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5,389자)
우리가 돌아왔다
G-DRAGON의 삶 · 네오
2026년 4월 12일 일요일 밤, 미국 캘리포니아 인디오의 폴로 경기장 엠파이어 폴로 클럽, 지붕 없는 야외 무대 아웃도어 시어터. 앙코르 「봄여름가을겨울」은 랩 대목에 이르러 있었다. 스피커에서 탑의 녹음 목소리가 흘렀다. 한국은 4월 13일 월요일 오후 세 시를 넘긴 때였다. 코첼라는 무대를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무대 위 세 사람은 평소처럼 추임새를 넣지 않았다. 탑의 랩 대목이 흐르는 동안 세 사람은 벅찬 표정으로 무대를 지켰다.
빅뱅 공연에서 추임새는 멤버의 랩 사이사이에 다른 멤버가 짧게 소리를 얹는 일이다. 스무 해 동안 다섯이, 넷이, 셋이 서로의 랩에 그렇게 소리를 얹어 왔다. 이날 탑의 랩 대목에서는 아무도 소리를 얹지 않았다.
랩이 흐르는 사이 지드래곤이 하늘을 향해 손을 올려 경례했다. 손끝을 눈썹 높이까지 올리는 군대식 거수경례였다. 중계 화면이 이 장면을 잡았다. 여섯 해 반 전 2019년 10월, 용인의 부대 정문 앞에서 팬들에게 거수경례를 붙이던 손이었다. 「봄여름가을겨울」 뮤직비디오에서 탑이 머무는 곳으로 나온 달을 떠올리게 하는 경례였다. 객석의 팬들은 이 장면에서 빅뱅의 우정을 보았고, 우는 팬도 있었다.
경례가 누구를 향했는지 지드래곤은 말하지 않았다. 탑에게 보낸 인사라는 풀이는 지켜본 사람들이 내놓은 것이다. 지드래곤이 탑의 목소리를 지우지 않은 이유를 직접 설명한 인터뷰도 나오지 않았다. 공개된 것은 두 가지다. 아흐레 전 지드래곤이 탑의 솔로 앨범 표지를 말없이 올렸다는 것, 그리고 이날 무대에서 탑의 목소리를 지우지 않았다는 것.
노래가 끝났다. 2022년 봄 넷이 녹음한 노래를 2026년 봄 셋이 무대에서 불렀고, 한 사람은 녹음 속에서 랩을 했다. 무대 위 지드래곤과 태양은 서른일곱 살, 대성은 서른여섯 살이었다. 스무 해 전 체조경기장 첫 무대에서는 열여덟, 열여덟, 열일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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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사가 이어졌다. 영어로 한 말을 우리말로 풀면 이렇다.
태양이 먼저 말했다.
“올해는 빅뱅의 20주년이에요. 오늘 밤은 저희에게 정말 큰 의미가 있어요.”
대성이 뒤를 이었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만들어 주셔서 고마워요.”
세 사람이 함께 남긴 소감은 이랬다.
“오늘 이 순간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 같다.”
세 사람은 곧 큰 일로 다시 찾아갈 테니 기다려 달라는 말도 남겼다. 마지막 인사는 지드래곤이 맡았다.
공연은 약 67분 만에 끝났다. 밤 열 시 사십 분에 시작한 무대가 자정을 십여 분 앞두고 막을 내렸다. 2020년 1월 넷의 이름으로 발표됐다가 바이러스에 막힌 무대가, 여섯 해 석 달 만에 셋의 이름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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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끝나자 평가가 갈렸다.
태양은 셋 가운데 가장 안정적으로 노래했다는 평을 받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음정이 흔들리지 않았고, 마지막 후렴마다 화려한 애드리브를 얹었다. 애드리브는 악보에 없는 가락을 즉석에서 지어 덧붙여 부르는 일이다. 팬들은 태양의 목소리를 두고 자동 음정 보정기를 달고 나온 것 같다고 했다. 대성은 대체로 안정적이었지만 무대에서 들뜬 나머지 음정이 흔들린 순간이 몇 번 있었다는 평을 들었다.
지드래곤에 대한 평은 둘로 나뉘었다. 한쪽에서는 코첼라에서도 고음에 애를 먹었다며 목 관리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맨정신」 같은 곡에서 고음이 갈라지거나 한 옥타브 낮춰 불렀고, 센 랩 대목에서는 목을 긁는 듯한 거친 발성이 성대에 무리를 주는 것처럼 들렸다는 지적이었다. 낮은 음역은 좋았다는 말도 함께 나왔다. 지드래곤은 앞서 연말 시상식 무대에서도 라이브로 거센 비판을 받은 터였다.
