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월요일의 서식

규칙이 매일 바뀌는 민원실 · 오세림

월요일 아침 아홉 시 이 분.

“선생님, 이거 지난주에 접수하신 거랑 같은 서류인데요.”

“네.”

“오늘은 안 됩니다.”

민원인이 나를 봤다.

“...왜요.”

나는 화면을 봤다.

[3번 창구 안내] 본일 접수 시 인감증명서는 발급 3개월 이내분만 유효

“인감증명서가 넉 달 전 거라서요.”

“지난주에는 됐는데요?”

“지난주에는 육 개월이었습니다.”

민원인은 아주 합리적인 얼굴로 물었다.

“법이 지난주에 바뀌었어요?”

“...아니요.”

“그럼 왜요.”

나는 이 질문에 삼 주째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발령 삼 주차다. 첫 주에 나는 이것을 시스템 오류라고 생각했다. 둘째 주에는 누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 셋째 주인 지금은, 그냥 사실이라고 받아들이는 중이다.

3번 창구는 매일 아침 아홉 시에 규칙이 바뀐다. 바꾸는 사람은 없다. 전산실에 물어봤다.

“3번 창구요? 다른 창구랑 같은 서버 씁니다.”

“근데 안내 문구가 매일 달라지는데요.”

“그럴 리가요.”

캡처를 보여 줬다. 전산실 직원이 화면을 봤다.

“...어제 것도 있으세요?”

나는 그날부터 기록하기 시작했다.

9/1 월 — 인감증명 6개월 이내 9/2 화 — 인감증명 6개월 이내 / 위임장 필수 9/3 수 — 위임장 불필요 / 신분증 사본 2부 9/4 목 — 신분증 사본 1부 / 접수 시간 11시 이후 9/5 금 — 접수 시간 제한 없음 / 인감증명 3개월 이내

규칙은 매일 하나가 풀리고 하나가 걸린다. 총량이 일정하다. 나는 이것을 발견하고 나서 삼십 분 동안 앉아 있었다. 점심시간에 고 주임이 커피를 타면서 물었다.

“뭐 적어?”

“아, 그냥요.”

“3번 거?”

나는 고개를 들었다.

“...아세요?”

“알지.”

“언제부터요.”

“내가 여기 온 게 십 년 전이니까.”

나는 종이컵을 놓았다.

“십 년이요?”

“어.”

“그동안 보고 안 하셨어요?”

고 주임은 커피를 저었다.

“했지.”

“...그래서요?”

“3번 창구 안내 문구는 본청에서 관리한다고.”

“본청에서 매일 바꾼대요?”

“본청은 안 바꾼대.”

“그럼 누가 바꾸는데요.”

고 주임은 대답하지 않고 자기 자리로 갔다. 서랍을 열었다. 꺼낸 것은 공책이었다. 아주 낡았다. 표지가 뜯어져 있었다.

“이거 봐.”

펼쳤다. 첫 장 날짜가 이렇게 적혀 있었다.

2016. 3. 2.

십 년치였다.

“이걸 왜 적으셨어요.”

고 주임이 처음으로 나를 똑바로 봤다.

“미소 씨는 왜 적어?”

나는 대답을 준비했다. 준비한 대답은 ‘기록이 남아야 나중에 개선할 수 있으니까요’였다. 실제로 나온 말은 달랐다.

“...억울해서요.”

고 주임이 웃었다.

“나도 그래서 적었어.”

그리고 공책을 내 쪽으로 밀었다.

“근데 십 년 적으니까 보이는 게 있더라.”

“뭐가요.”

“규칙이 안 바뀌는 날이 있어.”

나는 공책을 넘겼다. 빨간 표시가 된 날들이 있었다. 일 년에 서너 번.

“이 날들이 뭔데요.”

고 주임이 시계를 봤다.

“오늘 두 시에 오시는 분 있어.”

“누구요.”

“매번 그분 오시는 날이야.”

오후 두 시에 그분이 왔다. 여든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지팡이를 짚고, 서류 봉투를 하나 들고 있었다. 3번 창구로 곧장 왔다.

“어서 오세요.”

“주민등록초본 하나요.”

“신분증 주시겠어요.”

그가 신분증을 냈다. 나는 화면을 봤다.

[3번 창구 안내] 본일 접수 시 인감증명서는 발급 3개월 이내분만 유효

초본은 인감이 필요 없다. 발급했다.

“여기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는 봉투에 초본을 넣고 나갔다. 삼 분 걸렸다. 나는 고 주임을 봤다. 고 주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봐.”

다음 날 아침 아홉 시. 나는 화면을 켰다.

[3번 창구 안내] 본일 접수 시 인감증명서는 발급 3개월 이내분만 유효

어제와 같았다. 십 년 만에 처음으로 규칙이 이틀 유지된 것이라고, 고 주임이 말했다.

“그분 오시면 안 바뀌는 거예요?”

“그런 것 같아.”

“왜요.”

고 주임은 커피를 저었다.

“그건 나도 몰라.”

나는 그날 저녁에 공책을 폈다. 십 년치 기록에서 빨간 표시가 된 날을 전부 세었다. 서른한 번이었다. 날짜를 적어 놓고 보니 규칙이 있었다. 전부 짝수 달의 첫째 주였다.

그리고 서른한 번 다 화요일이었다. 오늘은 목요일이다. 나는 달력을 봤다. 이번 달은 홀수 달이었다. 그러니까 어제는 규칙에 맞지 않는 날이었다. 나는 고 주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주임님, 어제 그분 처음으로 화요일 아닌 날에 오셨어요.

십 분 뒤에 답이 왔다.

그럼 내일 또 오실 거야.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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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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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곱줄2026.05.28· 1

    이 장면 묘사가 오래 남습니다. 특히 마지막 두 줄이요.

    • 조용한책상2026.05.29

      저도 그 장면에서 멈췄어요.

  • 종이배2026.05.27· 1

    인물이 설명 없이 행동으로 드러나서 좋았어요.

  • 달밤에책2026.05.26· 1

    첫 문단에서 이미 분위기가 잡히네요. 다음 화 기다립니다.

    • 오세림2026.05.27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두 줄은 저도 오래 고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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