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세 번째를 쓴 날
네 번째 이름을 부른 사람 · 유하람
장부는 하루에 한 장씩 늘어난다. 내가 적는 것이 아니다. 이름이 적힌다. 나는 그 장을 넘기고 잉크가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묶는 일을 한다. 견습 삼 년째다. 이름은 스스로 기록된다.
누가 누구를 불렀는지, 몇 번째인지, 어느 시각인지.
묘일 새벽 · 연호 · 서란 → 도이 · 두 번째 묘일 아침 · 연호 · 도이 → 서란 · 첫 번째 묘일 낮 · 연호 · 하람 → 목이 · 세 번째
세 번째에는 표시가 붙는다. 붉은 점 하나. 붉은 점이 붙으면 그 이름은 그 사람에게 다 쓴 것이다. 나는 삼 년 동안 붉은 점을 수천 개 봤다. 남의 것이었다. 오늘 아침, 기록관이 나를 불렀다.
“린아.”
“네.”
“작년 장부 스물두 권 정리하거라.”
“전부요?”
“전부.”
스물두 권을 옮기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 옮기다가 열한 번째 권이 떨어졌다. 펼쳐진 자리를 나는 봤다.
상월 아흐레 · 연호 · 린 → 하람 · 세 번째 ●
나는 그 자리에 앉았다. 기억이 났다. 작년 상월 아흐레. 호수에 안개가 깊었다. 배가 뜨지 않는 날이었다. 나는 선착장에 서 있었고, 하람은 배를 묶고 있었다. 안개 때문에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불렀다.
“하람.”
그게 세 번째였다. 첫 번째는 열여섯에. 두 번째는 열일곱에. 세 번째는 열여덟에. 삼 년에 한 번씩 썼는데, 그래도 다 썼다. 나는 장부를 덮고 기록관에게 갔다.
“기록관님.”
“응.”
“세 번을 다 쓰면요.”
“그럼 그 이름은 못 부르지.”
“...평생요?”
“평생.”
기록관은 붓을 닦고 있었다.
“그래서 다들 별칭을 쓰잖니.”
별칭은 몇 번이든 부를 수 있다.
‘사공’이라거나 ‘큰애’라거나.
나는 하람을 별칭으로 부른 적이 없다. 오후에 나는 선착장에 갔다. 하람은 배 안에 있었다. 밧줄을 감고 있었다. 나는 부르지 않았다. 부를 수 없으니까. 대신 손을 들었다.
하람이 봤다.
“왔어.”
“네.”
“오늘은 안개 없다.”
“네.”
나는 그 옆에 앉았다. 배 안에서는 물소리가 났다. 나무 사이로 물이 들어오는 소리.
“수리해야겠네요.”
“안 해.”
“왜요.”
하람은 밧줄을 다 감고 나서 말했다.
“이번 겨울에 이거 팔 거야.”
나는 그 말을 듣고 물소리를 계속 들었다.
“...팔면요.”
“나가지.”
“어디로요.”
“강 아래로.”
강 아래로 나가면 이 마을에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오지 않는 사람의 이름은, 마을에서 지워진다. 지워지면 남은 사람은 부를 수 없다. 나는 이미 부를 수 없다. 세 번을 다 썼으니까.
그런데도 지금, 부르고 싶었다.
“하람 씨.”
나는 그렇게 말했다.
‘씨’를 붙였다.
이름이 아니라 호칭이니까, 이건 기록되지 않는다. 하람이 나를 봤다.
“...뭐.”
“아니에요.”
그날 밤 나는 장부를 확인하러 갔다. 오늘 자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묘일 저녁 · 연호 · 린 → 하람 · 네 번째
붉은 점은 없었다. 대신 그 줄 옆에 아주 작은 글씨가 있었다. 내가 삼 년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시였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기록소에 가지 않았다. 선착장으로 갔다.
하람은 배를 팔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강 아래에서 올라온 상인이었다. 나는 멀리 서서 기다렸다. 상인이 가고 나서 하람이 나를 봤다.
“왔어.”
“네.”
“기록소는.”
“안 갔어요.”
하람은 뱃전에 앉았다.
“무슨 일 있어.”
나는 어제 본 것을 말할지 말지 정하지 못한 채로 서 있었다. 네 번째로 기록되었는데 붉은 점이 없었다. 그런 경우를 나는 삼 년 동안 본 적이 없다.
“기록관님한테 물어볼 게 있어요.”
“물어봐.”
“기록관님한테요.”
“아, 나 말고.”
하람이 웃었다.
“근데 왜 나한테 왔어.”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은 알고 있었다. 물어보러 온 게 아니라 보러 왔다는 것.
“하람 씨.”
내가 말했다.
“응.”
“제 이름 아세요?”
하람은 밧줄을 감던 손을 멈췄다.
“알지.”
“한 번도 안 부르셨잖아요.”
“응.”
“왜요.”
하람은 강 쪽을 봤다. 아침에는 안개가 없다.
“세 번밖에 못 부르니까.”
나는 뱃전을 잡았다.
“아껴 두셨어요?”
“아니.”
“그럼요.”
“쓸 데를 못 정했어.”
나는 그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세 번 중에 한 번은 만났을 때 쓰고, 한 번은 헤어질 때 쓰고.”
하람이 말했다.
“나머지 한 번을 어디에 쓸지 못 정하겠더라고.”
“그럼 만났을 때도 안 부르셨네요.”
“응.”
“왜요.”
하람은 밧줄을 놓았다.
“만난 게 언제까지인지 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