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5,072자) · 사십일 일

두시

이 년째 서로를 몰래 기록한 두 사람 · 유하람

카페 이름은 두시다. 두 시에 문을 열어서 그렇다고 사장님은 말하지만 실제로는 열두 시에 연다. 나는 이 집에 이 년째 온다. 문 앞에 턱이 하나 있다. 보도블록에서 가게 바닥까지 한 뼘 조금 넘는 높이. 들어올 때 한 번, 나갈 때 한 번, 이 년 동안 하루 두 번씩 그 턱을 넘었다. 처음 몇 달은 발끝이 걸렸고 그다음부터는 몸이 알아서 발을 높이 들었다. 몸이 먼저 외우는 것들이 있다.

두 시에 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집에서 일하면 하루가 무너진다. 무너지는 방식이 매번 같아서 이제는 예측도 된다. 열한 시에 시작해서 열두 시에 딴짓을 하고 한 시에 자책하고 두 시에 포기한다. 그래서 두 시에 나온다. 포기할 시각에 자리를 옮기면 하루가 한 번 더 시작된다.

이 집은 두 시부터 여섯 시까지 조용하다. 2층이 영어 학원이라 여섯 시 십오 분이 되면 아이들이 계단을 굴러 내려와 딸기 스무디를 시킨다. 그 전 네 시간은 에어컨 소리, 원두 가는 소리, 잔이 받침에 닿는 소리뿐이다. 자리는 아홉. 창가에 셋, 가운데 넷, 문 옆에 둘. 내 자리는 창가 왼쪽이다. 창가 오른쪽에는 늘 같은 사람이 앉는다. 가운데 창가 자리는 비어 있다. 이 년 동안 거기 누가 앉은 것을 본 적이 없다.

그 사람은 두 시 정각에 온다. 내가 들어오면 이미 앉아 있다. 나는 두 시 사 분에서 팔 분 사이에 들어온다. 그 사람이 나를 보고 시계를 보는지, 내가 그 사람을 보고 시계를 보는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한 번도 말을 한 적이 없다. 들어올 때 눈이 마주치면 아주 짧게 고개를 숙인다. 열 번 중에 세 번쯤.

그리고 내 일기에는 그 사람이 자주 나온다.

7월 14일. 남색 셔츠. 아이스라테. 얼음을 씹지 않고 녹을 때까지 기다림. 7월 15일. 네 시에 창밖을 오래 봄. 비는 안 왔다. 7월 16일. 자를 꺼내 탁자 모서리를 잼. 왜.

이런 걸 왜 적느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어렵다. 일기는 그날 있었던 일을 적는 것이고, 내 하루에서 확실하게 있었던 일은 그것뿐이라서, 라고 하면 조금 슬프게 들린다. 슬프게 들리지만 사실이다.

칠월 이십일일 화요일. 두 시 육 분에 턱을 넘었다. 그 사람은 창가 오른쪽에 있었다. 나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두시의 아메리카노는 첫 모금이 쓰고 두 번째 모금에 산미가 올라온다. 사장님이 열두 해 동안 원두를 바꾸지 않았다. 나는 그 두 번째 모금이 좋아서 첫 모금을 빨리 삼킨다. 창가 왼쪽에 앉아서 노트북을 열었다. 이번 달 원고는 영국 연애소설이다. 주인공이 빗속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장면에서 사흘째 멈춰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의 문장은 옮기기 어렵다. 무엇을 기다리는지 원문도 끝까지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시 삼십이 분에 문이 열렸다.

턱에 구두 굽이 걸리는 소리가 났다. 딱. 들어온 사람은 마흔 중반의 남자였다. 회색 반팔 셔츠에 넥타이를 맸다. 한여름에 반팔에 넥타이. 그 뒤로 서류 가방을 든 젊은 남자가 따라 들어왔다. 첫 남자가 발밑을 내려다봤다.

“이거 위험하네. 사람 넘어지겠어.”

그 사람은 목소리가 컸다. 이 집 두 시에 맞지 않는 크기였다. 카운터로 가서 사장님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사장님은 명함을 받지 않았다. 대신 행주를 접었다. 사장님은 할 말이 있을 때 행주를 접는다. 반으로, 또 반으로.

“사장님, 지난주에 등기로 보낸 거 받으셨죠. 반기찬입니다. 새로 건물 맡은.”

“받았어요.”

“그럼 날짜 아시죠. 팔월 삼십일일.”

“알아요.”

“재건축 들어갑니다. 저도 사정이 있어서요. 이사비는 드린다고 했고.”

