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5,371자)

신청서 두 장

공항 탐지견 콩떡이 · 채이안

2027년 8월 23일 월요일 오전 아홉 시⁠, 영종도 탐지견훈련센터 평가장에는 접이식 의자가 열두 개 놓였다⁠. 평가장 바닥은 어젯밤 누가 레몬 세제로 닦아 냈다⁠. 앞에 작은 탁자 하나⁠, 탁자 위에 액자 하나와 상장 하나⁠. 액자에는 강아지 시절 콩떡이가 콩떡 반쪽을 입에 물고 있는 사진이 들어 있었다⁠. 육재만이 삼 년 전에 찍은 사진이었다⁠.

맹소리는 맨 앞줄에 앉아 콩떡이 목줄을 무릎에 감았다⁠. 콩떡이 코끝은 아직 조금 붉었다⁠. 문오석이 번개를 데리고 두 번째 줄에 앉았고⁠, 차보민이 맨 뒷줄 끝에 앉아 휴지 통을 무릎에 올려놓았다⁠. 반장은 등산화 대신 구두를 신고 왔다⁠. 마약조사과 사람 둘이 같이 왔다⁠.

재만이 상장을 읽었다⁠. 공항에서 쓰는 말투로 읽으려다 중간에 충청도 말이 섞였다⁠.

“⁠탐지견 콩떡이⁠. 위 견은 2027년 7월 23일 몸속에 마약을 숨긴 여행자를 적발하고⁠, 2027년 8월 22일 과자 화물 이천 상자 가운데서 필로폰을 숨긴 상자를 찾아내 국제 마약 밀반입 조직 수사에 이바지하였으므로⁠…⁠… 아이고⁠, 쿠키 앞에서 앉아서 잡은 거여⁠. 다들 알지⁠?⁠”

사람들이 웃었다⁠. 오석이 제일 크게 웃었다⁠. 번개가 오석을 한 번 보고 콩떡이를 봤다⁠.

계원철이 앞으로 나왔다⁠. 손에 종이 한 장을 들고 있었는데 읽지 않고 접었다⁠.

“⁠장비는 들입니다⁠. 경쟁 입찰로 들입니다⁠. 대신 지침을 바꿉니다⁠. 기계가 넘긴 가방도 개가 한 번 더 봅니다⁠. 기계가 표시한 가방만 개한테 보이던 걸 거꾸로도 합니다⁠.⁠” 원철이 박하사탕을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 “⁠기계는 모양을 보고 개는 냄새를 맡습니다⁠. 둘 중 하나만 믿으면 이천 상자 가운데 하나를 놓칩니다⁠. 이번에 그걸 콩떡이가 가르쳐 줬습니다⁠. 맹 주무관하고⁠.⁠”

원철은 말을 마치고 소리를 보지 않은 채 자리로 돌아갔다⁠. 재만이 손짓했다⁠. 소리가 일어나 콩떡이 조끼 끈을 풀었다⁠.

*

조끼가 등에서 내려갔다⁠. 등이 시원했다⁠. 조끼 밑에 갇혀 있던 내 냄새가 한꺼번에 공기로 나왔다⁠. 삼 년 동안 조끼 밑에서 덥혀지던 냄새였다⁠.

귤 냄새 손이 조끼를 접었다⁠. 조끼에서 벨트와 가방과 버터와 시큼함이 났다⁠. 이제 조끼는 귤 냄새 손에 있었다⁠. 나는 조끼 냄새를 한 번 더 맡았다⁠. 가방 냄새 하나하나가 다 기억났다⁠. 은색 가방 손잡이⁠, 연두색 캐리어⁠, 일곱 번째 팔레트⁠.

샴푸 냄새가 다가왔다⁠. 번개였다⁠. 번개가 내 귀 밑을 맡고⁠, 목덜미를 맡고⁠, 엉덩이를 맡았다⁠. 오래 맡았다⁠. 번개 몸에서 웃는 개 냄새가 안 났다⁠. 처음이었다⁠. 번개가 내 코끝을 아주 짧게 핥고 돌아갔다⁠.

콩고물 냄새가 나를 안았다⁠. 오늘은 콩떡이 주머니에 있었다⁠. 주지 않았다⁠. 대신 볼을 내 머리에 오래 댔다⁠. 콩고물 냄새 볼에서 소금이 났다⁠.

