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두 번째 봉투

붉은 방의 초대 · 한도윤

초대장은 언제나 거절할 수 있다. 한 번은. 첫 번째 초대장은 우편함에 있었다. 봉투는 붉은색이 아니었다. 흰색이었고, 우표가 없었고, 이름이 손으로 쓰여 있었다.

민유하 님께

안에는 카드 한 장.

9월 12일 금요일 오후 8시 서울 중구 ○○로 14, 지하 1층 드레스코드 없음. 동반 불가. 이 초대는 한 번 거절할 수 있습니다.

나는 거절했다. 거절하는 방법은 적혀 있지 않았지만, 안 가면 되는 일이었다. 9월 12일 저녁 여덟 시에 나는 집에 있었다. 라면을 끓였고, 드라마를 봤고, 열한 시에 잤다.

아무 일도 없었다. 두 번째 초대장은 회사 책상에 있었다. 같은 흰 봉투. 같은 필체.

민유하 님께

9월 19일 금요일 오후 8시 같은 장소 이 초대는 거절할 수 없습니다.

나는 그 카드를 뒤집었다. 뒷면에 한 줄이 더 있었다.

거절하실 경우, 지난주 금요일에 있었던 일을 알려 드립니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나는 그것을 확인하려고 그날 저녁의 기억을 하나씩 짚었다. 라면. 무슨 라면이었지. 드라마. 무슨 드라마였지. 열한 시에 잤다. 이건 확실한가.

기억이 있었다.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그 기억을 손으로 만지면 종이처럼 얇았다. 나는 그날 밤 휴대폰 사진첩을 열었다. 9월 12일 사진이 세 장 있었다.

첫 번째: 라면 냄비. 오후 8시 12분. 두 번째: 텔레비전 화면. 오후 9시 4분. 세 번째: 어두운 복도. 오후 10시 47분.

세 번째 사진을 나는 모른다. 찍은 기억이 없다. 사진을 확대했다. 복도 끝에 문이 있었다. 붉은 문이었다. 문 옆 벽에 숫자가 있었다.

B1

나는 다음 날 그 주소로 갔다. ○○로 14는 오래된 상가 건물이었다. 일 층에 세탁소와 인쇄소가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내려갔다. 복도가 있었다. 사진 속 복도였다.

끝에 붉은 문이 있었다. 문에는 손잡이가 없었다. 나는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소리가 났다.

“거절하셨군요.”

여자 목소리였다.

“누구세요.”

“들어오시면 말씀드립니다.”

“손잡이가 없는데요.”

“밀어 보세요.”

나는 밀었다. 문이 열렸다. 방은 넓지 않았다. 의자가 두 개, 탁자가 하나. 벽은 붉지 않았다. 회색이었다. 의자 하나에 여자가 앉아 있었다.

“앉으세요.”

“당신 누구예요.”

“앉으시면요.”

나는 앉았다. 탁자 위에 봉투가 세 개 있었다. 첫 번째 봉투에는 내 이름이 있었다. 두 번째 봉투에는 우리 어머니 이름이 있었다. 세 번째 봉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지난주 금요일 여덟 시에.”

여자가 말했다.

“민유하 씨는 이 방에 계셨습니다.”

“아니요. 저는 집에 있었어요.”

“그렇게 기억하시죠.”

여자가 첫 번째 봉투를 밀었다.

“열어 보세요.”

안에는 사진이 한 장 있었다. 이 방이었다. 이 의자였다. 거기 내가 앉아 있었다. 사진 아래에 날짜가 인쇄되어 있었다.

2026.09.12 20:31

나는 사진을 놓았다.

“이거 합성이죠.”

“두 번째 봉투도 열어 보세요.”

나는 열지 않았다.

“어머니 이름이 왜 여기 있어요.”

“어머님도 초대를 받으셨거든요.”

“언제요.”

“십사 년 전에요.”

나는 일어섰다.

“안 하겠습니다. 뭘 하는 자리인지 모르겠지만.”

“거절은 한 번뿐입니다.”

“그럼 신고할게요.”

“하셔도 됩니다.”

여자가 웃었다. 처음으로 웃었다.

“어머님도 신고하셨어요. 십사 년 전에.”

나는 문 쪽으로 걸었다. 문에는 손잡이가 없었다. 밀었다. 열리지 않았다. 뒤에서 여자가 말했다.

“세 번째 봉투는 안 여실 겁니까.”

“거기 뭐가 들었는데요.”

“이름이요.”

여자가 말했다.

“오늘 여기 앉을 다음 사람 이름이요.”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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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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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차2026.05.06· 1

    같은 출발점에서 나온 다른 작품도 읽고 왔는데 완전히 달라서 신기했어요.

  • 조용한책상2026.05.05· 1

    여기서 끊는 건 반칙 아닌가요… 잘 읽었습니다.

    • 겨울차2026.05.06

      이 댓글 보고 다시 읽으러 갑니다.

  • 일곱줄2026.05.04· 1

    이 장면 묘사가 오래 남습니다. 특히 마지막 두 줄이요.

  • 종이배2026.05.03· 1

    인물이 설명 없이 행동으로 드러나서 좋았어요.

    • 한도윤2026.05.04

      그렇게 읽어 주시니 다음 화 쓰는 게 덜 무섭습니다.

두 번째 봉투 · 붉은 방의 초대 · 나오늘 AI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