반기찬이라는 사람은 카운터에 A4 한 장을 올려놓았다. 젊은 남자가 가방에서 테이프를 꺼냈다. 두 사람은 그 종이를 계산대 옆 유리창에, 손님들이 드나들며 보는 자리에 붙이기 시작했다. 명도 안내. 임대차 기간 만료에 따른. 글자가 굵었다.

사장님은 말리지 않았다. 행주를 접은 채로 서 있었다.

나는 일어섰다. 왜 일어섰는지 모르겠다. 나는 남의 일에 끼는 사람이 아니다. 앞에 문장이 없으면 말을 못 만드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날은 발이 먼저 갔다. 이 년 동안 턱을 넘던 발이.

“저기요.”

반기찬이 돌아봤다. 나를 위아래로 봤다. 손님이구나, 하는 얼굴이었다.

“여기 두 시부터 여섯 시까지는 조용한 시간이에요.”

“네?”

“큰 소리 안 내는 시간이요. 그리고 그 종이, 손님들 보는 데 붙이시는 거 사장님이 허락하셨어요?”

반기찬이 웃었다. 이상하게 기분 나쁜 웃음은 아니었다. 피곤한 사람의 웃음이었다.

“손님, 여기 건물주가 저예요. 유리창도 제 거고요.”

“가게는 사장님 거잖아요.”

“팔월 삼십일일까지는요.”

그 사람은 벽의 달력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사장님이 매달 한 장씩 넘기는, 동네 떡집에서 준 달력이었다.

“오늘부터 사십일 일. 법이 그래요. 십 년 넘은 가게는 계약 갱신 청구를 못 해요. 사장님이 열두 해 하셨죠. 오래 하셨어요. 저도 여기 올 때마다 마음 편한 거 아니에요.”

“그럼 왜 오세요?”

“이자 내러요.”

그 사람은 대답하고 나서 스스로 조금 놀란 얼굴을 했다. 진짜를 말해 버린 사람의 얼굴. 그러고는 표정을 도로 닫았다.

“손님은 커피 드세요. 사십일 일 동안은 여기 커피 나오니까.”

나는 할 말을 찾았다. 이런 장면을 나는 수십 번 옮겼다. 여주인공이 부당한 사람 앞에서 한 마디로 상대를 꺾는 장면. 원문에는 늘 그 한 마디가 있었다. 오늘은 원문이 없었다. 내 입 안에는 쓴 첫 모금만 남아 있었다.

그때 반기찬이 창가 오른쪽을 봤다. 그 사람을. 그리고 고개를 조금 숙였다. 아는 사람한테 하는 인사였다.

그 사람은 인사를 받지 않았다. 창밖을 봤다.

반기찬은 나갔다. 나가면서 또 턱에 걸렸다. 이번에는 조금 휘청했다. 젊은 남자가 팔을 잡았다. 문이 닫혔다. 유리창에 붙은 종이가 에어컨 바람에 한쪽 귀퉁이만 들썩였다. 사장님이 행주를 폈다. 그러고는 잔을 닦기 시작했다. 스물두 개. 나는 그 잔 수를 안다. 이 년 동안 세 번 셌다.

“사장님.”

“응, 앉아요. 커피 식어.”

아이스커피는 식지 않는다. 사장님도 알았다. 나는 앉았다. 그날 오후 나는 원고를 한 줄도 옮기지 못했다. 빗속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자는 그날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여섯 시에 나는 일어났다. 그 사람은 아직 있었다. 턱을 넘어 보도블록에 내려서는데 사장님이 불렀다.

“손님, 이거 두고 가셨어요.”

사장님이 내민 것은 노트였다. A5. 한결문구에서 파는 무선 노트. 이 동네 문구점에는 그것밖에 없다. 나는 받아서 가방에 넣었다. 넣고 나서 알았다. 내 노트는 가방 안에 이미 있었다. 꺼냈다. 두 권이었다. 하나는 검은색, 하나는 남색. 카페 안 조명에서는 둘 다 검었다. 저녁 해 아래에서는 달랐다.

나는 그 자리에서 그것을 열지 말았어야 했다.

열었다. 턱에 걸터앉아서. 첫 장에 날짜가 있었다.

재작년 7월 22일. 새 손님. 창가 왼쪽. 두 시 칠 분. 턱에 발끝이 걸림. 재작년 7월 23일. 또 옴. 두 시 오 분. 또 걸림. 재작년 7월 29일. 안 걸림. 발을 높이 드는 법을 배웠다.

