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5,465자)

버터 냄새에 앉았다

공항 탐지견 콩떡이 · 채이안

2027년 7월 19일 월요일 오전 열 시⁠, 영종도 탐지견훈련센터 평가장에서 나는 코부터 바닥에 댔다⁠. 소독약 냄새가 먼저 올라왔다⁠. 어제 저녁 누가 대걸레를 세 번 밀었고⁠, 세 번째 물에는 레몬 세제를 너무 많이 탔다⁠. 레몬 밑에는 지난주 셰퍼드가 흘린 침 냄새가 아직 남아 있었다⁠. 셰퍼드는 지난주에 붙었다⁠. 나는 안 붙었다⁠.

가방은 열두 개였다⁠. 냄새로 세면 열두 개다⁠. 새 가죽⁠, 남의 양말⁠, 김 봉지⁠, 바퀴에 묻은 주차장 흙⁠, 은박지에 싼 김밥⁠. 김밥은 단무지를 빼고 쌌다⁠. 누군지 몰라도 단무지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목줄이 풀렸다⁠. 귤 냄새 나는 손이 내 목덜미를 두 번 쓸었다⁠. 일하자는 뜻이다⁠. 귤 냄새는 손에 바르는 크림이고⁠, 크림 밑에는 아침에 마신 믹스커피와 어젯밤 늦게까지 안 잔 사람의 짠 땀 냄새가 있다⁠. 나는 귤 냄새가 좋다⁠. 세상에서 두 번째로 좋다⁠.

첫 번째로 좋은 냄새는 일곱 번째 가방에 있었다⁠.

세 번째 가방을 지날 때 코끝이 한 번 시큼했다⁠. 쇠를 핥은 것처럼 비리고 약품처럼 따가운 냄새⁠. 더미에 묻혀서 맡던 냄새다⁠. 더미는 수건을 돌돌 말아 만든 장난감이고⁠, 이 냄새를 찾으면 귤 냄새 손이 더미를 던져 준다⁠. 더미 놀이는 좋다⁠. 세 번째로 좋다⁠.

일곱 번째 가방에서는 버터가 터졌다⁠. 밀가루를 버터에 굴려 오븐에 넣었다가 설탕을 한 번 더 뿌린 냄새⁠. 지퍼 틈으로 새어 나오는 정도가 아니었다⁠. 가방 전체가 버터였다⁠. 엉덩이가 먼저 바닥에 닿았다⁠. 내가 앉은 것이 아니라 엉덩이가 앉았다⁠.

귤 냄새 손에서 땀이 확 올라왔다⁠. 짰다⁠. 저 앞에서 콩고물 냄새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콩고물 냄새는 교관이다⁠. 교관의 숨에서는 늘 볶은 콩가루와 담배를 끊으려고 씹는 껌 냄새가 난다⁠.

나는 꼬리를 흔들었다⁠. 찾았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냄새를 찾았다⁠.

*

“⁠칠번 가방⁠. 유혹물에 앉았구먼⁠.⁠”

육재만 교관이 평가표에 볼펜을 눌렀다⁠. 맹소리는 볼펜 끝이 종이를 긁는 소리를 들으면서 콩떡이 목줄을 다시 채웠다⁠. 콩떡이는 혀를 내밀고 웃는 얼굴로 소리를 올려다봤다⁠. 칭찬을 기다리는 얼굴이었다⁠.

“⁠교관님⁠, 삼번에서 고개 돌린 거 보셨잖아요⁠. 맡긴 맡았어요⁠.⁠”

“⁠맡고 지나갔지⁠. 지나가서 쿠키한테 갔고⁠.⁠” 재만이 평가표를 돌려 보였다⁠. 「⁠현장 탐지견 재인증 평가 — 불합격(⁠3회⁠)⁠」⁠. 맨 아래에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조기 은퇴 심사 대상⁠」⁠.

재만은 칠번 가방을 열어 버터 쿠키 한 봉지를 꺼냈다⁠. 평가 때마다 가방 하나에 먹을 것을 넣는다⁠. 공항에는 과자와 육포와 김치가 가득하고⁠, 이 냄새들 사이에서 마약 냄새에만 앉아야 탐지견이다⁠. 콩떡이는 평가 세 번에 세 번 다 먹을 것에 앉았다⁠. 처음엔 육포⁠, 두 번째엔 망고 젤리⁠, 오늘은 쿠키였다⁠.

