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값을 물으러
이름을 파는 가게 · 백해원
이름을 파는 가게는 시장 끝, 소금 창고와 폐업한 방앗간 사이에 있다. 간판은 없다. 대신 문에 종이 한 장이 붙어 있다.
이름 삽니다. 값은 그날 시세로.
나는 열일곱에 처음 그 문을 열었다.
안은 좁았다. 벽 세 면이 서랍이었고, 서랍마다 작은 종이표가 붙어 있었다. 종이표에는 글자가 적혀 있었는데, 멀리서 보면 글자였고 가까이 가면 흐려졌다.
“어서 오세요.”
주인은 젊지도 늙지도 않았다. 얼굴을 보고 나서 눈을 돌리면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팔러 왔습니다.”
“무엇을요.”
“이름을요.”
주인은 고개를 저었다.
“손님 것은 안 삽니다.”
“왜요.”
“손님은 아직 이름을 쓸 데가 남아 있으니까요.”
나는 그해 겨울에 다시 갔다.
“이제 쓸 데가 없습니다.”
주인은 나를 봤다. 이번에는 오래 봤다.
“성함이.”
“백지운입니다.”
“백지운 씨.”
주인이 그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르자, 목덜미가 서늘했다. 내 이름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들렸다.
“값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름을 파시면, 그 이름으로 불린 기억도 함께 갑니다.”
“압니다.”
“어머니가 부르던 것도.”
“...압니다.”
“선생이 출석을 부르던 것도, 친구가 장난으로 부르던 것도, 처음 좋아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부르던 것도 갑니다.”
나는 잠깐 숨을 골랐다.
“그래도 팝니다.”
주인은 서랍 하나를 열었다. 비어 있었다.
“여기에 넣습니다.”
“어떻게요.”
“세 번 말씀하시면 됩니다. 제 이름은 백지운입니다. 세 번.”
나는 입을 열었다.
“제 이름은 백지운입니다.”
첫 번째에 손끝이 저렸다.
“제 이름은 백지운입니다.”
두 번째에 어머니의 목소리가 아주 멀리서 들렸다가 끊겼다. 세 번째는 나오지 않았다.
“못 하시겠으면 안 하셔도 됩니다.”
주인이 서랍을 닫으려 했다.
“아니요.”
나는 말했다.
“제 이름은 백지운입니다.”
서랍이 저절로 닫혔다. 값은 은전 열두 닢이었다. 주인은 그것을 천에 싸서 내밀었다.
“오늘 시세로는 좋은 편입니다.”
나는 돈을 받았다. 받으면서 내 손을 봤다. 내 손인 것은 알겠는데, 이 손을 뭐라고 부르던 사람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부분이 비어 있었다.
“이제 저는 누구입니까.”
“손님입니다.”
주인이 말했다.
“이름이 없는 분은 전부 손님입니다.”
그 뒤로 삼 년을 살았다.
이름이 없어도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일을 구할 때만 조금 곤란하다. 나는 부두에서 짐을 옮겼다. 부두에서는 아무도 이름을 묻지 않는다. 번호를 준다. 나는 사십일 번이었다.
사십일 번으로 사는 것은 생각보다 편했다. 문제는 밤이었다.
밤마다 누군가 나를 부르는 꿈을 꿨다. 소리는 들리는데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꿈에서 나는 매번 돌아봤고, 매번 아무도 없었다.
삼 년째 겨울에 나는 가게로 돌아갔다.
“다시 사고 싶습니다.”
주인은 놀라지 않았다.
“값이 오릅니다.”
“얼마나요.”
“파실 때의 열두 배.”
“은전 백마흔네 닢.”
“돈으로는 안 됩니다.”
주인이 서랍 쪽을 봤다.
“이름은 이름으로만 삽니다.”
나는 그 말을 이해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 이름으로 이름을 산다. 즉, 다른 사람의 이름을 가져와야 한다.
“그건 훔치는 겁니다.”
“파는 사람이 있으면 사는 겁니다.”
주인이 말했다.
“이 가게에는 매일 사람이 옵니다. 손님도 삼 년 전에 그중 하나였고요.”
나는 문 쪽을 봤다. 문 밖에 사람이 서 있었다. 열일곱쯤 되어 보이는 아이였다. 종이를 읽고 있었다. 이름 삽니다, 값은 그날 시세로. 아이가 문고리를 잡았다. 나는 그 아이를 막아야 하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막으면 내 이름은 영영 못 찾는다. 막지 않으면 나는 나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다. 문이 열렸다.
“어서 오세요.”
주인이 말했다. 그리고 나를 봤다.
“손님, 정하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