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삼백 일째
손님이 남기고 간 것 · 한도윤
간판은 열두 시에 끈다. 삼십 년 그랬다. 끄고 나면 안쪽 형광등 두 개만 남는다. 주방 것 하나, 홀 것 하나. 열두 시 반에 문이 열린다. 문에 달린 종이 운다. 삼십 년 된 종이라 소리가 탁하다.
들어오는 사람은 늘 같다. 남자다. 나이는 모르겠다. 볼 때마다 다르게 보인다. 앉는 자리는 정해져 있다. 창가 세 번째. 시키는 것도 정해져 있다.
“된장찌개요.”
나는 끓인다. 삼십 분 전에 불을 껐는데도 끓인다. 그게 이상하지 않냐고 태오가 물은 적이 있다.
“이상하지.”
“근데 왜 끓이세요.”
“손님이니까.”
남자는 절반쯤 먹는다. 정확히 절반이다. 밥도 반, 찌개도 반. 그리고 간다. 돈은 놓고 간다. 늘 정확한 금액. 삼백 일째다. 내가 세었다. 첫날은 작년 십일월 이일이었다.
그릇을 치우다가 알았다. 찌개 그릇 바닥에 뭐가 있었다. 단추였다. 두 번째 날에는 실이 있었다. 세 번째 날에는 머리핀. 나는 그것을 버리지 않고 모았다. 지금 통 하나에 삼백 개 가까이 있다.
전부 낡은 물건이다. 전부 여자 물건이다. 태오한테는 말 안 했다. 말하면 그만둘 테니까. 오늘 그 사람이 왔다. 열두 시 삼십일 분. 일 분 늦었다. 삼백 일 만에 처음이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국자를 놓았다.
“오셨어요.”
남자가 나를 봤다. 삼백 일 만에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그는 한 번도 나를 보지 않았다.
“...된장찌개요.”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나는 끓였다. 내가면서 물었다.
“오늘은 늦으셨네요.”
남자가 숟가락을 들었다.
“길이 막혀서요.”
이 시간에 이 국도는 안 막힌다. 그는 절반을 먹고 갔다. 나는 그릇을 치웠다. 바닥에 뭐가 있었다. 열쇠였다. 나는 그것을 집었다. 우리 집 열쇠였다. 삼십 년 전에 잃어버린.
나는 그 열쇠를 손에 쥐고 앉았다. 삼십 년 전 열쇠는 지금 열쇠와 모양이 다르다. 이 가게는 십오 년 전에 문을 바꿨다. 그러니까 이건 지금 우리 집 문에는 안 맞는다.
맞을 필요도 없다. 내가 이걸 잃어버린 것은 이 가게를 열던 해였다. 그해 겨울에 손님이 하나 왔다. 밤 열두 시 반이었다. 된장찌개를 시켰고, 절반을 먹고 갔다. 그리고 다음 날도 왔다.
석 달 동안 매일 왔다. 나는 그때 스물아홉이었고, 그 사람 이름을 물어본 적이 없다. 석 달째 되던 날 그 사람이 말했다.
“아주머니, 저 내일부터 못 옵니다.”
“왜요.”
“이사 갑니다.”
“어디로요.”
“멀리요.”
그게 전부였다. 그날 나는 열쇠를 잃어버렸다. 가게 어딘가에서. 삼십 년 동안 찾지 못했다. 태오가 주방에서 나왔다.
“사장님, 저 갈게요.”
“어.”
“근데 그거 뭐예요.”
나는 열쇠를 주머니에 넣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태오가 나갔다. 문에 달린 종이 울었다. 나는 홀의 형광등을 껐다. 창가 세 번째 자리를 봤다. 그릇은 이미 치웠다. 의자만 남아 있었다. 의자가 조금 나와 있었다. 사람이 일어나면서 밀어 놓은 것처럼.
나는 그 의자를 밀어 넣었다. 밀어 넣으면서 처음으로, 삼십 년 전 그 손님과 지금 이 손님이 같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생각했다. 같으면 그 사람은 늙지 않았다. 다르면, 왜 내 열쇠를 갖고 있나.
나는 통을 꺼냈다. 삼백 개 가까운 물건. 전부 여자 물건. 거기 열쇠를 넣으려다 말았다. 이건 내 것이니까. 대신 나는 통 바닥을 봤다. 맨 처음에 넣은 것. 단추 하나.
그 단추를 나는 삼십 년 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손님 코트에 달려 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