 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얼굴이었다. 어머니가 손짓으로 무릎에 쳐서 까라고 알려 주었다. 공작은 달걀을 무릎에 쳤다. 너무 세게 쳐서 달걀이 반쯤 뭉개졌다. 관람석 뒷줄에서 누가 웃음을 참다가 기침으로 바꾸었다.
피오는 실습장 원 밖에서 그것을 보다가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 손가락 사이로 어머니가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우리 피오! 피오야! 엄마 여기 있다!”
관람석 전체가 피오를 보았다. 피오는 손을 들어 한 번 흔들었다. 어머니가 두 손을 흔들었다. 달걀 바구니가 무릎에서 미끄러질 뻔했고, 크레인 공작이 엉겁결에 그 바구니를 붙잡았다.
어머니는 피오가 학교에 간다고 했을 때 마을 사람들이 한 말을 편지에 적어 보낸 적이 있었다. 양계장 집 아들이 무슨 소환사냐고. 닭이나 잘 키우라고. 이번 주에 학년 대항전 소식이 마을까지 내려갔고, 장날에 방앗간 주인이 어머니를 보고 벨모어 다니는 아들 엄마 왔냐고 했다고, 어머니는 오늘 아침 피오를 보자마자 그 말부터 했다. 어머니는 그 말을 세 번 되풀이했다. 세 번 다 웃었다.
피오는 손을 내렸다. 목 안쪽이 뜨거웠다. 꼬끼가 그 어깨 위에서 관람석을 향해 볏을 털었다.
*
“예선 셋째 경기. 볼드윈 크레인, 철갑 멧돼지 강철. 피오 해즈, 닭 꼬끼.”
볼드윈의 멧돼지는 국경에서 본 잠든 멧돼지의 절반만 했다. 그래도 마차 바퀴만큼은 됐다. 등과 옆구리에 쇠비늘이 겹겹이 덮여 있었다. 멧돼지는 원 안에 들어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눈이 맑고 털에 윤기가 돌았다. 숨이 고르고 느렸다.
볼드윈이 원 밖에서 웃었다.
“사흘 동안 푹 재웠다, 닭 놈. 하루에 열여섯 시간씩. 오늘은 한 발짝도 안 움직이게 할 거야. 지칠 일이 없지. 네 닭이 아무리 울어도 안 잔다.”
관람석이 술렁였다. 실습장에서 불씨가 잠든 이야기는 학교 안에 다 퍼져 있었다. 볼드윈은 그걸 막으려고 사흘을 준비했다. 피오는 멧돼지를 보았다. 정말로 지친 기색이 하나도 없었다. 털끝까지 잠을 잘 잔 짐승의 몸이었다.
“시작.”
꼬끼가 멧돼지 주위를 돌았다. 멧돼지는 따라 돌지 않았다. 꼬끼가 멧돼지의 귀를 쪼았다. 멧돼지가 귀를 털었다. 그것뿐이었다. 꼬끼가 등에 뛰어올라 쇠비늘을 쪼았다. 딱딱 소리만 났다. 멧돼지는 눈을 반쯤 감고 서 있었다. 관람석에서 야유가 나왔다. 볼드윈이 팔짱을 꼈다.
피오는 원 밖에서 멧돼지의 눈을 보았다. 사흘 동안 하루 열여섯 시간. 잘 만큼 잔 짐승이었다. 아니, 잘 만큼보다 더 잔 짐승이었다.
마르타의 말이 떠올랐다. 잘 만큼 잔 놈은 깨우고, 지칠 만큼 지친 놈은 재운다.
피오는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 휘파람 두 번. 꼬끼가 멧돼지의 등 위에 그대로 서서 가슴을 부풀렸다.
“꼬오오끼이이오오오.”
울음이 끝나자 멧돼지의 눈이 확 떠졌다. 반쯤 감겨 있던 눈꺼풀이 끝까지 올라갔다. 귀가 쫑긋 섰다. 꼬리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멧돼지는 등에 꼬끼를 태운 채로 앞발을 구르더니,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공격하는 걸음이 아니었다. 아침에 우리 문을 열어 준 새끼 돼지처럼, 그냥 뛰었다. 원을 한 바퀴, 두 바퀴. 꼬끼는 그 등에서 뛰어내려 원 한가운데에 앉았다.