“⁠삼 년 전 첫날 생각나⁠?⁠” 재만이 쿠키 봉지를 흔들었다⁠. “⁠요놈이 내 도시락 콩떡을 통째로 물고 견사 뒤로 튀었잖여⁠. 그래서 이름이 콩떡이고⁠. 이름 지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디⁠.⁠”

소리는 웃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었다⁠. 웃을 날이 아니었다⁠.

평가장 문이 열리고 바퀴 소리가 들어왔다⁠. 흰 상자 같은 기계 두 대가 운반 수레에 실려 들어왔고⁠, 뒤에서 남색 정장 둘과 세관 제복 하나가 따라왔다⁠. 제복은 인천공항세관 여행자통관 과장 계원철이었다⁠. 걸을 때마다 입안에서 박하사탕이 딱딱 부서졌다⁠. 원철은 사탕을 빨아 먹는 법이 없었다⁠. 넣으면 깨물었다⁠.

“⁠시연 좀 하겠습니다⁠. 교관님⁠, 오 분이면 됩니다⁠.⁠”

정장 하나가 노트북을 펴며 고개를 숙였다⁠. 장비 업체 새온테크 부사장 표상민이었다⁠. 세관 국장으로 있다가 삼 년 전에 나갔다는 사람이었다⁠. 흰 기계 하나는 가방을 통째로 찍는 엑스레이였고⁠, 다른 하나는 가방 겉을 천으로 훔쳐 천을 기계에 넣으면 마약 가루가 묻었는지 알려 주는 이온 스캐너였다⁠. 상민이 열두 가방을 차례로 엑스레이에 밀어 넣자 화면에 붉은 네모가 떴다⁠. 삼번 가방이었다⁠. 사십 초도 안 됐다⁠.

“⁠한 시간에 가방 천이백 개입니다⁠. 지치지도 않고⁠, 쉬는 시간도 없고⁠, 쿠키도 안 먹죠⁠.⁠”

정장 둘이 웃었다⁠. 원철은 웃지 않고 사탕을 깨물었다⁠.

“⁠맹 주무관⁠.⁠” 원철이 콩떡이를 내려다봤다⁠. “⁠작년 상반기에 비행기 타고 들어오다 걸린 마약이 오백 건을 넘었어⁠. 올해는 하루에 수십 건이야⁠. 개 한 마리가 한 번에 삼사십 분 일하고 쉬어야 해⁠. 저 기계는 안 쉬어⁠. 은퇴 심사는 오늘 올리고⁠, 탐지견팀 예산 일부는 장비 시범 운영으로 돌린다⁠. 성수기 동안 본청에서 숫자를 보겠대⁠.⁠”

“⁠과장님⁠, 기계는 사람 몸을 못 맡아요⁠.⁠”

“⁠개도 못 맡잖아⁠. 과자 말고는⁠.⁠”

상민이 기침으로 웃음을 덮었다⁠. 소리는 목줄을 손목에 한 번 더 감았다⁠. 콩떡이가 소리 무릎에 머리를 기댔다⁠.

“⁠성수기 끝날 때까지만 주세요⁠. 현장에서 한 건⁠. 한 건 잡으면 은퇴 심사 거둬 주세요⁠.⁠”

“⁠현장은 평가장보다 쿠키가 천 배 많아⁠.⁠”

“⁠그러니까 현장에서 잡으면 진짜잖아요⁠.⁠”

원철이 사탕을 다 깨물 때까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재만은 평가표를 접었다 폈다 했고⁠, 상민은 노트북 화면을 소리 앞으로 조금 돌려 붉은 네모를 한 번 더 보여 주었다⁠.

“⁠8월 22일⁠. 성수기 마지막 날까지 한 건⁠. 못 잡으면 23일 자로 은퇴야⁠. 대신 방콕발이랑 우범 노선만 붙여⁠. 착륙하자마자 일제 검사 하는 편들⁠.⁠”

마약이 자주 나오는 나라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지난해부터 착륙 즉시 승객 짐을 모두 검사했다⁠. 개가 가장 바쁜 자리였다⁠. 원철은 쉬운 자리를 주지 않았고 제일 어려운 자리를 줬다⁠. 소리는 기회인지 덫인지 따질 틈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정장 냄새들이 기계를 밀고 나간 뒤에 구두약 냄새가 내 앞에 쭈그려 앉았다⁠. 구두약 냄새는 아까 귤 냄새 손에서 짠 땀이 나게 만든 사람이다⁠. 구두 끝에 바른 검은 기름⁠, 입안에서 부서지는 박하⁠, 다림질한 바지⁠. 나는 으르렁거릴 준비를 했다⁠.

