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첫눈
겨울 정거장의 편지 · 서지오
그 정거장에서는 아직 오지 않은 편지를 받을 수 있다. 나는 그 말을 열아홉에 처음 들었고, 스물넷에 확인했다. 정거장 이름은 없다.
시간표에는 ‘임시’라고만 적혀 있고, 하루에 두 번 차가 선다. 새벽 다섯 시 사십 분과 저녁 여섯 시 이십 분. 겨울에는 저녁 차가 자주 결행된다.
나는 그 정거장에서 우편 업무를 본다. 정확히는,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한다. 열여섯 개 우편함을 관리하고, 편지를 정리하고, 주인에게 전한다. 문제는 이 우편함에 들어오는 편지의 날짜다.
처음 발견한 것은 스물넷 되던 해 십이월이었다. 7번 우편함에 편지 한 통이 있었다. 수신인: 서하람 발신일: 내년 3월 12일 나는 그 편지를 열지 않았다. 남의 것이니까.
대신 서하람이라는 사람을 찾았다. 이 근처에 그런 이름은 하나뿐이었다. 산 아래 온실에서 화훼를 하는 사람. 마흔 몇 살.
“편지가 왔습니다.”
“누구한테서.”
“발신인이 없습니다.”
그는 봉투를 받아 날짜를 봤다. 그리고 웃었다.
“또 왔네.”
그는 이런 편지를 여덟 번 받았다고 했다. 전부 미래 날짜였다. 전부 발신인이 없었다. 전부 그가 곧 겪을 일에 대한 것이었다.
“내용이 맞습니까.”
“맞았어.”
“전부요?”
“여덟 번 다.”
나는 그다음 질문을 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바꿀 수 있었습니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안 바뀌더라고.”
“그럼 왜 읽으십니까.”
“준비할 수 있으니까.”
그해 겨울에 나는 편지를 스물두 통 받았다. 전부 미래에서 온 것이었다. 수신인은 열한 명. 나는 매번 찾아가 전했다. 열두 번째 전달에서 문제가 생겼다. 수신인이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날 아침에 죽었다. 편지 발신일은 이 주 뒤였다. 나는 그 편지를 손에 들고 정거장에 세 시간 앉아 있었다. 이 편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열여섯 개 우편함 어디에도 답이 없었다.
저녁 여섯 시 이십 분 차가 왔다. 겨울에는 자주 결행되는 그 차가, 그날은 왔다. 내렸다. 한 사람.
“여기가 정거장이 맞나요.”
여자가 물었다. 코트가 계절에 맞지 않게 얇았다.
“맞습니다.”
“편지를 찾으러 왔어요.”
“수신인이.”
“제 것이 아니에요.”
여자는 장갑을 벗었다.
“제가 쓴 거예요.”
나는 손에 든 편지를 봤다. 이 주 뒤 날짜.
“이걸 쓰셨다고요.”
“아직은 안 썼어요.”
여자가 말했다.
“이 주 뒤에 쓸 거예요.”
나는 그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이해하고 나서도 믿기까지 또 시간이 걸렸다.
“그럼 지금 여기 계신 분은.”
“이 주 뒤의 저요.”
여자는 편지를 받아 갔다. 받으면서 나를 봤다.
“당신도 곧 하나 받을 거예요.”
“제 것도요.”
“네.”
“내용을 아십니까.”
여자는 잠깐 망설였다.
“알아요.”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안 돼요.”
“왜요.”
“제가 지금 말하면, 이 주 뒤에 제가 그 편지를 안 쓰게 되거든요.”
여자는 새벽 다섯 시 사십 분 차를 타고 갔다. 가기 전에 한 가지만 말했다.
“당신 편지는 3번 함에 올 거예요.”
“언제요.”
“오늘 밤에.”
나는 그날 밤 정거장에 남았다. 열한 시 사십 분에 3번 함에서 소리가 났다. 편지가 들어오는 소리를 나는 이때 처음 들었다. 종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종이가 생기는 소리였다.
나는 함을 열었다. 봉투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수신: 정이오 발신일: 3년 후 1월 9일
내 이름이었다. 나는 봉투를 열지 않고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벤치에 앉았다. 삼 년 뒤의 내가 나에게 무엇을 썼는지, 지금 알고 싶지 않았다. 한 가지만 확실했다. 삼 년 뒤에도 나는 이 정거장에 있다.
그것만으로도 오늘 밤은 견딜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