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하루 두 번 들어오는 버스

다섯 번째 목요일 · 정이한

조사 첫날, 나는 마을 사람 스물세 명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지난주 목요일에 무엇을 하셨습니까.”

스물세 명이 같은 대답을 했다. 기록해 둔다. 순서대로.

1번, 이복순(78). “비가 왔지. 아침부터. 나는 마당에 널어둔 고추를 걷었어.” 2번, 김태석(51). “비가 왔습니다. 아침부터요. 고추 걷는 어머니를 도왔고요.” 3번, 정미란(44). “비 왔어요. 아침부터. 애들 우산 챙겨 보냈고요.”

... 23번, 하윤슬(19). “비가 왔어요. 아침부터.” 지난주 목요일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나는 기상청 자료를 세 번 확인했다. 이 지역 강수량 0.0밀리미터. 인근 세 개 관측소 전부 동일.

구름은 있었다. 흐렸다. 비는 오지 않았다. 이 마을 이름은 서정리다. 인구 스물세 명. 평균 연령 예순하나. 슈퍼 하나, 마을회관 하나, 폐교된 초등학교 하나.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실종 신고 때문이다.

신고자는 스물네 번째 주민이었다. 이름은 하도경. 하윤슬의 오빠. 지난주 금요일에 서울에서 마을로 들어왔고, 토요일 새벽에 파출소에 전화를 걸었다.

“여동생이 이상해요. 마을 사람들이 전부 이상해요.”

그리고 그 뒤로 연락이 끊겼다. 둘째 날, 나는 질문을 바꿨다.

“지난주 목요일에 비가 왔습니까.”

“왔지.”

“확실합니까.”

“확실하지. 고추 다 젖을 뻔했는데.”

“그날 몇 시에 그치던가요.”

이복순 할머니는 잠깐 생각했다.

“...안 그쳤어.”

“하루 종일 왔습니까.”

“아니, 그게 아니고.”

할머니는 손을 저었다.

“안 그쳤다니까. 아직도 와.”

밖은 맑았다. 나는 창문을 가리켰다.

“지금은 안 오는데요.”

할머니는 창문을 봤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다.

“그러네.”

놀라지 않았다. 이상해하지 않았다. 방금 자기가 한 말과 지금 보는 것 사이의 모순을 그냥 통과했다. 나는 그 얼굴을 이십 초쯤 봤다. 그 얼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셋째 날, 나는 폐교에 갔다.

하도경의 차가 거기 있었다. 운전석 문이 열린 채로. 열쇠는 꽂혀 있었고, 배터리는 나가 있었다. 조수석에 수첩이 있었다. 수첩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9/11 목 — 도착. 윤슬이 괜찮음. 9/12 금 — 마을회관. 스물세 명 전부 있음. 확인. 9/12 금 — 윤슬이 어제가 목요일이었다고 함. 오늘이 목요일이라고. 9/12 금 — 다시 물어봄. 어제도 목요일이었다고 함. 9/12 금 — 달력을 보여 줌. 윤슬이 달력을 보고 목요일이라고 읽음.

그다음 줄부터 필체가 흔들렸다.

9/12 금 — 내가 달력을 봄. 목요일이라고 적혀 있음. 9/12 금 — 휴대폰을 봄. 금요일. 9/12 금 — 다시 달력을 봄. 목요일.

마지막 줄.

이 마을에는 목요일이 다섯 번 있다.

넷째 날 아침, 나는 파출소에 보고서를 보내려고 했다. 휴대폰이 터지지 않았다. 어제까지는 터졌다. 나는 어제 저녁에 통화를 했다. 차를 몰고 마을 밖으로 나갔다. 이십 분 걸리는 길이다.

이십 분 뒤에 나는 마을 입구에 있었다. 방향을 잘못 잡은 줄 알고 다시 나갔다. 이십 분 뒤에 마을 입구였다. 세 번째 시도에서 나는 속도계를 봤다. 시속 육십. 정상.

트립미터를 리셋하고 다시 달렸다. 18.4킬로미터에서 마을 입구 표지판이 나왔다.

서정리 1.2km

나는 차를 세웠다. 표지판 아래에 누가 서 있었다. 하윤슬이었다.

“형사님.”

“윤슬 씨.”

“오빠 찾으시죠.”

“예.”

윤슬이 마을 쪽을 봤다.

“오빠는 지난주 목요일에 여기 있었어요.”

“지난주 목요일이 언제입니까.”

윤슬이 나를 봤다. 그 눈은 이복순 할머니의 눈과 달랐다. 그 눈에는 있었다. 모순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의 눈이었다.

“그걸 물어보신 게 형사님이 처음이에요.”

나는 그날 밤 마을회관에서 잤다. 새벽 세 시에 눈을 떴다. 빗소리가 났다. 창문을 열었다. 밖은 맑았다. 별이 보였다. 그런데 빗소리는 계속 났다. 나는 손을 창밖으로 내밀었다.

손이 젖었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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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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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한책상2026.05.05· 1

    조용한데 계속 긴장돼요. 이런 톤 좋아합니다.

    • 겨울차2026.05.06

      이 댓글 보고 다시 읽으러 갑니다.

  • 일곱줄2026.05.04· 1

    대사 하나하나가 인물을 만들어 주네요.

  • 종이배2026.05.03· 1

    이 작가님 다른 작품도 찾아 읽는 중입니다.

    • 일곱줄2026.05.04

      저는 오히려 그 앞 문단이 더 좋았어요.

  • 달밤에책2026.05.02· 1

    설정이 과하지 않게 깔려서 편하게 따라갔습니다.

  • 한화만더2026.05.01· 1

    문장이 짧은데 밀도가 있어요. 계속 읽게 됩니다.

    • 정이한2026.05.02

      설정을 앞세우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그렇게 봐 주셔서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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