바지 주머니에서는 소고기가 났다⁠. 말린 소고기⁠. 소금을 조금만 친⁠, 개가 먹어도 되는 육포였다⁠. 내 코가 주머니로 쏠리자 구두약 냄새 손이 주머니를 덮었다⁠. 주지는 않았다⁠. 대신 손바닥을 내 코앞에 펴 보였다⁠.

손바닥에서 오래된 개 냄새가 났다⁠. 아주 오래⁠, 몇 번 계절이 바뀌도록 씻어도 손금 사이에 남는 냄새⁠. 나 말고 다른 래브라도였다⁠. 늙은 개였고⁠, 지금은 이 손 근처에 없는 개였다⁠.

구두약 냄새가 일어나며 박하를 한 번 더 깨물었다⁠. 소고기는 끝내 주머니에서 나오지 않았다⁠. 나는 구두약 냄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꼬리를 반만 흔들었다⁠.

*

센터를 나와 공항 직원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소리는 휴대전화로 관세청 누리집을 열었다⁠. 「⁠은퇴 탐지견 분양 안내 — 서류 심사⁠, 거주 환경 실사⁠, 증여 심의위원회를 거쳐 인도까지 약 두 달⁠」⁠. 거주 환경 실사라는 글자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소리가 사는 운서동 오피스텔 계약서에는 한 줄이 붉게 그어져 있었다⁠. 「⁠10킬로그램 이상 반려동물 불가⁠」⁠. 콩떡이는 33킬로그램이었다⁠. 은퇴하면 콩떡이는 센터 분양 견사에서 모르는 사람의 신청서를 기다리게 된다⁠. 운이 좋으면 마당 있는 집으로 가고⁠, 운이 나쁘면 오래 기다린다⁠.

탐지견팀 단톡방에 글이 올라왔다⁠. 「⁠문오석⁠: 우리 번개 오늘 김포 지원 나가서 두 건 ㅋ 콩떡이는 오늘도 쿠키 먹었다며⁠」⁠. 밑에 웃는 얼굴이 넷 달렸다⁠. 번개는 사 년 연속 우수 탐지견에 뽑힌 검은 래브라도였고⁠, 문오석은 번개 사진을 휴대전화 배경 화면으로 쓰는 핸들러였다⁠.

소리는 답을 쳤다가 지웠다⁠. 「⁠콩떡이는 쿠키를 먹지 않았습니다⁠. 앉기만 했습니다⁠.⁠」 지운 자리에 다시 쳤다⁠. 「⁠22일에 봅시다⁠.⁠」

*

2027년 7월 20일 화요일 오후 두 시 십 분⁠, 입국장 수하물 찾는 곳에서 나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켰다가 재채기를 했다⁠. 냄새가 너무 많았다⁠.

고무 벨트가 데워지는 냄새⁠, 바닥 왁스⁠, 사람 수백 명의 땀⁠. 땀마다 다 다르다⁠. 비행기에서 잠을 못 잔 땀⁠, 술을 마시고 잔 땀⁠, 아이를 안고 열 시간을 앉아 있던 땀⁠. 누구 가방에서 김치가 샜고⁠, 누구 가방에는 두리안이 있었다⁠. 두리안은 냄새 정도가 아니다⁠. 사건이다⁠. 코를 대자마자 눈물이 났다⁠.

귤 냄새 손이 목줄을 짧게 잡았다⁠. 방콕에서 온 가방들이 벨트를 타고 돌았다⁠. 가방마다 바깥 공항의 더운 공기와 향신료와 비행기 화물칸의 차가운 쇠 냄새가 묻어 있었다⁠. 나는 가방 사이를 걸었다⁠. 코가 바빴다⁠. 시큼한 쇠 냄새는 없었다⁠. 없었는데⁠,

버터⁠.

