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칠백삼십 일

두 시의 일기 · 유하람

카페 이름은 ‘두시’다. 두 시에 문을 열어서 그렇다고 주인은 말하지만, 실제로는 열두 시에 연다. 나는 이 집에 이 년째 온다. 정확히는 칠백삼십 일째다. 세어 본 것은 아니고 일기가 그렇게 되어 있다.

두 시에 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집에서 일하면 하루가 무너진다. 무너지는 방식이 매번 똑같아서 이제는 예측도 된다. 열한 시에 시작해서 열두 시에 딴짓하고 한 시에 자책하고 두 시에 포기한다.

그래서 두 시에 나온다. 포기할 시각에 자리를 옮기면 하루가 한 번 더 시작된다. 창가 자리는 넷이다. 내 자리는 왼쪽에서 두 번째. 맞은편은 오른쪽에서 두 번째. 거기 앉는 사람은 늘 같다.

그 사람도 이 년째다. 내가 이 년째니까 그 사람도 이 년째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정확히는, 내가 오기 시작했을 때 이미 그 사람이 있었다. 우리는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

인사도 안 한다. 들어올 때 눈이 마주치면 아주 짧게 고개를 숙인다. 그것도 매번은 아니다. 열 번 중 세 번쯤. 내 일기에는 그 사람이 자주 나온다.

3월 12일. 회색 니트. 두 시 사분에 옴. 커피를 반만 마시고 감. 3월 19일. 오늘은 열두 시부터 있었던 것 같다. 컵이 두 개. 4월 2일. 처음으로 노트북이 아니라 종이에 뭘 씀. 오래 씀.

이런 걸 왜 적느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어렵다. 일기는 원래 그날 있었던 일을 적는 것이고, 내 하루에서 확실하게 있었던 일은 그것뿐이니까, 라고 하면 조금 슬프게 들린다.

슬프게 들리지만 사실이다. 오늘은 화요일이다. 두 시 사 분에 그 사람이 들어왔다. 나는 시계를 봤다. 두 시 사 분. 그 사람은 늘 두 시 사 분에서 두 시 팔 분 사이에 온다. 이 년 동안 그 범위를 벗어난 것은 열한 번뿐이다.

열한 번을 세어 둔 나에 대해서는 오늘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네 시쯤 비가 왔다. 창밖으로 사람들이 뛰었다. 그 사람은 창밖을 봤고, 나도 창밖을 봤다. 그리고 아주 잠깐 눈이 마주쳤다.

이 년 동안 이런 일이 몇 번 있었는데, 나는 매번 먼저 눈을 돌렸다. 오늘도 그랬다. 여섯 시에 나는 나왔다. 그 사람은 아직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주인이 불렀다.

“손님.”

“네.”

“이거 두고 가셨어요.”

주인이 내민 것은 노트였다. 검은색 표지. 내 것과 같은 종류. 나는 받아서 가방에 넣었다. 넣고 나서 계단을 세 칸 내려가다가 멈췄다. 내 노트는 가방 안에 있었다. 나는 꺼내서 봤다.

두 권이었다. 한 권은 내 것이었다. 다른 한 권은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그것을 열지 말았어야 했다. 열었다. 첫 장에 날짜가 있었다.

3월 12일. 검은 셔츠. 두 시 정각에 옴. 오늘도 정각이다. 3월 19일. 오늘은 늦게 왔다. 두 시 이십일 분. 무슨 일이 있었나. 4월 2일. 노트북 화면을 세 번 닫았다 열었다 했다. 잘 안 되나 보다.

나는 계단에 앉았다. 4월 2일에 나는 번역이 막혀 있었다. 그걸 아는 사람은 없다. 노트를 덮고 나는 위를 봤다. 계단 위, 카페 문이 열려 있었다. 거기 그 사람이 서 있었다.

손에 노트를 들고. 나는 노트를 덮고 일어섰다. 계단을 올라갔다. 그 사람은 문가에서 비켜서지 않았다. 비켜서지 않아서 나는 두 계단 아래에 섰다.

“바꿔 갔어요.”

내가 말했다.

“네.”

“주인이요.”

“네.”

우리는 그 상태로 몇 초 있었다.

“열어 보셨어요?”

내가 물었다.

“...네.”

“저도요.”

그 사람이 노트를 내밀었다. 나는 내 것을 내밀었다. 동시에 바꿨다. 계단에서 노트 두 권을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어색했다.

“저기.”

그 사람이 말했다.

“네.”

“이 년 동안 제가 몇 시에 왔는지 아세요?”

“두 시 사 분에서 팔 분 사이요.”

“열한 번 벗어났고요.”

“...아세요?”

“제가 세었어요.”

나는 계단 난간을 잡았다.

“왜 세셨어요.”

“그쪽이 매번 저를 보고 시계를 봐서요.”

나는 그것을 기억하지 못했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상대가 이 년 동안 세고 있었다는 것이, 오늘 제일 놀라운 부분이었다.

“저는 왜 세셨어요.”

“그건.”

그 사람이 말을 골랐다.

“셀 게 그것밖에 없어서요.”

나는 웃었다. 일 년쯤 만에 소리 내서 웃은 것 같았다.

“내려가서 커피 한잔하실래요?”

내가 물었다.

“지금요?”

“네.”

“여섯 시 넘었는데요.”

“저는 여섯 시에 나가요. 이 년 동안.”

“압니다.”

그 사람이 계단을 내려왔다.

“그것도 세셨어요?”

“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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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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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만더2026.05.19· 1

    문장이 짧은데 밀도가 있어요. 계속 읽게 됩니다.

    • 달밤에책2026.05.20

      저는 오히려 그 앞 문단이 더 좋았어요.

  • 겨울차2026.05.18· 1

    같은 출발점에서 나온 다른 작품도 읽고 왔는데 완전히 달라서 신기했어요.

  • 조용한책상2026.05.17· 1

    여기서 끊는 건 반칙 아닌가요… 잘 읽었습니다.

    • 유하람2026.05.18

      같은 출발점 작품들 저도 다 읽었습니다. 정말 다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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