“강철! 서! 서라고!”
볼드윈이 소리를 질렀다. 멧돼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세 바퀴째에 방향을 틀었고, 신이 나서 말뚝을 넘었다. 원 밖이었다. 멧돼지는 그대로 관람석 쪽까지 달려가서 귀족 관람석 앞의 난간에 코를 박고 멈췄다. 크레인 공작의 발치였다.
멧돼지는 코를 벌름거리다가, 공작이 아직 손에 들고 있던 뭉개진 달걀을 한입에 먹었다.
관람석이 터졌다. 감찰관이 기록판에 무언가를 적었다.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입꼬리 한쪽이 떨렸다.
“원 밖. 승자, 피오 해즈.”
어머니가 일어서서 박수를 쳤다. 혼자 일어선 사람이었다. 그다음 제레드가 일어섰고, 마리엘이 일어섰고, 1학년들이 일어섰다.
*
볼드윈이 원 안으로 걸어 들어와 피오의 멱살을 잡았다. 장터에서와 같은 손이었다.
“이게 무슨 꼼수야? 재우는 닭이라며. 왜 깨워?”
“잘 만큼 잤으니까요.”
“무슨 개소리야?”
“졌으면 진 거야, 볼드윈.”
이졸데가 원 밖에서 말했다. 이졸데는 셋째 경기 앞의 둘째 경기에서 이미 예선을 통과한 참이었다. 세라프는 오른쪽 날개를 몸에 붙여 묶은 채로 땅에서 싸웠고, 상대의 늑대를 원 밖으로 밀어냈다. 날지 못하는 그리핀이었는데도 그랬다.
볼드윈이 이졸데를 돌아보았다.
“너 지금 저 닭 놈 편드는 거야? 크레인 가문이?”
“규칙 편이야. 손 놔.”
볼드윈이 손을 놓고 침을 뱉으며 나갔다. 이졸데는 피오 앞에 섰다. 얼굴의 상처가 아직 다 아물지 않았다.
“결승에서 봐.”
“네.”
“안 봐줄 거야. 세라프 날개는 첫눈 전에 붙어. 그리고 청원은 그믐 표결 그대로 가. 내가 거두지 않았으니까.”
“알아요.”
“그날 정원에서 같이 섰다고 내 생각이 바뀐 건 아니야.”
이졸데는 돌아서려다 멈추고 관람석을 올려다보았다. 피오의 어머니가 아직도 손을 흔들고 있었다.
“너희 어머니, 공작한테 달걀을 먹였어.”
“죄송해요.”
“아니. 처음 봤어. 아버지가 남이 준 걸 먹는 거.”
*
그날 밤 교장실은 지난번보다 어두웠다. 촛불이 하나뿐이었다. 교장 알브레히트는 북쪽 창 앞에 서 있었다. 모자는 모자걸이에 걸려 있었고, 꼬끼는 이번에는 그 모자에 앉지 않았다. 피오의 품에서 교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앉게.”
피오는 앉지 않았다. 교장은 책상 위에 작은 유리병을 하나 올려놓았다. 병 안에 풀 한 줄기가 들어 있었다. 촛불 하나뿐인 방에서도 그 풀은 스스로 빛났다. 푸른빛이었다.
“입학 서류에 자네가 직접 썼더군. 특별 전형 사유. 동생 병 치료. 몸이 돌처럼 굳는 병. 고향 약방 노인의 소견서도 붙어 있었어.”
교장이 병을 피오 쪽으로 밀었다.
“새벽초 한 줄기. 리나 양 같은 아이면 한 줄기로 석 달은 버티고, 석 달이면 손가락이 다시 풀리기 시작한다더군. 왕실 사육장 문지기가 내 조카라서 말이야. 학교에서 이 정도는 할 수 있네.”
피오는 그 빛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철창 너머로 본 그 빛이었다.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었다.
“조건은요?”
“꼬끼를 돌려보내게.”
교장이 말했다. 부드럽지 않았다.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첫 계약을 무르면 학적도 내놓아야 하지. 알고 있네. 자네는 이걸 들고 고향에 가면 돼. 내일 아침이라도. 동생한테.”
