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폐선 구간
소리 수집가 · 문가온
첫 의뢰는 기차 소리였다. 의뢰인은 예순셋. 사십 년 전에 없어진 노선이었다.
“어릴 때 그 소리 들으면서 잤어요.”
의뢰인이 말했다.
“녹음은 없어요?”
“없죠. 그때 누가 녹음을 해요.”
우리 회사는 녹음이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하나. 공간의 구조. 둘. 재질. 셋. 그날의 기상 기록. 이 셋이 있으면 소리는 계산된다. 소리는 결국 공기의 움직임이고, 공기의 움직임은 조건이 정해지면 하나로 나온다.
폐선 구간 자료는 남아 있었다. 철도청 도면. 1972년판. 레일 규격, 침목 간격, 노반 재질. 기상청 자료. 1984년 9월. 의뢰인이 말한 시기다. 계산은 나흘 걸렸다.
결과는 사십칠 초짜리 음원이었다. 나는 그것을 처음 재생할 때 눈을 감았다. 기차가 오는 소리가 났다. 먼 데서 시작해서 가까워지고 지나갔다. 레일 이음매를 넘는 소리가 초당 1.8회.
시속 육십사 킬로미터쯤이다. 맞았다. 그런데 삼십일 초 지점에서 다른 소리가 났다. 나는 그것을 세 번 다시 들었다. 사람 목소리였다.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두 음절이었다.
나는 한 팀장에게 갔다.
“팀장님.”
“어.”
“목소리가 섞였는데요.”
팀장이 헤드폰을 썼다. 들었다. 두 번 들었다.
“삼십일 초.”
“네.”
팀장은 헤드폰을 벗었다.
“계산에 사람은 안 넣지.”
“안 넣습니다.”
“넣을 수도 없고.”
“네.”
사람 목소리는 계산되지 않는다. 성대 구조도, 그날의 감정도,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니까.
“그럼 이게 뭡니까.”
팀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걸 물었다.
“이 구간 사고 기록 봤어?”
“...아니요.”
“보고 와.”
1984년 9월 12일. 그 구간에서 사고가 하나 있었다. 나는 자료를 덮고 다시 음원을 열었다. 삼십일 초. 두 음절. 이번에는 알아들었다. 이름이었다. 이름은 두 자였다.
나는 그것을 소리로만 들었다. 글자로 본 적은 없다. 팀장에게 갔다.
“팀장님.”
“어.”
“1984년 9월 12일 사고, 사망자 명단 있습니까.”
“철도청 자료에 있을 거야.”
“확인해도 됩니까.”
팀장이 나를 봤다.
“서주 씨.”
“네.”
“우리 일은 복원이야. 확인이 아니고.”
“압니다.”
“그럼 왜.”
나는 대답을 준비하지 않았다.
“의뢰인한테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몰라서요.”
팀장은 한참 있다가 말했다.
“뭐가 들렸다고 말하면 안 돼.”
“왜요.”
“계산에 없는 게 들렸다고 하면, 우리 일은 계산이 아니게 되니까.”
나는 그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틀렸다고도 생각했다. 그날 저녁 나는 명단을 찾았다. 사망자는 한 명이었다. 이름이 두 자였다. 내가 들은 것과 같았다. 나는 음원을 다시 열었다.
삼십일 초. 이번에는 소리를 크게 하지 않고 그냥 들었다. 두 음절. 부르는 소리였다. 누가 누구를 부른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죽은 사람이 자기 이름을 부를 리는 없으니까,
누군가 그 사람을 부른 것이다. 나는 팀장에게 파일 하나를 보냈다. 제목은 이렇게 달았다.
[폐선구간] 복원본 v2 — 31초 구간 미처리
미처리라고 쓴 것은 지우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음 날 아침 팀장이 내 자리로 왔다.
“들었어.”
“네.”
“의뢰인한테 이대로 보낼 거야?”
“네.”
“설명은.”
“안 하겠습니다.”
팀장은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십일 년 전에 나도 한 번 이런 걸 들었어.”
“어떻게 하셨습니까.”
“지웠어.”
그는 모니터를 봤다.
“그때 의뢰인이 다시 연락 왔어. 뭔가 빠진 것 같다고.”
“뭐라고 하셨어요.”
“기술적 한계라고 했지.”
팀장이 일어섰다.
“자네는 그러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