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3번 세탁기
자정의 빨래방 · 도경
새벽 한 시부터 네 시까지가 내 담당이다. 담당이라고 해도 할 일은 별로 없다. 세제 채우고, 바닥 닦고, 동전 교환기 확인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앉아 있는다. 이 시간대 손님은 하루 평균 세 명이다.
내가 세어 봤다. 넉 달치. 평균 2.8명. 세탁기는 여섯 대다. 1번부터 6번. 3번만 소리가 크다. 베어링이 나갔는데 사장님이 안 고친다. 사람들은 3번을 피한다. 말해 주지 않아도 피한다.
한 번 써 보면 알거든. 화요일 새벽 두 시쯤 오는 여자가 있다. 늘 이불을 가져온다. 일주일에 한 번 이불을 빠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나는 그 이유를 안다. 물어본 게 아니라, 이불에 묻은 게 뭔지 알아서.
그리고 남자가 있다. 두 달째다. 매일 온다. 세탁물이 없다. 들어와서 창가 의자에 앉는다. 한 시간쯤 있다가 간다. 처음에는 사장님한테 말할까 했다.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이상한 짓을 하나도 안 한다. 그냥 앉아 있는다. 한 달쯤 지나고 나는 그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기록은 안 했다. 머리로만.
- 늘 같은 의자. 창가에서 두 번째. - 휴대폰을 안 본다. - 3번 세탁기가 돌면 그쪽을 본다. - 다른 세탁기가 돌 때는 안 본다.
3번은 소리가 크다. 그러니까 저 사람은 소리를 들으러 오는 것이다. 이 결론에 도달하는 데 나는 삼 주가 걸렸다. 오늘은 목요일이다. 새벽 한 시 사십 분에 그가 왔다.
들고 있었다. 세탁물 가방을. 나는 카운터에서 일어났다. 두 달 동안 처음이었다. 그는 1번 앞에 섰다. 그리고 잠깐 서 있다가 3번으로 갔다. 3번에 넣었다. 동전을 넣었다.
나는 그때 말을 걸었다.
“저기요.”
그가 돌아봤다.
“3번은 소리가 커요.”
그가 나를 봤다. 한참 봤다.
“알아요.”
그가 그렇게 말하고 의자로 갔다. 창가에서 두 번째. 세탁기가 돌기 시작했다. 소리가 났다. 나는 카운터로 돌아가지 않고 서 있었다.
“손님.”
“네.”
“무슨 소리랑 비슷해요?”
그가 처음으로 나를 똑바로 봤다.
“...뭐라고요.”
“3번 소리요.”
나는 카운터를 짚었다.
“저도 이 소리 좋아해서요.”
“3번 소리요.”
그가 다시 물었다.
“네.”
나는 카운터를 짚은 채로 서 있었다.
“저희 집에 세탁기가 저거랑 같은 모델이었어요.”
내가 말했다.
“베어링 나가면 저렇게 울어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치면 조용해지는데, 저희 집 건 안 고쳤어요.”
“왜요.”
“돈이 없어서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조금 웃었다.
“근데 나중에는 그 소리가 나야 잠이 왔어요.”
그는 세탁기 쪽을 봤다. 3번은 계속 돌고 있었다.
“저희 집사람이.”
그가 말했다. 두 달 만에 처음으로 한 문장 이상을 말했다.
“밤에 빨래를 돌렸어요.”
“네.”
“저는 그게 시끄러워서 화를 냈고요.”
나는 카운터에서 손을 뗐다.
“두 달 전에 죽었어요.”
세탁기가 탈수로 넘어갔다. 소리가 커졌다. 그는 그 소리 속에서 계속 말했다.
“집에 있으면 조용해요.”
“네.”
“조용한 게 제일 힘들더라고요.”
나는 의자를 하나 끌어다 그 옆에 놓았다. 앉지는 않았다.
“손님.”
“네.”
“저 이번 주까지만 하고 그만둬요.”
“아, 네.”
“근데.”
나는 3번 세탁기를 봤다.
“저 세탁기 안 고치도록 사장님한테 말해 둘게요.”
그가 나를 봤다. 두 달 동안 처음으로 눈이 마주쳤다.
“고맙습니다.”
탈수가 끝났다. 조용해졌다. 우리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십 초쯤 지나고 그가 일어나서 세탁물을 꺼냈다. 꺼낸 것은 이불 커버 하나였다. 두 사람 크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