두 평 사이에 놓인 평도 있었다. 태양은 안정적인 라이브로 세계 음악 팬들의 칭찬을 받았고, 솔로 무대 「링가링가」와 지드래곤과 둘이 꾸민 「GOOD BOY」에서도 탄탄한 무대를 보였다. 지드래곤은 목 상태가 좋지 않아 라이브가 다소 불안정했지만, 특유의 카리스마는 그대로였다는 평이었다. 지드래곤 본인과 소속사는 이런 평에 따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반대편의 평은 달랐다. 지드래곤은 최근 솔로 활동 때 목 상태가 좋지 않아 팬들의 걱정을 샀지만, 이날은 안정적인 화음을 들려주었다는 것이다. 여섯 해를 기다린 끝에 코첼라에서 보여 준 세 사람의 건재함은 빅뱅이 써 내려갈 새 20년의 서막일 뿐이라는 평이었다.
이날 무대가 특별한 이유로는 다섯 가지가 꼽혔다. 팬데믹으로 막혔던 무대가 데뷔 20주년에 여섯 해 만에 열렸다는 것, 떠난 멤버의 자리를 지우지 않고 남겨 둔 우정, 옛 노래들을 지금 감각으로 다시 짠 편곡, 대성의 트로트가 넓힌 K팝의 폭, 그리고 20주년 세계 투어의 출발점이라는 것이었다. 멤버들의 라이브 실력도 돋보였다는 말이 함께 붙었다.
같은 무대를 두고 한편은 목 관리를 물었고, 다른 편은 새 20년의 시작을 말했다. 여섯 살에 방송에 나온 뒤 서른일곱 살까지, 지드래곤의 노래에는 늘 칭찬과 비판이 함께 따라붙었다. 첫 1위곡 「거짓말」 때는 누가 곡을 썼느냐는 의심이, 첫 솔로 앨범 때는 표절 시비가 따라왔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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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뒤 4월 16일, 지드래곤은 SNS에 사진 여러 장을 올렸다. 4월 12일 코첼라 무대를 마친 세 사람이 서로를 끌어안은 사진들이었다. 글은 짧았다.
「우리가 돌아왔다」
열이틀 전 탑의 앨범 표지를 아무 글 없이 올렸던 계정에, 이번에는 글이 한 줄 붙었다.
사진 속 세 사람은 이제 세 회사에 나뉘어 있었다. 지드래곤은 갤럭시코퍼레이션, 태양은 더블랙레이블, 대성은 알앤디컴퍼니 소속이었고, 빅뱅 이름의 활동은 YG가 맡았다.
탑은 사막에 없었다. 그래도 탑의 목소리가 공연장에 흘러나온 「봄여름가을겨울」 무대는 이날의 하이라이트로 꼽혔고, 세 사람의 사진에는 지드래곤·태양·대성 그리고 탑, ‘완전체’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완전체’는 멤버 모두가 모인 그룹을 팬들이 부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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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 일요일, 코첼라 2주차. 같은 아웃도어 시어터에 같은 세 사람이 다시 올랐다. 코첼라는 같은 출연진이 두 주에 걸쳐 같은 무대에 두 번 오르는 축제다. 2주차도 1주차처럼 축제 셋째 날인 일요일이었고, 곡 구성은 1주차와 같았다. 코첼라는 이날도 무대를 온라인으로 중계했다. 무대에서 지드래곤이 말했다.
“빅뱅 20주년 월드투어를 시작한다, 오는 8월부터다, 기다려달라.”
한국 시각으로는 4월 20일 월요일 오후였다. 빅뱅의 세계 투어 계획을 지드래곤이 공개 무대에서 처음 밝힌 순간이었다. 무대를 마친 뒤 태양이 말했다.
“20주년이다. 긴 시간 저희를 사랑해 주시고 기다려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그리고 한마디를 더 했다.
“사랑한다.”
여섯 해를 돌아 도착한 사막 무대가 일주일 사이 두 번 끝났다.
