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열이틀째

돌아가지 않기로 한 밤 · 서지오

수리는 사흘이면 끝난다고 했다. 열이틀째다. 부품이 없어서가 아니다. 부품은 엿새째에 왔다. 일할 사람이 없어서다. 우리 배는 아홉 명이 탔다. 지금 배에 있는 사람은 셋이다.

선장, 기관장, 그리고 나. 나머지 여섯은 섬에 있다. 없어진 게 아니다. 어디 있는지 다 안다. 오늘 아침에 선장이 말했다.

“가서 데려와.”

“명령입니까.”

“부탁이야.”

첫 번째는 갑판원 박이었다. 부둣가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다.

“박 씨.”

“어, 항해사님.”

박이 웃었다. 십 년 같이 탔는데 이렇게 웃는 건 처음 봤다.

“내일 뜹니다.”

“아, 네.”

“짐 챙기셔야죠.”

박은 그물을 계속 손질했다.

“제 짐 별로 없어요.”

두 번째는 요리사 진이었다. 마을 부엌에 있었다. 큰 솥에 뭘 끓이고 있었는데, 배에서는 한 번도 안 만들던 것이었다.

“진 씨.”

“드시고 가세요.”

“내일 뜹니다.”

“네.”

“...가실 거죠?”

진이 국자를 놓았다.

“항해사님.”

“네.”

“제가 배에서 십사 년 밥했는데요.”

“압니다.”

“여기서 열이틀 했는데.”

진이 솥을 봤다.

“사람들이 맛있대요.”

세 번째는 조타수 오였다. 찾는 데 두 시간 걸렸다. 언덕 위에 있었다. 앉아서 바다를 보고 있었다.

“오 씨.”

“아, 오셨어요.”

나는 옆에 앉았다.

“여기서 뭐 하십니까.”

“그냥 있어요.”

우리는 십 분쯤 아무 말 안 했다.

“항해사님.”

“네.”

“저 여기 남으면 뭐가 문제입니까.”

나는 그 질문에 대답을 준비했다. 계약이 있고, 임금 정산이 있고, 승선 기록이 있고. 그런데 그건 문제가 아니라 절차였다.

“...모르겠습니다.”

오가 웃었다.

“저도요.”

내려오는 길에 소하를 만났다. 부두로 가는 길이었다.

“세 분 만나셨어요?”

“...어떻게 아세요.”

“이 섬 좁아요.”

소하는 내 옆에서 같이 걸었다.

“항해사님은 왜 가세요?”

나는 그 질문에도 대답을 준비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그건 거짓말이다. 일이 있어서. 그것도 정확하지 않다.

“...가야 되니까요.”

소하가 걸음을 늦췄다.

“그건 이유가 아니잖아요.”

나는 멈췄다. 부두가 보였다. 우리 배가 거기 있었다. 열이틀 동안 나는 저 배를 매일 봤다. 오늘 처음으로, 작아 보였다. 부두에 닿았을 때 선장이 갑판에 나와 있었다.

“셋 다 봤나.”

“봤습니다.”

“뭐래.”

나는 난간을 잡았다.

“셋 다 잘 지냅니다.”

선장은 담배에 불을 붙이지 않은 채로 들고 있었다.

“자네는.”

“예?”

“자네는 어때.”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열이틀 동안 나는 매일 배에 돌아왔다. 밥도 배에서 먹었다. 잠도 배에서 잤다. 한 번도 마을에서 자지 않았다. 그게 성실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언덕에서 오가 물었을 때 처음으로 다르게 보였다.

무서워서 안 잔 것이다.

“선장님.”

“어.”

“내일 정말 뜹니까.”

“세 명으로 못 뜨지.”

선장은 담배를 도로 넣었다.

“기관장이랑 나랑 자네. 셋이면 항해는 되는데 하역을 못 해.”

“그럼요.”

“기다려야지.”

“얼마나요.”

“저쪽이 정할 때까지.”

나는 마을 쪽을 봤다. 저녁이라 집집마다 불이 켜져 있었다.

“선장님은 여기 오신 적 있으십니까.”

“두 번.”

“그때도 이랬습니까.”

선장은 한참 있다가 말했다.

“첫 번째에 여섯이 남았어.”

“두 번째는요.”

“넷.”

“그럼 이번이 세 번째네요.”

“응.”

나는 그 숫자를 셈해 봤다. 여섯, 넷, 여섯. 줄지 않았다.

“선장님.”

“어.”

“선장님은 왜 안 남으셨습니까.”

선장이 처음으로 나를 똑바로 봤다.

“내가 남으면 배가 여기 묶이잖아.”

“그게 이유입니까.”

“그거 말고 뭐가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가 있으면 남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직 내 이유를 못 찾았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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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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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한책상2026.05.29· 1

    인물이 설명 없이 행동으로 드러나서 좋았어요.

    • 겨울차2026.05.30

      이 댓글 보고 다시 읽으러 갑니다.

  • 일곱줄2026.05.28· 1

    첫 문단에서 이미 분위기가 잡히네요. 다음 화 기다립니다.

  • 종이배2026.05.27· 1

    조용한데 계속 긴장돼요. 이런 톤 좋아합니다.

    • 일곱줄2026.05.28

      저는 오히려 그 앞 문단이 더 좋았어요.

  • 달밤에책2026.05.26· 1

    대사 하나하나가 인물을 만들어 주네요.

  • 한화만더2026.05.25· 1

    이 작가님 다른 작품도 찾아 읽는 중입니다.

    • 서지오2026.05.26

      설정을 앞세우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그렇게 봐 주셔서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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