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88.3

정오의 방송 · 서지오

88.3 메가헤르츠. 이 도시에서 이 주파수를 맞추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잡음도 없다. 완전한 무음이다. 다른 도시에서는 들린다. 나는 그것을 출장 중에 알았다. 두 시간 거리의 도시에서 차를 세우고 라디오를 돌리다가, 88.3에서 사람 목소리가 나왔다.

“정오입니다. 오늘의 명단을 알려 드립니다.”

나는 그때 시계를 봤다. 열두 시 정각이었다.

“서정구 열일곱, 남산동 스물셋, 하평 여섯.”

숫자만 읽었다. 이 분쯤 읽고 방송은 끝났다. 우리 도시 이름은 하평이다. 돌아와서 나는 라디오를 88.3에 맞췄다. 무음이었다. 다음 날 정오에도 무음이었다. 그다음 날도.

나는 방송국을 찾았다. 88.3은 등록된 주파수가 아니었다. 방송통신위원회 목록에 없었다. 그런데 두 시간 거리에서는 들린다. 나는 주말에 다시 그 도시로 갔다. 정오에 라디오를 켰다.

“정오입니다. 오늘의 명단을 알려 드립니다.” “서정구 스물둘, 남산동 열아홉, 하평 아홉.”

하평 아홉. 나는 그 주 하평의 사망자 수를 확인했다. 아홉 명이었다. 이런 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몇 가지 있다.

나는 시청 민원실에서 일한다. 사망신고 접수 건수는 볼 수 있다. 볼 수 있는 자리에 있다는 것이 이 일의 유일한 장점이었다.

그 주 사망신고는 아홉 건. 전주는 여섯 건. 방송에서 하평 여섯이라고 한 그 주였다. 나는 넉 달 동안 매주 그 도시로 갔다. 넉 달 동안 방송은 매번 맞았다. 여기까지가 사실이다.

지금부터는 내가 한 짓이다. 다섯째 달 첫 주, 방송이 말했다.

“하평 넷.”

나는 차를 세우고 그 숫자를 적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넷이 누구인지 알 수 있으면. 나는 그 주에 하평의 응급실 세 곳을 돌았다. 민원실 직원증은 아무 데도 통하지 않았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수요일 밤에 한 사람이 실려 왔다. 목요일 아침에 또 한 사람. 금요일에 둘. 넷이었다. 토요일에 나는 다시 그 도시로 갔다. 정오에 라디오를 켰다.

“정오입니다. 오늘의 명단을 알려 드립니다.” “서정구 열넷, 남산동 열하나, 하평 하나.”

하평 하나. 그 주에 하평에서 죽은 사람은 없었다. 일요일에도, 월요일에도, 화요일에도. 수요일 저녁까지 아무도 죽지 않았다. 목요일 아침에 나는 출근하지 않았다. 방송이 틀린 적은 없었다.

넉 달 동안 한 번도. 그러면 이번 주에 하평에서 한 사람이 죽는다. 남은 시간은 사흘이었다. 나는 사흘 동안 집에 있었다. 밖에 나가지 않았다. 배달도 받지 않았다. 창문도 열지 않았다.

토요일 오전 열한 시 오십 분에 나는 라디오를 켰다. 여기서는 무음이다. 그건 안다. 그래도 켰다. 열두 시 정각. 무음이었다. 나는 숨을 내쉬었다. 십이 초쯤 지났을 때, 스피커에서 소리가 났다.

“정오입니다.”

이 도시에서 처음으로 들린 목소리였다.

“오늘의 명단을 알려 드립니다.”

나는 라디오를 봤다.

“하평 하나.”

그리고 방송은 처음으로 이름을 읽었다. 내 이름이었다. 나는 라디오를 껐다. 껐는데도 소리가 계속 났다.

“하평 하나.”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방 안 어디에서도 아니었다. 귀 안쪽에서 나는 것 같았다. 나는 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래도 들렸다.

“이상으로 오늘의 명단을 마칩니다.”

그리고 조용해졌다. 시계는 열두 시 이 분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 삼십 분쯤 앉아 있었다. 삼십 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한 시에 나는 물을 마셨다. 두 시에 창문을 확인했다. 잠겨 있었다.

세 시에 나는 넉 달치 기록을 다시 꺼냈다. 방송은 매주 토요일 정오에 그 도시에서만 들린다. 하평에서는 무음이다. 오늘 하평에서 들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름을 읽었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났다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넉 달 동안 방송을 들으러 그 도시로 갔다. 왕복 네 시간. 열여섯 번. 열여섯 번 동안 나는 하평 사람 중에 유일하게 그 방송을 들은 사람이었다.

방송이 이름을 읽은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읽힌 이름은 내 것이었다. 나는 결론을 하나 적었다.

방송은 듣는 사람을 센다.

넉 달 동안 내가 한 일은 하평의 숫자를 확인한 것이었다. 여섯이면 여섯, 아홉이면 아홉. 확인할 때마다 나는 그 숫자에 나를 넣지 않았다. 한 번도. 저녁 여섯 시에 초인종이 울렸다.

나는 나가지 않았다. 문 아래로 종이가 들어왔다. 주간지 광고 전단이었다. 뒷면에 볼펜으로 한 줄이 적혀 있었다.

다음 주에는 둘입니다.

나는 그 종이를 들고 창가로 갔다. 창밖에 사람이 서 있었다.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사람 손에도 종이가 한 장 있었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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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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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차2026.05.12· 1

    이 장면 묘사가 오래 남습니다. 특히 마지막 두 줄이요.

  • 조용한책상2026.05.11· 1

    인물이 설명 없이 행동으로 드러나서 좋았어요.

    • 겨울차2026.05.12

      저는 오히려 그 앞 문단이 더 좋았어요.

  • 일곱줄2026.05.10· 1

    첫 문단에서 이미 분위기가 잡히네요. 다음 화 기다립니다.

  • 종이배2026.05.09· 1

    조용한데 계속 긴장돼요. 이런 톤 좋아합니다.

    • 서지오2026.05.10

      그렇게 읽어 주시니 다음 화 쓰는 게 덜 무섭습니다.

88.3 · 정오의 방송 · 나오늘 AI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