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오른쪽 시계
시간을 빌린 사람들 · 문가온
기지의 벽에는 시계가 둘이다. 왼쪽은 여기 시각. 오른쪽은 지상 시각. 왼쪽은 보통 시계처럼 돈다. 오른쪽은 초침이 보이지 않는다. 너무 빨라서. 분침이 시침처럼 돈다. 시침은 그냥 흐른다.
여기 처음 온 사람은 오른쪽 시계를 계속 본다. 이 주쯤 지나면 안 본다. 나는 두 번째라서 처음부터 안 봤다. 첫 계약은 스물여덟에 시작했다. 육 개월 일했다. 나왔더니 사십 년이 지나 있었다.
내가 알던 사람 중에 살아 있는 사람은 넷이었다. 넷 다 나를 못 알아봤다. 한 명은 알아봤는데, 그쪽이 여든셋이었다. 지상에서 나는 넉 달을 버텼다. 돈은 많았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중에 내가 원하는 건 없었다.
그래서 다시 들어왔다. 두 번째 계약 사흘째. 식당에서 노인이 물었다.
“두 번째지.”
“네.”
“왜 왔어.”
“돈이요.”
노인은 웃었다.
“거짓말도 성의 없이 하네.”
“어르신은요.”
“나?”
노인은 숟가락을 놓았다.
“삼십 년.”
“...안 나가세요?”
“나가면 뭐 해.”
“지상은 몇 년입니까.”
“몰라.”
“모르세요?”
“계산 안 해.”
노인은 오른쪽 시계를 턱으로 가리켰다.
“저거 보면 병 나.”
사흘째 저녁에 물자 캡슐이 왔다. 캡슐은 여섯 달에 한 번 온다. 여기 여섯 달이다. 지상 사십 년. 안에 편지가 있었다.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하란에게
나는 그것을 손에 들고 십 분쯤 서 있었다.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어야 정상이다. 봉투를 열었다. 종이 한 장. 발신일이 적혀 있었다. 사십 년 전이었다. 내가 첫 계약을 끝내고 지상으로 나가기 직전.
글씨는 내가 아는 글씨였다.
네가 이걸 언제 읽을지 계산해 봤어. 아마 내가 죽고 한참 뒤일 거야. 그래도 쓴다.
나는 종이를 뒤집었다. 뒷면에도 글씨가 있었다.
나는 안 기다릴 거야. 기다린다고 하면 네가 미안해할 테니까. 대신 남겨 둘게.
네가 나올 때쯤, 이 편지를 전해 줄 사람을 하나 정해 뒀어.
그 사람도 오래 못 살 테니까 그 사람이 또 정해 두라고 했어.
그러니까 이 편지를 너한테 준 사람한테 고맙다고 해 줘.
나는 캡슐 쪽을 봤다. 물자 담당이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 편지 누가 넣었습니까.”
담당이 목록을 봤다.
“지상 발송소요.”
“발송인은요.”
담당이 화면을 돌려 보여 줬다. 발송인 칸에 이름이 있었다. 내 성이었다. 이름은 몰랐다.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나는 그 이름을 담당에게 보여 줬다.
“이 사람 지상 등록 번호 조회됩니까.”
담당이 단말을 두드렸다.
“조회는 되는데요.”
“뭐라고 나옵니까.”
“사망입니다.”
“언제요.”
“지상 기준 사십일 년 전이요.”
나는 편지를 접었다. 사십일 년 전이면 내가 첫 계약을 끝내기 직전이다.
“그럼 이 편지는 누가 넣었습니까.”
“발송인 명의는 그 사람 겁니다. 넣은 사람은 다르죠.”
“확인 가능합니까.”
“물자 발송소 기록은 여기 안 옵니다.”
나는 식당으로 갔다. 노인이 아직 있었다.
“어르신.”
“어.”
“지상에 편지 부치는 사람 있습니까.”
노인이 국을 저었다.
“있지.”
“어떻게 부칩니까.”
“발송소에 맡기면 돼. 근데 값이 세.”
“얼마나요.”
“한 통에 지상 시각으로 일 년치 임금.”
나는 앉았다.
“일 년치를요.”
“그러니까 아무도 안 부치지.”
노인은 숟가락을 놓았다.
“근데 자네는 받았잖아.”
나는 편지를 꺼내 놓았다.
“이거 발송인이 사십일 년 전에 죽은 사람입니다.”
노인이 봉투를 봤다. 한참 봤다.
“이 사람.”
“아세요?”
“내 딸이야.”
식당이 조용했다. 여기는 늘 조용하다. 사람이 여섯이니까.
“어르신 딸이 왜 저한테.”
“자네 첫 계약 때 지상 관제였어.”
노인이 봉투를 밀어 돌려줬다.
“자네가 육 개월 일하는 동안, 걔는 사십 년을 기다렸어.”
나는 봉투를 받았다.
“그리고 죽기 전에 이걸 맡겼지.”
“어르신한테요.”
“아니.”
노인이 오른쪽 시계를 봤다.
“다음 사람한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