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죽은 자의 나루
재의 강을 건너 · 한도윤
재의 강에는 나룻배가 한 척뿐이다.
배를 젓는 사람은 값을 받지 않는다. 대신 이름을 묻는다. 강을 건너려는 사람은 반드시 자기 이름을 말해야 하고, 그 이름은 강 건너편 사람들에게 그날 안에 전해진다.
이것이 이 강의 법도다. 나는 그 나루에 열흘을 앉아 있었다. 열흘 동안 배는 스물세 번 오갔다. 나는 스물세 번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열하루째 아침에 사공이 물었다.
“안 건너시오?”
“건너오.”
“그럼 이름을.”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공은 삿대를 강물에 박고 나를 봤다. 늙은 사람이었다. 강 이쪽 편에서 사십 년쯤 배를 저은 사람 특유의, 물살에 닳은 눈이었다.
“열흘째요.”
“압니다.”
“자시 전에 안 건너면 오늘도 못 건너오.”
“압니다.”
내 이름은 강 건너에서 죽은 사람의 이름이다.
칠 년 전, 재의 강 서안에서 문파 하나가 무너졌다. 무너진 이유는 여러 가지로 말해지지만, 확실한 것은 그날 밤에 열아홉 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나였다.
정확히 말하면, 그날 이후로 나는 죽은 사람으로 되어 있다. 시신 열아홉 구가 있었고, 그중 하나에 내 이름이 붙었다. 누구의 시신인지는 지금도 모른다.
나는 그때 강을 건너 동안으로 도망쳤다. 그 뒤로 칠 년, 나는 이름 없이 살았다. 정오에 배가 다시 왔다. 이번에는 사람이 셋 내렸다. 검을 찬 자 둘, 짐을 진 자 하나.
검을 찬 자 중 하나가 나를 지나치다 멈췄다.
“실례하오.”
나는 삿갓을 조금 들었다.
“서안 백류문 사람을 찾고 있소. 혹 아시오?”
“모르오.”
“칠 년 전에 없어진 문파요.”
“그러면 더 모르오.”
사내는 잠깐 나를 봤다. 눈이 좋은 자였다. 좋은 눈은 곤란하다.
“이름이 어찌 되시오.”
“묻지 마시오.”
“어허.”
“강을 건너기 전에는 아무도 이름이 없소.”
사내는 웃고 갔다. 가면서 동행에게 뭐라고 했고, 동행이 나를 돌아봤다. 나는 삿갓을 내렸다. 해가 기울 때 사공이 다시 왔다.
“오늘도 안 건너시오?”
“물어볼 것이 있소.”
“말해 보시오.”
“칠 년 전, 그날 밤에도 배가 떴소?”
사공은 삿대를 놓았다.
“떴소.”
“몇 사람이 건넜소?”
“하나.”
나는 숨을 골랐다.
“내가 그 하나요.”
“아니오.”
사공이 말했다.
“그날 건넌 사람은 여자였소.”
나는 그 자리에 오래 앉아 있었다.
칠 년 동안 나는 그날 밤에 나 혼자 도망쳤다고 믿었다. 그 믿음 위에 칠 년을 쌓았다. 죄책감도, 침묵도, 이름을 버린 것도 전부 그 위에 있었다.
“그 여자가 이름을 말했소?”
“말했소.”
“뭐라고.”
사공은 나를 봤다.
“손님이 말하지 않는 그 이름이오.”
자시가 가까웠다. 나는 일어섰다.
“건너겠소.”
“이름은.”
나는 삿갓을 벗었다. 칠 년 만에 얼굴이 바깥 공기에 닿았다.
“백류문 이서.”
사공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강 건너에 오늘 안으로 전해지오. 알고 있소?”
“아오.”
“그쪽에 손님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오.”
“알고 있소.”
나는 배에 올랐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건너는 것이오.”
배가 강 가운데에 이르렀을 때, 사공이 물었다.
“칠 년 전 그 여자를, 손님은 아시오?”
강물은 검었다. 재의 강이라는 이름은 물빛에서 왔다.
“내 누이요.”
“살아 있소?”
“모르오.”
나는 물을 봤다.
“그날 밤에 나는 누이를 두고 나왔다고 생각했소. 칠 년 동안 그렇게 믿었소.”
“그런데.”
“누이가 먼저 건넜다면.”
나는 말을 멈췄다.
“내가 두고 온 사람은 누이가 아니라는 뜻이오.”
사공이 삿대를 밀었다.
“그럼 누구요.”
배가 서안에 닿았다. 나루에 사람이 하나 서 있었다. 여자였다. 칠 년 동안 늙지 않은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