은색 가방이었다⁠. 손잡이 틈에 과자 봉지 하나가 꽂혀 있었다⁠. 봉지는 뜯겨 있었고⁠, 남은 쿠키 세 개가 버터를 뿜었다⁠. 코를 박았다⁠. 박은 게 아니라 코가 들어갔다⁠.

곧 버터 말고 다른 냄새가 옆을 지나갔다⁠. 비행기 기름 냄새⁠. 모닥불 냄새가 섞인 비싼 향수⁠. 다림질한 천⁠. 그리고 또 버터⁠. 은색 가방의 버터와 똑같은 버터였다⁠. 버터 밑에⁠, 아주 아래에⁠, 손톱만큼 시큼한 냄새가 있었다가 버터에 덮였다⁠.

엉덩이가 앉을지 말지 정하지 못했다⁠. 앉으려니 버터였고⁠, 안 앉으려니 시큼했다⁠. 나는 짖었다⁠.

*

맹소리는 콩떡이가 은색 캐리어 손잡이에 코를 처박은 꼴을 내려다보며 숨을 골랐다⁠. 손잡이 틈에 꽂힌 과자 봉지가 콧김에 바스락거렸다⁠. 큰 유리창으로 들어온 햇빛이 벨트 위 가방들을 하얗게 덮었고⁠, 콩떡이의 크림색 털도 볕을 받아 버터처럼 빛났다⁠. 세 살인데도 얼굴에는 아직 강아지 티가 남아 있었다⁠. 처진 귀가 볼을 덮었고⁠, 갈색 눈이 과자 봉지만 보고 있었다⁠. 파란 탐지견 조끼 등판의 하얀 이름표에 「⁠콩떡이⁠」 세 글자가 박혀 있었다⁠.

수하물 안내판 유리에 맹소리가 비쳤다⁠. 높이 묶은 검은 포니테일⁠, 남색 세관 제복⁠, 손목에 두 번 감은 파란 목줄⁠. 출근 첫날 사진을 찍던 얼굴과 다른 데는 눈 밑뿐이었다⁠.

“⁠콩떡이 주무관님⁠, 그거 아니에요⁠. 그건 쿠키예요⁠. 우리가 찾는 건 쿠키가 아니에요⁠.⁠”

소리는 개에게 존댓말을 썼다⁠. 훈련소 시절부터 그랬다⁠. 반말로 혼내면 콩떡이가 귀를 접었고⁠, 존댓말로 부탁하면 귀를 세웠다⁠. 오늘은 존댓말도 듣지 않았다⁠. 캐리어 주인인 할머니가 웃으며 쿠키 하나를 꺼내 내밀자 소리가 몸으로 막았다⁠. “⁠어머님⁠, 죄송합니다⁠. 근무 중이라 못 먹어요⁠.⁠” 할머니가 섭섭한 얼굴로 쿠키를 도로 넣었다⁠.

할머니가 돌아서는데 콩떡이가 고개를 홱 돌리더니 짖었다⁠.

탐지견은 짖지 않는다⁠. 마약 냄새를 찾으면 제자리에 조용히 앉는다⁠. 짖으면 승객이 놀라고⁠, 놀란 사람은 가방을 끌어안고 도망친다⁠. 소리는 훈련 첫 주에 배운 것을 콩떡이가 잊은 줄 알고 목줄을 당겼다⁠.

콩떡이가 짖은 자리에는 남자 하나가 있었다⁠. 검은 캐리어를 끌고 수하물 찾는 곳 가장자리를 지나 승무원 출구로 가던 조종사였다⁠. 남색 제복 소매에 금색 줄 세 개⁠, 머리에 모자⁠. 남자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짙은 눈썹 아래 눈이 콩떡이를 지나 소리에게 왔다⁠.

소리는 얼굴보다 걸음걸이를 먼저 알아봤다⁠. 오른발을 조금 바깥으로 차며 걷는 버릇⁠. 영종도에서 학교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 턱을 그렇게 차던 사람⁠.

“⁠…⁠…기현 선배⁠?⁠”

우기현이 모자챙을 올리며 웃었다⁠. 고등학교 때 매점 앞에서 짓던 웃음과 똑같았다⁠.

“⁠야⁠, 맹소리⁠. 너 세관 됐다며⁠.⁠”

콩떡이가 다시 짖었다⁠. 이번에는 더 크게⁠, 기현의 검은 캐리어를 보고⁠.

1화는 어땠나요?

댓글 0

로그인하면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