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목요일에는 저녁을 하지 않는다

관찰 일지: 그 집 사람들 · 도경

10월 3일 목요일.

06:20 기상. 06:40 주방. 쌀 세 컵. 07:10 윤 선생 출근. 우산 안 가져감. 비 예보 있음. 07:35 사모님 아침. 반 남김. 09:00 2층 복도 청소. 서재는 하지 않음. 11:00 장. 14:00 지완 방 앞에 세탁물. 문은 닫혀 있음. 18:00 저녁 준비하지 않음.

이 집에는 규칙이 세 가지 있다. 하나. 주방 창문은 열지 않는다. 둘. 2층 서재는 청소하지 않는다. 셋. 목요일 저녁은 준비하지 않는다. 세 가지 다 이유를 들은 적이 없다.

처음 왔을 때 사모님이 한 번 말했다.

“주방 창문은 그냥 두세요.”

“환기는요.”

“환풍기 쓰시면 돼요.”

그게 전부였다. 십칠 년 이 일을 했다.

집마다 규칙이 있다. 규칙에는 대개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물어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좋은 집일수록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 것이 그 집의 격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묻지 않는다. 묻지 않는 것이 이 일의 예의이고, 예의는 나를 지켜 준다. 대신 적는다.

저녁 아홉 시에 내 방으로 들어와서 그날을 적는다. 시각과 사실만 적는다. 왜 그랬을까 하는 것은 적지 않는다. 적기 시작하면 그건 일지가 아니라 다른 게 된다.

공책은 세 권째다. 10월 3일 목요일, 이어서.

18:40 사모님 외출. “저녁은 알아서 하겠다”고 함. 19:10 지완 방에서 나옴. 냉장고. 다시 들어감. 15초. 20:00 집 안 조용함. 21:00 일지. 22:30 소등.

여기까지가 평소다. 십사 개월 동안 목요일 밤은 늘 이랬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었다.

23:04 대문 소리.

나는 그 소리를 안다. 이 집 대문은 열 때 두 번 소리가 난다. 걸쇠가 빠지는 소리와 문이 밀리는 소리. 오늘은 세 번이었다. 걸쇠, 문, 그리고 한 번 더.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나지 않는 것도 이 일의 일부다. 대신 시각을 봤다. 23시 04분. 발소리가 현관에서 멈췄다. 이 집 현관에서 계단까지는 여섯 걸음이다. 발소리는 여섯 걸음을 가지 않았다.

현관에 서 있었다. 이 분쯤.

23:06 발소리. 계단. 2층. 23:07 서재 문.

2층 서재는 청소하지 않는 방이다. 십사 개월 동안 나는 그 방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23:20 서재 문. 계단. 23:22 대문. 두 번.

두 번이었다. 들어올 때는 세 번이었는데. 나는 그것을 적고 펜을 놓았다. 적으면서 처음으로 손이 조금 느렸다. 세 번과 두 번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알고 싶은 것은 일지에 적지 않는다.

그래서 적지 않았다. 10월 4일 금요일.

06:20 기상. 06:35 현관.

현관 매트가 젖어 있었다. 어젯밤에 비가 왔다. 예보대로였다. 젖은 매트는 이상하지 않다. 이상한 것은 발자국이 두 사람 것이라는 점이었다. 10월 5일 토요일.

07:00 기상. 07:20 현관 매트 교체. 09:00 2층 복도. 09:40 서재 문 앞.

서재 문 아래로 종이가 나와 있었다. 한 장이었다. 나는 그것을 줍지 않았다. 이 집에서 내가 줍는 것은 정해져 있다. 바닥에 떨어진 옷, 컵, 그리고 쓰레기통 옆의 것.

종이는 거기 없다.

10:00 장. 13:00 지완 방 앞 세탁물. 어제 것 그대로.

어제 세탁물이 그대로 있는 것은 처음이다. 십사 개월 동안 한 번도 없었다. 나는 문을 두드렸다.

“지완 씨.”

대답이 없었다. 한 번 더 두드렸다.

“들어가도 될까요.”

“아니요.”

목소리가 났다. 나는 손을 내렸다.

“세탁물만 가져갈게요.”

“놔두세요.”

13:04 세탁물 회수하지 않음.

오후 세 시에 지완이 방에서 나왔다. 주방으로 왔다. 물을 마시고, 컵을 놓고, 나를 봤다. 십사 개월 동안 이 사람이 나를 본 것은 세 번이다. 나는 세어 두었다.

“아주머니.”

“네.”

“매일 뭐 적으세요.”

나는 행주를 놓았다.

“...그날 있었던 일이요.”

“저도요?”

“네.”

지완은 식탁에 앉았다.

“뭐라고 적으세요.”

나는 대답을 골랐다.

“몇 시에 나오셨는지, 뭘 드셨는지요.”

“그것뿐이에요?”

“네.”

“왜요.”

“왜 그것만 적느냐고요?”

“네.”

나는 십칠 년 동안 이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

“...나머지는 제가 알 게 아니니까요.”

지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아주머니, 그거 계속 쓰세요.”

나는 그를 봤다.

“나중에 필요할 거예요.”

15:12 지완, 주방. 대화 3분. ※ 이 집에서 처음 있는 일.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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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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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한책상2026.05.17· 1

    문장이 짧은데 밀도가 있어요. 계속 읽게 됩니다.

    • 겨울차2026.05.18

      이 댓글 보고 다시 읽으러 갑니다.

  • 일곱줄2026.05.16· 1

    같은 출발점에서 나온 다른 작품도 읽고 왔는데 완전히 달라서 신기했어요.

  • 종이배2026.05.15· 1

    여기서 끊는 건 반칙 아닌가요… 잘 읽었습니다.

    • 일곱줄2026.05.16

      저는 오히려 그 앞 문단이 더 좋았어요.

  • 달밤에책2026.05.14· 1

    이 장면 묘사가 오래 남습니다. 특히 마지막 두 줄이요.

  • 한화만더2026.05.13· 1

    인물이 설명 없이 행동으로 드러나서 좋았어요.

    • 도경2026.05.14

      설정을 앞세우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그렇게 봐 주셔서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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