“꼬끼가 울 때마다 돌이 갈라지니까요?”
“그래. 북쪽 담 밑 돌은 이제 두 동강이고, 국경 돌은 다섯이 갈라졌네. 나는 백 년 된 돌을 혼자 붙들고 있어. 우리 집안이 백 년 동안 해 온 일이지. 그런데 자네 닭이 울 때마다 내가 밤새 부은 은물이 새벽 한 번에 다 빠져.”
교장이 창밖을 보았다. 검은 지평선이었다.
“축제 결승은 첫눈 오는 날 새벽에 열려. 왕실 전통이야. 그날 새벽에 자네 닭이 결승장에서 울면, 숲 전체가 깰 걸세. 자네도 봤지. 멧돼지 하나가 타는 걸. 그게 숲 전체라면?”
“태우지 않으면 되잖아요.”
“깨어난 것들이 담을 부수지 않으면 말이지.”
교장은 다시 피오를 보았다.
“결승 날 새벽까지 기다리지. 그 전에 꼬끼를 돌려보내고 이 병을 가져가든지, 아니면 결승장에서 울리든지. 생각해 볼 필요는 없다고 지난번에 말했던가? 이번에는 생각하게.”
피오는 유리병을 집지 않았다. 대신 오래 보았다. 그리고 돌아섰다. 문고리에 손을 얹었을 때 품 안의 꼬끼가 머리를 빼고 교장 쪽을 한 번 쪼는 시늉을 했다. 닿지도 않는 거리였다.
*
새벽 네 시 반, 피오는 무너진 북쪽 담 위로 올라갔다. 잠이 오지 않았다. 담 위에는 이미 사람이 하나 앉아 있었다. 이졸데였다. 세라프는 담 아래에서 묶인 날개를 몸에 붙인 채 엎드려 있었다.
“순찰이에요?”
“아니. 그냥.”
피오는 이졸데와 한 사람쯤 떨어져 앉았다. 꼬끼가 둘 사이에 내려앉았다. 담 아래 닭장 쪽에서 먹보가 몸을 일으키는 소리가 났다. 바우가 일어섰고, 꽥과 뿔이와 끄덕이가 차례로 고개를 들었다. 모두 북쪽을 보고 있었다.
“교장이 뭐래?”
“새벽초를 줬어요. 꼬끼를 돌려보내면.”
이졸데가 고개를 돌렸다. 피오는 옷깃의 청동 볏을 만지작거렸다. 어머니가 예선이 끝나고 그 볏을 보더니, 외할머니 저고리 안쪽에 그것과 똑같은 게 꿰매져 있었다고 했다. 왜 꿰맸는지는 외할머니가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고.
“받았어?”
“아직요.”
꼬끼가 가슴을 부풀렸다. 다섯 시였다.
“꼬오오오끼이이이오오오오.”
청동 볏이 달아올랐다. 지난번보다 빨리, 지난번보다 뜨겁게. 피오는 볏을 쥐었다. 손바닥이 데는 것 같았는데 놓지 않았다.
지평선 끝에서 빛이 하나 켜졌다. 그다음 둘. 그다음 열. 그다음은 셀 수 없었다. 검은 숲의 띠를 따라 빛이 번져 나갔다.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하나씩이 아니라 한꺼번에. 둘씩 짝을 지은 빛이었다. 눈이었다.
땅이 아주 낮게 울렸다. 소리는 나중에 왔다. 천 개의 숨이 한꺼번에 내쉬어지는 소리였다. 닭장 옆에서 먹보가 고개를 젖히고 북쪽을 향해 길게 울었다. 숲 쪽에서 그 소리에 답하는 울음이 겹겹이 돌아왔다.
이졸데가 일어섰다. 손이 단검 자루로 갔다가, 멈췄다.
빛들은 내려오지 않았다. 숲 가장자리에서, 재움돌이 박혀 있던 그 선에서, 멈춰 있었다. 숲 전체가 깨어서 남쪽을 보고 있었다.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 숲 앞으로 나와서 먼저 말을 걸어 주기를.
꼬끼가 담 위에서 볏을 한 번 털었다. 그러고는 피오를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