그 뒤로 이 년이 있었다. 한 장에 서너 날씩. 거의 모든 날에 창가 왼쪽 사람이 있었다. 커피를 한 잔 시키는 날과 두 잔 시키는 날. 왼손으로 머리를 넘기는 날. 노트북을 십 센티 앞으로 미는 날. 그리고 날짜 옆에 작은 숫자들이 있었다. 두 시 사 분, 두 시 칠 분, 두 시 팔 분. 한 번은 두 시 사십 분,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어떤 날은 한 줄뿐이었다. 날짜와, 오늘은 조용했다, 그 한 줄. 그런 날을 넘기다가 알았다. 그 한 줄짜리 날에는 창가 왼쪽 사람이 없었다. 내가 마감에 쫓겨 집에 틀어박혔던 날, 아버지 수술 때문에 병원에서 잤던 날. 그 사람은 내가 없는 날에도 날짜를 건너뛰지 않았다. 오늘은 조용했다고.

나는 오늘 날짜를 찾아 넘겼다. 오늘 장은 짧았다.

7월 21일. 두 시 육 분. 창가 왼쪽 사람이 반기찬한테 일어섰다. 처음 들어 보는 목소리. 생각보다 낮다. 진단 일정 8월 11일.

마지막 줄을 두 번 읽었다. 진단.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문종이 한 번 울렸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 사람이 문간에 서 있었다. 검은 노트를 들고. 내 노트였다.

그 사람은 턱 위에 서 있었고 나는 턱 아래 앉아 있었다. 그 차이가 이십몇 센티였다. 이 년 동안 우리 사이는 이 미터가 넘었다. 오늘은 한 뼘이었다.

“바뀌었네요.”

내가 말했다. 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열어 보셨어요?”

그 사람은 대답하기 전에 노트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말했다.

“네.”

“저도요.”

“알아요. 거기 앉아서 읽으시는 거 봤어요.”

그 사람이 턱을 내려와 내 옆에 섰다. 노트를 내밀었다. 나는 남색을 내밀었다. 동시에 바꿨다. 어색했다. 노트 두 권을 바꾸는 데 걸린 시간이 이 년보다 길게 느껴졌다.

“하나 여쭤도 돼요?”

그 사람이 말했다. 처음 들어 보는 목소리. 생각보다 낮지 않았다. 조금 쉬어 있었다.

“이 년 동안 제가 몇 시에 왔는지 아세요?”

“두 시 정각이요.”

“한 번도 안 늦었죠.”

“한 번도요.”

“그쪽은 두 시 사 분에서 팔 분 사이고요. 열한 번 벗어났어요.”

나는 턱을 짚었다.

“그걸 왜 세셨어요?”

그 사람은 말을 골랐다. 오래 골랐다. 여섯 시 십오 분이 되자 2층에서 아이들이 계단을 굴러 내려왔다. 우리 옆을 지나 턱을 넘어 가게로 들어갔다. 딸기 스무디, 딸기 스무디, 저는 초코. 아이들 목소리가 그 사람 대답을 덮을 뻔했다.

“셀 게 그것밖에 없어서요.”

나는 웃었다. 일 년 만에 소리 내어 웃은 것 같았다. 웃다가 멈췄다. 가방 속 검은 노트 대신 방금 돌려준 남색 노트의 마지막 줄이 머리에 남아 있었다.

“진단이 뭐예요.”

그 사람의 얼굴이 굳었다. 아이들이 가게 안에서 웃었다. 에어컨 바람이 문틈으로 새어 나와 발목을 식혔다. 그 사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은색 줄자였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는.

“내일 두 시에 말씀드려도 될까요?”

“왜 지금은 안 돼요?”

“지금은 여섯 시가 넘어서요.”

그 사람은 그렇게 말하고 줄자를 도로 넣었다. 그리고 턱을 넘어 가게로 돌아갔다. 발을 높이 들지 않고, 딱 턱 높이만큼만 들어서.

1화는 어땠나요?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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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하람작가2026.10.09· 1화

    작가 유하람입니다. 이 년 동안 말 한 번 안 한 두 사람이 서로를 일기에 적어 왔습니다. 1화의 카페 「두시」에서 노트가 바뀌는 순간, 여러분은 어느 쪽의 일기가 먼저 궁금하셨나요?

  • 조용한책상2026.05.17· 1화

    여기서 끊는 건 반칙 아닌가요… 잘 읽었습니다.

    • 유하람작가2026.05.18

      같은 출발점 작품들 저도 다 읽었습니다. 정말 다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