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다섯 시 사십 분

세 정거장 차이 · 도경

첫차는 다섯 시 사십 분에 온다. 정확히는 다섯 시 삼십구 분 오십 초쯤에 소리가 먼저 온다. 터널에서 바람이 밀려 나오는 소리. 이십이 년 동안 그 소리를 들었다. 3-4호차 앞에 서면 문이 정확히 내 앞에서 열린다.

이것도 이십이 년 걸려 알아낸 것이다. 이 칸에는 매일 같은 사람들이 탄다. 여섯 명이다. 문 옆 첫 자리 — 편의점 하는 젊은 사람. 늘 자고 있다. 그 옆 — 나. 건너편 세 번째 자리 — 학원 선생. 늘 종이를 본다.

그 옆 — 아직 집에 못 간 회사원. 넥타이가 풀려 있다. 문 반대쪽 끝 — 이름 모르는 아주머니. 나보다 몇 살 위인 것 같다. 그리고 가운데 자리. 가운데 자리에 앉는 분은 남자다.

나이는 예순쯤. 늘 회색 점퍼를 입는다. 가방을 무릎에 올려놓고 앉는다. 내리는 곳은 세 정거장 뒤. 이십이 년 동안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명절에도 있었다. 눈이 많이 와서 열차가 이십 분 늦은 날에도 있었다.

사흘 전부터 없다. 첫날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둘째 날에 나는 그 자리를 봤다. 비어 있었다. 우리 칸에서는 빈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는다. 누가 정한 것이 아니다.

그냥 그렇게 됐다. 오늘이 사흘째다. 다섯 시 사십 분에 문이 열렸다. 나는 탔다. 가운데 자리에 신문이 있었다. 접혀 있었다. 나는 그것을 봤다. 오늘 자였다. 첫차가 다섯 시 사십 분에 여기 오는데, 신문이 오늘 자라는 것은

누군가 오늘 새벽에 여기 왔다는 뜻이다. 나는 그 신문을 집었다. 집으면서 손이 조금 떨렸다. 이십이 년 동안 나는 저 사람에게 말을 걸어 본 적이 없다. 인사도 안 했다.

그런데 나는 저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있다. 매번 가방 지퍼를 반만 잠근다는 것. 내릴 때 왼쪽 무릎을 한 번 짚는다는 것. 그리고 매달 첫째 주에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두고 내린다는 것.

나는 그것을 이십이 년 동안 챙겼다. 챙겨서 어떻게 했는지는 다음에 쓰겠다. 신문을 펼쳤다. 3면 아래쪽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볼펜으로. 동그라미 안에는 기사가 아니라 광고가 있었다.

부고였다. 건너편에서 학원 선생이 종이에서 눈을 들었다.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이십이 년 만에 처음이었다. 학원 선생이 먼저 눈을 내렸다. 나는 신문을 접어 무릎에 놓았다.

세 정거장을 가는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내가 내리는 정거장에서, 편의점 하는 젊은 사람이 같이 일어섰다. 그 사람은 여기서 안 내린다. 이십이 년 동안 안 내렸다.

“저기요.”

나는 돌아봤다.

“그거.”

그가 내 손의 신문을 봤다.

“저도 봤어요.”

“...뭘요.”

“동그라미요.”

우리는 승강장에 섰다. 열차가 갔다.

“저 어제 새벽에도 왔거든요.”

그가 말했다.

“아저씨가 신문 놓고 가는 거 봤어요.”

나는 손이 차가워졌다.

“...누가요.”

“그 자리 앉으시는 분이요.”

그러니까 그 사람은 살아 있다. 살아서 어제 새벽에 여기 왔다. 그리고 신문을 두고 갔다. 동그라미를 쳐서.

“그분 어디로 가셨어요?”

“반대 방향이요.”

그가 손으로 가리켰다.

“저쪽 승강장으로 건너가셨어요.”

이십이 년 동안 그 사람은 이쪽으로만 갔다. 나는 반대편 승강장을 봤다. 아직 어두웠다. 나는 3면을 접어서 가방에 넣었다. 부고에 적힌 이름은 세 글자였다. 성이 우리 칸 사람들과 겹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확인하고 나서 조금 숨을 쉬었다. 학원 선생이 종이를 내려놓고 이쪽으로 왔다.

“저기.”

이십이 년 동안 이 칸에서 누가 말을 건 것은 처음이었다.

“네.”

“그거.”

선생이 신문을 가리켰다.

“저도 어제 봤어요.”

“어제요?”

“어제 그 자리에 놓여 있었어요. 어제 자로요.”

나는 가방을 잡았다.

“그럼 이틀째네요.”

“네.”

“그 어르신이 놓고 가신 거예요?”

“모르겠어요.”

선생은 자리에 앉지 않고 서 있었다.

“근데 저 어제 새벽에 좀 일찍 왔거든요. 다섯 시 이십 분에.”

“네.”

“그때 이 칸에 사람이 하나 있었어요.”

“누구요.”

“모르는 분이요.”

나는 그를 봤다.

“어떻게 생기셨어요.”

“회색 점퍼요.”

나는 손이 차가워졌다.

“가방은요.”

“무릎에 놓고 계셨어요.”

우리는 서로를 봤다. 내가 이십이 년 동안 알아 온 것과 이 사람이 하루 만에 본 것이 같았다.

“그분 여기 계셨어요?”

“네.”

“근데 왜 자리에 안 앉으셨어요.”

선생이 가운데 자리를 봤다.

“거기 앉아 계셨어요.”

나는 그 자리를 봤다. 지금은 비어 있었다.

“근데 왜 오늘은 없으세요.”

“그건 저도 모르죠.”

선생이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돌아가면서 한마디 했다.

“근데 어제 그분, 나가실 때 저한테 인사하셨어요.”

“뭐라고요.”

“고맙다고요.”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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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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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차2026.05.24· 1

    대사 하나하나가 인물을 만들어 주네요.

  • 조용한책상2026.05.23· 1

    이 작가님 다른 작품도 찾아 읽는 중입니다.

    • 겨울차2026.05.24

      저는 오히려 그 앞 문단이 더 좋았어요.

  • 일곱줄2026.05.22· 1

    설정이 과하지 않게 깔려서 편하게 따라갔습니다.

  • 종이배2026.05.21· 1

    문장이 짧은데 밀도가 있어요. 계속 읽게 됩니다.

    • 도경2026.05.22

      그렇게 읽어 주시니 다음 화 쓰는 게 덜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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