*

은퇴식이 끝나고 재만이 소리를 견사 앞 벤치로 불렀다⁠. 분양 서류철을 무릎에 올려놓고 있었다⁠.

“⁠신청서 두 장 들어왔어⁠. 하나는 너고⁠.⁠”

“⁠하나는요⁠?⁠”

“⁠그건 말 못 혀⁠. 규정이여⁠.⁠” 재만이 서류철을 덮었다⁠. “⁠실사 날짜는 다음 달 말이여⁠. 너 오피스텔이지⁠.⁠”

“⁠엄마 집 뒤 창고 치우고 있어요⁠.⁠”

“⁠그물 있는 창고⁠?⁠” 재만이 웃었다⁠. “⁠너 아부지 그물 무거워⁠. 혼자 못 혀⁠.⁠”

재만이 일어나 견사로 가자 차보민이 대기하고 있다가 소리 옆에 앉았다⁠. 보민은 앉기 전에 알약 두 개를 삼켰다⁠.

“⁠감찰 결과 나왔습니다⁠. 견책입니다⁠. 열 시간 몫이에요⁠.⁠” 보민이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그리고 새온테크는 입찰에서 빠집니다⁠. 민원을 만든 건으로 표상민 부사장은 수사 의뢰가 나갔어요⁠. 전관이 현직한테 자리를 내밀고 민원을 지어낸 건이라⁠.⁠”

“⁠감찰관님이 올리신 거예요⁠?⁠”

“⁠계 과장님하고 같이요⁠.⁠” 보민이 견사 철망 너머 콩떡이를 봤다⁠. 콩떡이가 보민을 향해 배를 깔고 엎드렸다⁠. 보민은 한참 망설이다 손가락 하나를 철망 사이로 넣었다⁠. 콩떡이가 코끝을 댔다⁠. 보민이 재채기를 했고⁠, 웃었다⁠. 처음 보는 웃음이었다⁠. “⁠고양이 말고는 처음이에요⁠.⁠”

*

9월 10일 금요일 오후 두 시⁠, 인천구치소 접견실 유리 너머에서 우기현은 수의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 머리를 짧게 깎았고⁠, 볼이 들어갔다⁠. 유리에 손바닥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고⁠, 접견 시간은 십 분이었다⁠.

“⁠콩떡이는⁠?⁠”

“⁠은퇴했어요⁠. 코 다 나았어요⁠.⁠”

“⁠다행이다⁠.⁠” 기현이 웃었다⁠. 웃음이 고등학교 때처럼 오래 갔다⁠. “⁠엄마가 그러는데⁠, 가게 앞에 콩떡이 사진 붙였대⁠. 영상 캡처한 거⁠. 쿠키 보는 얼굴⁠. 손님들이 그거 보고 들어온대⁠.⁠”

“⁠어머님 국자는요⁠.⁠”

“⁠치웠대⁠. 반장님 말대로⁠.⁠”

소리는 웃다가 웃음이 목에서 멈췄다⁠. 접견실 벽시계가 칠 분을 가리켰다⁠.

“⁠방콕 창고 압수했대요⁠. 태국 경찰이⁠. 반장님이 공조 답이 생각보다 빨리 왔대요⁠. 창고에서 일하던 사람들 스무 명 중에 열일곱 명은 아무것도 몰랐대요⁠.⁠” 소리가 말했다⁠. “⁠선배 재판에 제가 증인 나갈게요⁠. 선배가 출발장에서 반장님한테 걸어간 거⁠, 제가 말할게요⁠.⁠”

“⁠그거 말하면 너도 열 시간 얘기 나와⁠.⁠”

“⁠나와도 돼요⁠. 견책은 벌써 받았어요⁠.⁠”

기현이 유리 구멍 앞으로 얼굴을 가까이 댔다⁠.

