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열세 번째

밤의 복도에서 세 번째 문 · 백해원

서율원의 규칙은 스물두 개다. 도경 선배는 그것을 십오 분 만에 다 알려 줬다.

“스물한 개는 지키면 돼.”

“나머지 하나는요.”

“그건 지킬 필요가 없어. 어차피 아무도 안 어기니까.”

스물두 번째 규칙.

밤 열 시 이후 서관 3층 복도에 출입하지 않는다.

“왜요?”

“길어져.”

도경 선배는 침대에 누워서 말했다.

“복도가?”

“응.”

“얼마나요.”

“세어 보면 알아.”

나는 첫날 밤에 세지 않았다. 이틀째 밤에 셌다. 낮에 먼저 셌다. 서관 3층. 계단에서 끝까지. 왼쪽 여섯, 오른쪽 여섯. 열두 개. 걸음으로는 팔십사 걸음이었다. 밤 열 시 십 분에 나는 다시 갔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이미 알았다. 공기가 달랐다. 낮에는 소독약 냄새가 나는데 밤에는 종이 냄새가 났다. 아주 오래된 종이 냄새.

복도 입구에 섰다. 세었다. 왼쪽 여섯. 오른쪽 일곱. 열세 개였다. 늘어난 문은 오른쪽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사이에 있었다. 낮에 그 자리는 벽이었다. 나는 그것을 확실히 안다. 낮에 손으로 짚어 봤으니까.

걸음도 세었다. 팔십사 걸음이 아니었다. 백열한 걸음이었다. 나는 그 문 앞에서 멈추지 않았다. 지나쳤다. 지나치면서 봤다. 문 아래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복도 끝까지 가서 돌아섰다.

돌아설 때 다시 세었다. 이번에는 열두 개였다. 나는 그 자리에 삼십 초쯤 서 있었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걸었다. 오른쪽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사이. 벽이었다. 손으로 짚었다. 벽이었다.

방으로 돌아왔을 때 도경 선배는 깨어 있었다.

“셌어?”

“...열셋이요.”

“돌아올 때는.”

“열둘이요.”

선배는 몸을 일으켰다.

“돌아올 때 열둘이면 괜찮은 거야.”

“그럼 열셋이면요.”

“그건 너한테 열렸다는 뜻이고.”

나는 침대에 앉았다.

“열리면 어떻게 되는데요.”

“들어가면 하나 두고 나와.”

“뭘요.”

“그건 문이 정해.”

선배는 그러고 나서 벽 쪽으로 돌아누웠다.

“자라.”

“선배.”

“응.”

“선배는 들어가 봤어요?”

한참 대답이 없었다.

“작년에.”

“뭘 두고 나왔어요.”

이번에는 대답이 없었다. 새벽 세 시에 나는 깼다. 복도에서 소리가 났다. 문 열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문이 생기는 소리였다. 나는 그 소리를 어떻게 아는지 설명할 수 없다.

앞의 두 학교에서도 들었으니까, 라고밖에는. 새벽 세 시 십오 분. 나는 방문을 열었다. 도경 선배는 자고 있었다. 아니면 자는 척하고 있었다. 이 학교에서 그 둘은 구분되지 않는다.

복도로 나갔다. 기숙사 복도는 짧다. 스물여덟 걸음. 서관까지는 이 층을 내려가서 연결 통로를 지나야 한다. 통로에서 나는 멈췄다. 서관 3층 창문에 불이 켜져 있었다. 낮에도 안 켜는 불이다. 그 층은 자율학습실이 아니라 교사 연구실이고, 연구실은 밤에 잠긴다.

나는 올라갔다. 복도 입구에 섰다. 세었다. 왼쪽 여섯. 오른쪽 일곱. 열셋이었다. 늘어난 문은 이번에는 자리가 달랐다. 왼쪽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이. 문 아래로 빛이 나오고 있었다.

빛이 움직였다. 내 쪽으로 왔다. 빛은 바닥을 따라 흘러서 내 신발 앞에서 멈췄다. 멈춘 자리에 무늬가 있었다. 글자였다.

유하

내 이름이었다. 나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물러서지 않은 이유는 용기가 아니라 계산이었다. 앞의 두 학교에서 나는 매번 물러섰고, 매번 그다음 주에 전학 서류를 썼다. 세 번째다.

“뭘 원해요.”

나는 그렇게 말했다. 문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빛이 조금 넓어졌다. 바닥의 글자가 늘었다.

하나

나는 그것을 읽었다. 하나를 두고 가라는 뜻이었다.

“뭘요.”

네가 정하지 않는다

나는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도경 선배가 한 말과 같았다.

‘그건 문이 정해.’

나는 한 걸음 앞으로 갔다. 빛이 신발을 넘어 발목까지 왔다. 따뜻했다. 그게 제일 이상했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작가를 구독하면 다음 화가 올라올 때 알려 드립니다.

이 회차는 어땠나요?

댓글 5

로그인하면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일곱줄2026.05.16· 1

    설정이 과하지 않게 깔려서 편하게 따라갔습니다.

    • 조용한책상2026.05.17

      저도 그 장면에서 멈췄어요.

  • 종이배2026.05.15· 1

    문장이 짧은데 밀도가 있어요. 계속 읽게 됩니다.

  • 달밤에책2026.05.14· 1

    같은 출발점에서 나온 다른 작품도 읽고 왔는데 완전히 달라서 신기했어요.

    • 백해원2026.05.15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두 줄은 저도 오래 고쳤어요.

열세 번째 · 밤의 복도에서 세 번째 문 · 나오늘 AI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