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이름을 묻는다
문지방의 계약 · 백해원
유서에는 세 줄이 적혀 있었다.
하나. 손님의 이름을 부르며 들여라. 둘. 부르지 않은 자는 들어오지 못한다. 셋. 한번 부른 이름은 거두기 전까지 내보내지 못한다.
고모의 글씨였다. 나는 이것을 미신이라고 생각했다. 여관을 물려받은 지 이레째 되던 날, 첫 손님이 왔다. 문 앞에 서서 들어오지 못했다. 문지방을 넘으려고 세 번 발을 들었다.
세 번 다 넘지 못했다.
“...저기, 문이 안 열리나요?”
문은 열려 있었다. 그날 나는 그 사람의 이름을 물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박정오요.”
“박정오 님, 들어오세요.”
들어왔다. 박정오 씨는 하룻밤 자고 아침에 나갔다. 나가기 전에 내가 말했다.
“박정오 님, 이름을 거둡니다.”
그건 유서에 없는 문장이었다. 그냥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나갔다. 7호실에는 십이 년째 있는 손님이 있다. 고모가 들인 사람이다. 고모는 이름을 거두지 않고 죽었다.
나는 그의 이름을 모른다. 이름을 모르면 거둘 수 없다. 물어봤다.
“제 이름이요.”
그가 말했다.
“저도 잊었습니다.”
오늘은 폭설이다. 오후 네 시부터 시야가 십 미터도 안 됐다. 국도에서 들어오는 길은 이미 끊겼다. 밤 아홉 시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문을 열었다. 여자가 서 있었다.
눈이 어깨에 손가락 두 마디쯤 쌓여 있었다.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
여자는 웃었다.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나는 그 자리에서 굳었다.
“어떻게 아세요.”
“저희 할머니가 여기 묵으셨대요.”
여자는 발밑을 봤다. 문지방을.
“이름 부르셔야 들어가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이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 이 사람은 내가 거두기 전까지 못 나간다. 거두는 방법을 나는 모른다. 박정오 씨는 우연히 나갔다. 내가 아무 말이나 했는데 그게 맞았을 뿐이다.
7호실 손님은 십이 년째다.
“오늘 밤만 있으면 돼요.”
여자가 말했다.
“아침에 길 열리면 갈게요.”
나는 뒤를 봤다. 계단 위, 7호실 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거기서 십이 년째 아무 데도 못 가는 사람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바깥은 영하 십사 도였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집까지 육 킬로미터다.
“성함이.”
내가 물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서인이요.”
여자가 말했다.
“서인. 부르셔야 들어가죠?”
나는 문지방을 봤다. 삼백 년 된 나무다. 가운데가 사람 발자국 모양으로 닳아 있다.
“서인 님.”
내가 말했다.
“들어오세요.”
서인은 문지방을 넘었다. 넘는 순간 소리가 났다. 나무가 한 번 삐걱하는 소리. 이 집에서 십사 개월 동안 들은 적 없는 소리였다.
“들어왔네요.”
서인이 코트를 털었다. 눈이 바닥에 떨어졌다.
“방은 몇 호로 드릴까요.”
“아무 데나요.”
“3호실이 따뜻합니다.”
나는 열쇠를 꺼냈다. 꺼내면서 손이 굳어 있는 것을 알았다.
“저기요.”
서인이 말했다.
“네.”
“사장님, 지금 후회하고 계시죠.”
“...아니요.”
“거짓말이 서투르세요.”
나는 열쇠를 내밀었다.
“3호실입니다.”
서인은 열쇠를 받고 계단 쪽으로 갔다. 가다가 멈췄다.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네.”
“이 집 문지방은 삼백 년 됐다고요.”
“맞습니다.”
“삼백 년이면 나무가 죽었을 텐데요.”
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죽은 나무는 삐걱거리지 않아요.”
서인이 계단을 올라갔다. 나는 문지방을 봤다. 가운데가 발자국 모양으로 닳아 있었다. 손을 댔다. 따뜻했다. 바깥은 영하 십사 도인데. 그때 2층에서 소리가 났다. 7호실 문이었다.
십이 년 동안 그 방에서 나온 사람은 하루 두 번, 밥때뿐이었다. 지금은 밥때가 아니었다. 계단 위에 그가 서 있었다.
“사장님.”
“네.”
“그 손님, 이름을 부르셨습니까.”
“...불렀습니다.”
그는 계단을 두 칸 내려왔다. 십이 년 동안 그가 계단을 내려온 것을 나는 세 번 봤다.
“그럼 이제 두 명이군요.”
“죄송합니다.”
“아니요.”
그는 난간을 잡았다.
“고맙다고 하려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