“⁠야⁠, 맹소리⁠. 나 그 영수증 아직 갖고 있다⁠.⁠”

“⁠무슨 영수증이요⁠.⁠”

“⁠땅콩 사료 영수증⁠. 네가 달라 그래서 내가 써 준 거⁠. 편의점 영수증 뒤에 볼펜으로 반반이라고 써서⁠. 그거 지갑에 계속 있었어⁠. 비행할 때도⁠.⁠” 기현이 웃었다⁠. “⁠압수품 목록에 들어갔대⁠. 증거물 몇 번이래⁠.⁠”

교도관이 문을 열었다⁠. 십 분이 지났다⁠. 기현은 일어나면서 오른발로 바닥을 바깥으로 조금 찼다⁠. 소리는 유리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

9월 마지막 토요일⁠, 구읍뱃터 칼국수 집 뒤 창고 문의 녹슨 자물쇠는 절단기로 잘라 냈다⁠. 엄마가 잘랐다⁠. “⁠너 혼자 하다 손 다치면 개를 누가 키워⁠.⁠” 엄마는 절단기를 내려놓고 목장갑을 꼈다⁠. “⁠나는 개 안 키운다⁠. 너 키우는 개 옆에 있는 거야⁠. 구분해⁠.⁠” 소리는 웃으며 그물을 끌어냈다⁠. 그물에서 바다 냄새와 오래된 기름 냄새가 한꺼번에 일어나 소리는 재채기를 세 번 했다⁠. 엄마는 재채기 소리를 듣고 웃다가⁠, 그물 끝에 묶인 낡은 부표 하나를 집어 들고 오래 서 있었다⁠. 아버지 이름이 매직으로 적힌 부표였다⁠.

재만이 트럭을 몰고 왔다⁠. 반장이 등산화를 신고 왔다⁠. 오석은 번개를 데리고 와서 일은 안 하고 칼국수만 두 그릇 먹었다⁠. 그물은 해 지기 전에 다 나갔다⁠. 창고 뒤 마당에 볕이 들었다⁠. 바다가 보이는 마당이었다⁠.

10월 둘째 주⁠, 실사 나온 직원이 마당을 둘러보고 울타리 높이를 쟀다⁠. 엄마는 칼국수를 내왔다⁠. 직원은 칼국수를 다 먹고 서류에 무언가를 적었다⁠. 「⁠적합⁠」이었다⁠.

*

10월 22일 금요일 오전 열 시⁠, 관세청 탐지견 증여 심의위원회 회의실 앞 대기실에는 의자가 네 개 있었다⁠. 소리는 한 자리에 앉아 무릎 위 서류 봉투를 쥐었다⁠. 대기실 창으로 훈련센터 견사 지붕이 보였다⁠.

문이 열리고 박하 냄새가 먼저 들어왔다⁠. 계원철이 사복 차림으로 들어와 소리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손에 서류 봉투가 하나 들려 있었다⁠. 봉투 겉에 「⁠은퇴 탐지견 분양 신청서 — 신청인 계원철⁠」이 인쇄되어 있었다⁠.

소리는 봉투를 보고⁠, 원철을 보고⁠, 다시 봉투를 봤다⁠.

“⁠과장님이었어요⁠?⁠”

“⁠8월 19일에 냈어⁠.⁠” 원철이 봉투를 무릎에 올렸다⁠. “⁠은퇴 결정서에 서명한 날⁠. 서명하고 바로 썼어⁠. 내가 은퇴시키는 개를 모르는 사람 신청서 기다리게 하기 싫어서⁠.⁠”

“⁠그럼 장비는요⁠. 개 치우자고 하셨잖아요⁠.⁠”

“⁠치우자고 한 적 없어⁠. 덜 쓰자고 했지⁠.⁠” 원철이 창밖 견사 지붕을 봤다⁠. “⁠보리가 아홉 살에 은퇴할 때 앞발 패드가 세 번 갈라져 있었어⁠. 성수기마다 하루 여덟 시간 벨트 앞에 세웠으니까⁠. 내가 세웠어⁠. 은퇴하던 날 집에 데려가려고 했는데⁠, 그때 애가 아토피가 심했어⁠. 개털 날리면 밤새 긁었어⁠. 상민 국장이 분양 서류에 다른 사람 이름 넣는 데 서명했고⁠, 나는 그날 견사 앞에서 밤을 샜어⁠.⁠” 원철이 박하사탕을 꺼내 입에 넣었다⁠. 깨물지 않았다⁠. “⁠기계가 가방 천이백 개 보면⁠, 개는 백 개만 보면 돼⁠. 그럼 개가 아홉 살까지 발바닥 안 까져⁠. 내가 장비 들이자고 한 건 그거야⁠.⁠”

소리는 대답하지 못했다⁠. 원철 주머니에서 소고기 냄새가 났다⁠. 소리 코로도 났다⁠.