지드래곤은 새 앨범 준비도 마쳤다고 말했다. 8월에 시작하는 투어는 빅뱅이 2017년 고척스카이돔 「LAST DANCE」 이후 아홉 해 만에 여는 단독 콘서트였다. 넷이 입대 전에 마지막으로 연 무대의 이름이 마지막 춤이었고, 셋이 다시 여는 무대는 여름에 시작될 참이었다. 2006년 8월 19일 체조경기장에서 시작한 빅뱅의 스무 번째 생일까지는 넉 달이 남아 있었다. 두 달 뒤 6월 10일, YG와 미국 공연 기획사 AEG가 세계 투어 「XX : COSMOS」의 일정을 내놓는다. AEG는 코첼라를 여는 회사 골든보이스를 거느린 공연 기획사다. 투어 이름의 XX는 로마 숫자로 스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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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열세 살 권지용은 힙합 앨범 「2001 대한민국」에 최연소 래퍼로 이름을 올렸다. 그보다 앞서 여섯 살에는 「뽀뽀뽀」에 나왔고, 여덟 살에는 꼬마 룰라 옷을 입었다가 하루아침에 내일부터 꼬마 룰라는 없다는 말을 들었다. 열두 살에 YG 연습실에 들어갔고, 열여덟 살 생일 다음 날 체조경기장 무대에 다섯 명 가운데 하나로 올랐다.
프로듀서 이희성은 지드래곤이 초등학생 때 이미 랩을 써 둔 노트가 따로 있었다고 기억했다. 곡을 쓰는 사람이라는 이름은 초등학생의 노트에서부터 바뀌지 않았다. 2007년에는 솔로 앨범에 넣으려던 「거짓말」을 그룹에 내주었고, 크레딧의 작사·작곡 칸에는 자기 이름 G-DRAGON을 남겼다. 첫 솔로 앨범 「Heartbreaker」의 가사도, 일곱 해 만의 솔로곡 「POWER」의 가사도 지드래곤이 썼다.
자기가 쓴 가사를 끝까지 지킨 적도 여러 번이었다. 2012년에는 「그XX」의 욕을 순한 말로 바꾸지 않아 19세 미만 청취 불가 판정을 받았다. 2016년에는 「FXXK IT」 가사를 고치지 않아 KBS 방송 부적격 판정을 그대로 받았다. 2017년에는 본명과 혈액형과 생일을 USB 앨범 겉면에 찍었다. 2026년 사막의 앙코르에서는 떠난 동료의 목소리를 그대로 두었다.
일주일 전 4월 12일 밤, 첫 공연을 닫으며 지드래곤이 남긴 마지막 말은 이랬다.
“우리는 이제 막 시작했어요. 올해, 정말 큰 일이 찾아옵니다.”
출처 빌보드코리아 · 2026년 4월 14일 · 신영 · 「빅뱅의 코첼라 무대가 특별한 이유 5」 마이데일리 · 2026년 4월 13일 · 「코첼라 오른 빅뱅, 탑의 목소리가 나왔고 GD는 경례했다」 뉴스1 · 2026년 4월 14일 · 안태현 · 「美 코첼라서 등장한 탑 목소리…팬 울린 빅뱅의 우정」 SBS Star · 2026년 4월 · 「BIGBANG Make Triumphant Coachella Debut, Even Drop Trot」 — 원문 「This year marks BIGBANG‘s 20th anniversary. Tonight means so much to us.」 「Thank you for making an unforgettable moment.」 「We’re just getting started. Something really big is coming this year.」 코리아부 · 2026년 4월 13일 · 텐아시아 기사 재인용 — 영문 제목 「G-Dragon Still Struggles With High Notes at Coachella… Is He Not Taking Care of His Voice?」 · 「G-Dragon‘s 2026 Coachella performance hit with scathing criticism from Korean media」 뉴스엔 · 2026년 4월 13일 · 빅뱅 코첼라 공연 종합 보도(KoTourLive 영문 번역 「G-DRAGON Live = ’Rip the Coachella…,‘ BigBang, from Taeyang’s shirt removal to Daesung‘s trot」) MHN스포츠 · 2026년 4월 17일 · 민서영 · 「“빅뱅이 돌아왔다” 지드래곤·태양·대성 그리고 탑 ’완전체‘→포옹으로 기쁨」 위키백과(영문) · 「XX: Cosmos World Tour」 — 투어 일정 발표 한국연예스포츠신문 · 2026년 4월 20일 · 김승민 · 「빅뱅, 코첼라 2주차 공연에서 발표 “오는 8월부터 월드투어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