“⁠애는요⁠?⁠”

“⁠대학 가서 기숙사 살아⁠. 집에 나랑 집사람만 있어⁠. 아파트 일층이고⁠, 화단도 있어⁠.⁠” 원철이 봉투를 손바닥으로 쓸었다⁠. “⁠실사도 붙었어⁠.⁠”

회의실 문이 열리고 직원이 고개를 내밀었다⁠. “⁠신청인 두 분 같이 들어오세요⁠.⁠”

원철이 먼저 일어났다⁠. 일어나다가 봉투를 소리 쪽으로 내밀었다⁠.

“⁠이거 맹 주무관이 갖고 들어가⁠.⁠”

“⁠네⁠?⁠”

“⁠핸들러가 먼저야⁠. 규정에는 없어⁠. 내 규정이야⁠.⁠” 원철이 봉투를 소리 손에 쥐여 주었다⁠. “⁠들어가서 위원들한테 계원철은 신청 거둔다고 해⁠. 대신 조건 하나만⁠.⁠”

“⁠뭔데요⁠.⁠”

“⁠한 달에 한 번⁠. 칼국수 먹으러 갈 때 육포 들고 가도 되냐고 물어봐⁠.⁠” 원철이 문을 열어 주었다⁠. “⁠소금 적은 걸로⁠.⁠”

*

오후 세 시⁠, 재만이 분양 견사 문을 열었다⁠. 위원회 결정서는 소리 서류 봉투 안에 들어 있었다⁠. 「⁠증여 대상견 콩떡이 — 수증인 맹소리⁠」⁠. 원철은 주차장 끝 자기 차 옆에 서서 기다렸다⁠. 들어가 보라는 말에 고개만 저었다⁠.

콩떡이가 견사에서 뛰어나왔다⁠. 소리 앞을 지나쳤다⁠. 그대로 주차장을 가로질러 원철 바지 주머니에 코를 박았다⁠.

“⁠야⁠, 주인 저기 있어⁠.⁠” 원철이 주머니를 손으로 막으며 뒷걸음질 쳤다⁠. 콩떡이가 따라가 원철 구두 앞에 앉았다⁠. 꼬리를 미친 듯이 흔들었다⁠. 탐지견의 앉기가 아니라 단골손님의 앉기였다⁠.

재만이 웃다가 사레가 들렸다⁠. 원철은 결국 주머니에서 육포 한 조각을 꺼내 주고⁠, 콩떡이 목덜미를 잡아 소리 쪽으로 돌려 세웠다⁠. 콩떡이가 그제야 소리에게 달려와 무릎에 머리를 박았다⁠. 원철은 차에 타기 전에 소리에게 한마디만 했다⁠.

“⁠다음 달 첫째 주 토요일⁠. 칼국수 두 그릇⁠.⁠”

*

바다 냄새가 났다⁠. 갯벌과 소금과 젖은 모래와⁠, 아주 멀리 비행기 기름⁠. 비행기 기름은 이제 멀리서만 났다⁠.

마당 흙에서는 오래된 그물 기름이 아주 조금 났다⁠. 그물은 없는데 냄새는 땅에 남아 있었다⁠. 담 너머 가게에서 바지락과 밀가루와 파 뿌리가 났다⁠. 마당 문가에서 나이 든 여자 냄새가 났다⁠. 내가 처음 맡았을 때 여자 숨에서 겁이 났는데⁠, 오늘 숨에서는 칼국수 국물 맛보는 냄새만 났다⁠. 여자 앞치마 주머니에서 소고기가 났다⁠. 구두약 냄새가 지난주에 놓고 간 소고기였다⁠.

귤 냄새가 마당 평상에 앉았다⁠. 제복 냄새가 없는 귤 냄새⁠. 크림은 새로 발랐고⁠, 손바닥에는 아까 만진 조끼 냄새가 남아 있었다⁠. 조끼 냄새는 이제 마당 벽 높은 데서 바닷바람에 섞여 내려왔다⁠.

귤 냄새 손이 종이봉투를 뜯었다⁠. 버터가 아니었다⁠. 볶은 콩가루와 찹쌀과⁠, 설탕이 하나도 없는 떡⁠. 떡에서 콩고물 냄새 손이 났다⁠. 아침에 찐 떡이었다⁠. 귤 냄새 손바닥 위에 콩떡 한 조각이 올라왔다⁠. 내 코앞에서 손바닥이 멈췄다⁠.

이번에는 주머니로 들어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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